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42
443화
강진은 쓰라린 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눈을 떴다.
‘막걸리…….’
속에서 이상한 썩은 내가 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강진이 상체를 일으켰다.
어제 김소희가 있어서 같이 막걸리를 마시기는 했는데…… 확실히 막걸리는 뒤끝이 좋지가 않았다.
강진은 한 손으론 배를 쓰다듬으면서 한 손으론 배용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보내고 잠시 멍하니 있던 강진의 귀에 알람 음이 들렸다.
기나긴 잔소리가 적힌 문자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잔소리는…….”
강진이 피식 웃으며 일어나려 할 때 다시 한 번 알람이 울렸다.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은 웃으며 거실로 나왔다. 그러자 주방 식탁에 놓인 컵을 볼 수 있었다.
먼지 들어가지 말라고 유리 접시로 덮여 있는 잔을 보며 강진이 피식 웃었다.
“이래서 내가 너를 좋아하지.”
접시를 치운 강진이 잔을 몇 번 흔들고, 어느 정도 섞인 꿀물을 마셨다.
꿀꺽! 꿀꺽!
꿀물을 마시자 속이 좀 편해지는 것을 느낀 강진이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는 1층으로 내려왔다.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계란찜이네?”
“계란이 숙취 해소에 좋아.”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식탁을 보다가 물었다.
“젓갈이네?”
못 보던 오징어 젓갈이 있는 것에 강진이 묻자, 배용수가 말했다.
“아침에 신수용 씨가 가져왔어.”
“일요일에는 식재 안 들어오잖아.”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아 신수용이 오지 않았다.
“오징어 젓 좋은 것 들어왔다고 가져다줬어. 그래서 내가 양념을 좀 했지.”
배용수가 밥을 가리켰다.
“계란찜에 밥 비비고 거기에 오징어 젓갈 올려서 먹어라. 맛있더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오징어 젓갈을 하나 집었다.
오징어 젓갈은 반질반질하고 참기름 향이 고소하게 올라왔다. 거기에 고추와 마늘이 쫑쫑 썰려 있어 보기에도 좋았다.
“육회 같다.”
“먹어 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징어 젓갈을 입에 넣고 씹었다.
살짝 달콤하면서 고소한 참기름 맛이 입에 퍼지다가, 고추가 씹히자 매콤한 맛이 올라왔다.
거기에 오징어의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기분 좋은 짠맛이 느껴졌다.
“맛있다.”
“맛있더라고.”
강진이 맛있게 먹자 배용수가 미소를 지었다.
“많이 먹어라.”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계란찜을 떠서 밥에 넣고 슥슥 비볐다.
그러고는 한 숟가락 크게 뜨고 그 위에 오징어 젓갈을 올려서 입에 넣었다.
부드러운 계란찜에 오징어 젓갈의 양념이 섞이며 맛이 풍성해졌다.
‘단짠이 제대로네.’
“매실액 넣었어?”
“왜, 싫어?”
“맛있어서.”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에 미소를 지은 강진이 본격적으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게 밥을 먹은 강진은 이혜미가 타다 준 귤 차를 마셨다. 따뜻하고 비타민 C가 가득한 귤 차를 마시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던 강진이 옆을 보았다.
탁! 탁! 탁!
옆에서는 변대두가 바둑판에 바둑을 두고 있었다. 그것도 혼자서 흑과 백을 동시에 두면서 말이다.
“혼자도 두세요?”
강진의 물음에 변대두가 고개를 저었다.
“앱에 있는 프로 시합 기보를 따라 두는 겁니다.”
“앱에서 보시면 되는데 굳이 따라 두세요?”
“화면에서 보는 것과 이렇게 직접 돌을 두는 것은 느낌 차이가 있지요. 그리고 바둑은 사실 이런 탁! 탁! 하는 소리가 나야 기분이 좋습니다.”
웃으며 돌을 두는 변대두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백제기원에 바둑 두러 안 가세요?”
“그렇지 않아도 이따가 차 사장하고 같이 갈 생각입니다.”
“이모님하고요?”
“홍두동에 좋은 공원이 하나 있습니다. 백제기원 가서 귀신들 있으면 공원에 데려가서 두려고 합니다.”
“어떻게 가시려고요?”
“택시 타고 가면 됩니다.”
변대두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이따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그럼 저희야 좋지요.”
변대두가 반색하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주위를 보았다.
“이모님은요?”
“차 사장은 호남이, 연미하고 공원에 산책을 갔습니다.”
변대두의 말을 듣던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이모님 오늘도 일찍 오셨어요?”
“차 사장이야 여섯 시에 눈 뜨면 바로 여기에 오지요.”
“잠을 너무 안 주무시는 것 아니신가요?”
1시에 저승식당 마무리 짓고 바로 퇴근을 해도, 집에 도착하면 1시 20분쯤일 것이었다.
그러니 대략 네 시간 정도밖에 못 자는 셈이었다.
“전에 병원 구내식당에서 일할 때부터 습관이 돼서 늦게 자도 일찍 일어납니다.”
구내식당 이야기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그놈의 구내식당, 사람을 갈아 넣어 돌아가고 있었군요.”
“그건 그렇지만…… 차 사장이 그렇게 일을 하고 싶어 했으니…….”
변대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혹시 이모님께 2층에서 저와 같이 지내자고 하면 어떻게 반응하실 것 같아요?”
강진의 말에 변대두가 바둑돌을 놓고는 그를 보았다.
“아주 좋아할 겁니다.”
“그런가요?”
“사실 집이 너무 커서 차 사장 혼자 관리하기 힘듭니다. 지금이야 저와 애들이 알아서 청소도 하고 정원 관리도 하지만…… 그래도 집이 너무 큽니다.”
“그건 그렇죠.”
“그리고 차 사장은 집에서 잠깐 잠만 자고 다시 출근을 하니……. 여기서 지내면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니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할 겁니다.”
변대두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가 이모님하고 이야기를 좀 해야겠네요.”
“처음에는 거절을 할 겁니다. 사장님한테 부담 주기 싫어할 테니까요. 잘 설득해 주십시오.”
변대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공을 보았다.
“구내식당 월급 문제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건 신수호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강진이 입구를 볼 때 핸드폰이 울렸다.
띠링!
그에 강진이 핸드폰을 보니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신수호의 문자에 강진이 의아한 듯 말했다.
“고소는 안 하시고요?”
띠링!
연락하지 말라는 의미가 강하게 담긴 신수호의 문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긴, 이승뿐만 아니라 저승에서도 일을 하니 양쪽으로 바쁘겠지.’
앞으로는 주의를 좀 해야겠다 생각을 한 강진이 카운터 밑에 있는 고양이와 개 사료를 통에 담았다.
늘 하는 일과대로 유기 동물들에게 밥을 챙겨 주려는 것이다. 처음에는 흰둥이 때문에 했지만, 어느새 이것이 일과가 돼 있었다.
그 사이 배용수가 주방에서 물통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나왔다.
강진에게 일과가 된 것처럼 배용수에게도 일과가 된 것이다.
배용수가 쇼핑백을 건네주자 강진이 사료를 안에 담아서는 말했다.
“공원 갔다 올게요.”
“네.”
여자 귀신들이 답을 하자 강진이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안에서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덜컥!
안에 있던 여자 귀신이 문을 잠근 것이다. 예전에야 귀신들이 있었으니 도둑 들 걱정은 없었지만, 이제 귀신들이 아침마다 향수를 뿌리니 도둑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손잡이를 한 번 잡아당겨 제대로 잠긴 걸 확인한 강진이 배용수와 함께 공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둘은 공원으로 향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학생은 어떻게 도와줄 거야?”
김소희가 말했던 학생을 떠올리며 강진이 말했다.
“일단 인연을 어떻게 맺느냐가 먼저겠지.”
“소희 아가씨가 10시쯤 오신다고 했지?”
“10시에 소희 아가씨 오시면 그 학생 있다는 곳에 가서 슬며시 말을 걸어 봐야지.”
“돕는 건?”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일단 유도를 한다고 하니까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부터 해야 할 것 같아.”
“확인하면?”
“실력이 좋으면 불우한 운동선수 후원해 줘서 언론에 이름 좀 올린 사람에게 추천해 줘야지.”
“강상식?”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희섭이 도와준 걸로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대. 그러니 그 학생의 실력이 정말 좋으면 강상식 씨가 지원해 주는 것도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건 좀 생각을 하자.”
“왜?”
“희섭이 때는 여럿이었고 돈 밝히는 악덕 감독이 있었지만, 그 학생 상황은 좀 다르잖아. 공통점이라면 불우한 가족 이야기 정도인데…… 돈이 없다고 자존심도 없는 건 아니야.”
“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에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 만나서 그 성향 보고 어떻게 도울지 생각해야겠다. 자존심이 강하면 그 선생님을 통해서 후원하는 식으로 해도 될 거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낫겠다. 그런데 혹시 실력이 안 좋으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럼 운동 말고 다른 쪽으로 도와줘야지.”
강진이 했던 아르바이트 중에는 학생이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았다. 아직 미성년자이고 학생이니 강진이 일자리 노하우를 알려줘도 좋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공원으로 들어간 강진은 자신이 늘 가던 정자로 걸음을 옮겼다.
정자에 선 강진이 쇼핑백에서 사료와 물을 꺼내며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한쪽에서 강아지 몇 마리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통에 사료를 담아 정자 밑에 놓았다.
그러자 강아지들이 후다닥 뛰어와서는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물통에 물을 담아 옆에 놓았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이 녀석들 지내기도 나쁘지 않겠다.”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돈 없는 자에게는 가혹하지.”
강진은 사료를 허겁지겁 먹는 강아지들을 보며 말했다. 물론 그중에는 강아지라기엔 꽤 큰 녀석도 있었다.
처음에는 사료를 놓아도 오지 않던 녀석들이었지만, 몇 달 꾸준히 했더니 이제는 경계하지 않고 먹는 것이다.
강진이 강아지들을 보며 미소 짓는 사이, 배용수가 말했다.
“이 사장님 온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한쪽에서 익숙한 손수레를 끌고 다가오는 이강혜가 보였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들자, 이강혜도 웃으며 손을 들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이강혜가 웃으며 다가왔다. 그러고는 정자 밑에서 밥을 먹고 있는 애들을 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이 돼지 녀석은 여기서도 먹고 있네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그녀가 보는 개를 보았다. 그 개는 다른 개들에 비해 몸집이 무척 컸다.
“사장님 밥도 먹었나 보네요.”
“제가 밥 주러 오면 가장 먼저 먹으러 오는 녀석이 이 녀석이에요.”
이강혜가 웃으며 손수레에서 작은 쇼핑백을 꺼내 내밀었다.
“선물이에요.”
“선물요?”
“이번에 L화학에서 남성 화장품이 새로 나왔더라고요. 저희 회사 직원들한테 나눠 줬는데 이 사장님 생각이 나서 한 세트 챙겨왔어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쇼핑백을 받아 안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화장품 같은 유리병 두 개와 샴푸 통 같은 것이 두 개 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