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
4화
멍하니 강진을 보던 소녀가 입을 열었다.
“지금…… 그대가 한 말이 나에게 하는 소리인가?”
“그럼 여기에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야! 나…….”
나가라는 말을 하려던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돈 없는 자를 쫓아내지 않는다.’
손님을 함부로 쫓아내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에 강진이 소녀를 보았다.
“너 돈 있어?”
“돈?”
“그래.”
강진의 말에 소녀가 그를 황당한 눈으로 보다가 당당하게 말했다.
“없네.”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당한 소녀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돈도 없이 식당 와서 술 달라고 하는 것치고는 너무 당당한 것 아니냐?”
강진이 작게 혀를 찼다.
‘돈이라도 있으면 그냥 내쫓는 건데.’
돈 없는 자를 쫓지 말라고 했지, 돈 있는 자를 쫓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생각과 함께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 변호사가 보고 있을 텐데…….’
감시를 한다 하지는 않았지만, 영업을 안 하면 연락한다고 했다.
그러니 어디선가 감시를 하거나 CCTV라도 설치를 해 놨을 것이다.
그에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밥이나 먹고 가.”
“소주 달라 했네.”
“어른 되면 와서 먹어. 애한테는 술 안 팔아.”
“자네 지금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한데…….”
촤아악!
소녀가 계속 무어라 말하자 강진이 프라이팬에 마늘을 쏟으며 그녀를 보았다.
“밥 줄 테니까, 빨리 집에 들어가. 여자애가 어디 밤 11시가 넘도록 돌아다녀?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촤아악! 촤아악!
프라이팬 두 개에 마늘을 볶은 강진이 밥과 고기를 동시에 넣고는 볶았다.
촤아악! 촤아악!
빠르게 프라이팬 두 개를 움직이며 밥과 고기를 동시에 볶는데도 강진은 능숙했다.
‘신기하네. 요리가 이렇게 쉬운 거였나?’
동시에 음식 두 개를 만드는데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프라이팬 두 개를 동시에 다루는데도 재료들도 튀지 않고 그 안에서 부드럽게 섞이며 볶아지고 있었다.
프라이팬 두 개를 동시에 움직이며 음식을 끝낸 강진이 김치와 함께 들고 나왔다.
“응?”
음식을 들고 나온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방금 전까지 앉아 있던 여자애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이게 그냥 가 버렸네?”
탁자에 음식을 놓으며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힘들게…… 는 아니지만 기껏 음식을 두 개나 만들었는데, 말도 없이 가 버리다니.
입맛을 다시던 강진이 입구를 보았다.
“돈도 없다면서 어딜 간 거야? 밥은 먹고 가지.”
배가 고프니 음식점에 왔을 텐데…… 돈도 없는 애가 그냥 가 버리니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게다가 이왕 한 음식이기도 하고 말이다.
덜컥!
입구를 보고 있을 때 문이 다시 열렸다.
스윽!
들어오는 사람은 여인이었다. 그것도 무척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한쪽 자리에 앉은 여인이 입을 열었다.
“소주 주게.”
여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탁자에 놓은 음식을 다시 쟁반에 담아서는 여인의 탁자에 탓하고 올려놓았다.
“까불고 있어.”
“지금 나에게 하는 소리인가?”
“화장 좀 하고 오면 내가 못 알아볼 줄 알았어?”
흠칫!
여인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싸가지 없는 말투를 보니 확신이 되었다.
‘같은 애네.’
“그리고…… 화장을 하고 올 거면 옷이라도 좀 갈아입고 오지 그랬냐? 너는 아까부터 왜 이리 성의가 없냐?”
“옷?”
여인이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까 들어온 소녀와 지금 들어온 여인, 둘 다 옷이 같았다.
게다가 얼굴은 화장으로 어떻게 했어도 머리 모양부터 말투까지 같았다.
즉 같은 사람이었다.
수저통에서 젓가락과 수저를 꺼내 놓은 강진이 말했다.
“밥이나 먹어. 술은 나이 먹으면 먹고.”
“내 나이가 몇인 줄 알고 그러는 겐가?”
“알지. 아직 술 먹을 나이는 아니라는 거.”
그러고는 강진이 여자 맞은편에 앉았다.
“밥 먹어.”
강진의 말에 여자가 소주가 있는 냉장고를 보았다.
“소주.”
“어린애가 무슨 술을 그리 찾아? 밥이나 먹어.”
그러고는 강진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편하게 먹으라는 의미였다.
주방으로 들어간 강진이 힐끗 여자를 보았다. 여자는 물끄러미 식탁의 음식들을 보고만 있었다.
“식기 전에 먹어.”
강진의 말에 소녀가 힐끗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
그리고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방금 전까지 나이 들어 보이던 얼굴이 어느새 어린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너…… 화장 언제 지웠냐?”
강진의 말에 소녀가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새로운 사장인가?”
소녀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너 계속 반말이다.”
스윽!
강진의 말에 소녀가 그를 보았다.
“복래가 나에 대해…….”
따악!
“아야!”
말을 하던 소녀가 이마를 손으로 쥐었다. 어느새 강진이 소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긴 것이다.
“어디 어르신 이름을 함부로 불러. 게다가 여기서 밥도 자주 얻어먹은 것 같은데…….”
말을 하던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어르신이 안 보이면 어르신 안부부터 물어야지.”
강진의 말에 소녀가 눈을 찡그린 채 이마를 손으로 누르고 있다가 눈을 찡그렸다.
“복래야 좋은 곳에 가서 잘 지내고 있겠지.”
“이게 계속 까불고 있어. 야! 그만 먹어.”
강진이 그릇을 잡자 소녀가 급히 그 손을 막았다.
“준 것을 그냥 가져가는 것은 도리가 아닐세. 또한 이대로 가져간다면 음식 쓰레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
“말은 잘하네. 그런데 왜 안 먹어?”
강진의 말에 소녀가 잠시 음식을 보다가 젓가락을 집어서는 고기를 먹었다.
그러고는 곧 마늘 볶음밥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잘 먹을 거면서.’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물을 가져다 앞에 놔주고는 가게 밖으로 나왔다.
가게 밖에는 오고 가는 사람들로 길이 북적북적했다. 거기에 주위에 있는 건물과 가게들 역시 불을 환하게 켜 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딱 봐도 장사가 안 되는 가게는 강진 가게 하나뿐이었다.
“상권은 좋은 것 같은데…… 왜 손님이 없지. 우리 가게도 술은 파는데…….”
지금 시간이면 밥 말고 술손님이 대부분이겠지만, 강진의 가게도 술은 판다.
마늘 볶음밥은 그렇다 해도 마늘 돼지고기볶음에 소주 한 잔 해도 좋을 테고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느새 술이 있는 냉장고 앞에 자리를 잡은 소녀가 소주병을 입에 대고 나발을 불고 있었다.
“야, 이런 미친!”
놀란 강진이 급히 달려가 소녀의 입에 있는 소주병을 낚아챘다.
타앗!
“이게 장사 첫날부터 장사 망치게 하려고 작정을 했냐. 미성년자한테 술 팔면 영업 정지야, 인마!”
강진이 해 본 아르바이트는 많다. 그리고 그중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할 때 고등학생을 잘못 받아서 영업 정지를 받았었다.
생긴 것은 삼십 대 중반은 되어 보이는 녀석이 고등학생이었다.
그 덕에 강진은 새로 아르바이트를 찾아야 했었고 말이다.
장사 첫날부터 영업 정지라니…… 물론 단속이 뜨지 않으면 그냥 아무 일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재수 없이 걸리면 영업 첫날에 곧바로 영업 정지를 당할 수도 있으니 강진 입장에서는 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영업 정지를 당하면 영업을 못하고, 영업을 못하면 건물도 날아가는 격이니 말이다.
강진의 외침에 소녀가 피식 웃었다.
“헤!”
어느새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라 있는 소녀의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자신이 뺏은 소주병도 거의 바닥이었고, 밑에 굴러다니는 소주병도 둘이나 되었다.
“잠깐 나갔다 온 사이에 대체 얼마를 마신 거야?”
“네가 안 줘서 급하게 마시느라 이렇잖아. 너 때문이야!”
술주정을 하는 듯한 소녀의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이래서는 그냥 가라고도 못 하겠네.’
이렇게 잔뜩 취한 여자애를 밖으로 쫓기에는 양심이 걸렸다. 그렇다고 경찰을 불러서 보낼 수도 없다.
스윽!
‘우리 집에서 술 판 줄 알 것 아냐.’
경찰을 불렀다가는 그대로 영업 정지다.
잠시 고민을 하던 강진이 일단 소녀를 부축해서는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는 냉수를 한 잔 떠서 입에 넣어 준 강진이 말했다.
“야! 집 어디야?”
“집?”
“그래, 너네 집 어디야?”
“집이라…….”
잠시 멍하니 있던 소녀가 웃었다.
“전주부 복숭아골 김 참판댁.”
“전주부 뭐? 주소 말하라고.”
“헤!”
강진의 말에 다시 웃음을 짓던 소녀가 그대로 탁자에 머리를 박았다.
쿵!
머리에 혹이 날 정도로 강하게 머리를 박은 소녀가 잠시 그대로 있다가 코를 골기 시작했다.
드르렁! 드르렁!
“미쳐 버리겠네.”
잠을 자 버리는 소녀의 모습에 강진이 머리를 긁어댔다.
덜컥!
“안녕하십니까!”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며 들어오는 손님의 모습에 강진이 급히 소녀의 얼굴을 벽 쪽으로 틀었다.
손님 쪽으로 머리를 두었다가 그 얼굴을 보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고 신고라도 당할 수 있으니 말이다.
소녀의 머리를 벽으로 틀은 강진이 손님을 보았다.
‘이번에는 멀쩡하네.’
딱 봐도 영업 쪽에 종사하는 듯, 양복과 서류 가방을 든 사내가 웃으며 서 있었다.
“편하신 곳에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손님이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JS 금융의 강두치입니다.”
“JS 금융요?”
강진이 명함을 받아 들며 의아한 듯 강두치를 보았다.
“이번에 한끼식당 주인이 바뀌셨다는 이야기 듣고, 인사도 드리고 계좌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겸 해서 찾아뵈었습니다.”
한끼식당은 강진의 가게 이름이었다. 인상 좋은 얼굴로 미소까지 드리우며 말을 하는 강두치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늦게까지 영업하시네요.”
“저희 일이라는 것이 원래 밤낮이 없…….”
말을 하던 강두치가 문득 탁자에 자고 있는 소녀를 보았다.
“손님이 왜 이리 없나 했더니 누님이 있어서였군요.”
그러고는 강두치가 소녀에게 다가갔다.
“누님.”
‘누님?’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누님께서 여기에서 이러고 있으니 손님들이 못 들어오잖아요.”
강두치가 이리저리 흔들자 소녀가 눈을 비비며 그를 보고는 웃었다.
“두치구나.”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영업 방해에요. 어서 가세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그에게 말했다.
“아는 애예요?”
“네.”
“그런데…… 누님이라고 하시던데?”
서른은 되어 보이는 강두치가 갓 고등학생이나 될 소녀에게 누님이라니?
“저보다 나이가 많으니까요. 누님! 어서 가세요.”
“아! 몰라…….”
고개를 홱 돌리고는 다시 탁자에 머리를 박는 소녀의 모습에 강두치가 혀를 차고는 강진을 보았다.
“소주를 얼마나 드신 겁니까?”
“세 병…… 정도?”
“많이도 드셨네.”
혀를 차며 강두치가 소녀를 볼 때,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그럼…… 미성년자가 아닌 겁니까?”
“미성년자?”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소녀를 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누님이 동안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최소한 미성년자는 아니라는 말이네.’
다행이라는 듯 안도를 할 때 강두치가 소녀를 몇 번 흔들어 깨우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요.”
“그럼 어쩌죠? 혹시 집 아십니까?”
“집이라…….”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강두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알아서 잘 가시니 걱정하지 마시고…… 일단 저희 은행 계좌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누실까요?”
그러고는 강두치가 서류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탁자에 내려놓았다.
회사 이름이 커다랗게 쓰여 있는 서류를 본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JS 금융? 한 번도 못 들어본 은행인데?’
강진이 금융회사 이름 전부를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JS 금융은 말 그대로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은행 이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