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62
363화
강진은 황민성과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한편, 정민 가족의 식사 자리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마신 막걸리만 벌써 다섯 병이 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혼자 다 마신 것은 아니지만, 아버님은 그냥 건배하는 수준으로 잔만 비우고 있으니 거의 할아버지 혼자 다 마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소시지 맛있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소시지 좀 더 가져올까요?”
“더 있어?”
“부대찌개 드시는 손님들이 좀 있어서 모자라면 리필해 드리려고 좀 더 했어요.”
“그럼 좀 더 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주방으로 가 약한 불로 끓이던 부대찌개에서 소시지를 건져왔다.
그것을 황민성 냄비에 넣은 강진이 황태수 테이블을 보았다.
‘확실히 먹성이 좋네.’
애들이 소시지를 좋아하는 것 같아 정말 많이 넣었는데도 소시지가 많이 줄어 있었다.
그 와중에 황태수가 소시지를 건져 황미소의 그릇에 올려 주는 것을 본 강진이 주방에서 소시지를 더 담아왔다.
“소시지 리필 해 줄게.”
“고맙습니다.”
이미 성인 3명이 먹을 분량을 먹었음에도, 다시 쌓이는 소시지에 눈빛을 반짝이며 환하게 웃는 황미소를 보던 강진이 황태수를 보았다.
“동생 많이 먹으라고 너 조금 먹지 말고 너도 많이 먹어. 모자라면 형이 더 줄 테니까.”
“저도 많이 먹고 있어요.”
“그럼 다행이고.”
웃으며 강진이 물잔에 물을 따라주고는 황민성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런 강진을 보던 황민성이 힐끗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아이들을 보고는 물었다.
“그런데 애들만 있네?”
황민성이 작게 묻는 것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가게 오시는 분들은 참 착해.’
할아버지도 그렇고 황민성도 그렇고, 혹시 애들한테 상처가 될까 싶어 작게 소곤거리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들의 호기심은 어쩌면 당연했다. 식당에서 자기들끼리 밥 먹기에는 너무 어린 것이다.
게다가 황미소는 유치원도 아직 가지 않았을 정도로 어린아이였다.
“아버지가 외지에 일하러 가시고 할머니하고 셋이 살아요.”
“그럼 할머니는?”
“몸이 안 좋으신 모양이에요.”
“그래도 집이 가까운가 보네?”
“노원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놀란 듯 그를 보다가 작게 속삭였다.
“노원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끄덕!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고개를 뒤로 돌리려다가 급히 시선을 앞으로 두었다.
괜히 계속 쳐다보면 애들이 불편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주방에 애들 어머니 식사하고 계세요.”
“왜 주방에서?”
“용수하고 같이 있어요.”
“아…….”
배용수와 같이 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안 황민성이 작게 탄식을 토하다가 입맛을 다셨다.
“어머니가…….”
아픈 어머니를 두고 있는 그인 만큼, 애들에게 어머니 수호령이 붙어 있다고 하니 남 일 같지가 않았다.
잠시 밥 먹던 것을 멈추고 멍하니 있던 황민성이 물었다.
“그…… 귀신 되면 안 좋은 거지?”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단순한 물음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안 좋죠.”
“수호령도…… 안 좋은 거지?”
“수호령도 빨리 승천하는 것이 좋죠.”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 곁에 남을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야?”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나중에 어머니가 옆에 계셨으면 좋겠어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부대찌개를 보다가 한숨을 쉬며 수저를 내려놓았다.
“내 마음 같아서는…… 계시면 좋겠어.”
“혹시 저희 가게에서 뵐 수 있어서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은 없는 그였지만, 강진의 말대로 어머니가 훗날 돌아가시고 남으신다면 저녁 11시에 저승식당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잠시 말이 없던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다.”
“떠나보내는 건 늘 힘든 일이죠. 그리고…… 승천하시는 것이 가장 좋아요.”
“나하고 같이 있으면…….”
뒷말을 흐리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작게 말을 이었다.
“귀신은…… 무척 외로워요.”
“외롭다, 라…….”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소주나 마실까?”
“일은요?”
“사장이 쉬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겠지.”
“그러다 망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 정도로 회사 허투루 키우지는 않았어. 그리고 주말이잖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잔하세요.”
“너는?”
“저는 손님 계시잖아요. 손님 가시고 같이 한잔해요. 저도 고등어에 맥주 마시고 싶었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장고에서 소주를 한 병 가지고 와서는 잔에 따라 마셨다.
그러고는 작게 속삭였다.
“그런데 오빠가 참 똘똘하네.”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말했다.
“노원에서 동생 데리고 여기까지 밥 먹으러 온 것을 보면 말이야.”
“똑똑하고 동생을 참 위해요.”
“오빠면 그래야지. 내가 동생이 있었으면 참 잘 해 줬을 텐데.”
“많이 맞았을 것 같은데?”
“잘못하면 맞아야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렇게 따지면 황민성도 어렸을 때 참 많이 맞았을 것이다.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황태수와 황미소가 몸을 일으켰다.
“잘 먹었습니다.”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고는 주방에서 반찬 통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나왔다.
“여기에 고등어하고 부대찌개 재료 있거든? 육수하고 소시지 따로 있으니까 집에 가면 둘 다 냉동고에 넣어. 그리고 먹고 싶을 때 육수하고 재료 냄비에 넣고 끓이기만 해. 형이 양념은 다 해 놨으니까.”
“와! 그럼 우리 집에서도 부대찌개 먹을 수 있는 거예요?”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소 집에 가서도 맛있는 것 먹을 수 있겠네.”
“감사합니다.”
황미소가 웃으며 보자, 황태수가 머리를 긁었다.
“죄송해서…….”
“죄송하기는. 맛있게 먹어.”
강진의 말에 황태수가 주머니에서 슬며시 꿈나무 카드를 꺼냈다.
“저…… 이거 오천 원은 결제할 수 있는데요.”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형이 이런 카드 안 받는다고 했지.”
“그래도 죄송해서요.”
“그 카드 이름이 뭐지?”
“꿈나무 카드요.”
“꿈나무가 밥 먹는데 무슨 카드까지 받아. 앞으로도 편하게 먹으러 와. 아! 아니면 다음에 올 때도 이 빵 사 오든가. 형 이 빵 좋아해.”
강진이 황태수가 가져온 봉지에서 빵을 꺼내 먹자, 그가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도 사 올게요.”
“그래. 고맙다.”
웃으며 황태수의 머리를 쓰다듬은 강진이 말했다.
“지금 가지 말고 이따 가. 형이 태워다 줄게.”
“저희끼리 갈 수 있는데요.”
“이 쇼핑백까지 들고 너희들끼리 어떻게 가. 이거 무거워.”
강진이 탁자에 올려놓은 쇼핑백을 들어 보이자 황태수가 머리를 긁었다.
“그…… 죄송해서.”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약속 하나 하자.”
“네?”
“앞으로 형한테 죄송하다는 말 하지 않기. 형이 그 말 들을 때마다 민망하다.”
강진의 말에 황태수가 그를 보다가 손을 잡았다.
“알겠습니다.”
황태수의 말에 웃음으로 답한 강진이 쟁반을 가져다가 둘이 먹은 자리를 치울 때, 정민의 할아버지가 몸을 일으켰다.
“애들은 우리 차로 데려다주겠습니다.”
“애들 집이 좀 먼데.”
“사장님이야 영업하셔야죠. 그리고 우리 집도 노원 지나가야 합니다.”
그러고는 할아버지가 웃으며 황태수를 보았다.
“할아버지가 가는 길에 너희 집에 태워다 주려고 하는데 괜찮겠니?”
할아버지의 말에 황태수가 긴장된 얼굴로 강진을 보았다. 모르는 사람이 태워다 준다고 하니 겁이 나는 것이다.
“여기 있는 잘생긴 형 우리 집 단골손님이라 겁내지 않아도 돼.”
“그래도…….”
“괜찮아. 좋은 분이셔.”
강진이 굳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할아버지와 연이 닿으면 애들에게 좋은 인연이 될 것 같아서 연결을 해 주려는 것이다.
그리고 정복남에게 들은 할아버지는 참 멋지면서도 좋은 분이었다.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아이들을 부탁하는 것이다.
강진이 괜찮다는 듯 말을 하고는 덧붙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모르는 사람이 태워 준다고 하면 절대 타면 안 돼. 알지?”
“네.”
잠시 머뭇거리던 황태수가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감사히 타겠습니다.”
“그래.”
할아버지가 웃으며 나가자 정민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냈다.
“밥값입니다.”
“얼마인지도 안 묻고 봉투를 주시네요.”
강진이 봉투를 받자 정민이 웃으며 말했다.
“가격대가 제가 생각한 것하고 비슷할 것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혹시 남으면 다음에 오실 때 식대 빼 드릴게요. 아! 반대로 모자라면 월요일에 말할게요.”
“그렇게 하세요.”
웃으며 고개를 숙이던 정민이 강진에게 엄지를 세웠다.
“멋지세요.”
“네?”
의아한 듯 보는 강진을 보며 정민이 미소를 지었다.
“꿈나무 카드요.”
“아세요?”
“저도 뉴스는 보고 사니까요. 멋지세요.”
정민이 웃으며 주머니에서 오만 원짜리를 꺼내 아크릴 통에 넣었다.
“이건 애들 밥값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정민이 멋들어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서요.”
“그래도 오만 원은 많은데…….”
“남은 건 다른 꿈나무들 밥값으로 해 주세요.”
그러고는 정민이 엄지를 다시 세우고는 말했다.
“멋지세요.”
웃으며 정민이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그 뒷모습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멋지기는…… 정민 씨가 더 멋있죠.”
생긴 것도 마음 쓰는 것도 정민은 참 멋진 사람이었다.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주방을 보자, 정복남과 아주머니 귀신이 나오고 있었다.
정민이 한 행동을 봤는지 정복남은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조카 손주분이 돈을 멋지게 쓰시네요.”
강진의 말에 정복남이 웃으며 엄지를 세웠다.
“제 동생 손주입니다.”
그러곤 가게를 나서던 정복남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곤 말했다.
“다음에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정민 씨한테 할아버지 한 번 더 모시고 오라고 할게요.”
“후! 꼭 그렇게 해 주십시오. 그럼 가겠습니다.”
정복남이 가게 밖으로 나가자, 아주머니 귀신이 강진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그 뒤를 따라나섰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황민성에게 가니 그가 입맛을 다셨다.
“소주 안 먹었으면 내가 태워다 줬을 텐데.”
“누가 태워다 주면 어때요. 태워다 줄 착한 분들이 있다는 것이 좋은 거지.”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나저나…… 너네 가게는 참 착한 분들이 자주 오시는 것 같다.”
“그러게요. 저희 가게 손님들이 참 착하시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바닥을 보다가 말했다.
“터가 좋은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사장이 좋아서가 아닐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소주를 따라 앞에 놓았다.
“치우기는 이따 치우고 같이 한잔하자. 용수야!”
황민성의 외침에 강진이 웃었다.
“이미 제 자리에 앉아 있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앞을 보고는 소주잔을 놓아주었다.
“너도 한잔하자.”
“알겠습니다. 형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옆자리를 빼고는 앉았다.
“자, 한잔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