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4
34화
가게를 둘러보던 임호진이 말했다.
“여기가 이강진 씨 가게예요?”
“네?”
“부모님이 하시는 가게가 아니구요?”
“저 혼자 하고 있습니다.”
“가게 하면서 인턴도 하는 겁니까?”
“제 몸이 두 개도 아니고 그럴 수 있나요. 인턴 하는 동안은 가게 영업 접어야죠.”
그러고는 강진이 직원들을 보았다.
“오늘은 온 김에 영업하겠습니다. 주문 어떻게들 하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의아한 눈으로 가게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가게를 둘러보던 임호진이 화이트보드를 보고는 말했다.
“메뉴판이 특이하군요.”
“딱히 정해 놓은 것은 없고 손님들이 먹고 싶은 걸로 만들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럼 먹고 싶은 것 주문해도 됩니까?”
“그렇게 하세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말했다.
“그럼 뭘 먹을까?”
임호진의 중얼거림에 이곳을 가자고 한 여직원 최미나 대리가 말했다.
“저희 둘은 오색 찹스테이크하고 단호박 찹스테이크 주세요. 혜인아, 괜찮지?”
“맛있겠어요.”
다른 여직원 김혜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물었다.
“그것도 인터넷에 있었나요?”
“그것 보고 여기 오려고 했어요.”
최미나의 말에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찹스테이크 먹고 간 사람 몇 안 되는데?’
정말 몇 안 된다. 장 과장 와이프와 친구들, 그리고 해외사업 1팀, 2팀 여직원들 정도였다.
‘그분들이 인터넷에 올렸나?’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냉장고에서 소고기와 재료들을 꺼내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재료들을 손질하던 강진이 힐끗 과장 쪽을 보았다. 그들은 아직도 뭐 먹을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메뉴가 딱히 없다 보니 뭘 골라야 할지 감이 안 오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그냥 제가 적당히 드릴까요?”
“그렇게도 할 수 있습니까?”
“그럼요.”
“그럼 그렇게 해 주십시오.”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재료를 손질을 마저 하고는 냉장고를 열었다.
그런 강진의 옆에 배용수가 다가왔다.
“오늘 바지락 좋은 것 들어왔어.”
냉장고를 보던 강진은 배용수의 말에 그를 보았다.
“바지락?”
“너 좋아하는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하고 바지락 된장국 끓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홀을 한 번 보고는 곧 재료들을 꺼내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밑반찬,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거기에 바지락 된장국을 만든 강진이 직원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밥이 즉석밥이라 죄송합니다.”
점심 장사를 할 생각이 없었기에 밥이 없었다. 그래서 즉석밥을 데워 온 것이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진짜 맛있습니다.”
“이강진 씨 요리 진짜 맛있어요.”
“오징어볶음 완전 소주 안주네요.”
“점심시간인 것이 아쉽네.”
직원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밥을 먹었다. 직원들이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난 후 먹은 것을 싱크대에 담가 놓은 강진이 홀로 나왔다.
직원들은 어느새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있었다.
“강진 씨 덕에 식사 맛있게 했습니다.”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인턴 끝나면 다시 영업 시작하니 그때도 자주 찾아와 주세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그를 보았다.
“정직원 될 생각이 없나 보군요.”
“시켜 주신다면 열심히 해 볼 생각이지만…… 정직원 되는 것이 어디 쉽나요.”
강진의 답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그가 들고 있는 잔을 보았다.
“그런데 그건 뭡니까?”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자신의 잔에 담긴 물을 보았다.
“이건 야관문차인데, 드릴까요?”
“야관문차?”
임호진과 남자 직원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자 강진이 주방에서 물병을 들고 나왔다.
“제가 위가 좀 안 좋아서 차처럼 마시고 있습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야관문차를 한 잔씩 따라 주었다.
“야관문에 복령, 감초를 섞어서 맛은 조금 이상해도 몸에는 좋습니다.”
강진의 말에 남자 직원들이 시원한 야관문차를 들이켰다.
“몸에 좋은 맛이네.”
“좀 쓴데요?”
“원래 몸에 좋은 것이 쓴 법이지.”
임호진의 말에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덜컥!
그에 강진이 입구를 보니 오성실 부장과 장 과장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진이 인사를 하는 것에 임호진이 뒤를 보다가 오성실 부장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부장님.”
임호진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에 오성실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임 과장, 밥 먹으러 왔나 봐.”
“네.”
그러고는 임호진이 장 과장에게 눈짓으로 인사를 나눴다. 임호진과 장 과장은 입사 동기라 친한 사이였다.
“여기가 참 맛집이지.”
오성실의 말에 임호진이 강진을 한 번 보고는 물었다.
“여기 다니시던 곳입니까?”
“그럼! 우리가 여기 최고 단골인데.”
그러고는 오성실이 강진을 보았다.
“이 사장, 그렇지 않습니까?”
“그럼요. 저희 가게 최대 매출 고객이시죠.”
거짓이 아니라 그동안 오성실과 태광무역 사람들을 빼면 다른 일반 손님들은 몇 되지 않았다.
아니 그 일반 손님들도 장 과장의 아내가 데리고 왔으니 없다 봐도 무방했다.
웃으며 강진이 컵을 가져다가 야관문차를 따라 내밀었다.
“그런데 지금 식사하러 오신 것은 아니죠?”
강진의 물음에 오성실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도 밥 먹고 오는 길입니다. 오다 보니 가게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들어와 본 겁니다.”
그러고는 오성실이 물었다.
“그런데 인턴 기간 동안에는 가게 문 안 여신다고 했는데…… 영업을 하십니다?”
오성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팀원분들하고 밥 먹으러 나왔는데 식사하러 온 곳이 여기더라고요. 그래서 온 김에 열었습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던 오성실이 임호진을 보았다.
“그럼 들어들 가지.”
오성실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직원들과 함께 가게를 나가려다가 아차 싶었는지 강진을 보았다.
“밥을 먹고 돈을 안 내고 가려 했네.”
그리고 자신을 보는 시선에 강진이 말했다.
“남성분들은 오천 원 내시면 되고요. 여성분들은 만 원입니다.”
여성 차별이 아니라…… 찹스테이크는 원가가 비싸서 만 원도 싸게 받는 것이었다.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돈을 꺼내거나 카드를 꺼냈다.
“이렇게 맛있게 먹고 오천 원이면 김천보다 낫네요.”
“그러게 말이야.”
직원들의 말에 최미나 대리가 말했다.
“그런데 여러분.”
최미나의 말에 직원들이 그를 보았다.
“카드 꺼내신 분들…… 설마 각자 계산해 달라고 하실 것 아니죠? 다른 곳도 아니고 우리 인턴사원 가게에서.”
최미나의 말에 직원 중 둘이 어색하게 카드를 집어넣으며 만 원짜리를 꺼내들었다.
그에 강진이 돈을 받아 계산을 해 주고는 직원들과 함께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와 회사 앞에서 임호진은 장 과장과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있었다.
다른 직원들을 모두 들어가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만 남아 한 대 피우고 들어가려는 것이다.
“그런데 장 과장님, 몸이 안 좋으시다고 하던데……?”
이상섭의 말에 장 과장이 웃었다.
“소문 빠르네.”
장 과장의 말에 임호진도 그를 보았다.
“갑상선이 안 좋다고 하던데? 많이 안 좋냐?”
“많이 안 좋아질 뻔한 것을 잘 찾아서 치료 중이지. 아! 이 사장이 내 병 진단해 준 생명의 은인이니까, 나 봐서라도 많이 힘들게 하지 말고 잘해 줘.”
장 과장의 말에 임호진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강진 씨가 네 병을 진단했다는 건 무슨 말이야?”
“이 사장이 한의학에도 조예가 깊어.”
“한의학?”
“딱 나 보더니 몸이 안 좋은 것 같다고 진맥을 해 줬거든.”
“진맥?”
“한의사도 아니고 밥집 사장이 해 주는 거라 처음에는 그냥 재미 삼아서 봤지. 그런데 딱 짚고는 바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같다는 거야.”
“진맥이? 이거 말하는 거지?”
임호진이 장 과장의 손목을 잡자, 장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어쨌든 그때 들었을 때는 그냥 듣고 넘기려고 했는데…… 너도 알다시피 우리 부장님 추진력 대박이잖아.”
“소뿔도 단숨에 빼시는 분이지.”
“옆에서 듣고는 바로 병원으로 퇴근시키시더라. 마침 의사 친구도 한 명 있고 해서 바로 검사했는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고 하더라고.”
“대박이네!”
“맞아. 대박이었지. 의사 친구 놈도, 진맥으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 잡았다고 하니까 놀라더라. 그것도 정식 한의사도 아니고 밥집 사장이 말이야.”
장 과장의 말에 임호진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무슨 병인지는 잘 몰라도, 진맥을 해서 병을 잡았다고 하니 놀란 것이다.
그리고 이강진에 관한 이야기에, 일단 사수라고 할 수 있는 이상섭 역시 호기심을 느낀 듯 듣다가 말했다.
“이강진 씨 참 특이하네요. 심리학과를 나와서 음식 장사를 하고 한의학도 하고.”
“침도 놓는 것 같아.”
“침요?”
“남한테는 안 놓고 자기한테만 놓는 모양이던데…… 어쨌든 침도 잘 놓지 않겠어? 진맥도 하니 말이야.”
“특이하네요.”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특이하기는 하네.’
***
회의실에 모인 수출 대행 2팀은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럼 중국 원양자사에 물건 넘기는 걸로 하고, 최 대리가 마무리 잘해.”
“알겠습니다.”
최미나의 업무 보고를 받은 임호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우민실업 건.”
임호진의 말에 직원들이 앞에 놓인 일명 ‘오이식칼 세트’를 보았다.
“아이템 확인들은 했지?”
“네.”
직원들의 답에 임호진이 말했다.
“일단 우리 마누라 말로는 칼 잘 들고 단단해서 좋다고 하던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때?”
임호진의 말에 최미나가 식칼을 보며 말했다.
“이건 확실히 무게감도 있고 좋은 것 같습니다.”
“일단 식칼은 마음에 든다는 거네?”
임호진의 물음에 최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커만 달고 나가도 잘 팔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메이커가 아니라는 거지.”
그러고는 임호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회사 확인해 봤어?”
“일단 서류를 보시면 문제가 없습니다.”
이상섭의 말에 직원들이 서류를 펼쳐 보았다. 그리고 강진도 서류를 펼쳤다.
우민실업에서 보낸 기획서를 보고 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넘겨 보세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강진이 뒤를 보다가 흠칫 놀랐다.
뒤에는 박충만이 서 있었다.
다행이라면 박충만의 죽은 모습은 그냥 피곤에 절은 듯한 모습이라 무섭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만약 최호철이나 배용수가 서 있었다면 바로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제법 익숙해졌다고 해도 갑자기 보면 놀랄 모습이니 말이다.
“넘기세요.”
박충만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서류를 넘기며 작게 속삭였다.
“여기 왜 오셨어요?”
“이 사장이 동료들과 함께 점심 먹고 갔다고 해서, 일 어떻게 하나 구경하러 왔습니다.”
말을 하며 서류를 보던 박충만이 시선을 까닥이자 강진이 다시 서류를 넘겼다.
그렇게 서류를 넘기는 사이 직원들은 우민실업과 식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
“일단 물건이 좋으니 판매하는 것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나 프랑스 쪽으로 연결해 보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최미나의 말에 다른 직원들도 하나둘씩 자기 의견을 말했다.
“벨기에 주방 업체와 저희가 거래를 하니 그곳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강진이 박충만을 보았다.
박충만은 서류를 보고 있었다.
“무슨 문제 있어요?”
강진의 물음에 박충만이 고개를 저었다.
강진의 말에도 박충만은 서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짓에 따라 강진이 서류를 넘기거나 다시 돌려주었다.
“이강진 씨, 무슨 할 말 있습니까?”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네?”
“계속 서류를 들추고 있네요.”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강진이 계속 서류를 들추며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실은 강진이 보는 것이 아니라, 박충만에게 보여 주려고 들추는 것이지만 말이다. 게다가 계속 혼자 중얼거리니 임호진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게…….”
강진이 뭐라 말을 못할 때 박충만이 말했다.
“이 회사, 이전에도 수출 경험이 있는지 물으세요.”
박충만의 말에 그를 힐끗 본 강진이 말을 했다.
“우민실업이 전에도 수출 경험이 있습니까?”
“수출?”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그 시선에 이상섭이 이강진을 보며 말했다.
“없습니다.”
이상섭의 말에 박충만이 말을 했고 강진이 그것을 따라했다.
“수출 경험이 없는데 서류가 너무 깔끔하게 온 것 같습니다.”
“깔끔하게 오면 우리야 일하기 편하고 좋죠.”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강진 씨 말이 맞아. 수출 경험도 없는 회사가 보낸 기획서 치고는 너무 잘 만들어졌어.”
임호진의 말에 직원들이 다시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