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24
425화
김승희는 계란말이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작게 우물거리던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다.’
계란말이가 참 맛이 좋았다. 김승희가 계란말이 먹는 것을 보던 후배 송유정이 말했다.
“근데 언니는 왜 메인을 안 먹고 밑반찬을 먹어요?”
“응?”
“언니하고 밥 먹을 때 보면 꼭 밑반찬을 먼저 조지더라고요.”
송유정의 말에 김승희가 웃었다.
“넌 조진다가 뭐니?”
“뭐 어때요.”
웃으며 김승희가 고기볶음을 집어 먹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근데 정말 왜 그런 거예요?”
“응?”
“왜 밥 먹을 때 메인 메뉴보다 이런 밑반찬을 먼저 먹는 거예요? 고기볶음 맛있어요. 돼지기름이 고소하고 달콤한데 소금 짠맛이 살짝 그것을 감싸는 것이 정말 맛있어요.”
맛집을 좋아한다고 말을 한 것처럼 송유정은 맛 표현을 잘했다.
들으면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송유정의 말에 김승희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 밑반찬이 맛있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맛이 좋았다. 맛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었다.
“맛은 있죠.”
김승희의 말에 송유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 엄마가 해 준 것 같아요.”
“엄마?”
“집 밥이라는 말이죠.”
송유정이 웃으며 계란말이를 하나 집어 먹고는 말했다.
“근데 계란말이는 여기가 더 맛있네요.”
장난스럽게 웃던 송유정이 말을 이었다.
“언니, 계란말이에 당근 왜 넣는지 아세요?”
“글쎄? 맛있으라고?”
김승희의 말에 송유정이 고개를 저었다.
“사실 당근 이렇게 조져서 넣으면 맛은 딱히 안 느껴져요. 당근 넣으면 그냥 살짝 식감이 조금 느껴지는 정도?”
“그럼 왜 넣어?”
“예쁘잖아요.”
“진짜?”
“그리고 식감이 살잖아요.”
“그건 그렇지.”
김승희가 계란말이를 보았다. 노란 계란에 다홍빛 당근이 알알이 보이는 것이 예쁘기는 했다.
“당근 넣으면 예뻐요. 손이 가서 그렇지.”
웃으며 김승희가 계란말이를 먹고는 스테이크를 집어 입에 넣었다.
“밑반찬이 아무리 맛있어도 메인이 맛있죠.”
송유정이 웃으며 하는 말에 김승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테이크를 한 점 더 집어 먹었다.
“맛있다.”
“그렇죠?”
싱긋 웃은 송유정을 보며 김승희가 웃었다. 그녀는 스테이크를 어느 정도 먹은 뒤, 이번엔 김치를 먹었다.
‘맛있다.’
스테이크도 좋고 돼지고기볶음도 좋지만, 김승희는 밑반찬이 마음에 들었다.
밑반찬에 맛있게 밥을 먹은 김승희가 미소를 지을 때, 강진이 홀로 나왔다.
“어떻게,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사장님, 너무 맛있어요.”
손님들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릇들을 보다가 웃었다.
“반찬이 마음에 드셨나 보네요.”
반찬을 담은 그릇들이 모두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나물하고 김치가 정말 좋네요.”
“모자라면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반찬 더 드리는데.”
“아니요. 충분히 많이 먹었어요.”
김승희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음에도 편하게 와 주세요.”
“감사합니다.”
김승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후배들도 일어났다.
“여기 얼마인가요?”
“스테이크는 만 원씩 해서 이만 원, 파스타는 육천 원, 계란찜과 계란말이는 이천 원씩 해서 사천 원, 돼지고기볶음은 오천 원입니다. 총 삼만 오천 원입니다.”
“와! 엄청 싸요.”
“파스타 이 정도 맛이면 만 원은 받을 텐데.”
“스테이크는 패밀리 레스토랑 가도 사만 원은 받겠어요.”
후배들의 말에 김승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반찬 가짓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밑반찬들은 다 정갈했고 맛이 좋았다.
어지간한 한정식 집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을 정도였다. 미소를 지은 김승희와 승무원들이 돈을 모아서는 내자 강진이 그것을 받았다.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네.”
웃으며 승무원들이 가게를 나서려 할 때, 차달자가 다가왔다.
“이거 가져가세요.”
차달자가 김승희에게 봉지를 내밀었다.
“이모님, 이건?”
“반찬 맛있게 드시는 것 같아서 조금 쌌어요.”
“반찬?”
김승희가 의아한 듯 봉지 안을 보았다. 안에는 계란말이와 김치, 그리고 밑반찬 몇 가지가 담겨 있었다.
“통에 담아주면 좋겠는데…… 다음에 가져오기 불편할 것 같아서 봉지에 넣었어요.”
차달자가 민망한 듯 웃으며 하는 말에 김승희가 반찬을 멍하니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그래요. 다음에 또 와요.”
푸근한 미소를 지은 채 말하는 차달자에게 김승희가 재차 고개를 숙였다.
“자주 올게요.”
“그래요.”
차달자의 말에 김승희와 후배들이 가게를 나서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잘 먹고 가요.”
“그래요. 잘 가요.”
김승희와 후배들이 봉지를 들고 걸음을 옮기자, 그 뒷모습을 보던 차달자가 손을 흔들었다.
그에 김승희의 뒤를 따르던 김승태가 고개를 숙이고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던 차달자가 한숨을 쉬었다.
“아가씨가 안쓰럽네.”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이야기 들으셨어요?”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에서 김승태에게 김승희 사정을 들은 것이다.
“딸하고 엄마하고는 친구처럼 지내야 하는데…….”
“그러게.”
차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달자의 손을 잡았다. 그에 차달자가 그녀의 손을 굳게 쥐었다.
차달자에게 차연미는 정말 딸 같고 동생 같은 그런 존재였다.
“근데 승희 씨 어머니가 너무했어요. 나 같아도 그런 대우 받았으면…… 에휴!”
생각을 하니 답답한지 고개를 젓는 차연미를 보며 차달자가 작게 한숨을 토했다.
“휴!”
“왜요?”
“내가 승희 씨 엄마가 아니라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어떤 엄마도 자식을 미워하지 않아.”
“그래도 구박을 너무 많이 했던데…….”
“하아!”
차연미의 말에 차달자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승희 씨를 위해서라도 화해를 하면 좋을 텐데.”
“엄마가 아니라 승희 씨요?”
왜 승희 씨냐는 듯 묻는 배용수를 보며 차달자가 재차 고개를 저었다.
“물론 두 사람을 위해서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잠시 말을 멈춘 차달자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미움과 원한은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더 상처를 받는 법이에요.”
차달자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너무 정론 아닌가요?”
배용수의 말에 차달자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맞는 말이라는 건…… 맞는 말이라서 그런 거예요.”
그러고는 차달자가 하늘을 보았다.
“남을 미워하는 것도 내가 상처를 받는데…… 나를 낳아 준 엄마를 미워하는 건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힘들겠어요.”
“그건…… 그렇겠네요.”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위에 있던 귀신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도 생각을 해 보니, 엄마를 미워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상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가끔 엄마와 다투고 싸울 때는 있다. 내가 서운하게 했을 수도, 엄마가 서운하게 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다투고 난 후, 그 짧은 냉각기에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엄마를 미워하는 상상을 하던 귀신들이 고개를 젓는 것을 보며 차달자가 입맛을 다시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
“안녕히 가세요.”
저녁 손님에게 인사를 한 강진이 서둘러 자리로 향했다. 차달자가 어느새 그릇들을 정리하려 하고 있었다.
“이모님, 쉬세요. 제가 할게요.”
“아니, 제가 할게요.”
“손님이 많을 때만 도와주세요.”
“그래도 사장님이 하시는데 제가 어떻게…….”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모님이 옆에 계셔 주시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많이 가르쳐 주세요.”
강진이 자신을 의자에 앉히자 차달자가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저를 도와주시는데 제가 더 감사하죠.”
웃으며 강진이 그릇들을 정리해서는 주방으로 옮겼다.
띠링!
그때, 풍경 소리가 들리자 강진이 싱크대에 있는 여자 귀신들에게 쟁반을 건네고는 홀로 나왔다.
홀로 나온 강진은 이아름이 젊은 남자와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아름의 옆에 귀신이 둘 있었다. 한 분은 몇 번 뵌 이아름의 수호령 할아버지 귀신이었고 다른 한 명은 젊은 아가씨였다.
파리한 안색을 한 여자 귀신은 젊었고 무척 예뻤다. 새하얀 원피스에 하얀 털모자를 쓰고 있었다.
가게에 들어온 여자 귀신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여기가 귀신한테 밥을 주는 곳이에요?”
“맞네. 저기 사장님 있군. 이 사장님, 저 왔습니다.”
여자 귀신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웃으며 손을 들어 보였다. 마치 여기 단골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작게 눈으로 인사를 하고는 여자 귀신을 보았다.
‘저분도 수호령이네. 이분을 따라온 건가?’
이아름의 옆에 있는 남자를 본 강진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서 오세요.”
“제주도 잘 다녀오셨어요?”
“네.”
“그럼 봉사 활동은 또 언제 가실 거예요?”
“일정 잡히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일정 잡으면 알려 주세요. 저도 아이들하고 노니 좋더라고요.”
싱긋 웃는 이아름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가리켰다.
“앉으시죠.”
강진의 말에 이아름이 남자를 보았다.
“여기 괜찮으시겠어요?”
“식사 자리 따지는 편은 아닙니다.”
“그럼 여기서 하시죠.”
말을 하며 이아름이 자리로 가자 남자도 그 뒤를 따라가 앉았다.
두 사람이 앉자 이아름이 가게 안에 있는 손님들을 한 번 보았다.
두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을 본 이아름이 강진을 보았다.
“지금 먹고 싶은 걸로 주문이 되나요?”
“물론입니다.”
강진의 말에 이아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자를 보았다.
“식사 무엇으로 하시겠어요?”
이아름의 말에 남자가 메뉴판을 찾는 듯 주위를 보다가 벽에 걸린 아크릴판을 보았다.
판에 쓰여 있는 글을 본 남자가 의아한 듯 말했다.
“정해진 메뉴가 없는 겁니까?”
남자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에는 정해진 메뉴를 하고 있는데, 손님이 적을 때에는 원하시는 음식을 해 드리고 있습니다.”
“아무 거나요?”
“저희 가게에 있는 재료로 할 수 있는 음식이라면 해 드리고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남자가 입맛을 다시며 손님들이 먹는 음식을 보았다.
그 시선에 이아름이 말했다.
“여기 진짜 맛집이에요. 드시고 싶은 것 말하면 사장님이 해 드릴 거예요.”
그러고는 이아름이 강진을 보았다.
“저는 홍합 미역국하고 잡채 그리고 계란말이요.”
이아름의 말에 남자가 그녀를 보았다.
“미역국에 잡채요?”
“먹고 싶은 것 다 해 주시니까요. 인호 씨도 드시고 싶은 것 주문하세요.”
이아름의 말에 유인호가 잠시 있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는 콩나물국밥 먹고 싶네요.”
그러고는 유인호가 강진을 보았다.
“콩나물국밥 됩니까?”
“마침 전주 콩나물 좋은 게 있습니다.”
“아…… 됩니까?”
정말 된다고 할 줄 몰랐던 유인호가 당황스러운 듯 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원하는 취향 있으십니까?”
강진의 물음에 유인호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징어 따로 삶아 잘게 썰어 국밥 안에 넣어 주십시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주문을 받은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할아버지 귀신이 아가씨 귀신을 데리고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할아버지 귀신이 아가씨 귀신과 함께 들어오는 것에 강진이 그 둘을 보았다.
“사장님, 저희도 밥 좀 주십시오.”
“드려야죠.”
강진이 웃으며 말을 하고는 주문을 배용수에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호남을 보았다.
“한식이니 제가 할게요.”
“그러세요.”
볶음요리는 손이 많이 가도 국 요리는 손이 많이 가지 않으니 혼자 해도 충분했다.
배용수가 음식을 만들 준비를 하자 강진도 JS 식재를 꺼내며 아가씨 귀신을 보았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아가씨 귀신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보았다.
“정말 귀신을 보시네요.”
그녀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웃었다.
“내가 그런다고 했잖아.”
환하게 웃으며 할아버지 귀신이 강진을 보았다.
“아름이하고 같이 온 남자 어때 보입니까?”
“잘생겼네요. 훤하고.”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미소를 지었다.
“변호사입니다.”
할아버지 귀신이 흐뭇한 얼굴로 말하자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어? 아름 씨 소개팅하시는 거예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은 씨익 웃었고, 아가씨 귀신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인이었나?’
수호령이 있는 두 사람이 우연히도 소개팅을 하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은 할아버지, 한 사람은 연인인 수호령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