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32
333화
“제가…… 오늘 죽었거든요.”
노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소주를 잔에 따라주었다. 그에 노인이 소주를 입에 털어 넣고는 한숨을 쉬었다.
“아들 내외가 죽고 저와 제 마누라가 손녀를 키웠습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키웠는데…… 아이 생일날에 제가 죽었네요.”
“그래서 손녀분이 미역국을…….”
강진의 중얼거림에 노인이 한숨을 쉬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생일날 술도 먹고 축하도 받으면 좋을 텐데……. 즐거워야 할 날에 제가 죽어서 그런지 아이가 미역국도 안 먹는군요.
노인의 말에 허연욱이 고개를 저었다.
“사람 죽고 사는 것이 어디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상황에 참 맞는 말이었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사람 마음이나 힘으로는 절대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다.
‘생일이면 즐거워야 하는 날인데…… 그 손녀도 안쓰럽네.’
부모님 죽고 자신을 키워 준 할아버지가 생일 때 돌아가셨으니…… 즐겁게 보내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 계란 프라이를 몇 개 만들어서 가지고 왔다.
“계란 프라이 좀 드세요.”
“고맙습니다.”
노인이 웃으며 계란 프라이를 받아먹었다. 그런 노인을 보던 강진이 자신의 잔에 소주를 따라 입에 넣었다.
1시가 가까워지자 귀신들의 먹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차려진 음식을 다 먹어 치운 귀신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사장님, 잘 먹고 갑니다.”
“내일 봐요.”
귀신들이 웃으며 가게를 나가는 것에 강진도 웃으며 그들을 배웅해 주다가 외쳤다.
“내일은 저 영업 쉬는 날이에요!”
“아! 그렇지. 그럼 월요일에 봅시다.”
배웅을 마친 강진이 노인 귀신을 보았다. 노인 귀신은 미역국을 후루룩!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녀분 아직 노래방인 것 같은데 좀 있다가 가시죠.”
자리에서 일어나던 노인이 강진을 보았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세요. 손녀분이 이동하시면 그때 가세요.”
“노래방이 시끄러워서 내키지 않았는데, 고맙습니다.”
노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직원들과 함께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화아악! 화아악!
그리고 곧 귀신들의 현신이 풀렸다. 다행이라면 귀신들이 미리 고무장갑을 끼고 있어서 그릇들을 떨어뜨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직원들과 함께 홀을 정리한 강진이 주방에서 미역국을 한 그릇 떠서 홀에 앉았다.
그 모습에 배용수가 의아한 듯 물었다.
“더 먹게?”
“내가 끓였는데 너무 맛있다. 소주나 한 병 줘라.”
“술 더 마시게?”
“은근히 미역국하고 소주가 어울려. 맛있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땡기면 먹어야지.”
배용수가 소주를 가져다주고는 오징어도 한 마리 구워 주었다.
“고맙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에 앉아 주방을 보았다.
주방에서는 여자 귀신들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잔뜩 왔다 가서 그릇 양이 아주 많았다.
“직원 두기를 잘했다.”
“첫 번째 직원 생각이 그렇다면야 그런 거겠지.”
웃으며 강진이 소주를 따르고는 노인을 보았다.
“한 잔 더 하시겠어요?”
“지금도 먹을 수 있습니까?”
노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잔에 소주를 따라 내밀었다.
“제삿밥 드셔 보셨죠?”
“먹어 봤습니다.”
“그것과 비슷합니다.”
강진의 말에 노인이 소주잔을 들었다.
스윽!
반투명하게 자신의 손에 들리는 소주잔을 보던 노인이 한 모금 마시고는 입맛을 다셨다.
“다시 귀신이 되니 취한 것도 풀리는군요.”
“귀신은 안 취하니까요.”
“조금 아쉽습니다. 취한다는 것…… 오랜만인데…….”
띠링!
이야기를 나눌 때, 풍경 울리는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들었다.
“문 닫았나 봐.”
“불은 켜져 있잖아.”
“영업 끝난 건가?”
띠링! 띠링!
닫힌 문을 다시 흔드는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가게에 왔지?’
현신을 안 한 귀신은 문을 직접 잡을 수도 없으니, 밖에 있는 건 분명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가게 안에는 귀신들만 여덟이나 있다. 그러니 가게를 보지도 못하고 지나가야 정상인데, 가게를 찾아온 것이다.
가게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노인이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제 손녀인 것 같습니다.”
노인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문밖을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가게 안에 수호령이 있어서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배용수를 향해 눈짓을 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갔다.
“2층으로 올라가죠.”
“네.”
일하고 있던 귀신들이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다. 다 올라간 것을 확인한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띠링!
가게 앞에는 이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가씨 두 명이 서 있었다.
강진이 문을 열고 나오는 것에 둘은 살짝 당황한 듯 그를 보았다. 둘 중 눈이 큰 아가씨가 말했다.
“영업 끝났나요?”
그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몸을 옆으로 세웠다.
“손님이 있으면 영업 중인 거죠. 들어오세요.”
“영업 끝났으면…… 내일 올게요.”
“아닙니다. 들어오세요.”
강진의 말에 두 사람은 서로를 보다가 슬며시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강진이 힐끗 노인을 보았다. 노인은 어느새 두 사람 중 한 명의 옆에 서 있었다.
“근데…… 안이 좀 춥다.”
아까까지 귀신들이 있었던지라 음기로 추위를 느끼는 것이다.
“요즘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지요.”
“그러게요.”
“난방 틀어 드릴게요.”
그러고는 강진이 난방기를 틀었다. 그 모습을 보던 아가씨 한 명이 강진이 먹던 미역국을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여기 미역국도 하나요?”
“아까 손님 한 분이 미역국 드시고 싶다고 해서 조금 했습니다.”
강진의 말에 그녀가 노인을 뒤에 달고 있는, 청순해 보이는 여자에게 말했다.
“봐, 내 말이 맞지?”
“여기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주는 거야?”
“그렇다니까? 내가 블로그에서 봤어.”
그러고는 눈이 동그란 아가씨가 강진을 보았다.
“먹고 싶은 음식 해 주는 것 맞죠?”
“손님이 많으면 못 해 드리는데 지금은 두 분밖에 없으니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로 해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눈이 동그란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
“제 친구가 오늘 생일이라서 생일 밥상을 먹었으면 좋겠어요.”
생일 밥상이라는 주문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순한 아가씨를 보았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아…… 감사합니다.”
“혹시 좋아하는 음식 있으세요?”
그녀가 힐끗 강진이 먹고 있던 미역국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조개 넣고 끓인 미역국 좋아해요.”
“다른 건 없으세요?”
“그냥…… 미역국이면 돼요.”
그녀의 말에 눈이 동그란 여자가 고개를 저었다.
“이 언니가 사는데 무슨 미역국만 먹어. 그럴 거면 미역국 서비스로 나오는 술집을 가지.”
그러고는 눈이 동그란 여자가 강진을 보았다.
“생일상으로 차려 주세요.”
“좋아하는 음식은…….”
“그냥 보면 딱 ‘아! 이게 생일상이구나!’ 하는 거로 차려 주세요.”
“딱 봐도 생일상이라…… 무척 어려운 주문이네요.”
“안 돼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여자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안 될 것은 없죠. 딱! 봐도 생일상! 준비해 보겠습니다.”
강진이 주방으로 향하며 노인에게 살짝 눈짓을 주었다. 따라오라는 눈짓에 노인이 손녀를 보고는 주방으로 들어왔다.
노인이 들어오자 강진이 물었다.
“손녀분 생일 때 뭐 만들어 주셨어요?”
“저희 사는 것이 그리 풍족하지 않아서…… 그냥 미역국에 먹던 것 먹었습니다.”
“그래도 생일이니 뭐 특별한 것 해 주셨을 거 같은데.”
“아…… 손녀가 제육을 좋아합니다.”
“제육요?”
“예전에 손녀가 그랬는데, 제육을 상추에 싸서 먹을 때 소스와 육즙이 입안에서 터지는 것이 너무 맛있다고 하더군요.”
“음…… 어떤 느낌인지 알겠네요.”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스 많은 제육을 좋아하는군.’
강진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제육볶음을 입에 넣었을 때, 육즙이라 주장하는 소스가 입안 가득 퍼지다 못해 넘쳐 입술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런 느낌.
거기에 씹을 때 마늘과 고추가 같이 씹히면 더 맛이 있을 것이다.
쓰읍!
군침을 삼킨 강진이 미역국을 새로 끓이고 제육볶음을 만들기 시작했다.
홀에 앉은 두 아가씨는 가게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여기가 그렇게 맛집이야?”
“맛집 블로그 사이에서 요즘 뜨는 곳이야.”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해 준다…… 이런 가게가 다 있구나.”
“원래는 점심에도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해 줬는데, 손님이 많아져서 지금은 저녁에만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 준대.”
친구 장현희의 말에 이아름이 가게를 둘러보다가 냉장고에서 소주를 하나 꺼내며 말했다.
“사장님, 소주 한 병 가져갈게요.”
이아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세요. 아! 제가 먹던 거기는 한데 괜찮으시면 구운 오징어도 드세요.”
“그럼 저야 좋죠. 잘 먹을게요.”
이아름이 웃으며 강진이 먹던 오징어와 소스를 들고 왔다.
이아름이 오징어를 놓자 장현희가 말했다.
“새것 하나 시키지? 오늘 이 언니가 다 쏜다니까.”
“지랄하지 말고 그냥 처먹어.”
다소 거친 말투로 이아름이 말했다.
“마른 오징어에 침 튄 것도 아니고 그냥 먹으면 돼.”
“남이 먹던 거잖아.”
“그게 뭐 어때서? 중국집 배달 음식 뒤져 먹어 본 적도 있는데.”
이아름의 말에 장현희가 웃었다.
“맞아. 옛날에 우리 가출했을 때 배고파서 그것 뒤져서 먹은 적도 있었지. 아! 그때 탕수육 몇 조각 남았던 것 먹을 때 왜 이리 맛있던지.”
“그때 네 꿈이 중국집 사장님한테 시집가는 거였잖아.”
“그래서 내가 중화요리를 배우고 있는 거 아니겠냐.”
“중국집 사장님 마누라에서 중국집 사장님 되는 것으로 꿈이 바뀌었으니…… 너 성공했다.”
“중국집 사장님 되는 것이 어디 쉬운 줄 알아?”
“그럼 왜 중국집에서 요리 배워?”
“요리사 되려고.”
장현희의 말에 이아름이 웃었다.
“어쨌든 탕수육은 실컷 먹겠다.”
“실컷 먹어도 여전히 맛은 있더라.”
그러고는 장현희가 오징어를 소스에 찍어 먹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거 소스 맛있네.”
“그래?”
이아름이 소스에 오징어를 찍어 먹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다.”
그런 이아름을 보며 장현희가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미안해.”
“갑자기 뭐가.”
“나 가출할 때…… 같이 가자고 했던 거.”
장현희의 말에 이아름이 그녀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나도 나가고 싶었으니까 너 따라 나간 거지.”
“그래도…… 나 때문에 할아버지 돌아가시는 것도 못 봤잖아.”
장현희의 말에 이아름이 그녀를 보다가 소주를 따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그래도 네가 피시방에 가자고 해서 알았잖아.”
그렇게 말하며 이아름이 웃었다.
“게임 하는데 갑자기 미역국이 나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피시방 메뉴에 미역국 있는 곳으로 찾느라 고생 좀 했어.”
“맛있었어.”
이아름의 말에 장현희가 입맛을 다셨다. 가출을 하고 실컷 놀다가 이아름의 생일이라는 말에 저녁에 피시방을 갔었다.
그냥 밥집을 가도 되지만…… 의외로 미역국을 파는 밥집이 드물었다. 차선책을 찾다가 미역국을 파는 피시방을 발견해 같이 들어간 것이다.
이아름은 피시방에서 미역국을 먹다가 혹시나 싶어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함에는 담임 선생님이 보낸 메일들이 있었다. 가난하지만 전교 1등에다 나름 착실한 자신을 예뻐한 1학년 담임 선생님이 보낸, 빨리 돌아오라는 내용의 메일들…….
그리고 오늘 보낸 메일.
핸드폰을 놓고 가서 연락이 안 돼 메일을 보낸다는 것으로 시작된 가슴 아픈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