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82
483화
강진은 회의를 끝내고 배용수와 함께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애들이 먹은 사료 통도 챙기려고 말이다.
공원에 도착해 깨끗하게 비어진 사료 통을 쇼핑백에 챙긴 강진이 걸음을 옮길 때, 배용수가 한쪽을 가리켰다.
“야.”
배용수의 손짓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배용수가 가리킨 곳에는 진돗개와 놀아주고 있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커다란 개 껌을 휙! 하고 던져주면 진돗개가 그것을 물어왔다. 그럼 할아버지가 진돗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다시 개 껌을 던져주었다.
착하게도 진돗개는 할아버지가 손을 내밀면 그 위에 개 껌을 그대로 뱉었다. 보통 개들은 자기 입에 들어간 것을 뺏으려고 하면 으르렁거리는데 말이다.
‘애가 착하기는 하네.’
그렇게 진돗개와 노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던 강진이 그 앞에 있는 박스 조각을 보았다.
원래 있던 문구에서 글이 좀 더 늘었다. 그 늘어난 문구에서 어서 새로운 주인을 찾고 싶은 할아버지의 조급함이 느껴졌다.
박스에 써진 글을 보며 강진이 그쪽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할아버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왔어요?”
“한 이틀 안 보이셔서 애 입양됐나 했는데…… 아니네요.”
강진이 손을 내밀자 진돗개가 다가와서는 머리를 들이밀었다.
“몇 번 봤다고 선생님 얼굴을 기억하나 봅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분 좋은 듯 머리를 들이민 진돗개가 몸을 뒤로 쭈욱! 빼며 고개를 숙였다.
마치 스트레칭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진돗개를 보던 할아버지가 개 껌을 던질 듯 손을 들었다.
그러자 진돗개가 움찔했지만 뛰지는 않았다. 할아버지가 여전히 개 껌을 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보며 피식 웃은 할아버지가 개 껌을 크게 던졌다.
휘익!
멍!
크게 짖으며 개 껌을 향해 진돗개가 뛰어가자, 강진이 말했다.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없나요?”
“몇 분 물어보기는 하셨는데…… 애가 아무래도 크기도 크고, 나이도 있다 보니 그냥 가시더군요.”
한숨을 쉬는 할아버지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 이런 것 물어보는 것 실례인 것 같지만…….”
“왜 애를 입양 보내려고 하는지 말입니까?”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보내려 하세요?”
강진이 개 껌을 물고 오는 진돗개를 보았다.
“이렇게 말도 잘 듣고 할아버지를 따르는데…… 가족이잖아요.”
강진은 그동안 할아버지를 몇 번 봤으면서도 차마 묻지 못했었다.
그저 인사하고 진돗개 좀 만지고 돌아설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물어보고 싶었다.
할아버지와 진돗개가 노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시골에서 나뭇가지를 던지면 물어오는 개처럼 정겨운 모습이었다.
그런 둘이 이별해야 한다니…… 너무나 신경이 쓰여 무례를 무릅쓰고 물어본 것이다.
할아버지는 강진을 보다가 개 껌을 문 채로 기다리는 진돗개를 보며 말했다.
“잘했어. 먹어.”
진돗개가 그제야 개 껌에 이빨을 들이밀었다.
아드득! 아드득!
개 껌을 맛있게 씹는 진돗개를 보며 할아버지가 말했다.
“병원에서 내가 얼마 못 산다고 하더군요.”
“네?”
깜짝 놀란 강진을 보며 할아버지가 웃었다.
“몸에 나쁜 것이 자라서 길면 일 년이라는데…… 그게 벌써 석 달 전이니…… 후!”
“그런데 왜 밖에 계세요? 병원에 안 계시고?”
“내가 몇 살 같아요?”
할아버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어릴 때는 노안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나이를 먹으니 동안이라는 소리를 들어요.”
“동안요?”
“내 나이가 이제 팔십이 넘었지요.”
“아주 정정…….”
정정하시네요, 라는 말을 하려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병원에서 1년 남았다고 한 분에게 정정하다고 하면 놀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괜찮아요.”
웃으며 할아버지가 개 껌을 먹는 진돗개를 보며 말했다.
“젊은 사람 치료해도 가능성이 낮다는데…… 나 같은 노인은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치료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마취를 했다가 깨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고.”
“의사가요?”
“의사가 그런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의사는 일단 병원에서 치료해보자고 하지요.”
“그럼 그 말은 누가?”
“노인정 막내가 의사였어요. 그 애한테 슬며시 물어보니…… 우리 나이에는 병으로 죽는 것보다 치료받다 약발에 죽거나 수술대에서 누워 죽을 확률이 더 높다고. 자기라면 그냥 먹고 싶은 거나 실컷 먹고 끊었던 담배나 실컷 피울 거라고 하더군요.”
“담배요?”
“오래 살려고 끊었던 담배 다시 피우나 안 피우나 같을 거라는 말이겠지요. 그 동생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병원에 있으면 이 애 봐 줄 사람도 없고.”
진돗개의 머리를 쓰다듬은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요즘은 맛있는 것 많이 먹고, 그동안 못 했던 것들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그래서 이 아이를 보내려 하시는군요.”
개 껌을 먹는 진돗개를 보며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자식들한테 카스를 맡기려고 했는데…… 애들이 곤란해하더군요.”
“카스?”
“하하! 제가 술은 카스만 좋아해서, 이 애 이름을 카스라고 지었습니다.”
“그러셨구나.”
카스를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자제분들이 카스를 못 맡겠대요?”
“힘들어서 이제 못 키우겠다고, 너희가 키워 주겠냐고 슬며시 물어봤더니 보호소에 보내면 되지 않냐 하더군요. 그래서 두 번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잘 말씀하시면…….”
“제가 살아 있을 때야 애들이 데려갈 수도 있지요. 그런데 제가 죽은 후에 애들이 보내면 어떻게 합니까?”
“그건…… 그러네요.”
진돗개를 보던 강진이 한숨을 쉬며 카스 등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카스가 입에 개 껌을 문 채 몸을 발라당 뒤집었다.
그에 강진이 배를 쓰다듬다가 말했다.
“그런데 아프신데 이렇게 나와 계셔도 되는 건가요?”
“가끔 아프기는 한데 움직일 만은 합니다.”
“그럼 혹시 요 근래 안 나오신 건…….”
“며칠 전에 좀 아파서 병원에서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할아버지가 카스의 배를 같이 쓰다듬었다. 말없이 카스의 배를 쓰다듬는 할아버지를 강진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찰나,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아이고…… 이 할아버지도 참 딱하네.”
강진이 배용수를 올려다보았다.
“자기 죽을 날짜 받아 놓고…… 새 주인 찾아주려고 이리 나오다니. 뭐 이러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카스의 배를 쓰다듬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괜한 이야기를 해서 선생님 마음을 무겁게 한 모양입니다.”
“아닙니다.”
강진의 답에 할아버지가 몸을 일으켰다.
“저는 이만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혹시 몸이 안 좋으신 건?”
“그건 아닙니다.”
할아버지가 옆에 놓인 쇼핑백에서 산책 줄과 가죽으로 된 입마개를 꺼냈다.
“카스야, 이제 집에 가자.”
할아버지의 말에 카스가 몸을 내밀었다.
할아버지가 목줄에 줄을 연결하고는 입마개를 들자, 카스가 끼잉끼잉 울었다.
“이거 해야 사람들이 안 싫어해. 이거 하자.”
살살 달래며 할아버지가 입마개를 가져다 대자 카스가 머리를 내밀었다.
그에 할아버지가 입마개를 카스의 입에 씌웠다.
“입마개를 하시네요?”
“처음에는 안 했는데…… 아이들이 카스를 무서워하는 것 보고 입마개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셨군요.”
“저나 선생님이 보기에는 애가 예쁘고 귀엽겠지만…… 개를 무서워하시는 분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 없을 때만 목줄을 풀어 놓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할 때는 목줄을 채워 놓습니다.”
“잘 하셨네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줄을 느슨하게 잡은 뒤 걸음을 옮겼다.
“카스야, 집에 가자.”
멍!
할아버지의 말에 카스가 그의 옆에 착 붙어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공원 뒤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할아버지와 카스를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왜 보내려고 하시나 했는데…… 할아버님도 걱정이 많으시겠네.”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들이 데려가면 가장 좋을 텐데.”
“할아버지가 그걸 모르시겠어? 다만…… 자기 죽으면 보호소에 보낼까 봐 못 하시는 거지. 그리고 개 키우는 것이 어디 쉽냐? 좋아서 데려온 애들도 버리는 세상인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
“할아버지도 카스도 둘 다 안쓰럽네.”
그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민성 형한테 말해 볼까?”
“민성 형?”
“민성 형 집은 마당도 넓고 좋잖아.”
“그건…… 그렇지.”
“그리고 집에 늘 사람도 있으니 카스도 지내기 좋지 않겠어? 그리고 카스도 사람 잘 따르는 것을 보면 잘 지낼 것 같은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형한테 개 좋아하냐고 슬며시 물어만 보자. 개를 싫어할 수 있는데 괜히 내가 한 부탁 때문에 데려가는 것도 아니니까.”
“하긴…… 단순히 개를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새로 들이는 거니까.”
말을 하던 배용수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근데 민성 형 아이 입양은 어떻게 되고 있어?”
“글쎄. 형이 말을 안 해서 잘 모르겠는데.”
“잘 안 되시나?”
“잘 안 된다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하셔서 그럴 거야.”
“하긴…… 평생 함께 할 가족의 일인데 신중하셔야지.”
입맛을 다신 배용수가 저 멀리 가는 할아버지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집에 가서 시원한 커피나 한잔해야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원을 나서기 시작했다.
***
저녁 장사를 마무리하고 쉬고 있을 때 이강혜가 들어왔다.
“오셨어요?”
강진의 인사에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저 밥은 먹었어요.”
“식사하셨어요?”
“오늘 회식이 있었거든요.”
“사장님이 회식도 참석을 하세요?”
“일 열심히 한 팀이 있으면 격려해 주려고 참석을 하죠. 그리고…….”
이강혜가 손을 위에서 아래로 긋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결제만 스윽 해 주고 빠져주는 거죠.”
“아! 그럼 결제 잘 해 주고 오셨어요?”
“그렇죠. 혹시 지금 바쁘세요?”
“저녁 영업 끝나서 지금은 좀 한가하죠.”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핸드폰 좀 줘 보시겠어요?”
강진이 핸드폰을 주자, 이강혜가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서는 꽂았다.
“핸드폰에 USB가 꽂히네요?”
강진의 물음에 이강혜가 웃었다.
“연결 포트 끼웠잖아요. 이런 것 못 보셨어요?”
“제가 이런 걸 볼 일이 없어서요.”
“이 연결 포트 끼워서 키보드 연결하면 컴퓨터처럼도 쓸 수 있어요.”
“컴퓨터요?”
“요즘 핸드폰 사양이 어지간한 노트북보다 좋잖아요. 게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업무용 작업할 때 키보드 연결하면 노트북하고 다를 바가 없죠.”
이강혜가 뭔가를 클릭하고 조작을 하자, 핸드폰 화면이 까맣게 변했다가 글자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탁자에 놓은 이강혜가 강진을 보았다.
“VR 기기 어디에 있어요?”
그에 강진이 카운터에서 기기를 가져오다가 문득 그녀를 보았다.
“애들 캐릭터가 완성된 건가요?”
“직원들이 고생했어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서둘러 기기를 가져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