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18
419화
살짝 굳어진 얼굴의 오 실장을 보던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오 실장이 고개를 젓고는 국을 떠서 먹는 것을 보던 황민성이 재차 입을 열었다.
“실장님하고 저하고 십 년입니다.”
10년이라는 말에 멈칫한 오 실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돈이 될 집에서…… 제가 운전기사인 것이 싫다고 하더군요.”
“싫어요?”
“투자 회사에서 뭐 하는지 물어보기에 사장님 운전기사를 한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 때문에 반대를 한다더군요.”
오 실장의 말에 황민성이 눈을 찡그렸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었다.
얼굴이 굳어져 있는 두 사람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남자 친구는요?”
결혼이 양갓집 문제라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의 마음이니 말이다.
“남자 녀석도 좀 놀란 눈치더군요.”
“아…… 남자분도 모르셨나 보네요.”
직업에 대해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나 싶을 때, 오 실장이 고개를 저었다.
“보통 어디 다닌다는 것만 말을 하지, 회사에서 무슨 일 하는지는 말을 안 하지 않습니까?”
오 실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네요.”
일반적으로 어디에 다닌다는 정도로만 말을 하지, 무슨 업무를 한다는 것까지는 말을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오 실장의 딸도 남자 친구에게 아버지가 그냥 회사에 다닌다고만 말했을 것이다. 황민성 운전기사이지만 소속은 투자 회사이고 명함에도 MS 투자 실장이라고 찍혀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하셨습니까?”
황민성이 걱정스럽게 하는 말에 오 실장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딸이 결혼 안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웃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오 실장이 웃었다.
“우리 아빠 무시하는 집구석은 자기도 싫다는데 어떻게 안 웃을 수 있습니까.”
“아!”
“그리고 제 직업이 나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도둑질해서 버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인데요.”
오 실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눈을 찡그렸다.
“그나저나 그 집안 못 쓰겠네요. 운전이 뭐가 어때서요. 버스 기사님들이나 택시 기사님, 거기에 화물 트럭 기사님들 없으면 우리나라 교통과 물류가 마비될 텐데 말입니다. 그 남자나 그 집 어른들은 버스나 택시 한 번 안 탔답니까?”
강진의 말에 오 실장이 가볍게 웃었다. 웃는 오 실장의 얼굴에 어린 씁쓸함을 본 황민성이 눈을 찡그렸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자존심과 마음에 상처가 됐을 것이다. 자기 직업 때문에 딸 결혼에 문제가 생겼고, 그간 열심히 종사해 온 직업도 무시당한 셈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 남자 집은 뭐 하는 집입니까?”
어떤 대단한 집안이기에 직업을 무시하냐는 물음이었다.
“그냥 평범한 집입니다.”
“직업은요?”
“금속 하는 중소기업에서 상무라고 하더군요.”
“흥!”
오 실장의 말에 황민성이 작게 콧방귀를 뀌었다.
“실장님 무시하기에 어디 재벌가라도 되는 줄 알았군요.”
황민성은 자신의 사람을 많이 아낀다. 게다가 오 실장은 10년 동안 자신의 발이 되어 준 고마운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무시당했으니 기분이 많이 상한 것이다.
“딸의 결혼이 틀어져서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리 알아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오 실장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오 실장이 쓰게 웃으며 국물을 한 번 떠먹고는 말했다.
“사람을 직업으로 나누는 집은 저도 반대입니다. 그리고 말 들어보니 그 집 아직도 전세랍니다. 하하하!”
오 실장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그럼요. 우리 실장님은 번듯한 자가도 있지 않습니까.”
“자가라고 해도 아직 은행에 내야 할 대출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가 집주인 아니겠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맞장구치며 웃으면서도, 오 실장의 목소리가 조금 공허한 듯해서 황민성의 속은 좋지 않았다. 자신에게 속한 사람이 무시를 당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었다.
다소 씁쓸한 상태로 식사를 마친 황민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고 간다.”
배용수도 들으라고 조금 큰 소리로 말을 한 황민성이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오 실장을 보았다.
“액땜했다 생각하세요.”
“저도 액땜했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딸이 시집을 가고 난 후에 그 집 부모들이 그런 사람들이란 걸 알았다면 얼마나 땅을 치고 후회를 했겠습니까. 시집가기 전에 알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오 실장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집을 가고 난 후에 시댁 자리가 그런 줄 알았다면 얼마나 눈물을 흘렸겠는가.
게다가 결혼 전에도 부모 직업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반대를 했는데, 결혼했다면 얼마나 딸과 자신을 무시했겠는가?
서로 잘 맞고 양갓집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해도, 산다 못 산다 하는 부부가 많은 걸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잘 된 일이네요.”
“맞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 실장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잘 먹고 갑니다.”
황민성과 오 실장이 가게를 나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차별하고…… 나쁜 사람이고만. 게다가 실장님 연봉이 얼마인데 무시를 해.’
자세히는 몰라도 강진이 아는 오 실장의 연봉은 억대에 가까웠다. 황민성이 그를 시도 때도 없이 부르는 만큼 대우는 업계 최고보다도 더 높이 책임져 주는 것이다.
게다가 나쁜 짓 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버는 직업이기도 하고 말이다.
부릉!
오 실장이 운전하는 차가 멀어져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길거리를 다니는 차를 보았다.
‘운전기사가 뭐 어때서? 다 운전하면서 사는데.’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진이 가게로 들어갔다.
***
차달자와 처음으로 손을 맞춘 점심 장사는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녀가 있으니 탁자를 모두 사용할 수가 있어 손님들을 많이 받았고, 회전율도 좋았다.
게다가 차달자는 손님을 편하게 해 주는 스타일이라 손님들도 그녀의 서비스에 만족해했다.
그리고 주방에서는 이호남과 배용수가 알아서 일을 분담하면서 음식들도 밀리지 않고 바로바로 나왔다.
확실히 두 귀신 다 음식점 일에 잔뼈가 굵은 터라 처음 손을 맞추는데도 손발이 잘 맞았다.
손님들이 나가고 한가해진 강진은 직원들과 차를 마셨다.
“어떻게, 할 만하세요?”
강진의 물음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들이 좋더군요.”
“그렇죠. 저희 가게 손님 중에 좋은 분들이 많으세요.”
“좋은 가게에는 좋은 손님들이 오는 법이죠.”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 쪽을 보았다.
주방에서는 차연미와 여자 귀신들이 설거지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기 가게에 정말 잘생긴 손님들 몇 있어요.”
“그래?”
“여기 오는 손님 가족한테 붙은 수호령 있는데, 진짜 잘생겼어요.”
“진짜?”
“언니도 보면 깜짝 놀랄 거예요.”
주방에서 나누는 대화에 강진이 웃었다.
‘정복남 씨 이야기 하나 보네.’
정민의 큰할아버지인 정복남이 확실히 잘생기기는 했다. 전쟁 때가 아닌 지금 태어났다면, 과장 조금 보태서 외모만으로 빌딩을 살 정도였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한쪽에서 태블릿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변대두를 보았다.
“어르신은 뭘 그렇게 하세요?”
“바둑.”
“바둑요?”
“요즘 세상 너무 좋아. 옛날에는 기원이나 가야 바둑 좀 두는 사람 만났는데 이제는 이런 네모난 것으로 바둑을 다 두네.”
변대두가 재밌다는 듯 비닐장갑 낀 손으로 태블릿 전용 볼펜을 쥔 채 화면을 클릭했다. 여자 귀신들이 가지고 있던 태블릿으로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이었다.
“재밌어.”
흐뭇한 얼굴로 바둑을 두던 변대두가 입맛을 다시며 강진을 보았다.
“이 사장.”
“네?”
“나…… 이거 결제 한 번 해 주면 안 될까?”
“결제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급이 안 높아.”
“그래요?”
“급이 낮은 애들하고 하니 영 재미가 없어.”
재밌다고 한 지 3초도 안 돼 재미없다고 말하는 변대두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결제하면 급 높은 사람들하고 할 수 있는 건가요?”
“맞아! 이만 원 결제하면 아마 1단으로 올라갈 수 있어.”
“이만 원이나 결제하는데 아마 1단요?”
아마 1단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아마라고 하니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아마 1단으로 올리는 데 이만 원이라…… 비싼 것 아닌가 싶었다.
“급 더 올려야 하지 않아요?”
“아마 1단 이상은 돈으로 못 올리고 게임 결과로만 돼서 아쉽지만 만족해야지.”
변대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태블릿을 보았다. 태블릿에서는 한창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거 끝나면 해 드릴게요.”
“고마워. 잠깐만. 금방 끝나.”
말을 한 변대두가 펜으로 화면을 클릭해서 돌을 두었다. 상대의 수가 끝나면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돌을 두는 것에 강진이 물었다.
“그렇게 막 두셔도 되나요?”
“막 두는 것 같지만 정해진 대로 놓는 거니까.”
탓! 탓!
“상대가 어디다 둘 줄 알고 정해진 대로 놓으세요?”
“나쯤 되면 상대가 놓을 곳이 10수, 아니 20수 앞까지 보이는 법이지. 그리고 급히 끝내야 할 때는 이렇게…….”
변대두가 점을 찍고는 웃다가 눈을 찡그렸다. 상대가 수를 놓은 것을 보고 못마땅해하는 것이다.
“에잉! 하여튼 이래서 하수들은…….”
말을 하며 돌을 두는 변대두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왜요?”
“방금 내가 놓은 수가 상대의 맥을 다 끊어 놓은 거라, 고수면 여기서 돌을 놓고 한 번 더 하자고 할 텐데…… 이 사람은 자기 목이 잘렸는지도 모르니 계속 수를 놓는 거지.”
상대가 수를 놓을 때마다 바로바로 대응하며 말하는 변대두를 보며 강진이 물었다.
“바둑 정말 잘 두시나 봐요.”
“내가 일만 잘 안 풀렸어도 바둑 기사 노릇 하고 있을 거야.”
“안 풀리면요?”
“일이 잘 되니 굳이 바둑 기사를 할 필요가 없었지.”
“잘 두셨구나.”
강진의 말에 변대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죽어서 귀신으로 만난 바둑 명인들하고도 자주 두다 보니 실력이 많이 늘었지.”
변대두의 말에 이호남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나하고 연미 놔두고 매일 어디로 바둑 두러 다니시더라고요.”
“귀신이 어떻게 바둑을 둬요?”
강진의 물음에 변대두가 웃으며 펜을 놓았다.
“끝났다.”
변대두의 말에 강진이 태블릿을 보니 정말 끝이 나 있었다. 물론 변대두의 승으로 말이다.
변대두가 슬며시 태블릿을 자신 쪽으로 밀자 강진이 그것을 받아든 뒤 결제를 해 주었다.
그에 변대두가 환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다시 건네받았다. 그는 아마 1단 대국실을 클릭하며 말했다.
“귀신들도 바둑을 두지.”
“어떻게요?”
“기원에 가면 빈자리 가서 거기 있는 귀신하고 두는 거지.”
“돌을 못 쥐잖아요.”
“그래도 판이 있잖아. 판을 보면서 머리로 암기해서 두면 돼.”
“이 많은 돌을 다 외우세요?”
판에 복잡하게 올라오는 하얗고 검은 돌들을 보며 강진이 묻자 변대두가 빠르게 돌을 두며 말했다.
“외운다고 하기보다는…….”
변대두가 잠시 있다가 말했다.
“그냥 놓다 보면 흐름이 보이는 거야. 대부분 그런 흐름에 어긋나지 않으니 그 흐름에 따라 수를 기억하는 거지. 구구단하고 비슷해. 구구단도 한 번 외우면 탁탁 나오잖아.”
“많이 다른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있는데, 많이 두다 보면 그냥 기억이 나.”
웃으며 변대두가 돌을 두다가 눈을 찡그렸다.
“호오! 이것 봐라.”
탓탓탓!
변대두가 펜으로 화면을 빠르게 클릭하며 집중을 하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저을 때, 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띠링! 띠링!
그에 맞춰 풍경이 울리자 강진이 변대두를 보았다.
“어르신, 주방 가서 하실래요?”
“응? 아!”
변대두가 태블릿을 들고 주방 쪽으로 걸어가자 강진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황민성이 있었다.
“배고프다.”
강진이 옆으로 물러나자 황민성이 안으로 들어왔고, 그 뒤를 따라 제주도에서 봤던 고경수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