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2
32화
이강진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모든 배치가 끝이 나자, 직원이 말했다.
“각 부서에서 사람이 올 겁니다. 호명하면 그들을 따라 각 부서로 가시면 됩니다.”
말과 함께 직원이 밖으로 나가자, 강진이 자신과 함께 호명이 된 최동해에게 고개를 돌렸다.
최동해는…… 뚱뚱했다. 안경을 끼고 뚱뚱하고 피부는 조금 까무잡잡한, 절대 잘생겼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저하고 같은 부서네요.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강진의 인사에 최동해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최동해와 인사를 나눈 강진이 문을 보았다. 문을 통해 사람들이 줄줄이 들어오더니 이름을 부르고는 인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강진도 수출 대행 2팀에서 온 사람과 함께 부서로 이동을 했다.
태광무역은 이 건물의 8층부터 14층까지를 사용하는데, 수출 대행 2팀은 그중 10층에 위치해 있었다.
강진 일행을 데리고 수출 대행 팀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면서, 이상섭이라는 이름의 직원이 간단하게 일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수출 대행은 한국에서 외국으로 물건 판매를 하기 원하는 중소기업을 대신해서 우리가 물건을 팔아 주는 겁니다.”
그러고는 이상섭이 두 사람을 보았다.
“이해 안 되는 것 있습니까?”
“없습니다.”
강진의 답에 이상섭이 최동해를 보았다. 그 시선에 최동해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그에 잠깐 그를 보던 이상섭이 다시 걸으며 두 사람의 이력서를 읽었다. 그러다가 강진을 돌아보았다.
“심리…… 학과네요?”
“네.”
“아니…… 무슨…….”
잠시 말을 멈췄던 이상섭이 입맛을 다시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심리학과가 왜 우리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왔어요? 아니 어떻게 인턴이 된 겁니까?”
과 따라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이 옛말이기는 하지만, 토목 회사는 토목과를 뽑고 건축 회사는 건축과를 뽑는다.
이처럼 태광무역도 무역, 경영, 혹은 외국어학과 직원들을 뽑는다. 특히 인턴 같은 경우는 각 학교 무역학과에서 이력서를 받으니 심리학과에서 올 경우가 거의 없었다.
“저희 과에서 한 명 뽑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학교가 어디라고 했죠?”
“서신대입니다.”
“서신대 심리학과…….”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이상섭이 뭔가 떠오른 듯 강진을 보았다.
“아!”
그러고는 잠시 강진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서신대 심리학과에서 인턴 한 명 뽑는다고 하더니…… 젠장! 서류 정리라도 하려면 무역 용어라도 알아야 할 텐데…….’
인턴에게 일을 제대로 시키지는 않는다.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면 문제가 생기니 말이다.
그래서 잡일이나 중요하지 않은 실무를 시키는데 무역학과가 아니라면 무역 용어도 제대로 모를 테니…… 걸음마부터 가르쳐야 할 상황이었다.
그에 한숨을 쉰 이상섭이 걸음을 옮기다가 강진을 보았다.
“수출 대행이 뭐 하는 곳인지 설명해 보겠어요?”
이상섭의 물음에 강진이 바로 답했다.
“대기업들과 달리 수출에 대한 노하우도 없고, 판매처 루트도 없는 중소기업들이 무역회사에 수출 대행을 맡기는 겁니다.”
강진의 답에 이상섭이 뜻밖이라는 듯 그를 보았다.
‘공부 좀 한 건가?’
“그럼 수출 대행을 맡은 물건들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존에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거래처 중 중소기업의 물건을 팔 수 있을 만한 곳에 연결을 해 주는 겁니다. 거래처에서 사겠다고 하면 수출을 하고, 우리 회사는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겁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그들은 수출 대행 2팀에 도착했다.
수출 대행 2팀은 일곱 명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과장이 팀장이고 대리 둘에 평사원이 다섯이었다.
‘해외사업부는 팀장이 부장이던데, 여기는 과장이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수출 대행 2팀 팀장 임호진 과장이 말했다.
“일단 우리 회사에 인턴으로 온 걸 축하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강진이 먼저 고개를 숙이자 최동해도 따라 고개를 숙였다. 그런 둘을 보며 임호진이 말을 이었다.
“인턴 생활하면서 궁금한 것 있으면 여기 이상섭 씨에게 묻고 지시도 받으세요. 그리고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아요.”
“네?”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인턴 중에는 열의가 너무 강해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잘 되면 좋은 일이지만…… 대부분 사고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혹시라도 실수를 했으면 혼자 수습하거나 숨기려 하지 말고 바로 나나 이상섭 씨에게 말을 하세요. 그래야 수습을 합니다.”
“알겠습니다.”
강진이 답을 하자 임호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자리 안내해 주고 오늘 업무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상섭이 둘을 데리고 한쪽에 있는 책상을 안내하고는 파일철을 내려놓았다.
“이건 지금 우리 팀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입니다. 오늘은 이것들 숙지하세요. 그리고 파일들은 절대 회사 밖으로 유출이 되면 안 되니 사무실 내에서만 두고 읽으셔야 합니다.”
단단히 주의를 준 이상섭이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일을 시작하자, 강진과 최동해도 서류철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서류철을 보며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하기를 잘했네.’
모르는 단어가 몇 있기는 했지만 그것 외에는 읽는 데는 별문제가 없었다.
물론 읽을 수 있는 것과 숙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수출 대행 2팀에서 하는 사업 내용들을 읽고 있을 때 이상섭이 다가왔다.
“지금 미팅하러 갈 겁니다. 두 사람 같이 갑시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일어나자 이상섭이 서류철을 들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탄 이상섭이 서류철을 펼쳐 내용을 확인하다가 말했다.
“미팅 어떻게 하는지 보여 주려고 같이 가는 겁니다. 다른 행동은 하지 마세요.”
이상섭의 말에 강진과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층에 내린 이상섭이 문득 둘을 보았다.
“카운터에서 신분증 돌려받아서 카페로 오세요.”
건물 내 위치한 카페를 가리키자 강진이 최동해와 함께 안내 데스크에 가서 신분증을 돌려받았다.
“전 28살인데, 최동해 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26살입니다.”
최동해는 강진보다 2살 어렸다.
“나이 차는 있지만 동기이니, 인턴 기간 동안은 군대 동기처럼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네요.”
“네.”
단순하게 답을 하는 최동해의 모습에 강진이 자기도 모르게 그를 위아래로 살폈다.
그리고 최동해의 발의 모양이 자신과 반대 방향으로 향해 있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를 싫어하나?’
발은 호불호를 표현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발이 나아가고, 싫어하는 사람은 피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건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혹시 나를 경쟁자로 생각을 하나?’
생각을 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인턴들 입장에서는 정직원이 되는 것이 최고의 결과다.
그러니 같은 인턴들이 서로 라이벌이고 경쟁자인 것이다. 게다가 강진은 무역학과도 아닌 심리학과이니…… 굴러온 돌 취급을 받을 것이다.
‘흠…… 생각보다 인턴 사이에서 미움 많이 받겠네.’
어쨌든 강진과 최동해는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카페 안은 사람들이 많았다.
회사 내 위치한 커피숍이라 그런지 직장인들이 많았고, 외부 사람과 미팅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았다.
그리고 한쪽에 이상섭이 두 명의 남자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강진이 다가오자 이상섭이 옆자리를 가리켰다. 그에 둘이 앉자 이상섭이 손에 들린 식칼을 보았다.
이상섭이 말없이 식칼을 이리저리 보는 것에, 맞은편에 있던 남자가 말했다.
“오이 식칼이라고 들어보셨죠?”
“게임에서도 파는 칼인데, 들어 봤죠.”
오이 식칼이 유명해지자 게임 속에서도 소도 형태 무기로 만들어 나오기도 했었다.
“저희 칼에 오이 문양만 씌우면 오이 식칼입니다.”
“이게요?”
“오이 식칼이 유명해지니까. 여기저기서 오이 식칼이라고 만들어서 파는데 다 가짜입니다. 독일에서 오이 식칼이라고 나오지만 그것도 가짜에요.”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식칼 만드는 회사도 아닌데 독일 회사라는 이름만 달고 한국으로 들어온다고요.”
“독일이 주방 용품을 잘 만들기는 해도 오이 식칼 원조는 한국입니다.”
“그럼 이게 원조라는 겁니까?”
“아뇨. 저희도 가짜입니다.”
남자의 말에 이상섭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그런데요?”
“가짜라고 해도 저희 칼도 오이 식칼에 비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회사들에서 저희 칼에 오이 문양 찍어서 오이 식칼이라고 파는 겁니다. 시중에 도는 오이 식칼 중 반은 저희 회사에서 만든 걸 겁니다.”
“오이 식칼은 아니지만 오이 식칼로 팔려 나갈 정도로 성능이 좋다는 거군요.”
“네.”
남자의 말에 이상섭이 식칼을 이리저리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빨대 몇 개 가져와 주세요.”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카운터로 가서는 빨대 몇 개를 얻어왔다.
강진이 주는 빨대를 받은 이상섭이 식칼로 그것을 스슥! 그었다.
빨대가 잘려나가는 것을 보던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척 날카롭군요.”
“어떻게 되겠습니까?”
남자의 물음에 이상섭이 식칼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가지 확인을 해야겠지만…… 일단 계획을 잡아 보겠습니다.”
“확인이라면?”
“그쪽 업체 생산량과 물건의 상태를 저희 쪽에서 확인을 할 겁니다.”
“저희가 물건만 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쪽 판매처에 우리가 수출 운반만 해 주면 그렇게 해도 되지만, 그쪽이 원하는 것은 수출과 판매처를 저희가 확보해 달라는 것입니다. 저희 거래처를 통해 알선을 해야 하는 것이라 저희도 믿을 수 있는 곳만 수출 대행을 맡습니다.”
이상섭의 말에 남자가 옆에 있는 동료를 보았다. 그에 동료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상대방이 일어나자 이상섭이 그들과 악수를 했다.
상대방 일행이 가자 이상섭이 식칼을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아! 가서 두 분도 커피 한 잔씩 시키세요. 나온 김에 커피나 한 잔씩 하고 들어가도록 하죠.”
이상섭이 카드를 주자 강진이 카드를 받아서는 커피를 주문하고 돌아왔다.
탁자에 식칼 세트를 여럿 꺼내 놓은 이상섭은 식칼들을 모두 꺼내 놓고 하나씩 잘라 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강진도 슬며시 식칼을 집었다.
스윽!
그것을 본 이상섭이 말했다.
“칼 어때요?”
“날카롭네요.”
“식칼과 과도 세트 해서 5만 5천 원인데, 살 거예요?”
“비싸네요?”
고시원에서만 살아 본 강진이라 따로 식칼을 사서 쓸 일이 없었다.
하지만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어지간한 물품들의 가격은 알고 있었다.
싼 건 만 원이고 비싸도 2, 3만 원 정도였다. 5만 5천 원이면 식칼치고는 비싼 가격이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칼을 이리저리 보다가 말했다.
“독일제 식칼은 이십만 원에서 삼십만 원도 하니 그걸 생각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닙니다.”
잠시 식칼을 만지작거리던 거리던 이상섭이 턱을 쓰다듬었다.
“물건은 좋은데…….”
이상섭이 뭔가를 생각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건은 확실히 좋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그를 보았다.
“무슨 말이에요?”
“물건은 확실히 좋은 것 같습니다.”
같은 말을 하는 강진의 모습에 이상섭이 그를 보았다.
“물건은?”
왜 물건만 좋냐는 말을 하냐고 묻는 이상섭을 쳐다본 강진이 방금 두 사람이 앉아 있던 곳을 응시했다.
“물건은 좋지만…… 그 두 사람은 믿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