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1
41화
이야기를 나누는 최미나를 향해 강진이 말했다.
“내일 뵙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봐요.”
웃으며 최미나가 손을 흔들자 강진도 작게 손을 흔들다가 급히 말했다.
“잠시만요.”
“왜요?”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작은 일회용 용기에 오미자 소스를 담았다. 아름다운 적색 장미 색깔과 비슷한 소스를 보며 강진이 뚜껑을 닫고는 통을 봉지에 담아 가지고 나왔다.
“아까 소스 너무 맛있게 드시는 것 같아서 남은 것 담았습니다.”
“어머! 고마워요.”
최미나가 봉지에서 소스 통을 꺼내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색 너무 예쁘다.”
“통이 이런 것밖에 없어서 죄송하네요.”
“아니에요. 고마워요.”
“튀김 같은 것 찍어 드시거나, 차처럼 물에 타서 드세요.”
강진의 말에 여자 한 명이 그를 보았다.
“우리는 없어요?”
여자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녀의 얼굴에는 정말 서운해한다거나 그런 것이 담겨 있지는 않았다.
그저 가벼운 농담이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우리 직장 상사님에게 앞으로 잘 봐 달라는 선물이거든요.”
“선물?”
“제가 인턴이잖아요.”
강진이 싱긋 웃자 여자들이 웃었다.
“미나 좋겠다. 선물 주는 인턴도 있고.”
“그러게, 우리 부서에는 선물은커녕 문제만 일으키는 인턴만 있는데.”
여자들이 웃는 소리에 최미나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앞으로 회사 생활은 이걸로 쫙 피는 거예요.”
반쯤은 농담이지만 진심도 담겨 있는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어서 가세요.”
강진의 말에 최미나와 여자들이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던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모여 있던 귀신 중 하나가 여자들 쪽으로 가는 것이 보인 것이다.
‘뭐지?’
강진이 귀신을 볼 때, 최호철이 슬쩍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대단하네. 대체 몇 병을 마신 거야?”
“소주 여덟 병에 맥주 여섯 병요.”
“여자 셋이서 많이도 먹었네?”
“그렇게 먹고도 별로 안 취한 것 같아요.”
말을 하던 강진이 여자들 쪽을 가리켰다.
“그런데 저 귀신은 뭐예요? 못 보던 귀신인데?”
여자들을 따라가는 귀신은 한 중학생이나 되어 보이는 어린 귀신이었다.
“저기 노란 옷 입은 여자 따라왔어.”
“혹시 나쁜 악령이나 그런 것은 아니겠죠?”
“저 여자 오빠야.”
“오빠?”
“우리도 처음 보는 귀신이라 이야기 좀 나눴는데…… 동생이 걱정돼서 따라다니는 모양이야.”
“아…… 그럼 나쁜 귀신은 아니네요.”
“그…… 뭐라고 하더라?”
잠시 생각을 하는 최호철의 모습에 허연욱이 혀를 찼다.
“수호령.”
“아! 맞다. 수호령.”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둘을 보다가 물었다.
“수호령이 뭐예요?”
강진의 물음에 허연욱이 말했다.
“시장에서 아줌마 귀신 생각나십니까?”
발작을 일으키던 남자를 위해 울고 도움을 청하던 아줌마 귀신을 떠올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 귀신이 수호령입니다. 보통은 자식이나 부모, 혹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한테 붙어 다니는데…… 저 친구는 동생한테 붙어 있더군요.”
“어려 보이는데요?”
“일찍 죽어서 그렇습니다. 죽으면 나이를 먹지 않으니까요.”
“그럼 수호령도 한이 있어서 남은 건가요?”
“한이라고 할 수 있죠.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먼저 갔으니…….”
“그럼 수호령은 어떻게 승천을 해요?”
“글쎄요. 그것까지는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귀신이라고 귀신에 대해 다 아는 것이 아니라서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사람도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르니.’
생각을 마친 강진이 문 앞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11시까지는 앞으로 10분 정도밖에 안 남았지만, 강진은 들어오라는 말을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귀신들이 유일하게 신체를 가지는 공간과 시간이다.
그래서 귀신들은 가게 안에 있다가도 11시가 되기 전에 밖에 나갔다가, 11시가 되면 안으로 들어오곤 했다.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강진은 혼자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들어오라고 해도 안 들어올 것을 아니 말이다.
11시가 될 동안 강진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이제는 귀신 손님들의 취향 정도는 이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주문할 음식들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덜컥!
재료를 손질할 때 문이 열렸다.
“어서들 오세요.”
강진이 반갑게 홀을 향해 소리치자 귀신들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나는 제육볶음.”
“계란찜!”
귀신들이 주문하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기다려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알아서 자리를 하고는 소주를 가져다가 먹기 시작했다.
어쨌든 주문이 들어오자 강진은 빠르게 조리를 시작했다.
‘용수 이 자식, 언제 오는 거야?’
평소 같으면 배용수가 옆에서 음식을 하는데 강진 혼자 하니 손이 바빴다.
물론 요리 연습장에 있는 요리들을 하는 거라 여러 요리를 한다고 당황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손이 바쁜 것은 바쁜 것이었다.
타타탓!
파를 썰어 제육볶음에 넣고 강진이 빠르게 볶았다.
촤아악! 촤아악!
덜컥!
작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강진이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문을 좀 고칠까?’
문이 열리는 덜컥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것은 아니다. 덜컥 소리에 손님이 들어오는 것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이 덜컥거리는 건 뭔가 아귀가 안 맞아서 그런 것이니 고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고치고 풍경을 달까?’
풍경을 달면 덜컥 소리가 아니라 듣기 좋은 풍경 소리가 날 테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제육볶음을 그릇에 담았다.
“여기 제육요! 그리고 안주 필요한 분들은 일단 이거라도 가져가요.”
넉넉하게 만든 제육을 여럿 그릇에 담아 내놓자 귀신들이 와서 그릇들을 가져갔다.
그것을 보며 다른 요리를 하려던 강진의 눈에 배용수가 주방에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늦었어.”
“얼마 안 늦었어.”
그러고는 배용수가 바로 손을 씻었다. 귀신일 때야 상관없지만, 현신을 했으니 요리를 하기 전에 손을 씻는 것이 당연했다.
손을 씻으며 배용수가 말했다.
“여긴 내가 할 테니까. 홀에 좀 나가 봐.”
“왜?”
“오순영 할머니 모시고 왔어.”
“오순영 할머니?”
그게 누군가 싶다가 강진이 급히 홀을 보았다. 홀 한쪽 테이블에 할머니 귀신이 앉아 있었다.
고운 복숭아색 한복을 입고 있는 할머니 귀신 오순영의 모습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오순영 할머니 보고 온 거야?”
“생각이 나서. 가서 인사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닦고는 홀로 나왔다.
오순영은 조금 긴장되고 불안한 눈으로 술을 마시는 귀신들을 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한끼식당 사장을 맡고 있는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인사에 오순영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오늘 점심에 우리 가게 오지 않았나요?”
“저를 기억하세요?”
“손님 얼굴은 잘 잊어먹지 않아요. 미안해요. 좋은 음식을 대접했어야 하는데…….”
한숨을 쉬는 오순영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아! 저는 음식 남기지 않고 다 먹었는데, 아세요?”
강진의 말에 오순영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어렸다.
“맛있게 다 먹은 것 기억해요. 보는 제가 다 배가 부르더군요.”
“그럼 음식은 무엇으로 해 드릴까요?”
강진의 물음에 오순영이 그를 보다가 살며시 말했다.
“저기…….”
“말씀하세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귀신인가요?”
오순영의 물음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혹시 저희 가게 처음이세요?”
“아…… 네.”
“맞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여사님처럼 다 돌아가신 분들이에요.”
강진은 오순영과 같다는 것을 강조했다. 귀신이라고 귀신이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최호철도 처음에 귀신을 보고 놀라고 무서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오순영 여사의 눈에서 본 불안함과 긴장감도 주위에 있는 귀신들 때문인 것 같았다.
“혹시 귀신 처음 보세요?”
“아뇨.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많이 있는 것은 처음이에요.”
“귀신이라고 해도 여기 안에서는 사람과 같으니 불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다 좋은 분들이세요.”
“네.”
오순영의 얼굴에 어린 긴장이 조금 풀어지는 것을 느낀 강진이 말했다.
“그럼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강진의 물음에 오순영이 가게를 돌아보다가 메뉴판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 준다라…… 젊은 친구가 음식에 자신이 있나 보네요.”
“조금요.”
“그럼…… 선지해장국 부탁해도 될까요?”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평생 선지해장국을 만드신 분이 여기서도 선지해장국을 드세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평생 만든 거예요.”
“첫 번째 오신 거라 만들어 드리고 싶기는 해도, 준비된 선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선지해장국 만들려면 사골을 열 시간은 끓여야 하는데…… 지금은 바로 준비하기가 어렵네요. 아! 내일…….”
해 드린다고 말을 하려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내일은 목요일이다.
평일에 사골을 열 시간씩 끓일 수는 없다. 출근을 해야 하니 말이다.
“……은 안 되고…… 토요일에 오시면 제가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젊은 친구도 아는데…….”
“네?”
“선지해장국을 끓이려면 육수부터 끓여야 해요. 나는 12시간을 끓였어요.”
“오래 끓이셨네요.”
“이런 식당 사장님도 아는 걸…… 선지해장국집을 물려받은 내 아들은 모르네요.”
한숨을 쉬는 오순영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저희 집에 다른 음식도 많이 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꽤 맛도 좋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그를 보았다.
“사장님은 앞으로 장사를 잘하겠어요.”
“네?”
“음식 장사는 맛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 것도 중요해요. 귀신인 나도 이렇게 편하게 해 주니…… 사람들은 얼마나 편하게 해 줄까.”
“감사합니다.”
강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오순영이 살며시 말을 했다.
“부탁이 하나 있어요.”
“말씀하세요.”
“밥장사하는 집에 이런 부탁을 하면 예의가 아니지만…… 우리 가게에서 선지해장국 한 그릇 포장해다 주면 안 될까요?”
“아…….”
“돈은 드릴게요.”
말을 하며 오순영이 한복 안쪽에서 카드를 꺼냈다.
칠흑처럼 까만 카드에는 은색으로 JS 금융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고, 한쪽에는 오순영의 이름이 박혀 있었다.
‘이게 VVIP카드인가 보네.’
카드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울 게 뭐 있나요? 가서 한 그릇 포장해 오겠습니다.”
“고마워요.”
오순영의 말에 싱긋 웃은 강진이 말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카드 가지고 가세요.”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 카드는 저희 가게에서만 통용되는 거라서 아마 거기서는 안 받아 줄 겁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몸을 돌린 강진이 주방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나 선지해장국 사가지고 올게.”
“그거 드시고 싶으시대?”
“근데 예전 맛이 아닐 텐데…… 실망하시지 않을까?”
강진이 오순영을 힐끗 보며 하는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드시려는 걸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몸을 돌렸다.
“갔다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