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58
459화
배용수를 데리고 공원을 향해 걸으며 강진이 물었다.
“친한 아이였어?”
그에 배용수가 잠시 있다가 말했다.
“조카 같은 아이야. 아니, 진웅 형님 딸이니 나한테는 조카지.”
입맛을 다신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그 애 태어날 때 내가 형수한테 미역국도 끓여서 보냈는데.”
“그렇구나…….”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이야기는 좀 해 봤어?”
배용수는 대답 대신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걸음을 옮겼다. 별로 말을 하고 싶지 않은 듯한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은 묵묵히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정자에 도착한 강진은 자신이 좀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자 밑에 두는 사료 통에는 이미 사료와 물이 채워져 있었다.
이강혜가 먼저 와서 사료 통을 채워 놓고 간 것이다.
그에 강진은 사료를 먹고 있는 아이들을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걸음을 옮겼다.
자기 구역은 아니지만, 이강혜가 사료를 놓는 곳 위치는 알고 있다.
돌아다니면서 사료가 빈 곳이 있는지 살피며 강진은 배용수와 이야기를 마저 나누었다.
“작년 여름에 죽은 모양이야.”
“작년 여름? 겉은 괜찮던데?”
아이의 모습은 아주 깨끗했다. 병에 걸려서 죽은 것처럼 병색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를 흘리고 있지도 않은 것이 사고도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도 병이나 사고는 아닌 것 같은데…… 소연이도 자기가 왜 죽었는지 모르더라고.”
“그럼 갑자기 죽은 모양이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호철과 배용수 같은 경우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 알지 못했다.
이미 예견된 죽음일 경우 어느 정도 기억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고사처럼 갑작스럽게 죽게 된 경우엔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 또한 갑작스럽게 죽었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운암정 숙수들은 이직을 잘 하지 않아.”
“그래? 운암정 숙수들 실력이면 여기저기 스카우트 제안 올 것 같은데?”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이직을 할 이유가 없지. 한국 최고의 한식당에서 일을 하고…… 대우도 업계 최고로 받으니까.”
그러고는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게다가 한국 최고의 숙수님 밑에서 요리를 배우잖아.”
“운암정 숙수들이면 모두 일가를 이룬 실력자들 아니야?”
더 이상 뭐 배울 것이 있나 싶어 묻는 것이었다. 배용수만 봐도 그 음식 실력이 대단해서 그가 만드는 음식들은 다 맛있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숙수님 밑에서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은데. 배우고 배워도 끝이 없지.”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럼 딸이 죽어서 이직을 했다는 말이야?”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어하셨대.”
“딸이 죽었는데 그렇겠지.”
“매일 술만 마시고…….”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걸음을 옮기다가 비어 있는 사료 통을 발견하고는 그 안에 사료와 물을 채웠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던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서 숙수님이 이곳 메인 셰프 자리로 보내주신 모양이야.”
“숙수님이?”
“요리사에게 꿈은 자신의 주방을 가지는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꿈을 잃었으니 새로운 꿈을 가져 보라는 의미셨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이렇게 술만 먹고 다니는 놈이 보기 싫어서일 수도 있고.”
“에이! 설마 그래서 보냈을라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작게 한숨을 뱉은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아이고…….”
배용수의 한숨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소주 한 잔 할래?”
“아침부터 술은 무슨…….”
“나야 그렇다 쳐도 네가 밤낮을 따질 이유가 뭐 있냐? 그냥 마시는 거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취하지도 못하는 술 마셔서 무슨 재미야.”
귀신 상태에서는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심지어 현신했을 때 마시고 취해도 귀신으로 변하면 바로 깬다.
그래서 귀신들은 현신했을 때 술을 많이 마신다. 사람처럼 숙취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귀신일 때 못 느끼는 취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그 어깨를 툭 쳤다.
“다음에 이진웅 셰프 모셔서 식사 대접 한 번 하자. 그때 네가 소연이 먹을 음식 좀 만들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적어라.”
“응?”
“받아 적으라고.”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을 켰다. 그러자 배용수가 식재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계란, 햄, 맛살, 즉석밥. 김…….”
배용수가 일러주는 식재들을 받아 적던 강진이 말했다.
“김밥이네?”
“소연이가 김밥 좋아해. 그리고 재료 남으면 그걸로 볶음밥도 해 주면 좋아하겠다.”
“국물은?”
“가게에 라면은 있잖아.”
“라면?”
라면이라는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소연이가 라면을 좋아해.”
“라면을?”
물론 남녀노소 다 라면을 좋아하기는 한다. 특히 아이들은 라면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다.
“집에서 라면을 못 먹게 하니까, 가끔 친구 집에 놀러 가서 해 달라고 했대.”
“친구 집에서요?”
“애들 키우는 집들끼리는 바쁠 때 서로 애들 봐 주기도 하니까.”
그러고는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하아! 소연이 불쌍해서 어쩌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불쌍한 걸로 따지면야…….’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이 세상에 안 불쌍한 사람, 아니 귀신이 어디 있나.
그렇게 생각하던 강진은 문득 가게에 있는 이혜미와 여자 귀신들을 떠올렸다.
연쇄살인마에게 잔인하게 살해를 당한 여자 귀신들…… 한끼식당에서 지내면서 조금은 편하고 밝게 지내는 것 같지만 안쓰러운 분들이었다.
‘그분들한테 뭔가 해 줄 만한 것이 없을까?’
가게에서 일하면서 돈을 조금씩 벌기는 하지만…… 그거야 그분들이 일을 해서 버는 것이었다.
강진이 잠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배용수가 말했다.
“사장님한테 감사하다고 문자 한 통 넣어 드리지?”
“사장님?”
“너 대신 사료 채워 주셨잖아.”
“아…….”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이강혜에게 감사 문자를 넣었다.
띠링!
그걸로 문자를 끝낸 강진이 몸을 돌렸다.
“가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그를 따라 공원을 나섰다.
***
“아하하!”
가게에서 원희진은 TV를 보며 웃고 있었다. 배용수와 함께 공원에 사료 주고 오는 사이 밥을 먹은 뒤 여자 귀신들과 함께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이다.
재밌게 TV를 보고 있는 원희진에게 강진이 물었다.
“재밌으세요?”
“아침 드라마 못 본 화차 골라 보니 재밌네요.”
“드라마는 사우나에서 못 보세요?”
“에이! 거기는 TV 같은 것 못 봐요. 틀지도 않고.”
“아…….”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원희진을 보았다.
“그런데 사우나에 있는 것 불편하지 않으세요?”
“왜요?”
“그…… 남자들 옷 벗고 돌아다니잖아요.”
강진의 말에 원희진이 웃었다.
“재밌고 좋죠.”
“재미…… 있으세요?”
강진이 황당한 듯 보자, 원희진이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에요.”
그러고는 드라마에 집중하는 듯했던 원희진이 살며시 말했다.
“근데 반은 진심이에요.”
“네?”
“거기 가끔 모델들하고 연예인들도 와요.”
원희진의 말에 옆에서 같이 TV를 보던 이혜미와 여자 귀신들이 그녀를 보았다.
“정말요?”
“그럼요. 와, 모델들은 정말…… 장난 아니에요.”
원희진이 애매하게 말하자 이혜미와 여자 귀신들이 서로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물었다.
“목욕탕 가시려는 건 아니죠?”
“아…… 아니에요.”
여자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호기심 삼아…… 가 보시는 것도 괜찮죠.”
“괘…… 괜찮을까요?”
“남자 귀신들 중에 여탕 안 가 본 분들 별로 없을걸요?”
강진은 그렇게 말하며 힐끗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이혜미와 여자 귀신들이 싸늘하게 쳐다보자 배용수가 급히 손을 저었다.
“야! 사람을 뭐로 보고! 나 안 가 봤어.”
“그럼 다행이고.”
강진이 웃으며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근데 남탕 가서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아마 잔고에 영향을 줄 겁니다.”
“저희 안 갈 거예요.”
이혜미와 여자 귀신들이 손을 젓자, 강진이 웃으며 원희진을 보았다.
“남자 귀신들 여탕 가면 잔고가 빠져요. 그렇다는 건 여자 귀신이 남탕을 가도 잔고가 빠질 테니 조심하세요. 나중에 큰일 나요.”
강진의 말에 원희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냥 조카 옆에 있고 싶다 보니…… 조심할게요.”
원희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한테 할 말은 아니고요. 어쨌든 조심하세요. 잔고 줄고 줄어서 마이너스 되면…… 나중에 정말 큰일 납니다.”
강진의 말에 원희진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 원희진을 보던 강진이 카운터에서 과자를 가지고 나왔다.
“드라마 보면서 과자 좀 드세요.”
“고맙습니다.”
원희진이 말을 하며 과자를 보다가 의아한 듯 말했다.
“이 과자?”
“JS에서 파는 과자예요. 저희 가게가 귀신 손님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좀 준비했습니다. 드세요.”
강진의 말에 원희진이 환하게 웃으며 과자를 들었다.
“우와, 손에 잡혀요!”
“귀신들 먹는 과자니까요. 맛도 좋아요.”
원희진이 봉지를 뜯어 과자를 집어 먹고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정말 사람이…… 아니, 귀신이 밝기는 정말 밝으시네.’
“원래 성격이 밝으신 편이세요?”
“제가 좀 그런 편이에요.”
“보통 귀신들은 그러기 쉽지 않은데…….”
귀신들은 대부분 밝지 않다. 사정이 사정이다 보니 밝으려야 밝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되는 건데 그 성격 어디 가겠어요?”
말을 하며 환하게 웃는 원희진을 보던 강진이 웃었다.
“그건 그렇죠. 성격 어디 가나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때 원희진의 얼굴이 문득 굳어졌다. 왜 그러나 해서 그녀를 봤는데 원희진의 시선은 TV를 향해 있었다.
그에 강진이 TV를 보니 중년의 남자가 청년에게 낮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자네와 내 딸이 어울린다 생각하나?] [저는…….]대화를 들으니 여자 집 아빠가 사위 될 남자를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모양이었다.
특히 남자가 평범한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반대를 하는 것 같았다.
강진이 TV를 볼 때, 원희진이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요즘 세상에 직업으로 귀천 나누는 것이 말이 돼요?”
“말이 안 되죠.”
강진의 답에 옆에 있던 이혜미가 말했다.
“그리고 저 남자도 괜찮아요.”
“보는 드라마예요?”
강진의 물음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저 남자도 구두 회사 디자이너예요.”
“디자이너면 직업 좋은 것 아니에요?”
“그렇죠.”
이혜미의 말에 원희진이 TV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쁜 놈.”
원희진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원희진이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 승환이도…… 지금 이래요.”
“원승환 실장님요?”
“다른 사람한테 피해 안 주고 돈만 잘 벌면 그게 최고 직업 아니에요?”
자신을 보는 원희진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그렇죠.”
“우리 승환이가 때를 밀지만……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 바보 만들고.”
원희진이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한숨을 쉬었다.
“때밀이가 어때서. 나쁜 놈.”
원희진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여기도 직장 귀천을 가리는 사람이 있었나 보네.’
세신사가 어떤가? 남의 몸을 깨끗하게 해 주는 사람이다. 내 몸 더럽혀서 돈 버는 직업보다는 훨씬 더 깨끗한 직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