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12
513화
“소연이 맛있는 것 좀 해 줘.”
“그래.”
배용수가 이소연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강진은 홀로 나왔다. 그는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던 차달자와 함께 그릇들을 치우곤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약과와 도라지정과를 들고는 다시 홀로 나왔다.
“저희 가게에서 만든 약과와 도라지정과입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도라지를 보던 이진웅은 젓가락으로 정과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씹다가 강진을 보았다.
“이거…… 숙성이 된 석청을 썼군요.”
“아세요?”
“꿀의 맛이 살짝 쌉쌀하면서 향이 진한 것이…… 숙성이 된 석청의 맛입니다. 그리고…….”
잠시 입안에 도는 맛을 즐기던 이진웅이 미소를 지었다.
“도라지는 산도라지인가 보군요.”
“맛만 보고도 아시네요.”
“음식 하는 요리사의 혀가 좋은 것이야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산도라지와 석청 둘 다 맛이 강하니까요. 잘 어울리네요.”
웃으며 도라지를 다시 먹어 본 이진웅이 잠시 맛을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이거 꽤 오래 묻은 것 같습니다.”
“백 년 된 도라지입니다.”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백 년 된…… 도라지?”
“네.”
“아니…….”
이진웅은 황당하다는 듯 도라지를 보았다.
“무슨 도라지정과를 백 년 된 산도라지로 담그세요?”
이진웅의 말에 옆에 있던 남자가 슬며시 젓가락으로 도라지정과를 집어 한입에 넣었다.
으적! 으적!
도라지정과를 꼭꼭 씹어 먹는 남자를 보며 이진웅이 웃었다.
“하여튼 몸에 좋은 거라면…….”
“험! 몸에 좋다고 먹겠어요? 요리사는 식재 맛을 알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먹는 거죠.”
“그래, 잘 먹어 봐라. 백 년 된 산도라지는 쉽게 먹어 볼 수 없는 식재니까.”
“제가 잘 먹어보겠습니다.”
남자는 다시 도라지정과를 집어 입에 넣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 혀의 모든 돌기를 이용해서 맛을 느끼고, 향을 느껴.”
이진웅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도라지정과를 씹었다.
그런 남자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이렇게 조리한 것보다는 생으로 드셔야 식재 맛이나 식감을 알기 더 좋으실 것 같은데요?”
“그건 그렇지요.”
“그럼 손질 안 한 산도라지도 있는데 그것도 한 번 드셔 보시겠어요?”
“손질 안 한 것이 있습니까?”
“네. 금방 가져다드릴게요.”
강진은 주방에 있는 김치냉장고에서 통을 하나 꺼내 홀로 나왔다.
그 통을 식탁에 놓은 강진이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한지로 덮여 있는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지를 슬며시 들추자 이끼로 덮여 있는 산도라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그와 동시에 짙은 도라지 냄새가 퍼지자 이진웅와 남자가 감탄을 토했다.
“이거 향만 맡아도 온몸에 힘이 솟구치는 것 같네요.”
“와…….”
강진은 감탄을 내뱉기 바쁜 두 사람에게 산도라지를 꺼내 보여주었다.
“와…… 이거 두꺼운 것 봐.”
강진은 손으로 도라지의 잔뿌리를 뚝뚝 잘랐다.
“허억!”
“이 귀한 걸!”
강진이 도라지를 뜯는 것에 두 사람이 놀라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드셔 보세요.”
두 사람은 얼떨떨한 얼굴로 그가 건네는 도라지를 받았다.
“이건 가급적 씻지 않고 그대로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흙이 살짝 묻어 있는 도라지를 입에 넣었다.
그러고 천천히 씹자 남자도 도라지를 입에 넣고는 씹었다. 두 사람이 먹는 걸 보던 강진은 꺼낸 도라지를 옆에 놓고는 통 안을 잘 정리했다.
“향이 엄청나네요.”
“넌 이걸로 어떻게 요리할래?”
“몸에는 엄청 좋겠지만, 쓴맛이 강해서…….”
잠시 생각을 하던 남자가 말했다.
“요리보다는 술에 담가 먹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은데요?”
“맞지. 이 정도 도라지면 음식보다는 약으로 먹는 것이 좋으니까. 그럼 도라지 술과 어울리는 안주는 뭐로 만들면 되겠어?”
“그건…….”
다시 생각을 하던 남자가 문득 강진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죠.”
그러고는 남자가 강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숙수님 밑에서 음식 배우는 오필성입니다.”
강진하고 인사도 못 했다는 걸 안 것이다.
“이강진입니다.”
그러고는 오필성이 다시 도라지정과를 입에 넣었다.
“산도라지 생으로 먹다가 이걸 이렇게 먹으니 달달한 것이 아주 좋네요.”
오필성이 계속해서 정과를 집어 먹자, 이진웅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 네가 먹은 것만 해도 돈 백은 거뜬하겠다.”
“에이, 저 몇 개나 먹었다고 백이에요?”
“백 년 된 도라지는 산삼하고도 안 바꾼다고 해. 그럼 지금 네가 먹는 도라지가 산삼하고 비슷한 가치라는 건데…… 방금 큰 도라지 잔뿌리 먹었고 도라지정과도 몇 개 먹었으니 최소 백은 먹은 거지.”
“진짜요?”
오필성이 놀란 눈으로 앞에 놓인 도라지정과를 보는 사이, 이진웅은 옆에 놓여 있는 도라지를 힐끗 보았다.
잔뿌리 두 개를 뜯어낸 도라지를 보던 이진웅이 말했다.
“이것만 해도 최소 오백에서 칠백은 갈 거다.”
“이게요?”
놀란 눈을 하는 오필성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조금 가격이 나가죠.”
강진의 말에 오필성이 그를 보았다.
“세상에…… 수백만 원이 넘는 도라지를…… 정과로 만들었어요?”
“먹는 건데 먹어야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오필성은 슬며시 도라지정과를 다시 집어서는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비싸다고 하니 더 손이 가는 모양이었다. 그런 오필성의 모습에 강진이 잔뿌리를 뜯었던 도라지를 내밀었다.
“이거 술에 담가서 드세요.”
“네? 이거를요?”
깜짝 놀라는 오필성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 숙수님도 이건 음식보다는 술로 담가서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몇 개 술로 담그셨어요.”
“하지만 이거…….”
“이미 가지 뜯어서 안 먹으면 곪아 버려요.”
“그건 그렇지만…….”
오필성은 입맛을 다시며 도라지를 보았다. 모르면 모를까, 알고 이런 것을 그냥 받을 수는 없어서였다.
그런 오필성의 모습에 이진웅이 말했다.
“후! 이미 잔뿌리를 저희가 뜯어 먹었으니 사겠습니다.”
“그냥 가져가셔도 되는데.”
“그냥 가져가면 저희가 양심 없는 놈들이죠. 대신 조금 싸게 육백에 주십시오.”
“그러시면…….”
말을 하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이거 제가 강매를 한 것 같네요.”
“후! 강매라…… 파시려고 했던 거면 장사 정말 잘하시네요.”
“팔려고 한 건 아닌데…….”
“농담입니다.”
웃으며 이진웅이 오필성을 보았다.
“저거 잘 가져가서 도수 높은 소주로 잘 담가 봐.”
“알겠습니다.”
오필성은 말을 하는 와중에도 도라지 잔뿌리 하나를 뜯어서는 입에 가져갔다.
그런 오필성의 모습에 이진웅이 피식 웃었다.
“너는 참 음식 하길 잘 했다. 어떻게 식재만 보면 손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냐?”
“제 손이 또 맛 손 아니겠습니까.”
“식탐의 손이겠지.”
그러고는 이진웅이 오필성을 보았다.
“너 요즘도 식재 막 집어 먹고 그러냐?”
“요리사라면 식재 맛을…….”
“쓰읍!”
이진웅이 눈을 찡그리자 오필성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죄송합니다.”
“요리사라면 식재 맛을 다 아는 것이 좋지. 생으로 먹을 때와 조리해서 먹을 때의 맛과 식감 차이를 아는 것도 중요하니까. 하지만…… 식재 중에는 위험한 것이 있으니까, 먹기 전에 그게 뭔지는 알고 먹어. 모르는 것 그냥 먹지 말고.”
“저도 어지간한 식재들은 다 아는데…….”
“어지간하지 않은 식재들도 있는 법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A와 B라는 식재가 있을 때 그것을 각각 먹으면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같이 먹으면 치명적인 독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그것도 잘 생각하고 먹고. 말 나온 김에 같이 먹으면 독이 되는 식재 말해 봐.”
“게와 감은 같이 먹으면 소화 불량이나 식중독이 일어날 수 있고, 도토리묵하고 감도 같이 먹으면 변비와 빈혈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필성이 몇 개 더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식재들을 이야기하자, 이진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에도 많으니 앞으로도 더 공부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용수가 요리사는 반쯤 한의사라고 했었는데…… 그 말이 맞네요.”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식재로 만들어진 좋은 음식은 사람의 몸을 치료하지요. 그러니 용수 말이 맞습니다.”
그러고는 이진웅이 다시 오필성을 보며 말했다.
“이 녀석이 공적으로는 저희 가게 보조 주방장이지만, 사적으로는 제 친척 동생입니다.”
“아…… 그래서…….”
강진이 오필성을 보자, 이진웅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싸가지가 없지요.”
“제가 무슨…….”
“어떤 주방 보조가 메인 셰프한테 말대답을 하냐?”
“그건…… 제가 워낙 뛰어난 요리사라서.”
“쓸데없는 소리 하네. 어휴, 고모만 아니었으면 진작 잘라 버렸을 텐데.”
고개를 저은 이진웅이 도라지정과를 보았다.
“그나저나 이런 귀한 걸…….”
도라지는 자기가 사기로 했지만, 도라지정과를 공짜로 먹은 게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비싸고 귀해도 먹는 거잖아요.”
강진의 말에 이진웅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먹는 거라고 해도 이건 음식이 아니라 돈을 먹는 것 같습니다.”
“선물 받은 걸 팔 수는 없잖아요.”
웃으며 강진이 도라지정과를 하나 집어 먹다가 오필성의 앞에 있는 도라지를 보았다.
“그런데 팔아 버렸네요. 하하하!”
강진의 말에 피식 웃은 이진웅이 주방을 보았다.
“주방에서 라면 끓이나 보네요?”
이진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냄새를 맡았다. 주방에서는 라면 냄새가 나고 있었다.
‘소연이가 라면을 좋아한다고 했으니.’
예전에 이소연은 라면을 좋아한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배용수가 강진에게 말을 해서 JS 라면을 종류별로 여럿 사 놓았었다. 나중에라도 이소연이 오면 끓여 주려고 말이다.
그 나중이 바로 오늘이었다.
“저희 주방 친구가 라면을 좋아해서요. 라면 하나 먹으려나 보네요.”
“그럼 인사라도…….”
이진웅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강진이 급히 말했다.
“친구가 낯을 좀 많이 가려서요.”
“그래요?”
“음식 실력은 정말 좋은데, 사람 상대하는데 좀 불편해해서요.”
“아…….”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리사 중에는 성격 특이한 사람들이 꽤 있죠.”
“그런 것 같습니다. 아! 도라지정과하고 약과도 그 친구가 한 겁니다.”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약과를 집어 먹으며 말했다.
“맛이 좋습니다. 특히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떡처럼 쫄깃…….”
말을 하던 이진웅은 멈칫하더니 약과를 하나 더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씹다가 강진을 보았다.
“혹시 이 약과 레시피…… 용수 것 아닙니까?”
“아시네요?”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약과를 보다가 웃었다.
“용수가 떡처럼 쫄깃한 약과를 만들어 보겠다고 연습하다가 결국 만든 것이 이 약과인데…….”
이진웅은 다시 강진을 보았다.
“요리사에게 자신의 레시피는 목숨과 같아서…… 남에게 알려주지 않는데, 용수가 정말 사장님과 친했나 봅니다.”
“저하고는 형제입니다.”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미소를 지었다.
“사장님이 용수 형제라면 나는 용수 큰형인데…… 그럼 제가 말을 놓아도 되겠습니까?”
이진웅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형이라 부르겠습니다.”
“하하하! 용수가 저한테 좋은 동생을 소개해 줬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