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83
384화
채팅창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깊숙이 숨어 있던 방이었지만, 지금은 백 명 정도가 보고 있었다.
오픈한 지 한 시간도 안 된 방에 이 정도 인원이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었다.
이혜미가 채팅창을 보며 미소를 지을 때, 강두치가 슬며시 고개를 내밀어 영상을 보고는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참 발칙한 짓을 하십니다.”
흠칫!
이혜미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는 동시에 태블릿이 흔들리자, 강두치가 슬쩍 손으로 태블릿을 잡아 고정시켰다.
“어이쿠! 화면 흔들려요.”
“저……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로 일이 다 해결이 되면 이승이 참 행복할 텐데요.”
평온한 말투와 달리, 강두치의 미소는 무척 차갑고 무서웠다. 그 미소를 본 이혜미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벌벌 떨기 시작했다.
“강진아, 강진아 저기.”
장설하의 노래를 듣고 있던 강진은 배용수의 말에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강두치 앞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이혜미를 본 강진이 급히 푸드 트럭에서 내려왔다.
“두치 씨.”
강진의 부름에 강두치가 그를 보고는 작게 ‘쉿’ 하고는 옆으로 나왔다.
“괜찮아요?”
이혜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강두치를 보았다.
“무슨 일입니까?”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태블릿 화면을 가리켰다.
“혜미 씨가 인터넷 방송을 하는군요. 이 모습을…….”
강두치가 장설하와 귀신들을 보았다.
“이승에 그대로 말이죠.”
“그 영상 정도는 괜찮지 않습니까? 전에 유언 동영상도 유출하고 했는데…….”
“그건 변호사 끼고 한 일인데…… 이건 그렇지가 않지요.”
“그건…….”
강진이 말을 하지 못하자 강두치가 힐끗 이혜미를 보았다. 그 차가운 시선에 이혜미가 바들바들 떨었다.
“몰라서 한 것이니 한 번만 지나가 주시지요.”
겁을 먹은 이혜미의 모습에 강진이 조심히 사정을 하는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알고 있습니다.]귀로 들리는 것이 아닌, 머릿속에서 울리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강진이 강두치를 보았다.
[전설의 고향 보면 저승사자가 사람 이름 부를 때 쓰는 목소리입니다. 일대일로만 들리고 다른 귀신은 못 듣죠.]‘아…….’
저승사자가 사람 이름을 세 번 부르면 영혼이 빠져 나온다고 하는데 그런 것인 모양이었다.
[어쨌든…… 저도 일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직원 분들이 사고를 치기 전에 한 번 잡아 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분위기를 만든 겁니다.]강두치가 살짝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귀신이 인간들에게 사진 보내고, 자신들의 영상 보내고…… 문자 보내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바로 저희 JS 금융으로 끌려가도 할 말이 없는 행위이니 사장님께서 한 번 더 주의를 주세요.]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강두치가 이혜미를 향해 작게 속삭였다.
“이 사장님이 부탁을 하니 이번에는 넘어가겠습니다. 하지만…….”
강두치가 이혜미와 다른 직원들을 보며 작게 말했다.
“인간에게 당신들의 메시지를 보내려고 하지 마십시오.”
보내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귀신 직원들은 침을 삼켰다.
어떻게 하겠다는 말보다 침묵이 더 무서운 것이다.
이혜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자, 강진이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제가 할게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강진은 태블릿을 든 채 그녀를 잠시 살펴보다가 장설하에게 다가갔다.
강진이 태블릿을 들고 다가오는 것에 노래를 부르며 귀신들과 어울리던 장설하가 그를 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
태블릿 화면 속의 장설하가 자신을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장설하 씨, 팬입니다.”
그의 말에 채팅이 연이어 올라왔다.
올라오는 채팅을 확인한 강진이 장설하에게 말했다.
“이 동영상, 나중에 인터넷에 올려도 되나요?”
장설하가 멈칫한 얼굴로 강진을 보았다. 그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것이다.
자신을 찍고 있다는 것조차 이제 알았으니 말이다. 그에 강두치가 장설하를 향해 입술을 달싹였다. 육성으로 말을 하면 영상에 목소리가 들어가니 아무도 듣지 못하게 상황 설명을 해 주는 것이다.
[저기 여자 귀신 분이 장설하 씨가 노래하는 것을 실시간 인터넷 방송에 올렸습니다.]장설하가 의아한 눈으로 강두치를 보다가 다시 태블릿을 보았다.
‘지금 이 모습을 사람들이 본다고?’
장설하가 태블릿을 보자, 강두치가 말했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하세요. 대신…… 장설하 씨가 죽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남긴 것처럼요.]강두치의 말에 장설하가 멍하니 카메라를 보았다.
장설하가 당황하는 이유를 다르게 해석한 사람들의 채팅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 것 아닌데…….’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라도 누가 몰래 나를 촬영하면 기분이 나쁠 것 같으니 말이다.
공인이라고 해도 허락받지 않고 촬영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채팅을 볼 때, 태블릿 화면 속의 장설하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요.”
“촬영이 마음에 안 드시면 지금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사람들한테 욕먹기 싫어서 강진이 한마디 하자, 장설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이런 모습 보고 팬들이 푼수 같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모습도 재밌게 봐 주신다면 저는 오히려 감사할 것 같습니다.”
“그럼 이 영상을 볼 팬들에게 한마디만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장설하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가만히 태블릿을 보는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시청자들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자신은 이미 죽은 것이다.
죽은 후 팬들에게 말을 남기려 하니…….
잠시 태블릿을 보던 장설하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장설하가 눈물을 흘리는 것에 채팅창이 요동을 치는 사이, 강진은 힐끗 태블릿 PC 위에 떠 있는 시간을 보았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그에 강진이 손가락을 살짝 들어 원을 그렸다.
‘팬들에게 할 말이 있으면 이게 마지막 기회입니다.’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장설하를 보자, 그가 눈물을 닦고는 화면을 보았다.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이름이 있다고 하던데…… 저에게는 팬이 그런 것 같습니다. 저를 사랑해 주시고, 제가 저로서 설 수 있도록 해 주시는 분들…… 팬이 있어 저는 행복했습…… 아니, 행복합니다.”
화면을 보며 미소를 지은 장설하가 말을 이었다.
“여러분처럼 좋은 팬을 가지게 된 저는 정말 행운아였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그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양손을 들어 하트를 만들었다.
“사랑합니다!”
큰 소리로 외치는 장설하의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채팅창을 보았다.
장설하를 추모하는 글을 확인하던 강진이 태블릿을 눕혔다. 영상에서 바닥이 나오는 동안, 장설하가 채팅창을 보았다.
주르륵! 주르륵!
채팅창에 올라오는 글들을 본 장설하가 웃는 듯, 우는 듯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강진이 다시 태블릿을 세우자, 장설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이 동영상을 보시는 분들이 어떤 분들일지 모르지만…… 제 팬들을 위해 한 곡 하겠습니다. 제목은…… 잊지 말아요.”
자신이 찍은 드라마의 OST이자, 드라마 방영 당시 모든 차트를 씹었던 인기곡을 말하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글을 보던 강진이 장설하를 보자, 그가 소주병을 들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노래와 드라마에 대해 잘 모르는 강진도 들어 본 적이 있는 노래였다.
‘노래 정말 잘하네.’
그런 생각을 하며 노래를 들을 때, 강두치가 다가와서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손가락으로 터치했다.
톡톡!
그 모습에 강진이 시간을 보니 12시 59분이었다. 그에 강진이 마지막으로 화면 속의 장설하를 보고는 실시간 방송을 종료시켰다.
화아악!
1시가 되자마자 술을 마시던 이들의 모습이 귀신으로 변했다.
그리고…….
장설하의 손에 들려 있던 소주병이 그대로 떨어지며 깨어져나갔다.
쨍그랑!
눈을 감고 열창하던 장설하가 그 날카로운 소리에 노래하던 자세 그대로 굳은 듯 잠시 서 있다가 한숨을 쉬었다.
“후우!”
깊은 한숨과 함께 눈을 뜬 장설하가 강진과 이혜림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 마지막…… 콘서트 감사합니다.”
장설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편히 가세요.”
강진의 말에 장설하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잡았다.
“제가 살아서 봤으면 좋은 친구가 됐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저도 아쉽습니다.”
강진의 말에 장설하가 그를 보다가 손을 놓았다. 그런 장설하에게 강두치가 다가왔다.
“이제 가시죠.”
강두치의 말에 장설하가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장설하와 JS 금융 직원들이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가시는 것을 보니 귀신으로 남지는 않으시겠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장설하를 보던 강진이 손을 흔들었다.
“잘 가세요!”
강진의 외침에 장설하가 그를 보고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음에 또 봅시다!”
장설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죽어서 저승에 가는 사람이 또 보자는 말을 하는 것은…… 덕담이라고 보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그가 어떤 마음으로 말한 건지 알기에 미소로 답한 것이다.
장설하가 가고 나자 강진이 귀신 직원들을 보았다. 여자 귀신들은 안쓰러운 눈으로 멀리 가는 장설하를 보고 있었고, 배용수는 어느새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정리하고 저희도 가죠.”
강진의 말에 여자 직원들이 그릇들을 정리하고 먹던 자리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런 귀신들을 보며 강진도 빗자루를 가져다가 장설하가 떨어뜨린 소주병의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
강진과 직원들은 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장설하의 발인이 보도되고 있었다.
가족들이 관을 차에 싣고 그 주위에 장설하의 팬들이 촛불을 든 채 울면서 서 있었다.
[장설하 씨의 발인이 이뤄졌습니다. 장설하 씨를 추모하는 팬들은 촛불을 든 채 그의 노래를 부르며 고인이 가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한편, 어제 한 인터넷 방송 사이트에서는 고인의 생전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 준비했습니다.]아나운서의 말이 끝나자, 어제의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커다란 하트를 그리며 웃는 장설하의 모습과 함께 화면이 멈췄다.
그리고 그 밑에 검은 자막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