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62
463화
바둑판을 보고 있는 강진에게 변대두가 말했다.
“만복 씨 모시고 음식 좀 드리세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만복을 보았다.
“음식 좀 드시죠.”
강진의 말에 박만복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보다가 박서준을 보았다.
박서준은 바둑판을 보며 가끔씩 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박서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박서준이 프로다 보니 한 수 배운다 생각해서 나이와 상관없이 존경하는 모양이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강진이 그를 데리고 자신들의 돗자리로 향했다. 다행히 수호령이 이동할 수 있는 범위 내에 떨어져 있어 박만복도 음식이 있는 곳까지 올 수 있었다.
“안녕들 하십니까.”
박만복의 인사에 귀신들이 그를 보고는 강진을 보았다. 누구냐는 시선이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기 바둑 두시는 분 수호령이세요. 식사 좀 하시게 모셨어요.”
귀신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박만복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눈 박만복에게 차달자가 김밥을 슬며시 밀었다.
“사람들 눈이 있으니 조심히 드세요.”
“사람 눈요?”
“이 음식은 사람들 눈에 보이거든요.”
“귀신들이 먹는 음식은 사람 눈에 안 보일 텐데요?”
웃으며 김밥을 집어 든 박만복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자신이 먹던 제삿밥과 달리 김밥이 통으로 손에 들리니 말이다.
허공에 떠 있는 김밥의 모습에 박만복이 놀란 눈을 할 때, 강진이 급히 말했다.
“일단 입에 넣으세요.”
박만복이 급히 입에 김밥을 넣고 씹었다. 곧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렸다.
‘맛있다.’
너무 맛이 있었다. 살아서 먹었던 그 어떠한 음식보다 더 맛있는 느낌이었다.
“너무 맛있습니다.”
“저승에서 나는 식재로 만든 음식입니다. 그래서 귀신도 손으로 집어서 먹을 수 있죠. 그러니…… 최대한 몸을 낮춰서 드셔야 합니다. 사람들 눈에 띄면 안 되니까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보라는 듯 박만복을 보고는 몸을 숙였다.
그러고는 주위를 한 번 스윽 살피고는 김밥을 하나 집어서는 냉큼 입에 넣었다.
“이렇게 드세요.”
배용수가 우물우물 김밥을 먹는 것에 박만복이 미소를 지었다.
“하! 내가 음식을 이렇게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맛있는 걸 먹으려면 하라는 대로 해야죠.”
박만복이 돗자리에 몸을 눕히며 말했다.
“처음 보는 분들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편히 드세요.”
귀신들의 말에 박만복이 환하게 웃으며 돗자리에 누워서는 김밥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귀신들을 보며 작게 입모양으로 말했다.
“저희는 가게 가서 따로 먹는 걸로 해요.”
귀신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음료수를 박만복의 앞에 놓았다.
“목이 막히지는 않을 것 같지만…… 음료도 같이 드세요.”
“감사합니다.”
박만복은 빨대를 입에 물다가 놀랐다. JS 편의점에서 온 물건들은 모두 그를 놀라게 하는 것이다.
그런 박만복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서준 씨는 학교 안 가나요?”
“자퇴했습니다.”
“자퇴요?”
강진이 박서준이 있는 곳을 보았다. 사람들이 바둑을 두는 것을 보고 있는 박서준을 볼 때, 박만복이 한숨을 쉬었다.
“제가…… 바둑을 많이 좋아합니다.”
“그러신 것 같네요.”
“어렸을 때는 프로가 되려고도 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더군요.”
강진이 보자 박만복이 재차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런데 서준이에게 재능이 보였습니다.”
“바둑 재능요?”
“어렸을 때 제가 바둑을 두는 것을 보고 서준이가 혼자 따라하더군요.”
“몇 살 때요?”
“네 살 때였습니다. 그리고는 아홉 살에 저를 이기더군요.”
“아홉 살? 대단하네요.”
프로가 되지는 못했어도 프로 꿈을 꿨을 정도라면 바둑 실력이 대단했을 텐데…… 그런 박만복을 아홉 살에 이기다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박만복이 웃으며 말했다.
“말 그대로 대단하죠.”
박만복이 박서준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 눈이라는 것이 자식에게는 얼마나 기준이 없습니까. 아들이 한 낙서 보고 이 녀석에게 미술 재능이 있구나 하니까요.”
“그건 그렇죠.”
“그래서 기원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기원에 있는 은둔 고수 분들에게 우리 아들 실력을 평가받고 정말 재능이 있는지 확인을 하려고요.”
“아…….”
“가끔 지기도 했지만, 그때 알았습니다. 우리 아들이 정말 재능이 있구나. 그래서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는 자퇴를 시켰습니다.”
“그래도 학교는 다니게 하시는 것이…….”
“제 마음도 있었지만, 서준이도 자퇴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박만복이 피식 웃었다.
“녀석이 얼마나 승부욕이 강한지 바둑에서 지고 오면 잠을 안 자요.”
강진이 보자 박만복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바둑에서 지면 자신이 진 판을 날이 새도록 복기하고, 또 복기하고…… 그리고 학교 가서 자고…… 그런 것을 보니 차라리 학교 자퇴시키는 것이 낫겠다 싶더군요.”
“그래도 초졸은…….”
“서준이가 알아서 검정고시 준비해서 합격을 하더군요. 그리고 곧 고등 검정고시도 볼 테니 고졸 학력이 될 겁니다.”
이야기를 듣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학교는 꼭 학력 때문에 가는 건 아닌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공부만이 아니다. 친구를 사귀고 노는 방법을 배우고, 사람을 상대하는 기본적인 것을 배우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곧 고개를 저었다.
‘나도 딱히 그런 건 아니네.’
부모님 돌아가시고 보육원 들어가면서 친구들과 연이 끊겼다. 그리고 그 연이 아직도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범철이는 잘 지내려나?’
중학교 때 만나 고등학교 때까지 친하게 지냈던 친구를 떠올리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찾아보려고 하면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이때까지 연락 한 번 없다가 연락하기도 그랬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쇼핑백 안에서 작은 알람 소리가 들렸다.
그에 쇼핑백을 연 강진은 그 안에서 태블릿을 꺼냈다.
확인해 보니, 변대두가 하는 바둑 앱에서 쪽지가 왔다는 표시가 떠 있었다.
스윽!
변대두를 본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대두 어르신한테 쪽지 왔다고 좀 해 주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일어나 가려 하자, 강진이 웃으며 그를 잡았다.
“그냥 소리쳐서 모셔.”
“소리?”
“내 목소리는 사람들한테 들리지만, 네 목소리는 귀신만 들리잖아.”
“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변대두를 향해 크게 외쳤다.
“어르신 쪽지 왔어요!”
배용수의 외침에 바둑판을 보고 있던 변대두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보았다.
그에 배용수가 다시 소리쳤다.
“바둑 앱으로 쪽지요!”
그에 변대두가 바둑판을 한 번 보고는 서둘러 뛰어왔다.
“쪽지?”
강진이 태블릿을 밑에 두고는, 전용 펜을 건네주었다.
변대두는 주위를 한 번 보고는 펜을 잡았다. 펜에는 JS의 비닐이 칭칭 감겨 있었다.
변대두가 바둑을 둘 때마다 비닐장갑을 끼고 해야 하니, 강진이 펜에 비닐을 묶어 변대두가 잡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태블릿 뒷면에는 좀 지저분하지만 JS 비닐을 붙여 놓았고 말이다.
어쨌든 펜을 잡은 변대두가 앱에 들어가 쪽지를 클릭했다.
“서준 선생님이 보냈군요.”
그러고는 쪽지를 읽은 변대두가 입맛을 다셨다.
“오늘 못 봐서 아쉽다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때 한 번 나와 달라는군요.”
변대두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많이 아쉽나 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변대두가 입맛을 다셨다.
“프로 기사 선생님과 바둑을 둘 기회인데 아쉽군요.”
“앱에서 늘 두시잖아요.”
강진의 말에 변대두가 고개를 저었다.
“직접 마주 보고 두는 것과 화면을 보고 두는 것은 많이 차이가 납니다.”
변대두가 박서준을 보며 말했다.
“마치 전쟁터에 서 있느냐와 영화로 보느냐의 차이랄까요?”
변대두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바둑 프로가 정말 어려운가 봐요?”
“네?”
“어르신처럼 바둑을 좋아하고 잘하시는 분도 프로가 못 됐으니까요.”
강진의 말에 변대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정점을 찍는 것은 어렵지요.”
이야기를 나누는 둘을 보던 박만복이 말했다.
“말씀하셨던 태블릿이 그거군요.”
그에 변대두가 태블릿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요즘 세상 참 많이 좋아졌어요.”
변대두의 말에 박만복이 부럽다는 듯 그를 보았다.
“어르신은 참…… 부럽습니다.”
변대두의 어깨가 살짝 올라갔다.
“뭘 이런 걸 가지고.”
“이런 거라니요. 죽어서도 바둑을 둘 수 있는데요. 정말 부럽습니다.”
부러워하는 박만복을 보던 변대두가 펜을 태블릿 위에 올리고는 뒤로 물러났다.
“한 판 두시겠습니까?”
“제가요?”
“오랜만에 아들하고 한 번 두시죠.”
변대두의 말에 박만복이 태블릿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제가 두면 어르신이 아닌 것을 알 텐데요.”
“제가 아닌 것을 알면 어떻습니까. 서준 선생님도 가끔 자기가 안 두고 다른 분이 대신 두기도 하던데.”
변대두의 말에 박만복이 웃으며 말했다.
“서준이가 가끔 바둑 잘 두는 사람을 앱에서 만나면 기원 연구생들에게 상대를 하게 합니다. 새로운 상대와 바둑을 두는 것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니까요. 그리고 바둑 앱에 의외로 실력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만복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변대두가 미소를 지었다.
“호오! 그럼 제가 둔 사람들이 연구생들이군요.”
“연구생 중에서도 실력자들이죠.”
기원 연구생들이라면 프로 데뷔를 앞두고 있는 바둑 꿈나무이다.
그런 이들을 상대로 바둑을 뒀다니 변대두는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지기도 몇 번 졌지만, 이기기도 몇 번 이겼으니 기분이 더 좋았다.
“그럼 어디…….”
박만복의 말에 변대두가 태블릿을 가리키고는 말했다.
“사용하는 방법은 아십니까?”
“아들 하는 것 자주 봤습니다.”
박만복이 태블릿 펜을 잡고 화면을 터치하고는 아들 신의국수에게 대국 신청을 걸었다.
***
띠링!
박서준은 알람이 울리자 핸드폰을 보았다.
‘변어르신이네.’
변어르신이 자신에게 보낸 대국 신청에 박서준이 허락을 하고는 벤치에 앉았다.
탓!
상대가 돌을 놓자 박서준도 돌을 놓았다.
탓! 탓! 탓!
화면에 빠르게 흑과 백의 돌이 놓이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생각을 하지도 않고 돌을 놓는다고 할 정도로 정신없이 빠르게 돌을 놓던 박서준이 문득 손을 멈췄다.
‘이 사람?’
상대는 무척 공격적인 기풍을 가지고 있었다. 공격을 하면 공격으로 대응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기풍이 무척 익숙했다. 박서준은 돌을 두고 펜을 턱에 댄 채 상대의 수를 기다렸다.
‘어떻게 할 거지?’
가장 안정적인 것은 자신이 방금 놓은 돌에 대항하는 집을 짓는 것이다.
탓!
새로 돌이 놓이자 박서준이 눈을 찡그렸다. 상대가 자신의 돌 근처에 수를 놓은 것이다.
자신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치겠다는 의미였다. 공격에 공격으로 받아치는 돌…….
‘아빠?’
자신에게 바둑을 알려 준 아빠의 바둑 기풍이 이런 스타일이었다. 런 앤 런, 상대가 뛰면 나도 뛰는 무식한 방식 말이다.
물론…… 자신의 아버지일 수는 없었다. 아빠는 죽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빠와 비슷한 바둑을 두는 상대의 기풍에 박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재밌네.’
탓!
박서준이 상대의 진영에 돌을 놓았다. 평소라면 두지 않았을 공격적인 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