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43
444화
강진이 화장품을 볼 때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올인원 세트예요.”
“올인원?”
“남자들은 스킨과 로션 두 개가 있으면 보통 스킨만 바르잖아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도 스킨과 로션 두 개가 있으면 보통 스킨만 바른다. 로션까지 바르기는 귀찮으니 말이다.
“그래서 두 개를 하나로 합친 상품들이에요. 씻고 이 병에 있는 것 바르면 스킨과 로션 두 개 바른 것과 같아요. 그리고 큰 통은 올인원 샴푸인데 그걸로 머리 감고 남은 비누기로 몸을 닦으면 된다네요.”
“샴푸로 몸도요?”
“네.”
“신기하네요.”
“신기하기도 하고 좀 이상하지 않아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보통 여자들은 샴푸하고 린스하고 영양 크림으로 머리 마무리하고, 몸엔 바디워시 쓰고 얼굴엔 폼클렌징 쓰거든요. 그런데 이 상품에는 그 모든 제품을 넣었잖아요.”
이강혜 입장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제품이었다. 머리를 감는 것으로 얼굴과 몸까지 닦으니 말이다.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선물 세트를 보다가 웃었다.
“이상한 건 모르겠고 편해서 좋네요.”
어쨌건 머리 감으면서 몸과 얼굴까지 씻을 수 있다면 좋은 아이템이었다.
강진이 웃으며 세트를 쇼핑백에 넣자, 이강혜가 말했다.
“쓰고 마음에 들면 말하세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재차 웃었다.
“이것만 해도 한 일 년은 쓰겠어요.”
“그래요?”
“남자가 화장품 바를 일이 몇 번 있나요. 하루에 한 번 짜서 바르면 끝인데.”
웃으며 쇼핑백을 툭 친 강진이 자신이 가지고 온 쇼핑백에서 차를 꺼내 내밀었다.
“차 한 잔 드세요.”
“고마워요.”
이강혜가 정자에 앉자 강진이 차를 따라 내밀었다.
그렇게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강진이 문득 손을 들었다.
“이모님.”
강진의 손짓에 이강혜가 그가 보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할머니 한 분이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모님이세요?”
“며칠 전에 저희 가게에 모신 이모님이세요.”
“아…… 직원?”
“직원이라기보다는 가족이죠.”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었다.
“좋은 사업 마인드네요.”
그러고는 이강혜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달자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차달자도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할 때, 강진이 말했다.
“이분은 저희 가게 단골이자, 저와 함께 유기 동물들에게 밥을 주시는 이강혜 사장님이세요.”
강진의 소개에 이강혜가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이강혜입니다.”
“차달자입니다.”
차달자와 인사를 나눈 이강혜가 그녀를 보다가 물었다.
“혹시 저기 위쪽에 살지 않으세요?”
이강혜의 말에 차달자가 그녀를 보았다.
“네?”
“저기 위에.”
이강혜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본 차달자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집이 그쪽이에요.”
차달자의 말에 이강혜가 그녀를 보았다.
“전에 한 번 아침에 들어가시는 것 본 적이 있었는데 맞네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같은 동네 분이시라 오고 가면서 보셨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차달자를 보았다.
‘이분이 그 집 사시는 분이구나.’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동네에 누가 사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 특히 이강혜와 차달자가 사는 동네 사람들은 이웃집 사람의 이름과 직업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동네 집값은 저렴해도 이십억, 비싸면 사십억에 달한다.
그만한 주택에 들어와서 살 정도라면 어느 정도 알아주는 집안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래서 이강혜도 주변에 누가 사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인맥이 중요하기에 사는 곳 근처도 파악해뒀다.
그런 이강혜조차 누가 사는지 알지 못하는 집이 딱 하나 있었다.
동네 사람들조차 집주인이 할머니라는 것 외엔 무슨 일을 하는지, 어느 집안의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주민들의 호기심이 쏠리곤 했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왜 식당에서 일하시는 거지?’
집값만 못해도 삼십억은 넘을 저택에 사시는 할머니가 왜 식당에서 일하는지 의문이 드는 이강혜였다.
이강혜가 의아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것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차달자의 모습에 이강혜도 그냥 웃었다.
할머니가 식당에서 일을 하든 뭘 하든 사실 크게 신경 쓸 것은 아니었다.
“아! 혹시 두부 좋아하세요?”
“두부요?”
“저희 이모님이 어제 손두부를 만드셨거든요. 몇 모 남았는데 괜찮으시면 드시겠어요?”
“가게에서 손두부를 만드셨어요?”
두부 전문점도 아니고 백반집에서 손두부를 만들었다는 것에 이강혜가 살짝 놀라자,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두부 만드는 것 어렵지 않아요.”
“말만 들어도 어려운 것 같아요.”
이강혜가 웃다가 말했다.
“그럼 좀 얻을까요?”
“두부가 고소해서 그냥 드셔도 되고 간장이나 김치하고 같이 먹어도 좋더군요.”
그러고는 강진이 발밑을 보았다. 강아지들은 어느새 사료를 깨끗이 먹어치우고는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있었다.
그런 강아지들을 보며 강진이 웃고는 슬며시 손을 내밀었다. 강진의 손길에 강아지들이 그를 힐끗 보고는 손을 모아서는 위아래로 흔들었다.
‘만져도 된다는 신호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조심히 강아지의 배를 쓰다듬었다. 다행히 자신의 손을 개껌처럼 씹어대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흰둥이는 환생했으려나?’
강아지 배를 쓰다듬다 보니 흰둥이가 떠오른 것이다.
‘흰둥이 귀여웠는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강아지를 쓰다듬던 강진이 텅 빈 사료통을 집어 쇼핑백에 넣었다.
그러고는 물통에 물을 더 채워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죠.”
강진의 말에 이강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사이 강진이 차달자를 보며 물었다.
“아, 차 드실래요?”
“가게 가서 마실게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공원 입구에는 이강혜 운전기사인 도원규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도원규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눈 강진이 도원규에게도 차달자를 소개해주었다.
“괜찮으면 차 타시겠어요?”
“걸어가도 되는데요.”
“제가 아침 출근 시간이 있어서요.”
“아…… 그럼 감사히 타겠습니다.”
강진이 뒷좌석을 열어주자 이강혜가 차달자를 보았다.
“타세요.”
“저는 걸어가도 되는데…….”
“이모님 걸어가시는데 제가 어떻게 차를 타겠어요. 타세요.”
그에 차달자가 고개를 숙이며 차에 타자, 이강혜가 이번에는 강진을 보았다.
“강진 씨도 타세요.”
“저는 앞 좌석에 탈게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강혜가 조심히 문을 닫아주고는 반대쪽으로 가서 차에 올라탔다.
그에 강진이 앞 좌석에 올라타고 문을 닫았다.
스르륵!
차가 부드럽게 나아가자 강진이 차 안을 스윽 둘러보고는 물었다.
“차가 부드럽게 나가네요?”
“전기차라서 엔진이 조용합니다.”
“전기차? 저 전기차 처음 타 봐요.”
강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계기판 쪽을 보자, 도원규가 웃으며 말했다.
“전기차가 조용하게 나가기는 하는데 사실 운전하는 재미는 없습니다.”
“조용하면 좋은 것 아니에요?”
“조용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차는 사실 부릉부릉해야 운전할 맛이 있지요. 그래서 스포츠카 같은 차 보면 배기 소리가 엄청나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도원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가게에 도착한 강진이 쇼핑백에 두부와 김치를 챙겨서 이강혜에게 건네주었다.
“잘 먹을게요.”
“맛있게 드세요.”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이강혜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내일 또 보아요.”
“네.”
강진이 웃으며 이강혜를 배웅했다. 그녀가 차를 타고 출발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좋은 분인 것 같네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분이세요. 아침마다 애들 밥 주려고 나오시고…… 알게 된 후에 아침에는 늘 뵙는 분이에요.”
“두 분 다 좋은 분이시네요.”
“저야 배고픈 귀신 밥 주는 사람이잖아요. 귀신한테 밥 주는데 배고픈 동물한테도 밥을 줘야죠.”
“하긴, 배고픈 것은 귀신이든 동물이든 다 똑같죠.”
차달자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미소로 답하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강진은 차달자, 귀신 직원들과 함께 홍두동의 한 공원에서 햇살을 받고 있었다.
잔디밭에 대충 앉은 강진과 차달자는 파란 하늘을 보거나,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요즘에는 미세먼지가 심해서 나들이를 하기에 좋지 않았지만, 오늘은 운이 좋게도 미세먼지도 없고 날이 좋았다.
그래서 공원에는 나들이를 나온 연인이나 가족, 혹은 인근 주민들이 산책을 하며 기분 좋은 한낮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멍하니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여기 집값 비싸겠네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그를 보았다.
“집값요?”
“예전에 부동산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이런 공원이나 편의시설이 있는 곳 근처가 집값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 보셨나 봐요.”
“혼자 살았거든요.”
가볍게 웃으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이런 공원이 집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집값이 많이 오르죠.”
강진이 공원을 둘러보았다. 공원은 참 좋았다. 가운데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중심에서는 분수가 뿜어지고 있었다.
삭막한 도시에서 이렇게 평화로운 녹색 공원이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축복이었다.
공원을 보던 강진은 도시락으로 싸 온 김밥을 하나 집어 먹었다. 아침을 잘 먹어서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잔디에 앉아 공원을 보고 있으니 손이 갔다.
김밥을 하나 더 집어 먹은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강진의 주위에는 한끼식당 직원 귀신들 외에도 열댓 명의 귀신들이 더 모여 있었다.
그들은 백제기원에서 있던 귀신들과 주변에서 모인 귀신들이었다.
귀신들은 김밥을 먹으며 변대두와 다른 귀신이 바둑을 두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두 귀신은 바둑판을 가운데 두고 비닐장갑을 낀 채 바둑을 두고 있었다.
허공을 날아다니는 비닐장갑들이 남의 시선을 끌 수도 있지만, 강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주위에 모여 있는 귀신들은 열이 넘는다.
귀신들이 다섯만 돼도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데, 이 정도로 귀신들이 모여 있으면 바로 옆을 지나가도 모를 것이었다.
그래서 변대두와 상대 귀신은 편히 바둑을 둘 수 있었다.
김밥을 먹으며 바둑을 두는 귀신들을 볼 때, 배용수가 말했다.
“소희 아가씨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멀리서 김소희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 김소희가 걸어가면 사람들이 알아서 길을 피했었는데, 지금은 김소희가 사람들을 피해 걸어가고 있었다.
‘향수 때문인가?’
어제저녁에 뿌린 향수의 영향으로 김소희의 귀기는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니 사람들이 김소희의 기운에 영향을 받지 않아 피하지 않는 것이다.
강진이 김소희를 볼 때 아이 하나가 그녀에게 달려갔다. 아이가 달려오는 것에 움찔한 김소희가 급히 옆으로 몸을 돌렸다.
아이를 피하며 살짝 당황스러워하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속으로 웃었다.
‘아가씨에게 이런 경험은 드물겠지.’
강진은 일어나서 바지를 털고는 김소희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