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17
318화
그동안 부모님의 연금을 챙긴 것에 이현태와 이현미가 화를 내자 이현운이 급히 말했다.
“그건 나중에 어머니 아프시거나 하면 병원비로 쓰려고 모아…….”
“와!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더니! 오빠, 그게 말이 돼?”
연 끊고 살자고 했던 사람이 이제야 병원비에 쓰려고 했다니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형 정말 너무한 거 아냐? 이때까지 얼마나 챙긴 거야.”
“그래! 지금이라도 그거 나눠. 아니, 그 통장 나한테 줘. 앞으로 내가 관리할 테니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걸 왜 너희가 관리를 해. 장남인 내가 해야지.”
그런 형제들의 모습에 김윤자가 한숨을 쉬었다.
“이제 그만하고…… 나가줄래?”
“어머니.”
“이제 어머니라는 소리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에 동생들 눈치를 살피던 이현운이 말을 하려 하자, 신수호가 선수를 쳤다.
“의뢰인 아내분께서 피곤해하시니 그만 나가 주시겠습니까?”
신수호의 말에 이현운이 그를 힐끗 보고는 김윤자를 보았다.
“알겠습니다. 어머니께서 원하시는 것이 이런 거라면 어머니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이현운의 말에 강진이 그를 노려보았다.
‘와…… 끝까지 저렇게 나오네.’
마치 어머니의 의견에 따라 연을 끊는다는 식이 아닌가?
‘사람의 탈을 쓴 금수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이현운이 말했다.
“그럼 이 집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집?”
“이건 저희 아버지가 지으신 집입니다.”
이현운의 말에 김윤자가 그를 멍하니 보았다.
“현운이…….”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김윤자가 피식 웃었다.
“그만 가렴.”
“명의 이전해 주시면 어머니 돌아가실 때까지는 사셔도…….”
“나가!”
김윤자의 고함에 이현미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엄마, 그래도 정리할 건 하고…….”
“나가라고! 나가! 내 남편 집에서 당장 나가!”
그때 신수호가 앞으로 나섰다.
“이만 나가 주시겠습니까?”
“당신이 뭔데 우리 보고 나가라는 겁니까! 이건 우리 가족…….”
말을 하던 이현운의 앞에 강진이 섰다. 그러고는 이현운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나가시죠.”
“넌 또 뭐야?”
“경찰 부르겠습니다.”
“그래, 경찰 불러! 나가야 할 건 바로 너희들이지!”
이현운의 외침에 신수호가 그를 보았다.
“법대로 하실 생각이시라면…… 법대로 하지요.”
신수호의 말에 이현운의 얼굴이 굳어졌다. 법대로 하자니, 할 수가 없었다.
신수호 이름만 말해도 모든 변호사가 발을 뺐다. 잠시 그를 보던 신수호가 한숨을 쉬었다.
“집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이야기하시지요.”
이현운의 말에 신수호가 그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이미 한 장 가지고 있으시겠지만, 앞으로 김윤자 씨와 할 이야기가 있으면 저에게 연락하십시오.”
“어머니와 통화하는데 왜 당신을…….”
“며칠 내에 호적 정리가 되면 남입니다. 그러니 할 이야기가 있으면 저에게 하시면 됩니다. 저를 통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제 의뢰인의 아내 분에게 연락을 하시면 법대로 처리를 해 드리겠습니다.”
“가, 가자.”
신수호의 차가운 목소리에 침을 삼킨 이현운이 급히 집을 나서자 이현미와 이현태도 그 뒤를 따라 나갔다.
그런 세 사람을 보던 신수호가 아주머니를 보았다.
“할머니 좀 살펴 주십시오. 그리고 저 형제들에게 전화가 오면 바꿔 주지 마시고 저에게 연락하세요.”
“네.”
아주머니가 따뜻한 물을 뜨러 가자 신수호가 집을 나섰다. 그에 강진도 그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이현운 형제들은 밖에서 연금 통장을 가지고 다투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됐어. 다음에 이야기하자.”
“다음? 다음 언제?”
“어쨌든 이때까지 챙긴 것 삼분의 일 해서 보내.”
돈으로 다투는 형제들을 보며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와…… 저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신수호가 나오는 것을 본 이현운이 눈을 찡그렸다.
“뭐 할 말이 더 있습니까?”
“서류에 서명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서류?”
“유언 집행에 관한 서류입니다.”
“그거 하면 더 이상 이런 귀찮은 일 안 생기는 겁니까?”
이현태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이게 귀찮은 일입니까?”
“그…… 귀찮다기보다는 가족끼리 얼굴 붉히는 일이니…….”
이현태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귀찮은 일 맞습니다.”
“네?”
“파리 쫓는 것만큼 귀찮은 일도 없죠.”
강진의 말에 셋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우리 보고 파리라고 하는 겁니까?”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그래도 양심은 있나 보군요.”
“이봐! 네가 뭔데 우리한테 그따위 소리를 하는 거야!”
형제들의 고성에 신수호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일 안 끝내실 겁니까?”
신수호의 말에 이현운이 강진을 노려보다가 말했다.
“빨리 할 것 합시다.”
그런 이현운의 모습에 이현미가 밖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조카들과 아이들에게 말했다.
“들어가서 너희 짐 챙겨서 나와.”
“집에 가는 거야?”
“가야지. 빨리 챙겨서 나와.”
이현미의 말에 이현운과 이현태의 아내와 자식들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자기들 뜻대로 유언 집행이 됐으니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것을 보며 신수호가 서류 가방에서 파일을 꺼냈다.
“하나는 유언 집행에 관한 서류입니다. 보시고 사인하십시오.”
신수호의 말에 이현미가 서류를 받으려고 하자 이현운이 대신 받았다.
“네가 보면 뭘 아냐?”
“뭐래?”
그러면서도 이현미가 서류에서 손을 치웠다. 이현운 말대로 자신이 본다고 해서 알 것이 없었다.
이현운이 먼저 서류를 보고는 동생들에게도 보여줬다.
“이상 없어?”
“이상 없는 것 같아.”
서류엔 이목한의 유산을 상속받는다는 내용과 유산 비율이 적혀 있는 것 외엔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다만…….
이현미가 의아한 듯 신수호를 보았다.
“여기, 이목한의 채무를 물려받는다고 써진 내용은 뭐죠?”
이현미의 말에 이현운이 급히 서류를 보고는 신수호를 보았다.
“채무? 이게 뭡니까?”
이현운의 말에 신수호가 서류철을 하나 더 내밀었다.
“이건 이목한 씨께서 이행해야 할 채무 내용입니다.”
“아버지가 빚이 있다는 겁니까?”
“보시죠.”
신수호의 말에 이현운이 급히 서류를 확인하다 얼굴이 굳어졌다.
“이게 뭐야? 삼억?”
“삼억이라고?”
“그게 뭐야?”
이현운의 말에 이현태와 이현미가 급히 서류를 보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사, 삼억?”
놀란 눈을 하는 이현운 형제를 보며 신수호가 말했다.
“보시면 이목한 씨가 친필로 작성하고 저희 로펌에서 공증한 채무 각서가 있습니다.”
서류를 급히 뒤로 넘겨 본 이현운이 신수호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유산을 받으면 이 채무도 같이 상속이 된다는 겁니까?”
“맞습니다.”
“이게 무슨…… 우리가 받은 유산이 삼억 조금 넘는데 이건 그거랑 맞먹잖아요.”
“맞습니다.”
“이럴 거면 우리가 유산을 왜 상속받습니까?”
“상속받으라고 한 적 없습니다. 상속 포기하셔도 됩니다.”
“상속 포기?”
스윽!
신수호가 서류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이건 유산 상속 포기 서류입니다. 결정은 여러분들이 하십시오.”
신수호가 유산 상속 포기 서류를 내밀자 이현운이 급히 그것을 보다가 물었다.
“그럼…… 여기에 사인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말 그대로 상속을 포기하는 겁니다.”
“그럼 빚 안 갚아도 되는 거예요?”
이현미의 물음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신 이미 상속을 받은 유산은 회수됩니다.”
“회수? 그럼 그건 누구에게 가나요?”
“채권자에게 갑니다.”
말을 하며 신수호가 손목시계를 스윽 보고는 말했다.
“5분 드리죠. 결정하세요.”
신수호의 말에 삼 남매는 서로를 보았다. 그러다 이현태가 말했다.
“형…… 이거 어떻게 하지?”
“모르겠네. 어떻게 하지?”
“상속받으면 빚 갚아야 하고, 안 받으면 돈 토해 내라는 거잖아.”
세 사람이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보며 신수호가 강진을 데리고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수호와 함께 걸으며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추하네요.”
“돈 앞에서 사람의 본성이 나오는 법입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삼 남매를 보았다.
“지옥에 갔으면 좋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차가운 눈으로 셋을 보았다.
“저들에게는 이미 이곳이 지옥입니다.”
“네?”
“저 모습이 행복해 보이십니까?”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였다.
“그럼 어쩌라고!”
“왜 성질이야!”
“내가 빚 상속받고 너희들이 보태 주겠다니, 그게 말이 되냐!”
“일단 받을 건 받아야 할 것 아냐. 그리고 오빠가 집 살 때 아빠가 돈 해 줬잖아. 그거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냐?”
“너희도 집 살 때 도움 받아 놓고 나한테 왜 그래!”
서로에게 언성을 높이는 삼 남매를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행복해 보이지는 않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신수호가 말했다.
“게다가 자식들은 부모를 보고 배우는 법입니다.”
스윽!
신수호가 가방들을 들고 나오는 아이들을 보았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 훗날 저 집에서 상처받고 눈물 흘리는 것이 저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가방을 들고 각자의 차로 향하는 자제들을 보았다.
별다른 미련 없이 가방을 차에 넣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현실 속의 지옥을…… 자신들의 손으로 만드는군요.”
“자업자득이라 하지요.”
그러고는 신수호가 자신을 힐끗거리는 이변수에게 자신의 옷을 가리켰다.
그에 화들짝 놀란 이변수가 급히 차에 타자 강진이 물었다.
“변상 받으실 겁니까?”
“법대로 해결해야지요.”
그러고는 신수호가 삼 남매에게 다가갔다.
“이야기 끝났습니까?”
“지금 꼭 정해야 하는 겁니까?”
이현운의 말에 신수호가 말없이 서류 두 개를 들었다. 지금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신수호의 행동에 이현운이 동생들을 보았다. 그 시선에 동생들도 서로를 보았다.
하지만 뭐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결정을 하기 어려웠다.
유산을 안 받는다고 하면 일 억씩 토해야 하고, 유산을 받는다고 하면 일 억보다 더 큰돈을 토해내야 하는 것이다.
“저기, 돈은 언제까지 내야 하는 겁니까?”
“어떤 서류에 서명을 하든 바로 저희 로펌에서 회수 절차에 들어갑니다.”
“돈이 없으면요?”
“여러분의 재산에 압류가 들어갑니다.”
“압류?”
“그게 말이 됩니까?”
신경질적인 이현태를 보던 신수호가 고개를 저었다.
“결정 바로 안 하실 거라면 유산 상속 포기로 간주하겠습니다.”
“아니, 우리 유산을 왜!”
“아니면 상속받겠습니까?”
그러고는 신수호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답은 간단합니다. 일 억 토해 내느냐, 아니면 각자 일 억 이천 토해 내느냐.”
신수호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이현미가 모르겠다는 듯 유산 포기 각서에 사인을 했다.
“짜증 나!”
그러고는 자신의 차로 신경질적으로 걸어가자 이현운이 한숨을 쉬고는 사인을 했다.
그에 이현태도 입맛을 다시며 사인을 하고는 자신의 차로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차에 탄 세 사람은 인사말도 없이 각자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을 보던 강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게 끝입니까?”
강진의 물음에 신수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저들에게 준비한 것이 꽤 많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일 진행되면 저에게도 알려 주세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차갑게 텅 빈 주차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실시간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