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49
350화
띠리링! 띠리링!
핸드폰 소리에 오자명과 이유비가 급히 일어났다. 그러곤 자신의 몸 이리저리를 뒤적이다가 오자명이 웃었다.
“나네.”
오자명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나네. 나? 나야 당연히 집에…… 응?”
말을 하던 오자명이 문득 이유비를 보았다.
“자네 왜 내 집에서 자고 있나?”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멍하니 있다가 주위를 보았다.
“형님 집 아닌 것 같은데요?”
“응?”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주위를 보았다.
“어?”
오자명이 그제야 자기 집이 아닌 것을 알고는 의아해할 때, 핸드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원님? 지금 어디십니까?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그게…… 나도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네?”
[네?]“일단 끊어봐.”
전화를 끊는 오자명을 보던 이유비가 머리를 긁으며 핸드폰을 꺼내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어제 한끼식당에서 술 마시고 그대로 뻗었나 봅니다.”
“아…….”
그제야 기억이 난다는 듯 작게 탄성을 내뱉은 오자명이 주위를 보았다.
“그럼 여기는…….”
“이 사장님 사는 집인가 보죠. 보니 1층은 식당이고 2층은 가정집 같던데.”
“그런 모양이군. 이거 이 사장한테 민폐를 끼쳤군.”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죠. 그리고 이러면서 더 친해지는 거고.”
웃으며 이유비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난데, 자네 아침 했나? 안 했으면 여기 한끼식당인데 이리 와서 같이 하지. 그리고 트렁크에 나 갈아입을 옷 있지? 그래. 그거 들고 와.”
“여기서 밥 먹게?”
“보통 이런 경우에는 콩나물국 끓여 놓지 않겠습니까?”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남의 집에서 뻗어 자고는 아침밥까지 기대하다니, 자네 얼굴 너무 두꺼운 것 아닌가?”
“국회의원 하려면 얼굴이 이 정도는 되어야죠. 그리고 뭐 나중에 신세 갚을 일 어디 없겠습니까. 받으면 받은 만큼 갚아주면 되는 것이 사람 삶입니다. 호의를 너무 거절하는 것도 민폐지요.”
“호의를 베풀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너무 자기 편한 위주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하하! 제가 그래도 호의를 받으면 열 배로 갚는 사람입니다.”
웃으며 이유비가 몸을 좌우로 비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끄응! 역시 내 집이 아니면 아무리 편한 곳도 불편하기는 하네요.”
“나이 들면 내 집이 최고인 셈이지.”
오자명이 한숨을 쉬고는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사장은 일어났나 모르겠군.”
자리에서 일어난 오자명이 주위를 보다가 한쪽에 벗겨져 있는 양말을 찾아 신고는 전화를 걸었다.
“난데, 나 지금 한끼식당에 있어. 어제 술 먹고 여기서 자 버린 모양이야. 그래. 천천히 와.”
오자명이 통화하는 것을 듣던 이유비가 물었다.
“한 보좌관님이 형님하고 몇 년이죠?”
“이것저것 하면 한 이십 년 됐지. 국회의원 되기 전부터 내 일 도운 사람이니까.”
“그 친구도 오래 했네요.”
“그렇지.”
“흠…… 그럼 키우실 겁니까?”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 친구는 정치하고 어울리지 않아.”
“국회의원 보좌관이 정치하고 어울리지 않으면 누가 어울립니까?”
“그 친구는 순수해서 이쪽하고는 어울리지 않아.”
“한 보좌관님도 그것 압니까?”
이유비의 물음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나 은퇴하고 나면 시골에서 같이 농사나 지으며 살자고 이야기했네.”
“그 친구도 좋다고 합니까?”
“좋다고 하더군. 그리고 그 친구 이름으로 시골에 땅도 좀 샀고…… 아! 자네 집에 가을마다 가는 쌀이 지금 거기서 나는 거야.”
“잘 먹고 있습니다.”
“우렁이 농법으로 키우는 벼라 손이 들기는 해도 밥맛이 좋지.”
오자명이 웃으며 하는 말에 이유비가 슬며시 물었다.
“그럼 형님 지역구는 누구에게 물려줄 겁니까?”
“지역구가 재산도 아닌데 물려주기는 무슨…… 나 은퇴하고 당선되는 사람이 가지겠지.”
“욕심도 없으십니다.”
“욕심?”
“그곳에서만 삼선이고, 이번 총선에 되시면 한 지역에서만 사선 달성하시는 건데…… 그 정도면 권리금 받고 팔아도 될 수준 아닙니까?”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피식 웃었다.
“지역구가 무슨 상가도 아닌데 권리금을 받나?”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듯 웃는 오자명을 보며 이유비가 말했다.
“형님 지역구에선 여야 이름 달고 나오는 것보다 형님 이름 등에 업는 게 장땡 아닙니까.”
“장땡은 무슨……. 우리 지역구 일하기 엄청 힘들어.”
“어디 지역구는 안 힘들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웃던 이유비가 슬며시 덧붙였다.
“그럼…… 영민이에게 한 번 맡겨 보시죠.”
“자네 보좌관?”
“보셔서 아시겠지만 젊은 친구인데 똑똑하고 민생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보다는 형님하고 더 통하는 것이 많은 친구죠.”
생각에 잠긴 듯한 오자명을 보며 이유비가 말했다.
“도혁수 의원 아시죠?”
“알지.”
“도혁수 의원 손자입니다.”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혁수 형님 손자야?”
“친하셨습니까?”
“옛날에 사업 몇 번 같이 했었지.”
“하긴, 도혁수 의원도 사업가 출신이죠.”
“그 형님도…… 나라 바꿔 보겠다고 돈 많이 쏟아부으셨지.”
말을 하던 오자명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맛을 다셨다.
“아들이 집 나가서 결혼을 했다고 하던데…….”
“집하고는 연락을 안 하고 지냈다고 하더군요.”
“형수님이 참 대단하기는 하셨지. 새벽에 찾아가도 바로 소주도 내주시고 찌개도 내주시고. 내조의 여왕이셨는데.”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었다.
“새벽에 술상 잘 봐주면 내조의 여왕입니까?”
“우리 같은 술꾼들한테는 최고의 내조지.”
작게 웃은 오자명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 친구 너무 어리지 않나?”
“지금 당장도 아니고, 5년 후인 다음 총선 때 되면 젊은 축은 아니죠.”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만…….”
“무슨 다른 생각이 있으십니까?”
이유비의 물음에 오자명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세. 명현이야 나하고 같이 내려간다고 했지만 내 일 도와주는 다른 친구들의 생각도 들어 봐야 하니까.”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자명을 보좌하는 비서가 한명현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오자명에게 자신의 보좌관을 추천하는 것도 상도는 아니니 말이다.
‘말이라도 꺼낸 것에 만족하자.’
속으로 중얼거린 이유비가 몸을 일으켰다.
“내려가시죠.”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몸을 일으키고는 방을 나섰다. 거실을 나온 오자명이 집을 둘러보았다.
“혼자 사는 건가?”
별다른 가구가 보이지 않는 것에 의아한 눈으로 주위를 볼 때, 이유비가 식탁을 보고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식탁 위에는 속옷과 양말들이 놓여 있었다.
강진이 사다 놓은 듯한 속옷과 양말 그리고 칫솔을 본 이유비가 웃으며 말했다.
“이 사장이 속옷을 챙겨 놨네요.”
“미안하게.”
말을 하면서도 오자명이 속옷과 양말을 보다가 칫솔을 챙겼다.
“찝찝했는데 잘 됐군.”
“맞습니다.”
오자명이 옷을 벗기 시작하며 말했다.
“같이 들어가서 씻지.”
“같이요?”
“국회의사당 사우나도 같이 가는 사이에 지금 와서 내외하는 건가?”
“그건 아니지만 여긴 사우나가 아니잖습니까?”
“사우나는 아니지만 욕실은 있겠지. 나 금방 씻으니까 같이 들어가세.”
옷을 훌러덩 벗고 주위를 보던 오자명이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는 것에 이유비가 입맛을 다시고는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강진은 홀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TV에서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TV 앞에 자리한 김소희와 최호철이 유심히 보고 있었다.
드라마를 재밌게 보는 것은 그 둘뿐이고, 여자 귀신들은 한쪽에서 강진이 준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주방에서 보던 배용수가 말했다.
“노트북이나 한 대 사라.”
“노트북?”
“저거 102회라며?”
배용수가 TV를 가리키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럼 102회 끝날 때까지 저것만 봐야 하는데 저 여자애들이 불쌍하지도 않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사극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셋이 옹기종기 모여 작은 화면을 보고 있는 게 불쌍하기는 했다.
“노트북은 얼마나 하나?”
“성능에 따라 천지 차이겠지. 싼 건 이삼십도 할 걸?”
“이삽십이라…….”
“아니면 태블릿을 하나 사든가. 옆에 핸드폰 가게 있으니 거기다 말하면 싸게 주지 않을까?”
“소월향 씨?”
“무당이니 우리 귀신 처지 생각해서 싸게 주지 않겠어?”
“음…….”
강진은 신중히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가격 검색 좀 해 보고.”
“왜, 월향 씨가 사기 칠까 봐?”
“원래 모르는 사람한테는 사기 안 당하는 거다. 그리고 호구 짓이 가장 싫고.”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오자명과 이유비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일어나셨어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는 신세를 졌습니다.”
“모르시는 분들도 아니고, 하루 자고 갈 수도 있죠.”
“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니 고맙습니다.”
“해장하시라고 콩나물국 시원하게 끓였습니다.”
“하하하! 이거 속이 쓰리다 못해 불이 나고 있었는데 정말 감사히 먹어야겠습니다.”
웃으며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국과 밥을 그릇에 담고는 계란 프라이를 만들었다.
술을 많이 먹은 다음 날에는 계란 프라이가 숙취 해소 역할을 할 정도로 몸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다.
강진이 계란 프라이를 만들며 힐끗 김소희와 귀신들을 보았다.
김소희와 최호철은 국회의원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드라마를 보고 있었고, 여자 귀신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을 보고 있었다.
그런 귀신들의 시선을 알 리가 없는 국회의원들은 편하게 앉아 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사실 지금 귀신들은 모두 향수를 뿌린 상태였다. 바로 두 사람 때문에 말이다.
두 사람이 잠에서 깨어 내려올 때 귀신들 영향을 받을까 싶어 미리 향수를 뿌려 놓은 것이다.
그래서 오자명과 이유비 둘 다 귀신에 대한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처녀귀신 분들도 그리 불편해하지 않는 것 같던데. 차라리 방향제를 사다가 달아 놓을까?’
처음에 방향제를 설치하지 않았던 이유는 귀신들이 불편해할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막상 써 보니 처녀귀신들도 순순히 응했고, 김소희도 싫어하지 않았다.
그럼 방향제를 달아도 되지 않나 싶었다. 그에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일단 음식들을 세팅했다.
‘오늘 저녁 장사 할 때 귀신들에게 의사 물어보고 결정하자.’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음식을 홀로 가지고 나왔다.
“식사하세요.”
강진이 두 사람의 앞에 음식들과 계란 프라이를 놓았다.
계란 프라이를 본 오자명과 이유비가 미소를 지었다.
“요즘 집에서도 아침에 계란 먹기 힘든데…… 여기서는 귀한 음식을 다 먹습니다.”
“계란 프라이 정도인데요, 뭐.”
“나름 귀찮고 손 가지 않습니까. 있으면 이렇게 좋지만, 반찬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젊었을 때는 마누라하고 으샤으샤 정도는 해야 아침에 맛이나 봤는데.”
오자명의 농에 강진이 웃었다.
“맛있게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오자명과 이유비가 계란 프라이 반숙을 입에 대고는 노른자만 먼저 쪼옥 먹고는 부드러운 흰자를 입에 넣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계란의 식감에 두 사람이 미소를 짓자, 강진도 계란 프라이를 먹으며 아침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