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89
490화
“우…… 우리 아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엄마가…… 너무…… 좋네.”
영수 엄마의 말에 영수가 크게 기지개를 켰다.
“끄응! 날씨 좋다. 엄마, 산책하자.”
영수의 말에 영수 엄마가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그래. 우리…… 산책하자.”
손을 뻗었지만 영수는 그저 웃으며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영수 엄마는 허공에 멈춰 있는, 텅 빈 자신의 손을 보았다.
-터치하려 하지는 마십시오. 그저 만지고 싶은 부위로 손을 내밀면 반응을 할 겁니다.
그녀는 직원이 해 준 말을 떠올리며 영수를 따라갔다.
“아들, 같이 가.”
엄마의 말에 영수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천천히 와.”
늘 자신을 배려해 주던 아들의 목소리에 영수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맺힘과 동시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 아들. 엄마…… 천천히 갈게.”
영수 엄마가 다시 손을 내밀자, 영수가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엄마.”
영수의 부름에 영수 엄마가 그를 보았다.
“엄마.”
아들이 마주 바라본 채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영수 엄마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래. 엄마…… 여기 있어.”
정자에는 서른 대 이상의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노트북에서는 일곱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가족들의 모습이 있었고, 또 한 쪽에 놓인 노트북에서는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는 듯한 구도의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서 왔는지 모를 직원들이 노트북 화면을 주시하며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었다.
그들처럼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던 강진이 이강혜를 보았다.
“사람들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군요.”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까요.”
이강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노트북과 사람들을 보았다.
‘이를테면 촬영용 베이스캠프인 건가?’
부지런히 뭔가를 체크하는 직원들을 보던 강진이 가족들의 시야가 담긴 노트북을 보았다.
그 노트북에서는 아이들의 생생한 모습과, 부모들의 떨리는 목소리가 영상으로 기록되고 있었다.
[크윽! 예림아. 예림아.] [우리 딸…… 너무 예쁘다.] [엄마 안 보고 싶었어?] [우리 아들.]그리고 다른 한 대에서는 최지나의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벤치에 앉아있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일상을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엄마, 우리 애가 벌써 세 살이야. 엄마가 지금도 있었으면…… 내 딸 무척 예뻐하고 귀여워했을 텐데. 그리고…… 나 나쁜 년인가 봐. 친구들이 자기 애 엄마가 돌봐 준다고 하니까…… 나도 엄마 살아 있었으면 일 바쁠 때 우리 애 맡겼을 텐데, 하고 생각했어. 나 참 나쁜 년이다. 그렇지?]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최지나의 모습은 다른 이들과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부모들은 마치 자식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격앙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최지나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많이 덜어낸 듯한 느낌이었다.
“최지나 씨는 이제 많이 벗어났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많이 슬퍼하고 많이 울었어요.”
“처음에는?”
“최지나 씨 저희 회사 직원이거든요.”
“어? 그럼 회사 직원 스토리를?”
“그건 아니에요. 지나 씨 사연으로 광고를 찍은 후 저희 회사에서 채용했어요. 이를 테면 특채인 셈이죠.”
“아…….”
“이 프로젝트 하면서 최지나 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강혜가 화면 속 최지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 지나 씨 어머니 보고 너무 울어서 과호흡까지 오고…….”
“과호흡요?”
“그 숨을 제대로 못 쉬고 그러는 것 있잖아요.”
“아…… 어?”
강진이 다른 부모님들을 보자, 이강혜가 고개를 저었다.
“공원에 의사하고 구조대원들 와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의사하고 구조대원까지 부르신 거예요?”
“최지나 씨 일도 있고…… 혹시 모르니까요.”
“그런데 안 보이는데?”
강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일은 인위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다들 일반인으로 분해 계세요. 사고가 생기기 전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실 거예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배려의 아이콘이라 불러 드려야 할 것 같아요.”
강진의 농에 이강혜가 고개를 저었다.
“사고는 인재라는 말을 저는 믿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사장님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
“그냥 돈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죠.”
이강혜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화면을 보았다. 사람들마다 슬픔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각각인 것처럼, 부모님들은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었다.
영수 어머니는 울면서도 최대한 영수와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나가는 반면, 예림이 아빠는 계속 울고 있었다.
[예림아……. 흑흑! 예림아! 흑흑! 아빠가…… 아빠가 너 보러 가고 싶어서…… 흑흑! 예림아.]말하다가 울기를 반복하는 예림 아빠의 모습에 옆에서 노트북을 관리하던 직원이 눈가를 닦았다.
“아이고…… 미치겠네.”
예림 아빠가 우는 모습에 직원도 감정 이입이 되는 것이다. 한숨을 쉬며 모니터를 보던 직원이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직원이 타자를 치자, 이예림이 아빠에게 말을 했다.
[나도 아빠 보고 싶었어.] [그래. 예림아…… 우리 딸, 아빠 많이 보고…… 흑! 흑!]영상 속 이예림이 대사를 그대로 읊는 것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여기서 대사도 칠 수 있는 건가요?”
“AI가 만능은 아니니까요. 부모님이 하는 말에 따라 직원들이 적당한 대사를 넣을 수 있어요.”
그러고는 이강혜가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직원들을 보았다. 직원들은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는데…… 모두 눈가가 붉게 달아오른 상태로 눈물을 흘리며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런 직원들을 보며 이강혜가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감정 노동이라고 하는데…… 본의 아니게 지금 직원들에게 가장 힘든 업무를 주어버린 것이다.
고개를 저은 이강혜가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이강혜를 보던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저는 부모님들을 가까이서 좀 보고 싶은데.”
“너무 가깝게 다가가지는 마세요.”
“네.”
강진은 몸을 돌려 영수 부모님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영수는 엄마가 허공을 보고 울먹이는 것을 보며 같이 울먹이고 있었다.
“아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오늘 우리 많이 걷자.”
“그래, 엄마. 우리 많이 걷자. 걷고 또 걷자.”
영수는 엄마와 함께 걸음을 옮기며, 그녀가 듣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중 단 한 마디도 전해지지 못하지만, 영수 어머니는 아바타를 통해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다.
둘과 가까이 있는 영수 아빠 또한 허공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영수야, 아빠도 신경 써 줘라. 아빠 서운하시겠다.’
아들하고 아빠 사이야 좀 서먹서먹한 것이 당연하지만, 영수가 너무 어머니에게만 신경 쓰는 것이다.
영수를 보고 싶고 사랑하는 것은 아빠도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영수가 작게 한숨을 쉬다가 뒤에서 오는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에 영수가 고개를 살짝 숙일 때, 강진이 아버지 쪽을 가리켰다.
‘아빠도 좀 챙겨.’
강진이 작게 입모양으로 말하자 영수가 아버지를 보고는 웃으며 다가갔다.
“아빠는…… 나한테 무슨 이야기 하고 있어?”
아버지에게 말을 거는 영수를 보던 강진이 작게 웃고는 몸을 돌렸다.
최가은과 이예림은 어떻게 하고 있나 좀 보려고 말이다.
이예림은 펑펑 우는 아빠를 옆에서 달래고 있었다.
“예림아, 우리 예쁜 딸!”
“그만 좀 울어! 왜 이리 울어!”
“예림아…… 아빠가 우리 예림이…… 흑흑흑!”
“진짜…… 나도 눈물 나잖아.”
이예림은 결국 펑펑 울며 아빠를 다독였다.
한편…….
“우리 가은이…….”
“아이고, 내 딸. 왜 이리 예뻐. 아이고! 가은아.”
최가은은 우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같이 울고 있었다.
영수는 대화로, 이예림은 달래는 것으로, 최가은은 우는 것으로…… 그렇게 아이들은 부모님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정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강진은 어느새 도착해 있는 황민성을 발견했다. 그는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었는데, 턱을 쓰다듬으며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가끔 옆에 있는 고경수에게 뭔가를 이야기했다. 그럼 고경수가 핸드폰에 그가 하는 말을 받아 적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옆을 보았다. 근처에 있는 잔디밭에서 조순례와 식구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조순례를 보던 강진이 슬며시 핸드폰을 꺼내 사진 앱을 켠 뒤, 동영상 촬영 모드를 클릭했다.
그러고는 핸드폰으로 조순례를 찍으며 다가갔다.
“어머니, 오늘 날씨가 참 좋죠?”
“많이 좋네.”
미소 지으며 답한 조순례는 강진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가리켰다.
“지금 나 찍는 거야?”
“네.”
“다 늙은 노인네를 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머리를 단정히 하는 조순례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이게 다 추억이죠. 형수님, 그렇지 않아요?”
“그렇죠, 이게 다 추억이죠.”
김이슬이 웃으며 맞받아쳤다. 덕분에 별다른 문제없이 촬영을 이어나가던 강진이 돗자리에 깔려 있는 음식을 보았다.
“그런데 오늘 음식이 많네요.”
“민성 씨가 소풍 가자고 해서 음식 좀 했어요. 강진 씨도 좀 드세요.”
강진이 김밥을 하나 집어 입에 넣고는 우물거리며 조순례를 찍었다.
그러던 중 황민성이 다가왔다.
“김밥 맛있지?”
“맛있네요.”
“형이 했다.”
“형이요?”
강진의 물음에 김이슬이 미소를 지었다.
“요즘 민성 씨가 음식을 곧잘 하세요.”
“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황민성을 볼 때, 황민성이 웃다가 그가 든 핸드폰을 보고는 물었다.
“녹화하고 있어?”
“저 모습 보니까, 어머니 많이 찍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고맙네.”
“이거 처음 찍는 거라 잘 나오진 않을 거예요.”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고개를 끄덕이며 강진의 어깨를 강하게 한 번 쥔 황민성이 조순례를 보고는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어머니 아바타를 만들려고 해.”
“아…… 좋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고민을 좀 했어.”
“고민을 할 이유가 있나요?”
“너무…… 자기만족인 것 같아서.”
황민성이 무슨 마음인지 짐작이 된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자기만족이든 뭐든……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으면 좋잖아요.”
황민성이 조순례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난…… 참…… 나쁜 아들이다.”
“세상에 안 나쁜 자식이 있나요?”
강진이 고개를 저으며 하는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무슨 소리야?”
“아무리 세상 착한 자식이라 해도…… 부모님 속 썩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테니까요.”
“그건…… 쩝! 그러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야 두말할 것 없이 불효막심한 놈이지만, 세상에 더 없는 효자라도 한 번쯤은 부모님 속을 썩였을 것이다. 그러니 나쁘지 않은 자식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늘 자식 걱정부터 하는 것이 바로 부모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