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70
471화
강진이 점심 장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가게 문이 열렸다.
띠링!
11시가 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았던 터라 강진은 의아한 얼굴로 문 쪽을 보았다. 그러자 두 명의 중년인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점심으로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손님이 왔으면 그게 영업시간이었기에 강진은 마중을 나갔다.
“어서 오세요.”
강진의 인사에 두 중년인이 슬며시 가게를 보고는 말했다.
“혹시 이강진 사장님?”
“저를 찾아오셨나요?”
중년인 중 한 명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대강금속 차장진입니다.”
중년인이 준 명함을 받아 든 강진이 그것을 보았다.
명함을 본 강진이 차장진을 보았다.
“대강금속?”
“저희 회사 아신다고 들었습니다.”
“상섭 형, 아니 이상섭 대리님에게 들었나요?”
“네.”
차장진의 말에 강진이 그 옆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 시선에 남자가 굳은 얼굴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고문수라고 합니다.”
고문수의 명함도 받아든 강진이 그를 보았다.
‘혹시 이분이 오 실장님 딸 결혼 반대한 분인가?’
그를 유심히 보던 강진은 자리를 가리켰다.
“일단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슬며시 차장진과 고문수가 자리에 앉자 강진이 따뜻한 야관문차를 가지고 나왔다.
“차 좀 드세요.”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공손한 자세로 잔을 잡는 것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기…… 황민성 사장님하고 친하시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민성 형요?”
“황민성 사장님께서 저희 고 상무에 대해 뭔가 오해하시는 게 있는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저희가 쉽게 뵐 수 있는 분이 아니라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차장진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이 고문수를 보았다.
이제야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었다. 아마도 이상섭이 자신과 나눈 이야기를 전했을 것이고, 그제야 큰일이 벌어졌다 생각한 두 사람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뭔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황 사장님께서 저희에게 뭔가 오해를…….”
차장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해는 그쪽에서 하시는 것 같습니다.”
“네?”
차장진의 시선에 강진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왜 오셨는지 알 것 같네요. 이번에 부품 납입 틀어진 게 민성 형이 손을 쓴 거라 생각해서 오신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게 오해가 있으셔서…….”
“그게 오해입니다.”
차장진과 고문수가 자신을 보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민성 형은 오 실장님 따님의 결혼이 틀어진 게 오히려 잘됐다 생각을 하십니다.”
강진의 말에 차장진이 고문수를 노려보았고, 고문수는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민성 형은 그쪽 대강금속에 대해 아예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네? 그럴 리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때까지 부품 납품을 했던 회사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거래를 끊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일단 민성 형은 아닙니다.”
자신의 말에 두 사람이 아직도 의심을 품은 듯한 시선을 보내자 강진은 말을 덧붙였다.
“이상섭 대리님이 대강금속의 일을 본다는 말에 제가 혹시 민성 형이 손을 썼나 싶어서 물어봤는데…… 민성 형은 그런 일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야 말은…….”
말만 그렇게 하고 뒤로 손을 썼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차장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민성 형이 그러더군요. 마음 같아서야 대강금속 밥줄 끊어 버리고 싶다고.”
꿀꺽!
차장진과 고문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중소기업 하나 날려 버리는 것은 황민성에게는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지방에서 여기로 뛰어 온 것이고 말이다.
그런 둘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말을 들으니 대강금속에 하청 주는 회사의 위에, 위에, 위에 또 그 위에 있는 원청이 민성 형이 투자하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화 한 통이면 그쪽에 들어가는 일들 모두 끊어 버릴 수 있다고 했죠.”
강진의 말에 차장진과 고문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신들은 피라미드의 가장 밑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이 납품을 하는 회사의 과장만 해도 갑질이 엄청 심한데…… 그보다 한참 위에 있는 원청을 건드렸다간 손가락만 빨아야 할 게 뻔했다.
차장진은 급히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살려 주십시오.”
그러고는 차장진이 급히 고문수를 향해 눈짓했다. 그에 고문수도 급히 일어나 고개를 숙이려 하자, 강진이 급히 그 두 사람을 말렸다.
“이러지 마세요.”
“황 사장님한테 한 번만 용서를 해 달라고 해 주십시오. 제가 고 상무에게 잘 이야기해서…….”
차장진의 말에 강진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일단 앉으세요. 그리고 들으세요.”
강진이 몇 번이나 더 앉으라고 하고 나서야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굳은 얼굴인 두 사람에게 강진은 차근히 말했다.
“하지만 민성 형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쪽 분이 오 실장님에게 무례하기는 했지만, 이분의 잘못으로 회사에서 일하는 다른 가장들의 밥줄을 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시니까요.”
“그렇다는 건…….”
“민성 형이 그쪽 회사를 망하게 하려고 손을 썼다는 건 오해입니다.”
“정말입니까?”
“그럼요. 제가 두 분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죠. 그리고 민성 형 역시 저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요.”
강진의 말에 두 사람이 서로를 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 듯한 눈빛의 차장진과 여전히 침울한 표정을 짓는 고문수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리고…… 저희는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네?”
“자기 자식이 좋은 집, 좋은 사람과 연을 맺기 원하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아빠로서 반대를 할 수도 있지요.”
“네?”
“그리고 운전기사를 하는 오 실장님의 딸이 며느리로서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고문수가 급히 뭔가 말을 하려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여기서 저희가 오해하는 것이 있나요?”
“아…… 아닙니다.”
고문수의 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저희는 오해하는 것이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알 뿐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다시 볼 사이도 아닌데 굳이 이런 대화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황 사장님한테 죄송해서…… 사과라도 좀 드려야…….”
고문수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리곤 한숨을 토했다.
“후우!”
딱 봐도 기분이 나쁜 듯한 강진을 보며 고문수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런 그를 똑바로 보며 강진이 물었다.
“왜 사과를 민성 형한테 하세요?”
“네?”
“사과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한 오 실장님에게 하셔야죠. 오랫동안 종사해 온 자신의 직업 때문에 딸의 결혼이 망쳐졌다는 자괴감을 갖게 된 오 실장님에게요.”
“그건…….”
고문수의 얼굴이 굳어지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차 사장님도 고 상무님도 한 가정의 가장이시겠죠.”
강진의 말에 두 사람은 서로를 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도 말했듯, 민성 형이 화가 나도 대강금속에 손을 대지 않은 이유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기 때문입니다. 가장이란 어떻게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란 이름의 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야…… 그렇지요.”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산 가장의 직업이 천하다 말을 하면…….”
강진은 말을 더 잇지 않았다.
그에 고문수는 입술을 깨물었고, 차장진은 그를 노려보았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마세요. 오 실장님이나 민성 형이나 결혼이 틀어진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고 상무님께서 오 실장님 집 무시하고 있었는데 결혼을 했다면 그 이후로 편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강진의 말에 고문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직업의 귀천을 따진 게 이렇게 대놓고 드러나게 되니 부끄러웠다.
얼굴이 붉어진 고문수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러니 민성 형이 그쪽 회사에 손을 댈 일은 전혀 없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럼요. 남자가 고문수 씨 아드님 한 명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자신의 말에 입맛을 다시는 차장진과 고문수를 보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하지만…… 민성 형은 무서운 사람입니다.”
강진의 시선에 차장진이 침을 삼켰다. 그도 황민성에 대한 이야기 정도는 들어 알고 있었다.
“민성 형이 그쪽 회사에 손을 써서 망하게 하려 했다면…… 두 분은 지금 제 앞에 있지도 못할 겁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보는 차장진에게 강진이 말했다.
“저도 태광무역 수출 대행 2팀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저희 부서에서 일을 맡긴 걸 보니 중소기업 중에서도 소규모일 테고…… 그럼 자금도 늘 부족하시겠죠?”
“그야 중소기업이 다…….”
말을 하던 차장진은 눈을 부릅떴다.
황민성 정도 되는 사람이 운영하는 자금은 몇 천억이 넘는다. 아니, 조 단위가 넘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은행에 전화 한 통 넣으면 대강금속 같은 중소기업 대출 막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은행에서 대출이 막히면 회사는…… 자금난에 부딪혀 바로 부도가 날 것이다.
아까보다 더 창백해진 차장진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한 말이 이해가 되셨다면, 그쪽에서 하고 있는 오해가 풀렸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강진의 말에 차장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민성이 정말 보복을 하는 것이라면 자신들은 이곳에 올 정신도 없이 회사 부도 막으려고 이리저리 뛰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황민성이 손을 쓰지 않은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해가 풀리신 것 같으니…….”
강진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승식당 규칙상 주인이 손님을 쫓아낼 수는 없다. 그러니 그들이 알아서 나가 줬으면 해서 눈치를 주는 것이다.
강진이 일어나는 것에 차장진이 슬며시 말했다.
“황민성 사장님에게 사과를 드리고 싶은데…….”
강진은 한숨을 쉬고는 그를 보았다. 그는 황민성과 어떻게 인사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긴, 중소기업 사장으로선 황민성과 안면을 뜨고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일 것이다.
“민성 형과 어떻게 연을 맺고 싶은 모양인데…… 괜히 만나봤자 악연만 생길 뿐입니다.”
“그건 저희가…….”
“그리고…… 사과를 할 거면 오 실장님에게 하세요. 민성 형이 아니라.”
강진이 단호하게 말하자 차장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고문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고문수가 고개를 숙이자, 차장진이 강진을 보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 실장님에게 사과를 드리죠.”
차장진이 고개를 숙이고 가게를 나서자, 고문수가 상체를 다 펴지도 못한 채 그 뒤를 따라나섰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사과할 대상도 모르면서…… 누구한테 사과를 하겠다는 거야?”
강진이 고개를 저을 때, 차달자가 슬며시 홀에 나와서는 가게 문을 연 뒤 밖에 뭔가를 뿌렸다.
툭툭툭!
“뭐 하세요?”
“소금 뿌려요.”
“소금?”
“장사 시작도 안 했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왔잖아요. 음식 장사에서 첫 손님이 얼마나 중요한데…….”
고개를 저은 차달자가 다시 소금을 툭툭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은 피식 웃었다. 그녀가 두 사람 때문에 나빠진 자신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자 이렇게 한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린 강진은 차달자에게 다가가 그녀가 들고 있는 소금을 살짝 집어서 가게 밖에 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