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19
320화
음식을 만들어 배식구에 넣을 때쯤, 직원들이 하나둘씩 밥을 먹기 위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야, 오늘 냄새 좋네요.”
건장한 체구를 가진 근육질 남자가 웃으며 배식구에 오다가 강진을 보고는 손을 내밀었다.
“오늘 음식 봉사 오신다는 분이군요.”
“이강진입니다.”
“오늘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남자의 말에 임수희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음식 먹고 내 밥 맛 없다고 하면 안 돼요.”
“에이! 나는 집 밥보다 이모님 밥 더 좋아하는데 무슨 소리 하세요.”
웃으며 남자가 식판에 밥을 푸고는 반찬들을 담았다. 그리고 메인 반찬이라고 할 수 있는 오징어볶음과 제육볶음을 반반씩 덜어서는 자리로 가다가 반찬을 하나 집어 먹고는 입맛을 다셨다.
“맛있네.”
다른 직원들도 음식을 담아서는 자리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직원들을 보던 강진이 힐끗 그 옆을 보았다. 방금 말을 걸었던 남자의 옆에 젊은 남자 귀신이 서 있었다.
그 귀신은 소방관 복장을 하고 있었다.
‘하긴 위험한 일을 하는 곳이니…….’
불과 사고에 대응하는 소방관들이니 불행한 일을 당하시는 분들이 있는 건…….
“하아.”
작게 한숨을 쉬는 강진의 모습에 임수희가 그를 보았다.
“왜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밥 먹는데 제가 실수했네요.”
강진의 말에 임수희가 그를 보다가 다시 배식용 음식들을 뒤적거리고는 말했다.
“그럼 저는 퇴근할게요.”
임수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벌써요?”
11시 조금 넘었는데 벌써 퇴근이라니. 강진이 의아해할 때 임수희가 웃으며 말했다.
“하루에 두 시간만 일하거든요.”
“두 시간만요?”
“아홉 시쯤에 출근해서 직원들 식사할 반찬하고 국 만들고 퇴근해요.”
“그럼 이건?”
강진이 음식들을 보며 하는 말에 임수희가 웃으며 말했다.
“놔두면 직원들이 알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설거지도 해 놓으세요.”
“그럼 배식도 알아서들 하시고요?”
“여기 식사 시간 지키면서 일하려면 퇴근 못 해요.”
“출동 걸려서요?”
강진의 물음에 임수희가 앞치마를 벗으며 말했다.
“여기는 식사하다가도 출동 걸리거든요.”
임수희가 식사하는 직원들을 보다가 웃었다.
“다행히 오늘은 식사들 편하게 하겠네요. 아무튼 그래서 하루에 두 시간만 일해요.”
“두 시간만 일하시는 거면 다른 일이 더 낫지 않으세요?”
두 시간만 일해서 용돈벌이나 될까 싶었다. 출퇴근 시간을 생각하면 차라리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돈 벌기엔 쉬울 것이다.
“돈 생각하면 다른 일 하는 게 좋지만 일 그리 힘들지도 않고, 그냥 봉사한다 생각하고 하고 있어요.”
“좋은 일 하시네요.”
그에 미소 지은 임수희가 외투를 걸치고는 강진을 보았다.
“오늘 고마웠어요.”
“아닙니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그럼 저야 좋죠. 먼저 갈게요.”
“수고하셨습니다.”
임수희가 나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돌려 식사를 하는 직원들을 보았다.
하나둘씩 들어오던 직원들이 어느새 스무 명가량이 되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차은미 씨가 안 올라오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의 눈에 식사를 후딱 마친 직원들이 한쪽에 음식 남은 것을 버리고는 설거지를 하는 것이 보였다.
설거지를 한 직원들이 식판을 꼼꼼하게 살피고는 원래 있던 곳에 반대로 뒤집어 놓았다.
“잘 먹었습니다.”
“고생하십니다.”
강진의 말에 소방관들이 웃으며 손을 들고는 구내식당을 나갔다. 잠시 후 다른 직원들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자 직원들도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음식 봉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방관 여러분들이 수고해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강은 누나가 오늘 음식 맛있을 거라고 하더니 냄새 좋네요.”
“맛있게 드세요.”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식판을 들고는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미다! 은미야!”
차종석의 외침에 강진이 힐끗 그를 보고는 그가 보는 방향, 아니 그가 뛰어가는 곳을 보았다.
어느새 차종석이 배식구를 넘어서 입구로 들어오는 한 여성에게 뛰어가고 있었다.
미인형이라기보다는 귀여운 인상을 가진 아가씨였다.
‘차은미.’
차은미는 김강은과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차은미 옆을 차종석이 뛰어다녔다.
“은미야! 은미야!”
차은미를 부르며 좋아하는 차종석을 보며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동생 보고 싶었겠지.’
동생 준다고 곰 잡으러 갔다가 20년 넘게 이별을 했으니 많이 반갑고 좋을 것이다.
‘그런데 잘 알아보네?’
20년이 넘게 못 보다 이렇게 아가씨가 돼서 본 건데도 차종석이 한 번에 알아본 것이다.
강진이 차은미를 볼 때 그녀가 배식구로 다가오며 말했다.
“냄새 좋네.”
“음식 봉사 해 주러 오신 분 솜씨 좋더라. 맛있어.”
“한끼식당 검색해 보니까, 강남에서 맛집으로 소문 나 있는 곳이더라고요.”
“검색도 해 봤어?”
“언니가 음식 봉사 오는 곳이 식당 하신다고 해서 검색해 봤죠. 거기 오색 찹 스테이크 맛있다고 하던데.”
“그래?”
김강은의 말에 차은미가 핸드폰을 꺼내 블로그를 보여주었다.
“맛있겠다.”
“이쁘기도 하죠?”
“그러네.”
두 여자가 웃으며 배식구에 다가오자 강진이 차종석을 보았다. 차종석은 차은미의 주위를 돌며 웃고 있었다.
“은미야! 오빠가 부 데려왔어! 부야 부!”
차종석이 최동해를 가리키며 연신 부라고 외쳤지만, 차은미는 음식에 시선을 둘 뿐이었다.
일단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차종석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런 차종석을 보던 강진이 최동해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너 이만 내려가 있어.”
“형은요?”
“형은 좀 있다가 내려갈게.”
“같이 내려가요.”
웃는 최동해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 네 등에 다시 귀신 올라타면 어쩌려고 그러냐?’
속으로 중얼거리던 강진이 배식구에 다가온 차은미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음식이 참 맛있어 보여요.”
“국민을 위해 노력하시는 소방관 분들이 잘 드셔야죠.”
“그렇게 말해 주시니 제가 소방관이 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으며 차은미가 제육과 오징어볶음을 식판에 담으며 자리로 가다가 문득 옆에 있는 부 인형을 보았다.
“부 인형이네?”
차은미의 말에 김강은이 웃으며 말했다.
“이강진 씨가 가지고 왔어.”
“부 인형을요?”
차은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부 인형을 보았다.
“이런 인형 있으면 분위기 좀 좋아질 것 같아서요. 부 좋아하세요?”
강진의 말에 차은미가 어색하게 웃으며 부를 보았다.
“네.”
하지만 목소리는 그리 좋지 않았다.
“안 좋아하세요?”
“아니야! 우리 은미, 부 좋아해!”
차종석의 외침에 강진이 부 인형을 보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오빠가 부 잡아 준다고 산에 갔다가 죽었으니. 그런데 아주 어릴 때 일인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
그런 생각을 할 때, 김강은이 자리로 갔다.
“가자.”
김강은의 말에 차은미가 그녀를 따라 식탁으로 가자 차종석이 그녀를 따라갔다.
그런 차종석을 보며 강진이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동생도 있고 부 인형도 있으니 동해에게는 안 달라붙겠지?’
일단 목적은 달성했다. 조금 걱정이라면 폭탄 돌려 막기처럼 차종석을 차은미에게 넘겨 버린 것인데…….
차종석에게 귀신이 사람에게 달라붙어 있으면 몸에 안 좋다는 것을 잘 설명하면 더 이상 달라붙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생에게 해가 되는 일이니 말이다.
‘일단 혜미 씨에게 며칠 더 붙어 있으면서 종석이가 너무 다가가지 않도록 잘 타이르게 해야지.’
강진이 차은미와 차종석을 볼 때 김강은이 강진에게 말했다.
“맛있게 먹을게요.”
“맛있게 드세요.”
웃으며 식탁에 그릇을 놓던 김강은이 강진을 보았다.
“이강진 씨도 같이 식사하세요.”
김강은의 말에 강진이 슬쩍 차종석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음식 드렸으니 가야죠.”
“벌써요?”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강진이 슬며시 아이스박스를 챙기자 최동해도 짐 챙겨 주는 것을 도와주었다.
짐을 챙긴 강진이 후다닥 구내식당을 벗어났다.
‘종석이가 따라 붙기 전에 후딱 튀자.’
구내식당을 나온 강진이 서둘러 푸드 트럭에 아이스박스를 싣자, 최동해가 의아한 듯 말했다.
“그런데 급한 일 있으세요?”
“응? 왜?”
“쫓기시는 것 같아서요.”
“그런 것 아니야.”
애써 웃으며 강진이 힐끗 소방서를 보다가 얼굴이 굳어졌다.
소방서에서 차종석이 뛰어나오고 있었다.
그에 종석이 급히 차에 오르려 할 때, 이혜미가 소리쳤다.
“괜찮아요!”
이혜미의 외침에 강진이 멈칫해서는 그녀를 보았다.
“인사하고 싶대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차종석을 보았다. 차종석은 푸드 트럭 옆에 다가와서는 최동해를 보고 있었다.
물론 최동해는 차종석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최동해 앞에 선 차종석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동안 놀아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사람한테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아저씨들이 이야기해 줬는데, 너하고 있으면 포근하고 좋아서…… 미안해.”
차종석의 사과에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종석이 녀석도 알고는 있었네. 그냥…… 외롭고 떨어지기 싫어서 고집을 부린 건가?’
가족도 없는 산속에서 20년 넘게 떠돌았던 차종석인 만큼, 동생이 좋아하던 부를 닮은 최동해가 좋았던 것이다.
물론 최동해는 차종석이 하는 말을 듣지 못하니 멀뚱거리며 강진을 볼 뿐이었다.
“안 가세요?”
“잠깐만.”
그러고는 강진이 소방서를 보았다. 소방서를 보며 뭔가 생각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에 최동해가 말없이 옆에 서 있을 때, 차종석이 몇 마디 말을 더 했다.
“살 많이 빼지 마. 너는 뚱뚱한 것이 어울려.”
그러고는 차종석이 웃으며 최동해의 허리를 손으로 몇 번 두들겼다.
툭툭툭!
“잘 가고, 놀러 와.”
그때 최동해가 문득 자신의 허리 쪽을 내려다보았다.
“왜 그래?”
“어쩐지…… 뭔가 기분 좋은 느낌이 들어서요.”
“그래?”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자신의 허리를 손으로 쓰다듬고는 말했다.
“뭔가…… 그냥 기분이 좋네요.”
최동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푸드 트럭을 가리켰다.
“타.”
최동해가 차에 오르자 강진이 차종석을 보았다. 차종석을 부르려던 강진이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말했다.
“잘 지내세요.”
강진의 존대에 차종석이 그를 보고는 웃었다.
“동해 잘 챙겨 줘.”
차종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지금까지 어린애처럼 구신 거, 일부러 그러신 겁니까?”
“내가 죽었을 때가 어렸지, 지금도 어린 건 아니잖아. 그리고 다음에 보면 형이라고 불러. 내가 너보다 나이 많으니까.”
강진은 차종석의 말에서 어쩐지 만복의 느낌이 나는 것 같았다.
“종석 형님이라고 깍듯이 모시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차종석이 웃으며 차에 탄 최동해를 보았다.
“동해 몸에 있던 귀기는 내가 방금 전에 다 뽑았으니 몸에 문제는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어? 그런 것도 하실 수 있으세요?”
“귀신으로 산 지 20년이 넘는데 그런 거 하나 못 할까?”
차종석의 말에 강진이 다시 최동해를 보았다.
‘방금 전에 기분이 좋다고 한 건 귀기를 뽑아서 그런 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차종석을 보았다.
“너무 오래 머물지 마시고 승천하세요.”
강진의 말에 차종석이 피식 웃으며 그 허리를 손으로 두들겼다.
“음식 자주 해 와. 은미 맛있게 먹더라.”
차종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저희 식당 한 번 들르세요.”
“알았어. 가.”
차종석의 말에 강진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이혜미를 보았다.
“가죠.”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갈게요.”
이혜미의 말에 차종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고마웠어. 가도 돼.”
“아니에요. 며칠 이야기 상대 해 드릴게요.”
이혜미의 말에 차종석이 고맙다는 듯 그녀를 보다가 서둘러 소방서로 뛰어갔다.
“은미야!”
차은미를 크게 부르며 뛰어가는 차종석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어쩐지 속은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도 속은 것 같아요. 저렇게 어른스럽게…… 아니, 어른인 줄 저도 몰랐거든요.”
“살았으면 배우 해도 됐겠어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웃고는 차종석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차에 올라타서는 소방서를 보았다.
‘다음에도 음식 봉사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