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08
309화
“외롭습니까?”
강진의 물음에 이운강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다 보면 알 건데 굳이 먼저 알아서 좋을 것 없지.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구만.”
그러고는 이운강이 말을 이었다.
“영업해도 될 거야.”
이운강이 화제를 돌리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럼 다른 지역에서 영업을 해도 된다는 겁니까?”
“그건 그렇지만…….”
이운강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저승식당 주인이라면 그러면 안 되지. 네가 다른 지역에서 영업을 시작해 버리면 서울 귀신들은 밥 먹을 곳이 없어지잖아.”
“그렇군요.”
“너희 가게는 언제 쉬어?”
“일요일요.”
“쉬는 날 가끔 다른 곳에서 영업하더라도, 서울 귀신들이나 잘 돌봐.”
이운강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운강이 손님들을 힐끗 보았다. 그들은 음식을 다 먹었는지 일어나고 있었다.
그에 이운강이 그들에게 다가가 계산을 하고는 그릇들을 치우자 강진도 거들어 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어. 이거 몇 개나 된다고. 가서 짬뽕이나 마저 먹어. 짬뽕은 주방을 나가는 순간부터 맛이 떨어지니까.”
“알겠습니다.”
이운강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식탁에 가서 짬뽕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짬뽕 국물까지 다 마신 강진이 입가를 닦을 때 이운강이 앞에 와서 앉았다.
그와 동시에 테이블 위로 따뜻한 탕수육이 소스와 함께 놓였다.
“부먹? 찍먹?”
“저는 아무렇게나 먹습니다.”
“나도 찍먹, 부먹 둘 다 좋아하지.”
이운강이 탕수육을 몇 개 집어 소스에 담갔다.
“이렇게 하면 찍먹도 되고, 부먹도 되고. 둘 다 먹을 수 있지.”
웃으며 이운강이 작은 종지에 간장을 붓고 식초를 탔다. 그리고 고춧가루를 타서는 앞에 놓고는 탕수육을 소스에 찍고 간장에 또 찍어 먹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참 맛있어. 먹어 봐.”
이운강의 말에 강진이 탕수육을 소스에 찍어 먹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요.”
강진의 말에 이운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간장에도 찍어 먹어 봐. 간장에 찍어 먹으면 오히려 달달한 것이 좋아.”
이운강의 말에 강진은 간장에 탕수육을 찍어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호불호가 갈리지만…… 탕수육은 호불호가 없었으면 해. 서민 음식이잖아.”
웃으며 말을 한 이운강이 강진을 보았다.
“저승식당에 대해서 물어볼 것 있어서 왔을 것 같은데…… 딱히 해 줄 말이 없어서 미안하네.”
“이렇게 저승식당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좋네요.”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치고 싶다고나 할까?”
이운강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그래, 자네 식당 이야기나 좀 해 봐.”
“제 이야기요?”
“아무 이야기나 해 봐. 힐링에 도움이 될 거야.”
이운강의 말에 강진이 자신이 겪었던 귀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강진과 이운강은 저녁 9시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 강진이 이야기를 하고 이운강은 듣는 쪽이었다.
그리고 이운강의 말대로 강진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네요.”
“이야기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찾아와.”
“알겠습니다.”
웃으며 강진이 몸을 일으키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혹시 사장님도 귀신들 승천 많이 시키셨어요?”
“저승식당 하다 보면 오다가다 만나는 귀신들 한둘쯤 승천 안 시키는 것이 더 어렵지.”
“그럼 혹시…….”
강진이 종석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이운강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린애들은 귀신으로 잘 남지 않는데…… 안쓰럽네.”
이운강의 말을 듣자, 강진은 일전에 들었던 ‘어린애들은 바로 승천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착한 일을 할 기회도, 나쁜 일을 할 기회도 제대로 받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는 죽음을 당한 아이들은 죽으면 바로 승천을 해서 환생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아이 귀신은 드물다.
“동생을 무척 사랑했나 보군.”
“그런 것 같습니다. 계속 동생한테 곰을 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나름 깔끔하네.”
“깔끔요?”
“귀신이 집착하는 것이 정확하면 한을 푸는 것도 쉽지. 문제가 뭔지도 모르면 문제를 풀 수도 없으니까.”
“그 말씀은?”
“그 아이 집에 같이 가서 동생한테 곰 인형을 줘. 그럼 승천할 거야.”
“그런데 그 아이가 후배한테서 안 떨어지려고 하는데…….”
“그럼 같이 가야지.”
그러고는 이운강이 강진을 보았다.
“강제로 떼어내려고 하지 마. 어린 귀신들은 힘이 강해서 잘못하면 그 후배가 크게 다칠 수 있어.”
“그런가요?”
“처녀귀신, 총각귀신, 그다음이 동자 귀신이야.”
“동자 귀신이 강한가 보네요.”
“귀신은 한이 깊을수록 힘이 센 법인데…… 자기 인생 제대로 살지도 못한 동자 귀신은 얼마나 강하겠어. 게다가 몇 십 년 묵었다고 하면 더 위험하지. 어쨌든 강제로 떼려고 하지 말고 달래서 데려가는 것이 좋을 거야.”
“알겠습니다.”
강진이 가게를 나서자 이운강이 주차장을 보았다.
“저 푸드 트럭인가 보네?”
“맞습니다.”
“저기 있는 귀신들은 너 따라온 건가?”
푸드 트럭 옆에 있는 허연욱과 배용수를 본 이운강이 묻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가서 소개를 해 주었다.
“이쪽은 허연욱 선생님이라고 유명한 의사 선생님입니다.”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허연욱입니다.”
“이운강입니다. 다음에 저희 가게에도 한번 찾아오세요. 저희 가게 음식도 맛있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둘이 인사를 나누자 강진이 배용수를 가리켰다.
“저희 가게 요리사 배용수입니다. 운암정에서 요리를 배운 실력자죠.”
“아! 김봉남 숙수님 제자시군.”
“저희 숙수님을 아세요?”
배용수의 물음에 이운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우리 집에 짬뽕하고 탕수육 한 그릇 드시고 가신 적이 있습니다. 나름 춘천에서는 유명한 중국집이거든요.”
“맛집이신가 보네요.”
“저승식당 주인들은 어지간하면 음식 솜씨가 있지요. 다음에 한번 와 주십시오.”
“저는 여기 직원이라 다른 곳에 가기는 좀 그러네요.”
배용수가 자신의 어깨를 툭 치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경쟁 업체 음식 좀 먹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다. 여기 남아서 저녁 먹고 와.”
“응? 나만?”
“아니. 허연욱 선생님하고 둘이 먹고 와.”
“너는?”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만복 형한테 가서 음식 좀 해 주려고.”
“된대?”
“된다네.”
강진이 차에 타며 말했다.
“저희 직원 맛있는 것 좀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이운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아! 강원도 황태하고 소고기 유명한 것 알지?”
“알죠.”
“좀 줄까?”
“선배님이 주시면 감사히 받아야죠.”
“조금만 기다려.”
웃으며 이운강이 저승식당으로 뛰어가자 배용수가 말했다.
“좋은 분 같네.”
“화통하시고 좋은 분 같아.”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짬뽕하고 탕수육 좀 먹어 봤는데 맛있더라.”
“그래? 어떤데?”
“짬뽕은 돼지 육수를 베이스로 한 것 같은데 해물보다는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가서 고소하고 씹는 맛이 좋아. 그리고 탕수육은 바삭하면서 안은 쫄깃해. 아! 그리고 튀김을 소스에 담가놓고 먹었는데도 눅눅하지 않고 바삭함이 살아 있더라.”
“튀길 때 비법이 있나?”
“맛있게 먹고 비법 좀 알아봐라.”
“스파이 짓 시키는 거냐?”
“무슨…… 알려 달라고 하면 알려 주실 것 같던데. 그냥 재미 삼아 연구해 보라는 거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을 먹어 보고 그 음식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도 요리사로선 참 재밌는 일이었다.
그 사이 이운강이 양손에 봉지를 들고 나왔다.
“황태 푹 고아서 야채 좀 넣고 먹으면 좋아. 아! 그리고 소고기는 살짝만 구워서 소금에 찍어 먹는 거야.”
“잘 먹겠습니다.”
강진이 푸드 트럭 캡을 열어 고기와 황태를 넣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운강이 고개를 저었다.
“뭘 또 와.”
“그래도…….”
“볼 거면 내가 가야지.”
그러고는 이운강이 웃었다.
“한끼식당, 강남 논현에 있지?”
“네.”
“이참에 강남에서 한번 놀아봐야지.”
이운강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강남이라고 해도 별다를 것 없어요.”
“별다를 것 없어도 강원도 촌구석보다는 낫겠지. 그럼 가.”
이운강이 손을 흔들자 강진이 배용수와 허연욱을 보았다.
“식사 맛있게 하시고, 이따가 제가 부를게요.”
“그래.”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차를 출발시켰다.
***
화롯불을 피워 놓은 곳에 만복과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리고 푸드 트럭 앞에는 돼랑이 식구들이 모여서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맡고 있었다.
킁킁킁!
코에서 콧물을 질질 흘리고 있는 돼랑이 식구들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조금만 기다려.”
강진의 말에 돼랑이가 침을 흘렸다. 그런 돼랑이를 보며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을 확인한 강진이 숨을 고르고는 할머니들을 보았다. 그리고…….
화아악! 화아악!
할머니들이 현신을 하기 시작했다.
“됐다!”
될 거라 생각은 했지만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되는 것이다.
현신이 되는 것에 할머니들이 놀랜 얼굴로 서로를 보았다.
“동생! 사람이 됐어!”
“형님! 형님 몸이…… 몸이 생겼어요!”
“이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그 사이, 강진이 만복과 달래를 보았다.
만복과 달래도 서로를 놀랜 눈으로 보다가 환해진 얼굴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강진이 장난감을 미리 밖에 꺼내 놓은 것이다.
현신이 된 것에 놀람과 기쁨을 드러내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강진이 불판에 소고기를 올렸다.
촤아악! 촤아악!
군침이 절로 도는 소리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식사들 하세요.”
“식사?”
“저승식당 밥 처음이시죠? 맛있어요.”
할머니들이 푸드 트럭으로 모이기 시작하자 강진이 고기를 구워 건네주었다.
화롯불에 놓인 솥에서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화롯불 주위에서 할머니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6.25 때 귀신들이라 소주보다는 막걸리가 나을 것 같아서 강진이 오는 길에 준비해 온 것이다.
“좋네.”
할머니 한 명이 불을 보며 작게 중얼거리는 것에 강진이 그녀의 잔에 막걸리를 따라주었다.
“불을 보면 어쩐지 기분이 좋죠.”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화롯불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불을 피우면 애들이 와서 옆에 있었는데…….”
“애들요?”
“불은 음식 할 때 피우니까. 애들이 뭐라도 얻어먹을까 해서 옆에 앉아 있었지.”
말을 하던 할머니가 강진을 보았다.
“밀가루 반죽 좀 있나?”
“뭐 드시게요?”
“수제비 좀 떠서 여기에 넣어 먹으면 맛있겠어.”
김치찌개를 보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푸드 트럭에서 밀가루를 가져다가 반죽을 만들었다.
그 모습에 할머니가 손을 내밀어 자신이 직접 반죽을 하기 시작했다.
주물럭! 주물럭!
손수 반죽을 만든 할머니가 김치찌개에 그것을 조금씩 뜯어서 넣자 다른 할머니들도 옆에 와서는 같이 반죽을 뜯어 넣었다.
그렇게 반죽을 넣던 할머니가 조금 남은 반죽 한 덩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넓게 펴서는 화롯불에 휙 하고 넣었다.
“어?”
왜 멀쩡한 반죽을 화롯불에 넣나 싶은 것이다. 그런 강진의 눈에 밀가루 반죽이 살짝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