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21
322화
부웅!
강진의 차가 학교 주차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꽃 사세요!”
“꽃!”
주차장 곳곳에선 졸업식에 필수라 할 수 있는 꽃을 팔고 있었다.
아주머니들이 파는 것도 있고 학생들이 파는 것도 보였다. 아무래도 졸업식 특수에 학교 후배들이 용돈이라도 벌려고 꽃을 가져다가 파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강진은 주차할 곳을 찾아 주위를 서성이다가 입맛을 다셨다.
‘차를 괜히 가지고 왔네.’
주차를 할 곳이 없었다. 확실히 졸업식에 참석한 가족들이 많다 보니 주차할 곳을 찾기 힘들었다.
그에 강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한쪽 길가에 차를 세웠다.
원래는 주차 금지 구역이지만, 졸업식이라 학교에서 차를 세울 수 있게 해 놓은 곳이었다.
그곳에 주차를 한 강진이 차에서 내렸다.
덜컥!
강진이 타고 온 차는 평소 그가 타고 다니던 것이었다. 황민성의 차가 너무 눈에 띄기도 하고, 막상 타려니 너무 과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긁어먹기라도 하면 황민성에게 미안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황민성이 타라고 준 차는 가게 뒤에다 세워 놓고 자신의 차를 끌고 온 것이다.
대신 황민성이 준 옷은 잘 차려입고 온 강진이었다.
“그럼 졸업식 잘 하고 오세요.”
“졸업 축하드립니다.”
차에 붙어 있는 선주와 최훈의 축하에 강진이 웃으며 슈트 재킷을 걸쳤다.
“감사합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강진의 모습에 선주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잘 어울려요.”
“그래요?”
“네.”
선주의 말에 강진이 자동차 유리에 자신을 비추어 보았다. 확실히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머리가 조금 어색했다.
지금 강진은 머리를 세팅한 상태였다. 물론 강진이 한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는 그저 손으로 스슥! 하는 것으로 외출 준비 끝이었는데, 오늘은 여자 귀신들이 헤어 제품으로 스타일을 잡아 준 것이다.
그래서 어색했다.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손으로 만지려던 강진에게 선주가 말했다.
“지금 딱 좋아요. 만지지 말아요.”
선주의 말에 강진이 손을 내리곤 입맛을 다셨다.
“정말요?”
“그래요. 가서 졸업식 잘 하세요.”
“잘 하고 말고 할 것이 있나요.”
웃으며 강진이 과사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심리학과 과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몇몇 후배들이 그를 보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형 오늘 멋진데요?”
후배들이 하는 인사에 강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사실 지금 강진의 몸에 걸친 것 중 팬티 한 장 빼고는 다 황민성이 보내 준 것들이었다.
슈트케이스 안에는 시계, 지갑, 벨트에 양말까지 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따로따로 주면 강진이 안 받을 것 같아서 슈트케이스 안에 다 넣어서 보낸 모양이었다.
그래서 강진이 지금 입고 있는 제품들은 다 명품이었다. 명품에 대해 잘 모르는 강진이지만, 황민성에게 선물로 들어오는 물건들이 싸구려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황민성이 보냈기에 강진은 모두 착용했다.
명품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오늘은 졸업식이기도 하니 멋을 낸 것이다.
부모님이 원했던 서신대를 졸업하는 것이니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나 할까?
어쨌든 그래서 오늘 강진은 평소와 좀 다른 모습이었다.
“강진 선배 아냐?”
“누구?”
“이강진 선배 말이야.”
“아…… 아! 오늘 추리닝이 아니라서 못 알아봤다.”
“졸업식인데 추리닝 입고 오겠냐? 그나저나 저렇게 입으시니 보기 좋네.”
“친해?”
“친할 것이 뭐 있겠냐? 수업 하나 같이 들은 게 단데.”
“그나저나 저 형 졸업은 하네. 학교 다닐 때는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했다고 하던데.”
“저렇게 졸업할 필요가 있나 싶다. 그냥 학비로 생활비 하는 게 더 나을 텐데.”
후배들이 작게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은 강진이 어색함을 느끼고는 서둘러 과사 안으로 들어갔다.
과사 안으로 들어간 강진을 조교를 하는 동기가 웃으며 맞이했다.
“졸업하는구나. 축하한다.”
“고맙다.”
“취업 준비는 잘 돼가?”
“취업했어.”
“그래? 태광무역 인턴 한다더니 아예 거기 들어가기로 한 거야?”
“그건 아니고, 음식점에서 일해.”
“음식점?”
“나중에 한번 밥 먹으러 와라.”
“우리 학교 나와서 무슨 음식점을…….”
“배고픈 사람 밥 주는 것, 얼마나 좋냐.”
강진이 웃자 동기가 한쪽에서 졸업장을 뒤져 그의 것을 꺼내 내밀었다. 강진이 그것을 받아들자, 동기가 종이와 펜 하나를 내며 말했다.
“여기 사인.”
졸업장을 수령했음을 확인하는 내용의 서류에 강진이 서명을 하려고 손을 내밀자, 동기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시계 좋다.”
동기의 말에 강진이 그냥 웃고는 서명을 했다. 그런 강진에게서 종이를 받은 동기가 말했다.
“시계 좀 봐도 되냐?”
“시계?”
“내가 시계 좋아하거든.”
동기가 자신의 손목을 들어 보였다. 그의 손목엔 고급스러워 보이는 시계가 있었다.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계를 풀어 내밀었다.
강진이 준 시계를 받아 본 동기가 귀에 대고 소리를 듣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야…… 청아한 소리 째깍째깍! 좋네. 이거 어디서 샀냐?”
“왜?”
“내가 이때까지 본 콘스탄틴 짝퉁 중에 이런 건 없었어. 이 정도면 S급인데. 이야! 강진이 큰마음 먹었네.”
“무슨 소리야?”
“이 정도 짝퉁이면 돈백도 넘을 걸?”
시계를 보던 동기가 시곗줄을 보고는 혀를 찼다.
“이야, 이거 진짜 같네. 이거 어디서 샀냐? 나 소개 좀 시켜 주라.”
“산 거 아냐. 선물 받았어.”
“선물?”
의아해하는 동기를 보며 강진이 시계를 받아 손목에 차다가 문득 물었다.
“그래서 이거 비싼 거라고?”
“그 정도 짝퉁이면 백오십 정도인데…… 백삼십이면 나는 살 용의가 있다. 지금 바로 팔래?”
“선물 받았다니까.”
손목에 시계를 찬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왜 가짜라고 생각해?”
“그거 진짜면 손목에 중형차 한 대 차고 다니는 건데…… 너 손목 부러져.”
동기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시계를 보았다.
“이게 중형차?”
“그거 진짜면 사오천 정도 할걸.”
“우와.”
순간 강진은 손목이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자기도 모르게 소매를 내려 시계를 숨겼다.
그 모습에 동기가 웃었다.
“가짜 티 안 나. 그냥 내놓고 차.”
동기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황민성이 준 건데 짝퉁일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손목에 중형차를 차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보자.”
“아! 학사모하고 학사복은 안 필요해?”
“됐어.”
“그래도 왔으면 그거 입고 찍어야 졸업식 느낌 나지.”
동기가 한쪽에 걸려 있는 학사복을 가리키자, 강진이 그것을 보았다.
“필요하면 말해. 내가 스윽 해 줄 테니까.”
동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으며 졸업장을 들었다.
“난 이거면 됐다. 간다.”
과사를 나온 강진이 곧 임상옥 연구실로 향했다.
“어! 졸업 축하해요!”
“그래. 너도 축하한다.”
“형! 이야! 옷 좋네요!”
“그래. 너도 오늘 옷 좋다.”
같이 졸업하는 후배들 중 대부분은 강진이 모르는 애들이었지만, 같이 수업을 들었던 몇몇 후배들이 바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강진 형!”
임상옥 연구실을 향해 가던 강진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말끔하게 생긴 청년이 그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이라 누군가 싶을 때 청년이 웃으며 다가왔다.
“이야! 형 옷 좋네요!”
“그…… 미안한데, 형이 오랜만에 학교를 와서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아! 저 정수예요. 오정수.”
“오정수?”
의아한 듯 그를 보던 강진이 힐끗 그 옆을 보았다. 오정수 옆에는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귀신이 서 있었다.
머리를 크게 다친 듯 피가 줄줄 흐르는 중학생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지박령…….’
오정수의 옆에 서 있는 것은 지박령이었다.
강진이 지박령을 볼 때, 오정수가 말했다.
“형 정말 오랜만이네요. 보고 싶었습니다.”
친한 척을 하는 오정수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래. 오랜만이다.”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은 애이니 친한 것은 아닐 테지만, 이렇게 반가워하는데 모르는 척하는 것도 민망하니 말이다.
다만…….
‘얘 뭔가 이상한데.’
사람이 뭔가를 좋아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보게 되면 동공이 확장된다.
감정에 기복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반가움도 감정의 기복이니 눈동자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오정수의 눈동자에는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눈은 전혀 반가워하지 않는데…… 왜 이러는 거야?’
“이따 애들하고 술 마실 건데 같이 하시죠.”
“술?”
“졸업하시면 이제 보기 어려우니까, 같이 한잔해야죠.”
오정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러고 강진이 몸을 돌리려 하자 오정수가 급히 말했다.
“형, 그럼 이따 다섯 시에…….”
“강진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은 자신을 보고 있는 최광현을 발견했다.
“그럼 다음에 보자.”
오정수에게 인사말을 건넨 강진이 최광현에게 다가갔다. 강진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최광현이 힐끗 오정수를 보고는 말했다.
“쟤하고 친해?”
“아뇨.”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해?”
“그냥 와서 말 걸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오정수를 보았다. 오정수는 이쪽을 보다가 최광현의 시선에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렸다.
그런 오정수를 보며 최광현이 눈을 찡그렸다.
“저거 개자식이야.”
“네?”
지금껏 후배들을 나쁘게 말한 적이 없던 최광현이었기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왜요?”
“어쨌든 저놈하고 말 섞지 마라. 저거 인간 말종에 개 호로 잡놈의 새끼야.”
그러고는 최광현이 연구실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연구실 안에서는 늘 보던 후배들이 뭔가 서류를 펼쳐 놓고 보고 있었다.
“형 오셨어요?”
“오셨어요.”
후배들의 인사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고는 말했다.
“밥 먹으러 와.”
“요즘 애들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없다.”
“바빠요?”
“최호철 씨가 가져다준 정보들 취합해서 여기서 쓸 수 있게 설정해야지.”
“아…….”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귀신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보 자체가 귀신에게 들은 것이라, 어디에서 들었냐고 했을 경우 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호철이 가져온 정보들을 여기서 쓸 수 있게 가공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강진이 최광현을 보았다.
“그런데 오정수는 왜요?”
강진의 말에 후배 중 한 명이 그를 보았다.
“오정수요?”
“너도 알아?”
“그 새끼 개새끼예요.”
“네 선배 아냐?”
“선배면 뭐 개새끼가 사람 새끼 되나요?”
평소 조용한 성격의 후배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어떤 앤데?”
“굳이 알 필요 없는 놈이에요.”
“궁금하다.”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말했다.
“부모 잘 만나서 부모 돈으로 학교 다니는 새끼.”
“돈 있는 애들 우리 과에도 꽤 있잖아요.”
서신대에 다니는 학생 중에는 부자들도 꽤 있었다. 한국 최고의 명문 대학교라는 이름답게 부잣집에서 많이들 보내는 것이다.
“그거 하고는 달라. 애가…… 개자식이야.”
말을 하던 최광현이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 새끼 이야기하지 마. 기분 더럽다.”
최광현이 기분 나빠하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어쨌든 그 새끼 다음에 아는 척하면 그냥 쌩 까라. 엮여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놈이다.”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 쪽을 보았다.
‘그런 놈이 왜 나한테 아는 척을 한 거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문이 열리며 임상옥이 들어왔다.
“교수님.”
강진이 고개를 숙이자 임상옥이 그를 보고는 웃었다.
“졸업식이라고 옷에 힘 좀 줬구나.”
“조금…… 어색하네요.”
“잘 어울린다.”
그러고는 임상옥이 말했다.
“강진이 졸업도 했는데 짜장면 먹어야지.”
말을 하며 임상옥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최광현에게 건넸다.
“짜장면하고 탕수육하고 고량주도 몇 잔 해라.”
“감사합니다!”
임상옥이 주는 카드를 환하게 웃으며 넙죽 받는 최광현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교수님도 같이 드시죠.”
“됐다. 대신 사진이나 찍자.”
임상옥이 강진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는 최광현을 보자 그가 핸드폰을 꺼내 후배에게 내밀었다.
“자! 행사 시작하자!”
최광현의 말에 후배가 급히 핸드폰을 받자 다른 후배가 한쪽에서 꽃다발을 들고 왔다.
“선배님 졸업 축하합니다!”
“졸업 축하합니다!”
후배들의 외침과 꽃다발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민망하게 뭘 이런 걸…….”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웃으며 꽃다발을 받았다.
“원래 이런 건 다 민망한 거야. 그래도 이걸 해야…….”
최광현이 꽃다발을 내밀었다. 강진이 웃으며 그것을 받자, 최광현이 말했다.
“졸업식 느낌이 나지. 졸업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