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2
42화
옛날해장국은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식사 때가 아니라서 다행히 줄은 없었다.
그에 안으로 들어간 강진이 카운터에 앉아 핸드폰을 하는 사람을 보았다.
이십 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싶은 직원이었다.
‘손자인가?’
가게 카운터는 보통 주인이 맡는다. 돈이 오고가는 일이라 가족이 아닌 직원에게는 맡기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를 본다면 아마도 손자나 될 것이다.
“포장 좀 하고 싶은데요.”
“2인분부터 포장됩니다.”
핸드폰에서 시선도 떼지 않는 직원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럼 선지해장국 2인분 주세요.”
“이모! 선지해장국 2인분 포장요.”
그러고는 다시 핸드폰을 보는 직원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자인가 보네.’
직원이라면 카운터에 앉아 대놓고 핸드폰이나 하고 있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가게를 둘러보았다.
가게 안은 한산했다. 몇몇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선지해장국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한산하네.’
강진이 가게를 돌아볼 때, 아줌마 한 명이 비닐에 싸인 선지해장국을 가져왔다.
“만 사천 원입니다.”
직원의 말에 강진이 카드를 꺼내 계산하고는 봉지를 받아 한끼식당으로 돌아왔다.
한끼식당 안에서는 여전히 귀신들이 술을 먹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안으로 들어가던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오순영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가셨지?”
강진이 가게를 둘러볼 때, 주방에서 배용수가 소리쳤다.
“겉절이 가져가세요!”
배용수의 말에 귀신들이 다가와 겉절이를 가져갔다. 그에 강진이 주방으로 향했다.
“여사님은?”
“여기 안에 계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얼굴로 주방에 들어갔다. 주방에서는 오순영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여사님, 여기서 뭐 하세요?”
“용수 씨 혼자 고생하는 것 같아서요.”
오순영의 말에 배용수가 강진에게 손짓했다.
“겉절이 좀 먹어 봐. 진짜 맛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볼에 담겨 있는 겉절이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매우면서도 달달하네요. 맛있어요.”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미소를 지었다.
“입에 맞는다고 하니 좋네요.”
“진짜 맛있어요.”
“좀 달지 않아요?”
“아뇨. 단맛이 일품인데요.”
보통 겉절이는 좀 새콤달콤하게 먹는 맛이 있는데, 오순영의 것은 단맛이 조금 더 있었다.
물론 엄청 달다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저 조금 단맛이 더 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것이 또 일품이었다.
매운맛을 단맛이 감싸 준다고 할까? 아주 맛이 좋았다.
‘요리 연습장 겉절이도 맛있지만 이것도 또 맛있네.’
만약 어떤 바보 같은 사람이, 둘 중 뭐가 맛있냐고 하면 강진은 콧방귀를 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은 맛있을 뿐이다. 둘 다 맛있는데 뭘 고르겠는가?
입맛을 다시며 겉절이를 먹던 강진이 자기도 모르게 밥통을 보았다.
‘겉절이에 따뜻한 밥 한 숟가락, 찬물에 말아서 또 한 숟가락…… 아! 둘 다 맛있겠다.’
둘 다 우열을 가릴 수 없게 맛있기에 강진은 둘 다를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그에 강진이 밥통에서 밥을 뜰 때, 오순영이 봉지를 보았다.
“해장국인가요?”
강진이 주기를 기다렸는데, 그가 밥을 뜨니 먼저 말을 건 것이다.
“아!”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에게 해장국을 내밀었다.
“이거 따뜻하게 해서 드려.”
“알았어.”
배용수가 봉지를 받아 냄비에 해장국을 쏟았다.
촤아악!
해장국이 냄비에 차자 배용수가 불을 켰다.
화르륵!
불을 켜니 잠시 후 국이 끓어올랐다. 먼 길을 온 것도 아니라서 아직 따뜻했던 해장국이라 바로 끓어오르는 것이다.
배용수가 해장국을 그릇에 담고는 봉지 안에 같이 있던 반찬들도 꺼내서 접시에 담았다.
겉절이와 무를 크게 썰어 만든 섞박지였다.
“가서 식사하시죠.”
그의 말에 오순영이 잠시 그릇을 보다가 홀로 나왔다. 그에 강진도 밥과 오순영이 만든 겉절이를 들고는 그녀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혼자 드시면 심심하실 테니, 같이 드시죠.”
“그렇게 해요.”
작게 고개를 끄덕인 오순영이 앞에 놓인 해장국과 밑반찬들을 보았다.
조금 긴장이 어린 듯한 오순영의 시선을 보며 강진이 말없이 밥을 뜨고는 겉절이를 올려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역시…… 맛있다.’
긴장을 한 오순영을 앞에 두고 이런 생각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확실히 맛이 있었다.
그렇게 밥을 절반쯤 먹은 강진이 이번에는 물을 말았다. 물을 말아 다시 겉절이에 밥을 먹은 강진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맛있다.’
따뜻한 밥에 먹는 것도 꿀이었지만, 찬물에 만 밥에 먹는 겉절이도 꿀이었다.
“맛있어요?”
미소를 짓던 강진은 오순영의 물음에 그녀를 보았다. 오순영은 아직 한 숟가락도 하지 않고 있었다.
“정말 맛있습니다. 겉절이만으로도 한 그릇 뚝딱…….”
말을 하던 강진이 밥그릇을 보았다.
“이미 했네요.”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숟가락을 들었다.
그러고는 잠시 선지해장국을 보다가 숟가락을 움직였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은 오순영이 잠시 있다가 선지와 내장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잠시 입을 오물거리며 그 맛을 보던 오순영이 섞박지와 겉절이도 입에 넣었다.
오순영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해장국집에서 반찬으로 넣어 준 것을 말이다.
음식을 오물거리는 오순영의 모습에 강진은 긴장이 되었다.
‘입에 안 맞으시겠지?’
당연히 입에 안 맞을 것이다. 아니 마음에 안 들 것이다. 그래서 긴장이 되는 것이다.
귀신이기는 하지만 너무 크게 실망을 할까 봐 말이다.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오순영을 보았다.
“그…… 괜찮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오순영이 잠시 있다가 숟가락으로 선지해장국을 크게 떠서는 입에 넣었다.
그렇게 선지해장국을 먹는 오순영의 얼굴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싸우는 것 같았다.
우걱! 우걱!
잔뜩 인상을 쓴 채 선지해장국을 입에 넣고 씹어대는 오순영의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일어나 냉장고에서 소주와 맥주를 한 병씩 들고는 그 앞에 놓았다.
소주와 맥주 둘 중 뭘 좋아할지 몰라 둘 다 가져온 것이다.
탁!
소주와 맥주가 놓이자 오순영이 강진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좋네요. 글라스 하나…… 아니 두 개 가져다주시겠어요?”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글라스 두 개를 가져왔다. 글라스를 가져오자 오순영이 맥주병을 따서는 한 잔을 따랐다.
“맥주를 좋아하시…… 응?”
말을 하던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오순영이 소주 뚜껑을 연 것이다.
드륵!
뚜껑을 연 오순영이 맥주병 위에 소주병을 그대로 뒤집었다.
꿀렁! 꿀렁!
맥주병 안으로 소주가 쏟아져 들어갔다. 소주와 맥주가 섞이는 것을 보며 강진의 얼굴에 황당함이 어렸다.
‘이건…… 무슨…… 묘기 대행진도 아니고.’
맥주병 위에 뒤집어진 소주병에서 소주가 쏟아지는데도 마개 사이로 전혀 새지 않았다.
대신 맥주와 소주가 섞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소주가 반쯤 흘러내렸을 때, 오순영이 소주병을 그대로 세웠다.
촤아악!
현란한 손목 스냅을 이용해 소주를 아주 조금만 흘리며 바로 세운 오순영이 강진의 앞에 미리 따라 놓은 맥주를 가리켰다.
“마시세요.”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오순영은 엄지로 맥주병 주둥이를 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둥이 밑으로 거품이 가득한 것이 엄지를 치우면 거품이 그대로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이 일단 따라 놓은 맥주를 마셨다.
꿀꺽! 꿀꺽!
빠르게 맥주를 원 샷하고 내려놓자 오순영이 잔 두 개를 모으고는 맥주병을 손목 스냅을 이용해 탁 하고 한 번 흔들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잔에 대고는 엄지를 살짝 비틀었다.
촤아아악! 촤아악!
콜라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가 뚜껑을 연 것처럼 하얀 거품이 그대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촤아악! 촤아악!
순식간에 하얀 거품을 머금은 황금빛 폭탄주 두 잔이 만들어졌다.
‘우와!’
강진이 속으로 감탄을 할 때 옆 테이블에서 그것을 본 귀신들의 입에서도 감탄성이 나왔다.
“와!”
“엄청나네.”
귀신들의 감탄성을 들으며 오순영이 다시 맥주병 입구를 엄지로 막았다.
그러고는 한 잔을 들어서는 그대로 입에 가져다댔다.
꿀꺽! 꿀꺽!
보는 사람이 시원할 정도로 단숨에 폭탄주를 마신 오순영이 다시 맥주병을 탓 하고 흔들었다.
그러자 다시 거품이 솟구치는 것과 함께 오순영이 자신의 잔에 폭탄주를 따랐다.
그러고는 강진을 보았다.
“마셔 봐요. 부드러울 거예요.”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잠시 멍하니 그녀를 보았다. 생긴 것은 아주 곱게 늙으신 할머니가 이런 현란한 폭탄주를 제조하다니…….
전혀 어울리지가 않았다.
잠시 멍하니 오순영을 보던 강진이 일단 폭탄주를 입에 가져다댔다.
입에 대는 순간 부드러운 거품이 입술에 닿았고, 입안에 부드러운 맥주가 흘러 들어왔다.
부드럽게 목 안으로 들어가는 폭탄주의 맛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크악! 좋네요.”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웃으며 남은 폭탄주를 그의 잔에 따라주었다.
탓탓탓!
병 뒷부분을 손으로 쳐 병 안에 남아 있는 거품 한 방울까지 털어낸 오순영이 병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오순영이 자신이 채운 잔을 들었다. 그에 강진도 잔을 들었다.
가볍게 잔을 부딪친 오순영이 원 샷을 하자 강진도 따라 한 번에 잔을 비웠다.
“크윽! 좋네요.”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젊었을 적에 제가 술을 좀 말았어요.”
“할머니가 이렇게 폭탄주를 잘 드실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게다가 그 스냅…… 대단하신데요.”
“해장국집은 술하고 뗄 수가 없어요. 술 취한 사람들이 오고, 혹은 술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오고…… 그렇다 보니 폭탄주를 마는 것도 많이 보고 배우기도 많이 배웠어요. 혹시 보기 흉한가요?”
“흉하기는요. 한 수 배우고 싶을 뿐입니다.”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미소를 지으며 빈 병을 가리켰다.
“그럼 가르칠 재료가 있어야겠네요.”
“냉큼 가져오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술을 가져오자, 최호철이 다가왔다.
“할머니.”
“왜요?”
“버릇없다 하실지 모르겠지만…… 할머니가 말아주시는 폭탄주 한 잔 먹고 싶습니다.”
최호철의 말에 오순영이 웃으며 다른 귀신들을 보았다.
“여러분들도 마시고 싶나요?”
“네!”
“마시고 싶습니다.”
귀신들의 답에 오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랜만에 실력 한 번 보일까요.”
웃으며 오순영이 한복 소매를 걷어 올렸다.
스윽! 스윽!
오순영이 맥주병을 탁자 위에 줄을 세우고는 숟가락을 들었다.
그러고는 숟가락을 움직였다.
펑! 펑! 펑! 펑!
오순영의 숟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병뚜껑이 천장으로 솟구쳤다.
“우와!”
“할머니 대박!”
귀신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것을 들으며 오순영이 맥주를 들어 한 잔씩을 따라 내고는 그 위에 소주병을 뒤집어 올렸다.
탓탓!
맥주병과 소주병을 하나로 합친 오순영이 그것을 흔들고는 사람들을 보았다.
“잔 내미세요.”
오순영의 말에 귀신들이 급히 잔을 내밀자, 오순영이 그들의 잔에 폭탄주를 뿜어주었다.
촤아악! 촤아악!
오순영의 손에서 뿜어지는 폭탄주에 귀신들이 환히 웃으며 잔을 받았다.
“아! 달다!”
“할머니 맥주가 엄청 부드럽네요!”
“목 넘김이 엄청 부드럽네!”
귀신들이 환히 웃으며 폭탄주를 꿀떡꿀떡 마시기 시작하자 오순영도 기분이 좋은지 연신 폭탄주를 제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