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79
480화
옷을 갈아입고 나오던 강진은 사우나에서 원승환과 이군송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원승환이 수건을 건네자 그것을 받아 몸을 닦는 이군송을 본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잘 되셨구나.”
원희진이 승천한 것을 보고 잘 됐을 거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같이 나오는 것을 보니…… 정말 잘 된 모양이었다.
이군송의 얼굴에 한 줄기 미소도 걸려 있고 말이다.
강진의 시선을 느낀 원승환이 그를 보고는 다가왔다.
“사장님.”
“네.”
“저기 혹시 오늘 저녁 영업하시나요?”
“영업요?”
“장인어른하고 한잔하기로 했습니다.”
원승환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어깨를 툭 쳤다.
“일이 잘 풀린 모양입니다.”
“원 실장, 잘 됐어요.”
강상식도 웃으며 말을 보태자, 원승환이 미소를 지으며 이군송을 보고는 말했다.
“아직 확실히 허락해 주신 건 아닌 것 같지만…… 여러분들 도움으로 잘 될 것 같습니다.”
원승환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한잔하자고 하신 것 보면 다 된 거네요.”
“그렇죠. 어제까지 반대하던 분인데 이 정도면 훌륭하죠. 아! 하지만 술 먹고 주사나 실수하면 안 됩니다.”
강상식의 말에 원승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일 없습니다. 그리고 저 술 아주 잘 먹습니다.”
그리고는 원승환이 강진을 보았다.
“오늘 저녁 장사하시는지?”
원승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일단 제가 전화 한 통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영업 안 하시면 다른 곳을 알아보겠습니다.”
“아닙니다. 일단 아버님에게 가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사우나 한쪽에 있는 이발소를 가리켰다.
“원 실장님이 나보다 더 잘 알겠지만, 아버님 면도해 드리세요.”
“아! 알겠습니다.”
원승환이 고개를 숙이고는 이군송에게 향하자 강진이 핸드폰을 꺼냈다.
“거절해야 하는 것 아냐? 지금 시간이…….”
한 시간만 있으면 저승식당 영업시간이라 일반인이 가기 어려우니 말이다.
황민성이 우려하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모님에게 부탁을 좀 하려고요.”
“이모님?”
“오늘은 출장 영업을 하는 날이라 가게 비니까요.”
“그럼 이모님한테 가게 맡기려고?”
“이모님이 가게에 계시면 저 두 분 술자리 정도는 봐 주실 수 있겠죠. 그리고 일 도와줄 사람도 있고.”
“이모님 불편하지 않을까?”
“그래서 물어보려고요. 물어봐서 싫다고 하시면 거절해야죠.”
손님 두 명을 상대로 술을 팔아도 얼마 되지 않는다. 두 명이서 먹으면 끽해야 사만 원, 많이 팔아도 오만 원이었다.
하지만 매상이 문제가 아니라…… 좋은 인연을 맺고자 하는 두 젊은이의 미래를 위해서 해 주고 싶었다.
모르는 사람도 호형호제하게 되는 곳이 술자리다. 술만 잘 마셔도 장인과 원승환의 관계가 많이 부드러워질 것이다.
그에 강진이 차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모님.”
[승환 씨 일 잘되셨나요?]“잘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그런데 장인어른께서 승환 씨와 한잔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는데요.”
[혹시 저희 가게에서요?]“네. 그런데 저희 출장 영업을 가야 하잖아요.”
[후! 뭘 고민하세요. 출장 영업이야 사장님 혼자서도 잘하시는데요. 제가 남아서 두 분 술상 봐 드릴게요.]자신의 마음을 짐작하고 바로 답을 해 주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모님 불편하시면…….”
[아니에요.]“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지금 오실 건가요?]“네. 저는 지금 가려고요.”
[알겠습니다.]전화를 마친 강진이 원승환 쪽을 보았다. 그 시선에 원승환도 강진을 보았다.
강진이 웃으며 동그라미를 그려주자, 원승환이 환하게 웃으며 작게 고개를 숙였다.
사인을 보낸 뒤, 강진이 몸을 돌렸다.
“이제 가시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험!”
강상식이 헛기침을 하자 강진과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상식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희도…… 소주 한잔 어떠세요?”
“소주?”
“금요일이기도 하고, 사우나도 같이 했고…….”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럽시다. 오늘 기분 좋은 일도 같이 했는데 소주 한잔 좋지요.”
그러고는 황민성이 걸음을 옮겼다.
“자! 술 먹으러 갑시다.”
그런 황민성의 뒤를 강진이 따라나서다가 말했다.
“저는 술 못 마셔요.”
그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왜 못 마시는지는 아는 것이다.
하지만…….
“방금 출장 영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한끼식당이 출장 영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강상식이 묻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우 이웃 돕기 차원에서 금요일에는 서울 돌아다니면서 식사 봉사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상식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이 시간에 음식 봉사를 하세요?”
밤 9시가 넘은 시간인데 식사 봉사를 한다니 의아한 것이다.
“저녁에 배고파하시는 분들도 꽤 있으세요.”
“혹시 노숙자 대상 봉사를 하십니까?”
“정확하게 그렇지는 않지만……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귀신들도 노숙자처럼 집 없이 이슬 맞고 길거리에서 지내는 이들이니 말이다.
“저는 출장 영업을 가야 하지만, 이모님이 계시니 저희 식당에서 한잔들 하세요. 매상도 올려 주시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장님이 없어서 아쉽지만……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그럼 가시죠.”
강진이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강상식과 황민성이 그 뒤를 따라 탔다.
***
서울에 있는 한 공원 외곽에 저승식당 출장 영업이 시작되고 있었다.
촤아악! 촤아악!
판에서 익어가는 삼겹살을 뒤집은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옆에서 귀신 손님이 부탁한 김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근데 김만 있는데 되겠어?”
“햄하고 맛살이 없기는 해도 삼겹살 있고 김치 있고, 단무지도 있잖아.”
“그렇게 만들려고?”
“요즘 TV 보니 삼겹살 김밥도 있더라고. 그리고 김밥이 별거냐? 맛있는 것 다 넣고 김에 싸면 김밥이지.”
배용수가 밥을 김 위에 올리고는 삼겹살을 조금은 길쭉하게 썰어 포개듯이 밥 위에 올렸다.
거기에 김치와 단무지를 올린 배용수가 둘둘 말았다.
“그럴듯하네.”
“밥, 삼겹살, 김치, 단무지…… 그리고 그것을 감싸는 김까지.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지.”
웃으며 배용수가 김밥을 몇 줄 더 말아서는 칼로 썰었다.
“김밥요!”
배용수의 외침에 목욕탕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서둘러 일어나 다가왔다.
“삼겹살 김밥입니다.”
“감사합니다.”
환하게 웃으며 남자가 식판을 내밀자 배용수가 김밥을 그 위에 올려주고는 모여 있는 귀신들에게 소리쳤다.
“김밥 드시고 싶은 분 오세요!”
귀신 몇이 일어나 다가오자, 배용수가 식판에 남은 김밥들을 올려주었다.
그러고는 도마를 닦는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웃었다.
“그러고 보니 너하고 오랜만에 둘이 나온다.”
“우리 둘만 있는 건 아니지.”
배용수가 한쪽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그건 그렇지.”
강진이 작게 웃으며 배용수의 무릎을 자신의 무릎으로 툭 쳤다.
그에 배용수가 보자 강진이 웃었다.
“이렇게 둘이 같이 음식 만드는 것 말이야.”
이호남과 차달자가 들어온 이후로, 이렇게 단둘이서 음식을 만드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기는 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음식을 먹고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처음에는 너하고 나 둘이었는데…… 지금은 많네.”
요리사만 해도 강진, 배용수, 이호남, 차달자까지 넷이었다. 한끼식당 규모를 생각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 요리사 수였다.
물론 귀신이 둘이라서 가능한 인원이지만 말이다.
“외롭지 않아서 좋지?”
“북적거려서 좋기는 하지.”
배용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슬쩍 그를 보았다.
“안 좋은 것도 있어?”
배용수는 입맛을 다시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 좋을 것이 있나.”
“왜 그러는데?”
배용수의 말에서 씁쓸함을 느낀 강진이 묻자, 배용수가 잠시 있다가 말했다.
“내 공간이 줄어드는 느낌이랄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내 마음속에 공간은 너로 가득 차 있는데 무슨 소리야.”
“제발 그 공간에서는 좀 빼 줘라.”
“무슨 소리! 내 영원한 파트너 용수를 자유롭게 해 줄 수 없지.”
“너 정말 이상한 것 아냐?”
“내가? 나는 모르겠는데?”
배용수는 강진을 징그럽다는 듯 보다가 훌쩍 푸드 트럭에서 내렸다.
“너도 고기 그만 굽고 술이나 하자.”
“이것만 마저 굽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식판에 자기가 먹을 고기와 김치를 담아서는 여자 귀신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런 배용수의 뒷모습을 보던 강진의 얼굴에 어려 있던 미소가 조금씩 사라졌다.
‘내가 외롭게 했나?’
배용수가 한 말이 무척 마음에 남았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공간이 줄어드는 느낌이라는 말이…….
그리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감이 왔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줄어들었다 느끼는 건가?’
전에는 배용수가 없었으면 한끼식당이나 저승식당이나 돌아가지를 않았다.
그가 있었으니 강진이 아침 영업을 할 수 있었고, 저승식당도 운영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배용수가 없어도 돌아간다. 차달자도 있고 이호남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배용수는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전엔 자신이 가게에 꼭 필요한 존재였지만, 지금은 있으면 좋은 정도가 된 듯한…… 그런 생각에서 오는 불안함 말이다.
‘나는 용수가 좀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요리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만큼, 일손이 좀 늘어서 편해지면 좋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용수는…….’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배용수를 보았다. 여자 귀신들과 함께 소주를 마시던 배용수가 강진을 향해 손을 까닥였다.
그에 강진이 알았다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그게 아니었구나.’
강진은 한숨을 작게 쉬고는 고기를 뒤집었다.
촤아악! 촤아악!
삼겹살 기름이 불판에서 튀는 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저승식당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 강진에게 가장 친한 사람은 배용수였다.
요리를 알려 줄 때는 엄격한 형이었고, 평소에는 동생처럼 지내는 것이 바로 배용수인 것이다.
그런 배용수가 자신의 자리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생각하니 강진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입맛을 다신 강진은 고개를 젓고는 고기를 옆으로 미뤄놓았다.
“강진아.”
배용수의 부름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들어 주고는 소주를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술 먹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 그 잔을 받자 배용수가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방금 내가 한 말 신경 쓰지 마.”
“무슨 말?”
“됐다. 그냥 먹어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소주병을 들어서는 그의 잔을 채워줬다.
쪼르륵!
채워지는 소주잔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있지.”
배용수가 보자, 강진이 소주잔에서 병을 떼고는 말했다.
“앞으로는 불편한 것, 필요한 것, 나한테 말하고 싶은 것 바로바로 이야기해. 나는 네가 가장 좋고, 네가 정말 편하게 하고 싶은 것만 하다가…….”
강진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미안하기는 한데 아주 나중에 나 죽을 때 같이 손잡고 갔으면 한다.”
“미친놈.”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황당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너 죽을 때까지 나 여기 있으라고?”
“내가 잘해 줄게. 아니면…… 오늘부터 내 방에서 잘래? 문 열어 놓을까?”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미친 새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피식 웃으며 잔을 드는 것에, 강진도 웃으며 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혔다.
“미안하다, 용수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됐어. 미친놈아.”
배용수가 소주를 마시자 강진도 웃으며 소주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근데…… 너 없으면 나 정말 외로울 것 같다.’
배용수는…… 강진이 태어나서 처음 가진 가장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