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10
311화
산삼을 보던 강진이 돼랑이를 보다가 웃었다.
“고맙다.”
돼랑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새끼 돼지들을 한 번 보더니 다시 강진을 보았다.
그러고는 강진의 다리에 머리를 툭 대었다가 떼어냈다.
“고맙다고 하는 거냐?”
강진의 말에 돼랑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휙 하고 몸을 돌려 새끼 돼지들에게 다가갔다.
마치 쑥스럽다는 듯이 말이다. 그런 돼랑이를 보던 강진이 산삼을 조심히 들고는 말했다.
“사료 주고 산삼이라……. 이거 내가 너무 악덕 장사꾼 같은데? 앞으로 애들 사료 평생 대야겠네.”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돼랑이를 향해 산삼을 들었다.
“잘 먹을게.”
강진의 말에 돼랑이가 힐끗 그를 보고는 다시 애들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피식 웃고는 차에 올라탔다.
고맙다는 인사를 좀 더 하고 싶지만, 돼랑이는 새끼들 먹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았다.
“12시 40분…… 일단 동해 일부터 좀 해결하자.”
강진이 고시학원이 있는 쪽으로 차를 몰았다. 내일 점심 장사에 늦지 않으려면 오늘 밤에 할 일을 조금 서둘러야 했다.
“동네에 귀신 좀 많았으면 좋겠네.”
그렇게 중얼거린 강진이 운전에 집중했다. 어두운 산길 비포장도로를 헤드라이트 하나 의지해서 가는 건 정말 간이 떨리는 일이었다.
덜컥! 덜컥!
한 번 덜컥거릴 때마다 강진은 자신의 심장도 같이 덜컥거리는 것 같았다.
“여기 저녁에는 올 곳이 못 되네.”
***
고시학원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는 작은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슈퍼가 딱 하나만 있는 그런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부릉!
마을 외곽에 차를 주차한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로등 몇 개가 불을 밝히고 있지만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을을 보던 강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의 눈에 어슬렁거리는 귀신들 몇이 보였다.
시골 마을이라 그런지 젊은 귀신들은 없고 노인 귀신들 몇이 보였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최호철, 최호철, 최호철.”
부름과 함께 옆에 최호철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아악!
“여기 어디야?”
낯선 풍경에 최호철이 의아한 듯 묻자 강진이 최동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최동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최호철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럼 언제 죽은 지도 모르는 차종석이라는 아이의 동생을 찾아야 한다는 거네.”
“네.”
“그 동생 이름은 알고?”
“차은미요.”
“차종석, 차은미…… 지금 이 시간에 날 부른 건 귀신들을 통해 알아보자는 거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시학원이 전에 초등학교였어요. 그 어린애가 산에 와서 죽었으면 가장 가까운 여기에서 살았을 겁니다.”
“가장 가까운 마을이 여기는 맞고?”
“네.”
“근처에 다른 학교는 없어?”
“없어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도 아니고 이런 시골 마을이면 애 집 하나 찾는 건 어렵지 않겠네.”
“그렇죠?”
“도시야 앞 집 사는 애가 누구인지 백날 마주쳐도 모르지만, 시골이면 옆집 숟가락 수까지 알고 지내니까.”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마을을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요즘은 시골도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던데…….”
“그런 마을도 있는데…… 이 정도 마을에 논이 있는 것을 보면 친하게 지낼 거다.”
“왜요?”
“농사에는 인력이 필요하잖아. 기계로 많이 한다고 해도 사람 손 필요한 곳에는 사람 손이 들어가야 하니…… 서로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지. 서로 친하게 지내야 일도 돕고 할 것 아니겠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논과 밭이 많았다.
“그러네요.”
강진의 답에 최호철이 귀신들을 보다가 말했다.
“일단 귀신들 만나서 이야기 좀 들어보고 안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자.”
말과 함께 최호철이 문을 뚫고 내렸다.
스륵!
그 뒤를 이어 강진이 내리자 최호철이 말했다.
“내가 밖에서 한 바퀴 돌 테니까, 네가 안쪽으로 가 봐.”
시간 줄이려면 둘이 따로 다니는 것이 빠르기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을 안으로 들어간 강진이 주위를 보며 귀신을 찾아다녔다. 생각보다 마을 안에는 귀신이 잘 보이지 않았다.
‘마을 밖에는 꽤 보이던데.’
강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다가, 정자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 귀신 한 명을 볼 수 있었다.
그에 강진이 슬며시 귀신에게 다가갔다. 강진이 다가오는 것에 할아버지가 작게 중얼거렸다.
“못 보던 얼굴인데…… 도둑인가?”
못 보던 젊은 놈이 마을에 돌아다니니 귀신인가 싶은 것이다.
“총각, 훔쳐 갈 거라고는 쌀하고 감자밖에 없어. 마을 잘못 찾아왔어.”
할아버지 귀신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살며시 다가가며 말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강진의 부름에 할아버지 귀신이 그를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뒤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본 할아버지 귀신이 그대로 굳어졌다.
그렇게 굳어 있는 할아버지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자리를 옮겨 그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어르신.”
“으악! 귀신이다!”
깜짝 놀라 제자리에서 팔짝 뛰어오르는 할아버지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저 사람입니다.”
“사…… 사람이 어떻게 나를 봐?”
놀란 눈을 하는 할아버지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귀신 보는 사람들 꽤 있어요.”
“설마 그럴 리가?”
의아해하는 할아버지 귀신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제가 여쭤볼 것이 있어서 말을 좀 걸었습니다.”
귀신을 보는 사람도 처음 보는데, 그 사람이 자신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니 할아버지 귀신이 의아한 듯 말했다.
“나한테?”
“혹시 차종석이라고 아세요?”
“차…… 뭐?”
“차종석이라고, 이 마을에 살았던 애인데…… 일곱 살에 죽었습니다.”
“쯔쯔쯔! 어쩌다가 어린애가 그렇게 죽었지?”
“저 산에 갔다가 죽은 듯합니다.”
강진이 고시학원이 있는 산 쪽을 가리키자 할아버지가 혀를 찼다.
“산이 그리 험하지도 않은데 왜…….”
“사고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혹시 아십니까?”
“차종석이라…… 언제 죽었는데?”
“그건 저도 잘 모르는데 한 이십 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강진의 기억에 고시학원이 들어선 것이 15년이 좀 넘었다. 폐교가 되고 몇 년 지난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을 했다고 했으니 최소한 20년 전일 것이다.
“내가 여기 고향이 아니라 도시에 살다가 귀농한 거라 이십 년 전이면 잘 모르겠네.”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이 마을에 오래 사시다 돌아가신 분이나,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되신 귀신 아세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그를 보다가 슬며시 말했다.
“저기…… 진짜로 사람이야?”
“그럼요.”
아직도 의아해하는 할아버지 귀신을 보며 강진이 손을 위아래로 흔들어 보이다가 핸드폰을 꺼내 라이트를 키고는 자신을 비췄다.
“이렇게 그림자도 있잖아요.”
“핸드폰…….”
핸드폰을 본 할아버지 귀신이 강진을 보다가 말했다.
“저기…… 전화 한 통 해 줘.”
“전화요?”
“내 자식들한테 전화해서…….”
“아…….”
보고 싶다고 하려 그러시나? 아니면 하실 말이 있나 싶어 강진이 난감한 듯 핸드폰을 보았다.
거절을 해야 하나 싶을 때, 할아버지 귀신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욕 좀 해 줘.”
“욕?”
강진이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자, 할아버지 귀신이 소리쳤다.
“자식 놈들이 나 죽었다고 내 마누라 한 번을 안 찾아와! 이 나쁜 놈들!”
갑자기 분개하는 할아버지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자식들이 할머니한테 안 오세요?”
“그러게 말이야! 이놈의 자식들! 아무리 지 낳아 준 친엄마가 아니라고 해도 그렇지! 지들 어릴 때 봐주고 철마다 반찬 보내주고 김치도 수십 포기씩 담가주고 다 했는데 나 죽었다고 이놈들이 집 한 번을 안 찾아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화를 내는 할아버지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저기……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전화해서 욕을 하는 것도…….”
“괜찮으니까 전화해서 ‘이현운! 이현태! 이현미! 이놈들아, 너희가 그러고도 사람 새끼냐!’ 하고 욕을 해 줘. 허리 아픈 우리 마누라, 골골거리면서도 손주들 밥까지 챙겨주고 고생고생을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내버려 둬!”
말을 듣고 보니 할아버지의 사정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재혼을 하셨는데, 새어머니가 좋은 분이셨나 보네.’
흔히 새엄마가 자식들에게 나쁘게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 집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말을 들어 보니 자식들이 일하느라 애 키우기 힘들 때, 애들을 맡아서 대신 키워 주기도 하고 김치도 담가서 보내줬다니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새엄마가 나쁜 사람이었다면 자식들이 애들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새엄마에게 구박을 받고 자랐다면 자기 아이들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새엄마는 좋은 사람일 것이다.
‘손자 손녀를 믿고 맡길 정도면…… 당신들한테도 잘 했을 텐데…….’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할아버지 귀신을 보았다.
“그런데 왜 여기 계세요?”
“나는 수호령이 아니라서…… 마누라 옆에 있으면 안 좋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멀리서 보는 거지.”
말을 하며 할아버지 귀신이 정자 맞은편에 있는 집을 보았다. 그에 강진도 그곳을 보았다.
대문은 안 달렸는데 입구가 넓었고 마당도 넓었다. 거기에 한쪽에는 바비큐를 해 먹는 드럼통도 있고 집은 황토로 지어진 이층집이었다.
“저기가 집이세요?”
“에휴! 그나마 집이라도 내가 마누라한테 남기고 가서 다행이지. 이 잡놈들! 큰놈한테 명의 넘겨줬으면 진즉에 집 팔아 버렸을 거야!”
말을 하다가 다시 화가 나는지 욕을 하며 고함을 지르는 할아버지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강진이 말했다.
“저기 그 오래되신 귀신 분은…….”
“나 좀 도와줘. 아니, 내 마누라 좀 도와줘.”
간절하게 자신을 보며 손을 잡는 할아버지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돕겠습니다.”
“정말?”
“네.”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안쓰러운 눈으로 집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
할아버지 귀신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갔다.
할아버지 귀신의 뒤를 따라가며 강진이 물었다.
“혹시 차은미라고 아세요?”
“차은미?”
“차종석 동생입니다.”
“모르겠는데.”
“그럼 마을에 차 씨는 있나요?”
차 씨는 그리 많은 성이 아니다. 그러니 마을 안에 차 씨가 있다면 그 집이 차종석의 집일 가능성이 컸다.
“우리 마을에 차 씨는 없는데.”
“없어요?”
“내가 여기 십 년 정도 살았는데 우리 마을에는 차 씨가 없어.”
“혹시 어르신 모르는 분이 계실 수도 있잖아요?”
“에이! 이런 시골 마을에 얼마나 많이 산다고 모르나. 외지인 아니면 다 형님 동생 하는 사이라 다 알지. 우리 마을에는 차 씨가 없어.”
말을 하며 할아버지 귀신이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갔다.
‘차 씨가 없어? 이사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