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29
330화
좋은 사람이라도 안 좋은 모습이 있을 수 있다. 장점만 있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그 일례가 할머니 귀신이었다. 괴팍하고 고집만 센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좋은 분이셨던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좋은 분 승천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니 말이다.
강진이 미소를 지을 때, 강두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김미화 씨가 승천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고객 관리를 잘하시네요.”
“생전에 좋은 일을 했으면 좋은 대접을 받아야죠. 비록…… 죽어서 잘못을 하기는 했지만.”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강진을 보며 강두치가 손을 내밀었다.
“수표 입금하겠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수표를 꺼내 내밀었다. 강두치가 수표를 받은 뒤 태블릿을 꺼내 번호를 입력했다.
“오백만 원 입금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오신 김에 식사라도 하고 가시겠어요?”
“오늘도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합니다.”
“일이라면…… 사람이 죽습니까?”
전에 푸드 트럭으로 출장 저승식당을 운영했을 때, 강두치가 ‘일이 있다’며 왔었던 것이다.
그 일이란 게 사람들이 많이 죽는 대규모 사고였다.
“사람이야 늘 죽으니…… 제 일에도 휴일이 없지요.”
웃으며 강두치가 몸을 일으켜서는 손을 내밀었다.
“김미화 씨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두치의 감사 인사에 강진이 악수를 하고는 웃었다.
“좋은 고객이셨나 봅니다.”
“좋다기보다는…… VIP가 원한령이 되는 경우가 드물어요. 그래서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강두치가 웃는 것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강두치 씨는 좋은 은행 직원이시네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친절과 봉사…… JS 금융의 신념입니다.”
***
토요일 점심 무렵, 강진은 황민성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점심에 밥이나 같이 먹자는 연락이 온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주말은 딱히 일정이 없기에 강진은 바로 답을 하고는 차를 타고 황민성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배용수가 타고 있었다. 황민성 집에 간다고 하니 따라온 것이다.
예전이라면 조순례 몸에 나쁠까 싶어 따라가지 않았지만, 이제는 귀기를 지우는 향수가 있으니 같이 다녀도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아 따라온 것이다.
강진이 운전을 할 때 옆에서 배용수는 발을 꼬고 앉아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배용수는 터치펜으로 액정을 이리저리 누르며 뉴스를 보고 있었다.
“올해 여름은 덥다는데?”
“여름에 안 더웠던 적이 있냐?”
“올해는 역대급 더위라고 하네.”
배용수의 말에 뒤에 있던 선주가 웃었다.
“작년에도 역대급 더위라고 했는데 올해도 역대래요? 이놈의 역대는 대체 몇 번이나 써먹는 거야?”
선주의 말에 최훈이 웃었다.
“매년 몇 년 만에 폭염이라고 하잖아.”
최훈의 말에 배용수가 말했다.
“요즘은 봄하고 가을은 스쳐 지나가고 바로 여름 겨울이라잖아요.”
배용수의 말에 선주가 문득 중얼거렸다.
“여름은 해수욕장인데. 해수욕장 가고 싶다.”
선주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백미러로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여름 되면 직원들 회식도 할 겸 주말에 해수욕장이라도 한번 다녀오죠.”
“회식요?”
“같이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회식 겸해서 해수욕장으로 단합회 가자는 거죠.”
“진짜요?”
너무 좋다는 듯 보는 선주의 모습에 최훈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우리는 차에 붙어 있어야 하잖아.”
최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주차장하고 해수욕장하고 가까운 곳으로 알아보면 어디 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문득 말했다.
“대천해수욕장 저녁에 가면 만조라 물 도로 쪽하고 엄청 가깝더라.”
“그래?”
“예전에 한 번 가 봤는데, 저녁에 나와 보니까 해수욕장 내려가는 길 바로 밑에까지 해수면이 올라왔더라고. 그 정도면 도로에서 십 미터도 안 될걸?”
“잘 됐네요.”
강진의 말에 선주가 한숨을 쉬었다.
“해수욕장은 햇살 쨍쨍할 때 가야 제맛인데…… 밤에 가면 뭐 볼 것 있겠어요?”
선주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파도가 거칠어서 저녁 바다에는 사람들 안 들어가고 계단에서 술이나 먹더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차를 몰다가 말했다.
“바다 가까운 펜션이나 주차장 알아볼게요. 바다에는 못 들어가도 해수욕장 분위기는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선주가 아쉽다는 듯 한숨을 쉬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라도 바다 보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말을 한 선주가 최훈을 보았다.
“예전에 강원도 해수욕장 갔을 때 생각난다. 생각 나?”
“좋았지.”
최훈의 말에 웃던 선주가 눈을 찡그렸다.
“당일치기라고 해 놓고…… 술 마셔 버리고.”
당일치기로 바다 보러 가자고 해 놓고 최훈이 술을 마셔서 1박 2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날 밤 역사가 이뤄져 버린 것이다.
선주의 말에 최훈이 웃었다.
“당일치기에 너도 속옷 챙겨 왔잖아.”
“내가 언제!”
“너 백에서 비닐에 쌓인 속옷 봤어.”
최훈의 말에 선주가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다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거야…… 바다라 물에 빠질까 봐…….”
선주가 부끄러운 듯 강진과 배용수의 눈치를 보자, 강진이 웃었다.
“그 방법 좋네요. 바다 보러 갔으면 회도 한 접시 먹을 텐데…… 회 먹으면서 소주 안 마실 수 없고. 술 마시면 차 운전도 못 하니까 자연스럽게 1박 2일 되는 거네요.”
강진의 말에 최훈이 웃었다.
“대리 부르려고 했는데,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대리 비용이 너무 비싸더라고요. 그 비용 주고 대리 부르기는 그래서 자고 왔죠.”
“그것도 미리 계획해 둔 것 아니야?”
배용수가 웃으며 하는 말에 최훈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술 안 마시려고 했는데…….”
말을 하던 최훈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선주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네가 나한테 술 줬잖아?”
최훈의 말에 선주가 멈칫했다가 급히 말했다.
“뭐래? 내가 언제.”
“그때 회 시키니까, 네가 소주를 따라 줬잖아.”
“그건…… 회 보니까 나도 모르게 따라 준 거지. 그리고 차 가지고 온 사람이 준다고 마셔?”
“그야 나도 회 보니까 그냥 마셔 버렸지.”
두 사람이 뒤에서 투닥거리는 것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가서 좋은 추억 만들었으면 좋은 거죠. 부럽네요.”
강진의 말에 선주가 그를 보았다.
“여자 친구하고 해수욕장 안 가셨어요?”
“모쏠입니다.”
“어머…… 내가 살아 있었으면 동생들 소개시켜 줬을 텐데.”
“이제 생기겠죠.”
웃으며 차를 몰은 강진은 곧 황민성의 집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집 문이 열리며 황민성이 나왔다.
“왔어?”
“형이 부르는데 와야죠.”
웃으며 강진이 트렁크에서 아이스박스를 꺼냈다.
“반찬 좀 가져왔어요.”
“밥 준다고 하는데 뭘 가져와?”
“제 음식 맛없으세요?”
“당연히 맛있지.”
“그럼 맛있게 드시면 되는 겁니다.”
웃으며 강진이 아이스박스를 들고 정원에 들어서다가 한쪽으로 고개를 돌려서는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황민성이 시선을 돌리다가 얼굴이 굳어졌다. 강진이 보는 곳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꿀꺽!
그에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귀……신?”
“전에 이야기했던, 이 집에 사는 지박령 귀신이세요.”
“저기에…… 계신 거야?”
황민성이 그네 쪽을 보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아! 용수도 같이 왔어요.”
강진이 옆을 가리키자 황민성이 배용수가 있는 곳을 보았다.
“여기?”
황민성이 가리키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수가 인사하네요.”
“그래. 잘 왔다.”
황민성이 어디를 보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중간하게 앞을 보는 것을 보며 강진이 웃고는 말했다.
“저 잠시 인사드리고 들어갈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네 쪽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저승식당에서 귀신들을 보고 같이 이야기도 했지만, 이렇게 안 보이는 귀신과 대면하게 되니 조금 떨리는 것이다.
사실 저승식당에서야 귀신이라고 해도 사람처럼 보였으니 좀 무서운 것도 덜 했고 말이다.
잠시 그네 쪽을 보던 황민성이 말했다.
“귀신하고 같이 살기를 원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집에 같이 살게 된 것도 인연인데 인사는 드려야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네 쪽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이원익과 장춘심이 고개를 끄덕이며 황민성을 보았다.
“황 사장 옆에 있는데 우리 아는 척해도 되나?”
“형님도 두 분에 대해 아세요.”
“어? 우리 귀신인데 여기 있는 걸 안다고?”
“사정이 있어서 두 분에 대해 이야기해 줬어요.”
강진의 말에 이원익이 황민성을 보았다.
“안 무섭대?”
“처음에는 무서워하셨는데 지금은 좀 괜찮으신 것 같네요.”
웃으며 강진이 이원익과 장춘심을 가리켰다.
“이쪽은 이원익 할아버지, 이쪽은 장춘심 할머니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아무도 없는 허공이지만…… 강진의 말대로면 그곳에 귀신이 있을 것이다.
그에 침을 삼킨 황민성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두 분이 살던 집에 들어오게 된 황민성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황민성의 말에 이원익이 말했다.
“내가 집 예쁘게 지어놨으니 잘 살게나. 그리고 우리도 여기 묶여 있고 싶어서 묶여 있는 것은 아니니까, 얹혀산다고 너무 미워하지 말고.”
강진이 그 말을 전해주자 황민성이 공손히 말했다.
“집을 너무나도 잘 지어주셔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이 집에 오고 난 후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효자를 두셨어요. 황 사장님 하는 것 보니 어머니가 부럽네요.”
장춘심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효자가 아닙니다.”
“무슨 그런 말을 하세요. 어머니한테 아주 잘하던데.”
두 귀신이야 매일 집에만 있으니 황민성이 어머니에게 어떻게 하는지 많이 보는 것이다.
강진이 전해주는 장춘심의 말에 황민성이 쓰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그러고는 통을 두 개 꺼내 그네 뒤쪽에 조심히 놓았다.
“제가 음식을 좀 가져왔어요.”
“그럼 저기 식탁에 놓지, 왜 바닥에 놔?”
황민성의 말에 이원익도 눈을 찡그렸다.
“맞네. 아니면 여기 그네 위에라도 놓든가.”
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저승 식재로 만든 도시락이에요.”
“저승 식재?”
그게 뭐냐는 듯 황민성과 이원익이 보았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소시지를 하나 집어서는 장춘심에게 말했다.
“아 하세요.”
강진의 말에 장춘심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벌리자, 강진이 소시지를 넣어주었다.
스륵!
그리고 장춘심의 입에 들어간 소시지가 사라졌다.
우물우물!
곧 소시지를 씹는 장춘심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어머!”
“왜?”
“씹혀요.”
“그야 먹었으니까.”
“아니…… 너무 맛있어요. 진짜로 살아서 음식을 먹는 것 같아요.”
“진짜?”
장춘심의 말에 이원익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이건 뭔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저승에서 가져온 식재로 만든 음식이에요. 근데 이 음식은 사람들 눈에 보여서, 두 분이 식사를 하시면 음식만 두둥실 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사람들 눈에 안 보이게 숨어서 드셔야 해요.”
“아!”
강진의 말에 이원익이 장춘심의 손을 잡고는 그네 뒤 바닥에 앉았다.
강진이 젓가락을 건네주자 둘이 그것을 받다가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실물 젓가락인데 손에 잡힌 것이다.
“식사 맛있게 하시고, 젓가락하고 그릇은 그냥 두세요.”
강진의 말에 이원익과 장춘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맙네.”
“맛있게 식사하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아이스박스를 들고 집으로 들어가자 배용수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집을 둘러보았다.
“이야, 집 되게 좋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황민성에게 말했다.
“용수가 집 좋다네요.”
그에 황민성이 웃으며 산 쪽을 가리켰다.
“아침에 가끔씩 산 쪽으로 안개가 끼는데 그게 또 좋지.”
웃으며 황민성이 집 여기저기에 있는 좋은 것들을 말해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