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90
391화
거하게 술을 먹은 오자명과 이유비는 보좌관들의 부축을 받으며 술집을 나갔다.
그리고 술값을 대신 내려는 황민성을 오자명이 웃으며 만류했다.
“다음에 나 은퇴하고 나면 그때나 사 주십시오.”
그러고는 오자명이 지갑에서 오만 원을 꺼내 아크릴 통에 넣자, 이유비도 오만 원을 꺼내 통에 넣었다.
다른 사람 것은 안 내줘도 보좌관들 것은 자신들이 내는 것이다.
비싼 술집에서 먹은 것도 아니라서 술을 실컷 먹어도 십만 원이면 충분했다.
네 사람이 가게를 나가는 것을 배웅한 강진은 황민성과 강상식을 보았다.
“두 분은?”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내일 일이 있어서 술은 그만 마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한쪽에 주차되어 있는 차로 가자, 운전기사가 내려서 문을 열어주었다.
덜컥!
강상식을 태운 차가 출발하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기사님은 힘들겠어요.”
가게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차 안에서 계속 대기를 하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행비서라는 건 힘든 일이지.”
“월급은 많이 주나요?”
“내 수행비서님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많이 주니 같이 있지 않겠어?”
“형은 많이 주나요?”
“최고급 대우는 아니더라도 서운하게 드리지는 않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앞에 세워진 그의 차를 보았다.
“그런데 형은 오 실장님하고 같이 안 다니시네요?”
“나 술 마시는데 굳이 오 실장님이 고생할 필요 없잖아. 그래서 술자리 있거나 늦을 때는 먼저 퇴근시키고 나는 대리 불러서 타고 가지.”
“들어가시죠.”
강진이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다들 갔어요.”
강진의 말에 주방에서 여자 직원들이 나와서는 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건 언제 봐도 신기하네.’
황민성이 두둥실 떠다니는 접시들과 술병들을 볼 때, 전자음이 들렸다.
[형, 어때? 이렇게 하니 말로 하는 것 같지?]전자음에 고개를 돌리니 허공에 핸드폰이 떠 있었다.
“뭐야?”
강진이 묻자 배용수가 글을 적었다.
[글을 쓰면 전자음으로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고.]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글로 적어라. 여자가 말하는 것 같아서 이상하다.”
[알았어요.]답을 한 배용수가 자리에 앉자, 황민성이 의자가 당겨진 곳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넌 참 미친놈 같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늦었네요.”
“뭐가?”
“용수 미친 것 아신 거요. 저는 진작에 알았는데.”
[뭐래는 거야.]배용수의 핸드폰에서 다시 전자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두 사람이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소주 한 잔 더 하시겠어요?”
“아니. 나도 집에 가야지. 커피 한 잔 줘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일어나서는 믹스 커피를 두 잔 타서 가지고 나왔다.
따뜻한 믹스 커피를 마시며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내일 일정 어떻게 돼?”
“내일은 장례식장에 좀 다녀오려고요.”
“장례식장?”
장례식장이라는 말에 황민성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제 지인이 돌아가신 것은 아니고요. 장례식장에…….”
강진이 장례식장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황민성이 웃었다.
“그렇다고 장례식장에 가서 밥을 먹고 왔어?”
“지금은 후회하는 중이기도 하고, 잘 갔다는 생각도 들고. 복잡하네요.”
“왜?”
강진이 그곳에서 본 어린 귀신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애가 많이 아팠나 보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재차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먹고 싶어 하던 것 해다 준 건 잘 했어. 그리고 그 부모님도 네가 밥 먹으러 갔다는 것을 알아도 고마워했을 거야.”
“그래도…….”
“어찌 되었든 부모님 입장에서는 애기가 아파서 먹지 못하게 했던 것들을…… 지금이라도 먹였으니까. 자식 입에 맛있는 것 들어가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잖아.”
“자식도 없는 분이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자식은 없지만…… 어머니가 있잖아. 요즘 어머니가 음식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
황민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숨을 쉬었다.
“정수 음식 해 줘서 마음이 편하기는 한데…… 어쨌든 육개장 먹으러 간 건 제가 실수한 것 같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장례식은 왜 가는 거야?”
“거기 음식을 구내식당에서 한다고 해서 누가 하는지 보고 배울 것 있으면 배우려고요.”
말을 하던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그런데 내일은 왜요?”
“내일 제주도에 가는데 너 데리고 가려고.”
“제주도?”
“제주도에 호텔이 하나 있는데 내일 어머니 모시고 맛있는 것도 먹고 관광도 하고 하루 자려고.”
“어머니 무리 가지 않으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비행기 타면 금방이잖아. 강원도에서 우리 집 오는 것보다 더 가깝지.”
“그건 그러네요.”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제주도에 호텔이 있으세요?”
“내 건 아니고 투자하는 곳 중 하나지.”
“아…….”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내가 돈이 많아 보여도 딱히 내 거라고 할 건 거의 없어. 다 그냥 발이나 걸치고 있는 거지.”
웃으며 설명한 황민성이 물었다.
“그래서 갈래?”
[가자.]옆에서 들리는 전자 음성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배용수를 보았다.
“그 목소리 남자로 바꾸면 안 돼?”
“어떻게 하는 건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받아 목소리 버전을 남자로 바꿨다.
“넌 가고 싶냐?”
“오랜만에 바다도 보고 좋지.”
“바다 좋아해?”
“바다 들어가는 건 안 좋아하는데 보는 건 좋아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근데 제주도까지 갈 수 있겠어?”
“비행기 타면 금방이잖아. 그리고 설마 귀신인 나한테 비행기 값을 받겠어?”
배용수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제주도가 여기서 멀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생각은 안 해 봤는데…… 못 가려나?”
죽은 지 오래되지 않은 귀신은 자신이 죽은 곳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한다.
“전에 혜선이도 제주도는 멀어서 못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그럼…… 나 못 가겠다.”
자신보다 죽은 지 오래되고 힘도 강한 처녀귀신 이혜선도 제주도까지 못 간다면 배용수는 더 못 가는 것이다.
“왜, 용수는 제주도 못 가?”
배용수가 하는 말은 안 들리지만 강진의 말을 듣고 대충 짐작을 한 황민성이 의아한 듯 보았다.
황민성의 시선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귀신은 자기 죽은 곳에서 멀리 못 가요. 시간이 지나면 멀리도 갈 수 있는데 지금 용수 상태론 제주도 못 갈 것 같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혹시 내가 가서 너 부르면 올 수 있지 않을까?”
“글쎄…… 잘 모르겠네.”
이때까지 강진은 서울과 인근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와 강원도 정도에서만 그를 불렀다.
그 정도는 배용수도 혼자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속했기에 문제가 없었는데, 제주도까지는 잘 모르는 것이다.
제주도가 한국 땅이기는 하지만 바다 건너라 거리로 따지면 엄청나니 말이다.
“저녁에 귀신들 오면 물어보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에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괜찮으니까, 갈 수 있을 때 다녀와.]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황민성을 보았다.
“근데 갑자기 제주도는 왜요?”
“생각을 해 보니까, 내가 어머니하고 여행을 가 본 적이 없더라고.”
“아…….”
“더 나이 드시기 전에 여행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제주도 다녀오려고.”
말을 하는 황민성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어려 있었다. 조금 더 일찍 이런 생각을 할 걸, 하는 후회가 드는 것이다.
어머니 건강할 때 자신이 조금만 철이 들었다면…… 건강한 어머니와 손을 잡고 좋은 곳을 걸으며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했을 텐데, 하고 말이다.
‘내가 철이 조금만 더 일찍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씁쓸한 얼굴로 작게 고개를 젓고 있는 황민성의 모습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겠어요.”
“아침에 어머니 정신 들었을 때 이야기하니까 무척 좋아하시더라. 진즉에 갈 것을 그랬어.”
황민성이 어머니를 떠올리며 웃는 것에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왜 제주도예요?”
“제주도는 바다와 산이 있고 초원이 있지. 일석삼조잖아.”
그러고는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하와이나 세부 같은 곳도 모시고 싶은데 외국인들 많은 곳보다는 말이 통하는 한국이 더 어머니에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비행기 오래 타는 것은 사실 무리기도 하고.”
“하긴 그렇죠. 그리고 외국 못지않게 한국에도 좋은 곳 많다고 하더라고요.”
“어디 좋은 데 알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듣기만 했죠.”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바다와 산에 간 적이 있지만, 두 분 돌아가시고 난 후엔 여행을 다녀 본 적이 없는 강진이었다.
공사 아르바이트 때문에 지방을 다녀 본 적은 있지만, 그건 여행이 아닌 만큼 즐길 여유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황민성이 자신을 데리고 가려는 것은 같이 가서 힐링을 하자는 이유일 것이다.
“형이 가자는데 가야죠.”
“너 일정 괜찮겠어?”
“병원 구내식당 가는 게 그리 급한 건 아니니까, 제주도 갔다 와서 가면 됩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물었다.
“일요일은 저희 영업 둘 다 쉬니까 괜찮은데, 가서 언제 오는 거예요?”
“일요일 하루는 거기서 자고, 아침에 비행기 타고 올 거야. 형도 오성화학 건으로 미팅이 몇 개 잡혀 있거든.”
“그럼 점심 전에는 올 수 있겠네요.”
“아침 먹고 아홉 시 비행기 타면 열 시면 서울 도착하지.”
“알겠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근데 너 비행기 타 본 적 있어?”
“없는데요.”
“그럼 여권은?”
“여권? 여권 없는데요.”
“비행기 타려면 여권이 있어야지.”
“한국 가는데 여권이 있어야 해요?”
“비행기잖아.”
“여권 없는데 그럼 비행기 못 타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번 기회에 여권은 만들어라.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까.”
“그건 그런데 저 그럼 내일 어떻게 해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웃었다.
“한국 가는데 여권은 무슨…… 내일 일곱 시에 데리러 온다.”
“여권 없어도 돼요?”
강진이 다시 묻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그 어깨를 툭 쳤다.
“당연하지.”
황민성의 장난에 강진이 멍하니 그를 보았다. 사실 강진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황민성 같은 사람이 이런 장난을 칠 줄을 몰라 혹시 내가 비행기를 안 타봐서 모르나 싶었던 것이다.
강진의 머릿속에 고급 바에서 황민성이 사업 계획서를 찢던 장면이 떠올랐다.
‘이런 캐릭터 아니셨는데?’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이 배용수가 있는 곳을 보며 말했다.
“다음에는 제주도 말고 같이 갈 수 있는 곳으로 가자.”
[알겠어요.]배용수의 목소리 대신 들려오는 전자음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가게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