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22
323화
강진과 최광현은 과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교수님과 사진을 찍고 나자 최광현이 강제로 끌고 나와서 사진을 찍게 한 것이다.
그것도 학사복과 학사모도 준비를 해서 말이다.
“좋아! 이제 여기서 학사모를 던지는 장면.”
“뭘 던지기까지 해요.”
“야! 이런 게 다 추억이야. 왜 옛날부터 지금까지…… 자, 봐라!”
말을 하던 최광현이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졸업생들이 동시에 학사모를 머리 위로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이 찍어주고 있었다.
“저렇게들 찍는 이유가 있는 거다.”
최광현이 툭 하고 학사모를 치자, 강진이 떨어지는 학사모를 잡았다.
“레디!”
“하아! 네.”
귀찮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며 강진이 학사모를 들고 준비를 하자, 최광현이 핸드폰을 들고는 외쳤다.
“고!”
휘익!
강진이 학사모를 던지자 최광현의 핸드폰에서 파파팟! 하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렸다.
“연속 촬영이에요?”
“그래야 잘 나온 사진을 남기지.”
웃으며 최광현이 사진들을 보다가 그중 괜찮은 것만 남기고 나머지를 삭제했다.
“이제는 친구들하고 찍어야 하는데…….”
최광현이 입맛을 다시며 주위에서 사진을 찍는 졸업생들을 보았다.
“친한 애들 없지?”
“저야 친하게 지낼 시간이 없어서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안쓰럽다는 듯 그를 보았다.
“친구 좀 사귀지 그랬냐?”
“친구 있어요.”
“친구 누구?”
최광현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형요.”
“나?”
“우리 친구잖아요.”
“미친놈. 이제 기어오르냐? 죽을라고!”
주먹을 움켜쥐는 최광현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친구가 꼭 동갑이어야 하나요? 친하고 오래 봤으면 그게 친구죠.”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 친구 하자. 그래도 형 동생 넘어오면 뒤진다.”
“깍듯하게 형…… 아니, 친한 형으로 모시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웃으며 최광현이 몸을 돌리다가 눈을 찡그렸다.
“저 자식은 왜 저렇게 시야에 계속 걸리는 거야?”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그가 보는 곳을 보았다. 그러자 오정수가 졸업생 몇과 함께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시선에 오정수가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듯했는데…….
“저거 분명 우리 살피는 거지?”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그널이…… 우리 보는 것 맞네요.”
시그널이라고 표현할 것도 없이 힐끗거리며 이쪽을 보는 게 영락없이 살피는 것이 맞았다.
“저놈이.”
최광현이 오정수에게 다가가려 하자 강진이 그를 잡았다.
“두세요. 어차피 오늘 보고 안 볼 사이잖아요.”
“에이! 짜증 나는 놈.”
최광현이 투덜거리는 것을 보던 강진이 말을 하려 할 때, 핸드폰이 울렸다.
황민성이었다.
그에 강진이 전화를 받았다.
“형.”
[옷발 좋네.]황민성의 목소리에 강진이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한쪽에서 걸어오는 황민성을 볼 수 있었다.
“형!”
강진이 웃으며 손을 들자 황민성 역시 손을 들어 보이고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누구야?”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황민성을 보며 말했다.
“또 다른 친구요.”
“친구?”
“형보다 나이가 더 있으시니 존대해 주시고요.”
“그래서 누군…….”
말을 하던 최광현은 황민성이 가까이 다가온 것에 입을 다물었다.
황민성이 최광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강진이와 형 동생 하는 황민성입니다.”
황민성이 오는 길에 대화를 들은 모양이었다. 최광현이 그의 손을 맞잡았다.
“최광현입니다. 강진이가 친구가 별로 없는데 친구라고 해서…….”
“친구?”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내가 나이가 많은 친구기는 하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상 좋게 말을 하는 황민성의 모습에 최광현이 웃으며 말했다.
“저도 강진이 나이 많은 친구입니다.”
“친구끼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지요.”
인사를 나누던 황민성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사진은 많이 찍었어?”
“좀 찍었어요.”
“그래? 그럼 형하고도 찍자.”
그러고는 황민성이 최광현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주었다.
“사진 한 장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시죠.”
최광현이 핸드폰을 받자, 황민성이 강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 사진 찍자.”
그러곤 웃으며 핸드폰을 보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최광현이 들고 있는 핸드폰을 보았다.
‘오늘 사진 많이 찍네.’
생각을 해 보면…… 사회 나와서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는 것이 처음인 것 같았다.
아니, 사회 나와서 이때까지 찍은 사진보다 오늘 찍는 사진이 더 많을지도 몰랐다.
최광현이 사진을 찍고는 웃으며 말했다.
“졸업식에서 찍어야 하는 사진의 정석들이 있는데 몇 장 찍으시죠.”
“그럴까요?”
두 사람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이거 사진을 몇 장이나 찍으려는 거야?’
강진이 한숨을 쉴 때, 최광현이 말했다.
“뭐해. 학사모하고 학사복 벗어서 드려야지.”
“네?”
“원래 친구나 가족이 오면 학사복 입고 같이 찍는 거야.”
최광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좋네요. 이런 것 한 번도 안 입어 봤는데.”
그렇게 말하는 황민성이 손을 내밀자 강진이 학사복을 벗어서 주었다.
“안 입어 보셨으면 입어 봐야죠.”
황민성이 옷을 입고 모자를 쓴 뒤 다시 강진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최광현이 사진을 몇 장 더 찍어주었다.
사진을 다 찍고, 학사복을 벗은 황민성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더 있어야 해?”
“아뇨.”
“그럼 나가자. 중국집 예약해 놨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최광현을 보았다.
“최광현 씨도 같이 가서 짜장면 한 그릇 하시죠.”
“졸업식의 전통을 아시는 분이군요.”
“요즘은 아닙니까? 나 때는 졸업식 날에는 중국집이 대목이었는데.”
“요즘 애들은 짜장면 귀한 줄을 몰라서 그러는지 몰라도 다른 것도 많이 먹더라고요. 하지만…… 역시 졸업식에는 짜장면이죠.”
그러다가 최광현이 말을 덧붙였다.
“저희 짜장면 먹으려고 주문해 놨는데 괜찮으시면 같이 올라가서 드시죠.”
“주문?”
“강진이 졸업식이라고 교수님이 카드를 주셔서 짜장면 시켰거든요. 이제 곧 올 때 됐습니다.”
“제가 먹을 것이 있나요?”
“애들 먹성도 좋고 교수님이 주신 카드라 몇 그릇 예비로 더 시켰습니다.”
“윗사람이 카드를 주면 일단 쓰고 보는 마인드…… 아주 좋군요.”
“쓰라고 주셨는데 팍팍 써야죠.”
최광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신세 한 번 지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최광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성격 화통하시네요. 마음에 듭니다.”
“그쪽도 성격 좋아 보이시네요. 저 역시 그쪽이 마음에 듭니다.”
어쩐지 쿵짝이 잘 맞는 둘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자신과 친한 두 사람이 의외로 잘 맞는 것 같으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럼 올라가서 짜장면 드시죠. 마침 저기 배달 오네요.”
강진이 한쪽을 가리키자 배달 오토바이가 과사 앞에 서는 것이 보였다.
배달원이 배달통 두 개를 꺼내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식사하러 가시죠.”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황민성을 보았다.
“형님, 올라가시죠.”
“형님?”
방금 전까지 황민성 씨라고 하더니 어느새 형님이라고 하는 최광현이었다. 황민성의 반문에 최광현이 웃으며 말했다.
“강진이하고 형 동생 하시는 분한테 씨자 붙이는 것도 너무 정이 없어 보여서요. 그리고 형 눈치 보아하니 저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도 같고.”
“씨에서 형님, 형님에서 형…… 호칭 변화가 빠르네.”
“제가 친화력이 좀 좋습니다.”
“그 친화력 마음에 드네.”
황민성도 편하게 최광현에게 말을 놓고는 그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럼 앞으로 형 동생 하자.”
“앞으로 형이라고 모시겠습니다.”
최광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심리학과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대학교에서 밥을 다 먹어 보네.”
“대학교 밥이 별건가요. 밥이면 다 밥이죠.”
최광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어디에서 먹느냐가 다르지.”
“하긴, 어디에서 누구와 먹느냐로 밥맛이 천지 차이기는 하죠.”
“맞는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며 연구실로 들어서자, 후배들이 음식들을 책상에 놓는 것이 보였다.
“전화드리려고 했는데.”
“보고 알아서 들어왔지.”
후배의 말에 최광현이 웃으며 식탁으로 다가가자 황민성이 말했다.
“짜장면 한 그릇 얻어먹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후배들이 그를 보다가 누구냐는 듯 최광현을 보았다.
“강진이 친한 형. 자, 어서 세팅하고 먹자.”
최광현의 말에 후배들이 의자 하나를 더 가져와 황민성에게 내밀었다.
“여기 앉으세요.”
후배의 말에 황민성이 의자에 앉으며 짜장면을 한 그릇 앞으로 당기다가 말했다.
“여기 양 많네.”
“학생 장사하는데 일단 양이 많고 봐야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보니까 고등학교 앞에 있던 중국집 생각난다.”
“거기도 양이 많았나 보네요.”
“학생들이 먹으러 오면 보통도 곱빼기로 주는데, 그래도 모자란다고 하면 면을 또 줘.”
“엄청 많이 주네요. 그렇게 주고도 돈이 돼요?”
“그래도 거기 돈 많이 벌었지. 점심만 되면 학생들이 바글바글했거든.”
“왜 급식을 안 먹고요?”
“우리 학교가 골통이었거든. 급식 맛없는 날은 그냥 다 밖에서 먹든가, 배달시켜 먹든가 했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비닐을 뜯어내고 말했다.
“그럼 맛있게 한 그릇 잘 얻어먹겠습니다.”
황민성이 짜장면을 비비자 후배가 탕수육 비닐도 벗겨냈다.
“강진아, 한잔해라.”
“저 차 끌고 와서요.”
“대리 부르면 되지.”
웃으며 황민성이 말했다.
“대리 부를 때 같이 부르면 되니까, 한잔하자.”
말을 하며 황민성이 소주잔을 들자 최광현이 고량주를 따라주었다.
쪼르륵!
그러곤 후배들과 강진의 잔도 채워주었다.
“강진이가 한마디 해라.”
“제가요?”
“네 졸업식이잖아.”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들었다.
“…….”
그리고 잠시 자신을 보는 사람들을 쭉 둘러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졸업식에 이렇게 사람들과 밥을 먹게 되니…… 너무 좋고 고맙습니다.”
강진의 목소리에 담긴 외로움을 느낀 사람들이 민망한 듯 그를 보았다.
그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건배라는 말이 빠졌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
“건배!”
강진의 말에 황민성과 사람들이 “건배!”하고는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얼큰하게 취한 강진과 황민성은 과 건물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형님 조심하십시오.”
최광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이 정도 먹고 안 자빠져. 너나 조심해.”
웃으며 계단을 내려가던 황민성이 말을 내뱉었다.
“오늘 기분 좋다.”
젊은 친구들과 별생각 없이 농을 하며 술을 마시니 기분이 좋았다.
기분 좋은 얼굴로 황민성이 걸음을 옮기자 최광현이 웃으며 말했다.
“형님, 한 잔 더 하시죠.”
“한 잔 더?”
“원래 낮술은 낮에 먹어서 저녁에 끝내야죠.”
“젊음이 좋네.”
“에이! 형님 몸이 저보다 더 젊으신데요.”
최광현이 웃으며 황민성의 팔을 손으로 찌르자, 그가 피식 웃었다.
“내가 몸이 좀 좋기는 하지.”
“학교 앞에 제가 좋아하는 뒷고기 집 있습니다. 막고기에 소금 툭툭 쳐서 먹으면 맛있어요.”
“뒷고기라…… 껍데기도 있나?”
“그럼요. 형님이 뭘 좀…….”
말을 하던 최광현이 눈을 찡그렸다. 과 건물 앞에 오정수가 서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최광현을 본 오정수는 멈칫했지만 강진과 황민성을 보고는 웃으며 다가왔다.
“형!”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거는 오정수의 모습에 강진 역시 눈을 찡그렸다.
자신을 부르며 손을 흔드는 오정수지만, 그의 시선이 황민성에 닿아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이 녀석…… 민성 형이 목표였어?’
속으로 혀를 찬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형 인기 좋네요.”
“응? 무슨 말이야?”
의아해하는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피식 웃고는 다가오는 오정수를 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오정수 옆에 있는 지박령을 보았다.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남자아이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