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44
345화
추모원을 다녀온 강진은 TV를 보다가 힐끗 주위를 보았다. 홀의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평소라면 드라마를 보면서 웃을 여자 귀신들도 그저 허공을 멍하니 볼 뿐이었고, 최호철은 JS에서 사온 종이컵을 손으로 의미 없이 툭툭 치고 있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티가 난다고 하더니…….’
아침까지만 해도 같이 먹고 놀던 최훈과 선주가 지금은 없는 것이다.
승천은 축하할 일이지만, 남은 사람들은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여자 귀신들은 선주와 정이 많이 들었는지, 작게 한숨을 쉬는 일이 많았다.
그런 직원들을 보던 강진이 몸을 일으켰다.
“모두 주목.”
강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귀신들의 면면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전에는 저희 직원만 있어도 북적북적한 느낌이었는데…… 확실히 두 분이 빠지니 좀 쓸쓸하네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 테이블을 보았다.
두 귀신은 지박령이라는 한계 때문에 부엌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늘 자리를 했던 것이다.
그런 직원들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강진이 진지한 얼굴을 하자 직원들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웃었다.
“부침개나 해 먹을까요?”
“부침개요?”
“심심하면 빈대떡이나 부쳐 먹으라고 하잖아요. 부침개나 부쳐 먹죠.”
별다른 답 없이 쳐다만 보는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그 밀가루 많이 넣고 야채는 조금 넣어 만든 부침개가 실속이 없어 보여도 꽤 먹을 만한데, 그거 해 먹을까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 놀면 뭐 하냐? 그거라도 해 먹자.”
최호철의 말에 웃은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냉장고에 부추 있나?”
“식당 사장이 자기 냉장고에 뭐가 있는 줄도 모르냐?”
“우리 식당 최고의 요리사가 잘 알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부추는 없을걸.”
“그래?”
“부추는 하루만 지나도 풀이 죽어 버리잖아.”
“오키! 그럼 내가 가서 부추 좀 사 올게.”
웃으며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띠링!
가게 밖으로 나서던 강진은 가게 앞에 꼬마 둘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빨간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 하나는 쭈그려 앉아 있었고, 그 아이보다 조금 큰 남자아이는 가게 앞에 놓인 아크릴 판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강진이 나오자 남자아이가 화들짝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남자아이를 보았다.
“혹시 밥 먹으러 왔어요?”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하는 말에 남자아이가 그를 보았다.
“여기…… 사장님이세요?”
“사장님이기도 하고 주방장이기도 하고.”
말을 한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둘만 왔어요? 부모님은?”
“부모님은 일하러 가셨어요.”
그러고는 남자아이가 아크릴 판에 적힌, 주말은 쉰다는 문구를 가리켰다.
“저…… 오늘 쉬어요?”
“쉬기는 하는데…….”
강진이 말꼬리를 흘리며 아이들을 보았다. 그 시선에 여자아이가 강진을 보고는 남자아이를 보았다.
“오빠, 그럼 우리 맛있는 것 못 먹어?”
여자아이의 말에 남자아이가 웃으며 손에 들린 봉지를 흔들었다.
“집에 가서 라면 먹자.”
“라면 먹기 싫은데.”
“이거 컵라면이야.”
“정말?”
컵라면이라는 말에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보며 남자아이가 웃으며 봉지를 들어 보였다.
“우리 미소, 컵라면 좋아하지?”
“응! 나 컵라면 좋아해.”
두 아이의 대화에 강진이 웃었다.
“미소 아가씨가 컵라면을 좋아하는구나.”
“어? 아저씨,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의아한 듯 보는 아이를 보며 강진이 남자아이를 보았다.
“방금 오빠가 아가씨 이름 미소라고 했잖아요.”
그러고는 강진이 몸을 옆으로 틀었다.
“일단 들어들 와.”
“오늘 쉬시잖아요.”
“손님이 있고, 음식 할 사람이 있으면 하는 거지. 들어와요.”
강진의 말에 여자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남자아이를 보았다.
“오빠, 나 맛있는 거 먹는 거야?”
여자아이의 말에 남자아이가 잠시 주저하다가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
“저…… 혹시 이거 사용해도 돼요?”
남자아이가 주머니에서 꺼낸 카드를 받은 강진이 그것을 보았다.
“꿈나무 카드네.”
“네. 이거 사용해도 되나요?”
아이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카드를 돌려주었다.
“그럼. 들어와.”
강진이 가게 안을 가리키자 남자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동생 손을 잡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두 아이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들었다. 아이들 뒤에는 아주머니 귀신이 서 있었다.
강진의 시선이 자신 쪽을 향하자 아주머니 귀신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강진이 웃으며 가게 안을 가리켰다.
“들어오세요. 비슷하신 분들 많으니까요.”
말을 하며 강진이 옆을 보자, 귀신들이 바로 입구에 있었다. 강진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듣다가 호기심에 나온 것이었다.
“귀신들이 왜 이리 많아요?”
아주머니 귀신이 놀라 하는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설명해 드려.”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주머니 귀신에게 말을 걸었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 둘은 어느새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런 아이 둘에게 강진이 물을 가져다주며 물었다.
“음식 뭐로 해 줄까요?”
강진이 부드럽게 말을 하자 남자아이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오색 찹 스테이크…… 얼마예요?”
“오천 원입니다.”
“오천 원…….”
강진의 말에 남자아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싸고 맛있다고 하더니…… 정말 싸서 다행이다.’
아이가 눈에 띄게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자, 강진이 작게 웃었다.
사실은 만 원이지만 아이가 꿈나무 카드를 내밀었기에 오천 원으로 단가를 낮춘 것이다.
꿈나무 카드란 각 지방 단체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이 급식에 준하는 밥을 사 먹을 수 있게끔 발급해 주는 카드였다.
지방 단체마다 차이가 나는데 서울은 오천 원이고 적은 곳은 삼천 원 정도였다.
강진의 말에 남자아이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살며시 봉지를 열었다.
“저기…….”
아이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이거…… 사 주시면 안 돼요?”
말을 하며 연 봉지 안에는 컵라면이 몇 개 들어 있었다.
“마침 컵라면 필요했는데 잘 됐네요. 다섯 개니까 오천오백 원이네요.”
강진이 웃으며 봉지를 받자 아이의 얼굴에 안도감이 어렸다.
‘다행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아이가 말했다.
“오색 찹 스테이크 두 개 주세요.”
아이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봉지를 들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돈이 모자랄까 싶어 컵라면을 챙겨 온 모양이네.’
꿈나무 카드로는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오천 원 정도의 물건만 살 수 있었다.
아마 동생 맛있는 것 사 주려고 자기 먹을 컵라면을 하나씩 모았다가 들고 온 모양이었다.
배용수는 아주머니 귀신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최호철에게 눈짓을 하자, 최호철이 여자 귀신들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 최호철을 보던 강진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애들은 어떻게 들어온 거지?’
선주와 최훈이 갔다고 해도 지금 안에만 귀신이 다섯이 있는데 아이들이 문제없이 들어온 것이다.
‘수호령이 있어서 그런가?’
강진이 힐끗 배용수와 함께 있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간 강진이 냉장고에서 소고기를 꺼냈다.
그때, 배용수가 들어왔다.
“저 여자애 생일이란다.”
“생일이면 미역국이네.”
말을 하며 강진이 미역을 꺼내 부셔서는 물에 담갔다.
“근데 꿈나무 카드가 뭐냐?”
“저소득층 아이들 배 곪지 말라고 주는 급식 카드 같은 거야.”
“오! 그럼 그 카드로 밥도 사 먹고 물건도 사는 거야?”
“물건은 못 사고 편의점에서 이런 라면이나 먹는 것은 살 수 있지.”
“그런데 난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네.”
“필요한 사람이나 알지, 모르는 사람은 몰라.”
강진이 미역을 손으로 문대고는 아이들을 힐끗 보았다. 남자아이가 젓가락과 숟가락을 여자아이 앞에 놔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아주머니 귀신이 아이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아이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남자애가 기특하네.”
“동생 생일이라고 며칠 전부터 라면을 모았다고 하더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돈이 모자랄까 봐 걱정됐나 보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돈 받을 거 아니지?”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돈을 받겠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우리 가게는 꿈나무 카드 안 받아.”
“안 받아?”
“가맹점이 아니거든.”
“애들한테는 받는다고 했잖아.”
“그래야 애들이 편하게 들어와서 먹을 것 아니냐.”
말을 한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애들 뭐 좋아한대?”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주방을 나서며 말했다.
“물어보고 올게.”
배용수가 기분 좋은 얼굴로 주방을 나가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왜 쟤가 신이 났대?”
그렇게 말하는 강진도 기분이 좋았다. 동생 생일날 맛있는 것 사 주겠다고 자기 먹을 라면을 모아 온 남자아이가 기특했고, 그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을 해 줄 생각에 강진과 배용수 둘 다 기분이 좋은 것이다.
아주머니에게 갔다 온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여자애는 계란말이 좋아한대. 아! 참치 넣고 말은 것 좋아한대.”
“참치 계란말이 오케이. 그럼 남자애는?”
“남자애는 김치 좋아한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김치를?”
“김치에 밥 먹는 것 좋아한대.”
“안 맵나?”
“물어봤는데 어릴 때부터 좋아했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신기하다는 듯 남자아이를 보았다.
강진도 김치를 어릴 때 먹기는 했지만 있으니 먹었지, 챙겨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김치도 잘 먹고, 착하네.”
“부모님 속 안 썩일 스타일이기는 하다.”
기특하다는 듯 아이를 보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재료들을 더 꺼냈다.
홀에서 남자아이는 여동생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린이집 괜찮아?”
“괜찮아.”
“애들이 안 괴롭혀?”
“안 괴롭혀. 애들 나 좋아해.”
“다행이다.”
웃으며 남자아이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안에 있는 걸 만지작거렸다.
‘좋아하겠지?’
며칠 라면을 모았다가 친구들에게 하나씩 팔아서 모은 돈으로 산 여동생 선물을 생각하며 남자아이가 미소를 지었다.
“맛있는 냄새 난다.”
동생의 말에 남자아이가 주방 쪽을 보았다.
“맛있겠다. 많이 먹어.”
“응.”
두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주방을 볼 때, 강진이 음식들을 들고 홀로 나왔다.
“주문하신 오색 찹 스테이크입니다.”
쟁반을 식탁에 놓은 강진이 반찬을 놓고는 오색 찹 스테이크를 두 사람의 앞에 놓았다.
“와! 이뻐!”
동생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손님들이 사진도 찍고 그러더군요.”
강진의 말에 남자아이가 핸드폰을 꺼냈다.
“오빠가 찍어 줄게.”
남자아이가 핸드폰으로 음식 사진을 찍고는 동생과 음식이 같이 나오도록 해서는 한 장 더 찍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제가 두 분 모두 나오게 사진을 찍어 드릴까요?”
“그래 주세요.”
남자아이가 핸드폰을 주자 강진이 그것을 받아 뒤로 살짝 물러나서는 앵글을 크게 잡았다.
음식을 가운데 두고 웃으며 바라보는 두 아이를 보며 강진이 사진을 찍었다.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