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20
521화
‘문제는 유훈을 어떻게 데리고 가느냐인데…….’
환자의 몸을 움직여 스트레칭을 돕는 유훈을 보며 강진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던 중 배용수가 말했다.
“일단 우리 가게로 불러야 해.”
“그렇지.”
“그리고 네가 술을 잔뜩 먹여.”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강진도 유훈이 가게에 오면 술을 잔뜩 먹일 생각이었다. 어쩜 자신과 생각이 이리 같냐는 듯 쳐다보는 강진을 보며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술을 잔뜩 먹고 뻗어 버리면 2층 네 방에 눕혀 놓고, 지은 씨는 저승식당에서 진하게 밥을 먹는 거지.”
“‘진하게’가 왜 들어가는지는 몰라도…….”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편히 식사할 수 있게 된다는 건 맞지.”
전에 오자명과 이유비도 술을 잔뜩 먹고 2층에서 잠을 잔 적이 있었다.
저승식당 영업시간이라고 해도, 주방과 홀이 있는 1층만 아니라면 사람이 자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 점을 이용하기 위해, 유훈이 가게에 오면 술을 잔뜩 먹일 생각을 한 것이다.
곰곰 생각을 하던 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근데 우리 마음이 잘 통한다.”
자신이 생각한 것을 배용수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통하기는 개뿔…….”
배용수는 힐끗 임지은을 보았다. 그녀는 쇼핑백에 머리를 넣다시피 한 채 밥을 먹고 있었다.
다소 불편한 자세지만 열심히 먹는 임지은을 지켜보고 있는 배용수에게 강진이 말했다.
“근데 친하지도 않은 사람 가게에서 뻗을 정도로 술을 먹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럴지도……. 음, 지은 씨?”
배용수 부름에 임지은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입을 우물거리는 것을 보며 배용수가 물었다.
“유훈 씨 주사 있어요?”
“주사는 딱히 없고 마시면 자요.”
“마시면 잔다니, 아주 좋네요. 그럼 술을 얼마나 먹으면 자요?”
“소주 한…… 세 병?”
소주 세 병이라는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생각보다 주량이 높네요.”
“잘 안 마셔서 그렇지, 마시면 잘 마셔요.”
“그럼 혹시 밖에서도 술 마실 때 그 자리에서 쭈욱 마시고 잡니까?”
“에이! 아무리 주사가 그렇다 해도 밖에서 그러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마시다 취했다 싶으면 집에 가서 자죠.”
“술을 많이 마셔도 집에는 들어가나 보군요.”
“그럼요. 술 마시고 길에서 잘 정도로 정신력 나약한 애는 아니에요. 회식 때 술 많이 먹어도 늘 집에는 들어갔으니까요. 아니면 여관에서 자든가.”
“많이 먹으면 밖에서 자기도 하나 보네요?”
“그렇죠. 근데 그렇게까지 마시는 건 드물어요.”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잠시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식사 중이신데 이것저것 물어서 죄송해요. 어떻게, 밥은 맛있으세요?”
“아주 맛있어요.”
“그럼 많이 드세요.”
임지은은 싱긋 웃으며 다시 쇼핑백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에게 배용수가 말했다.
“사람들을 좀 모으자.”
“사람?”
“아무래도 너 혼자서 대작을 하면 유훈 씨가 그리 많이 안 마실 것 같아. 둘이 친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들은 한잔하고 나면 금세 친해지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어야 가능하지, 이렇게 아무런 사이도 아닌 경우는 술자리에서 편히 이야기하기 어려웠다.
“여러 사람이 같이 술을 마시면 이야깃거리도 많아지고 술도 많이 들어가는 법이지. 그리고 민성 형이 술자리 분위기 재밌게 만드는 거 잘하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민성 형을 끌어들이자고?”
“안 될 이유 있나? 그리고 민성 형도 사연 알면 웃으며 와 주실 거야.”
강진은 잠시간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민성 형이 가장 낫기는 하겠네.’
황민성은 귀신에 대해서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강진이 문득 말했다.
“원승환 씨도 부를까?”
“승환 씨?”
“결혼 준비 잘 되는지도 물어보고…… 그리고 선생님하고 일이 비슷하잖아. 말이 좀 통하지 않을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유훈 쪽을 보았다.
“그런가?”
“깊게 들어가면 달라도, 사람 몸 만지면서 치료해 준다는 것은 비슷하니까 어느 정도 이야기가 통할 것 같은데.”
“확실히 그건 그러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관심사가 비슷하니 대화가 좀 더 수월할 터였다.
“어쩌면 민성 형보다 승환 씨가 이야기가 더 잘 통하고 좋을 수도 있겠다.”
“그럼 강상식 씨도 부르자.”
“강상식?”
“사람이 더 있으면 화젯거리도 더 많아질 수도 있잖아. 그리고 전부터 상식 씨가 같이 한잔하자고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부르려고.”
“그럼 너하고 민성 형, 승환 씨, 상식 씨까지 하면 넷에 유훈 씨까지 하면 다섯인데…… 좀 많지 않냐?”
“다섯이면 그리 많지는 않지.”
그러고는 강진이 말을 이었다.
“유훈 씨 불러서 먼저 자리를 만들고, 민성 형이 상식 씨하고 승환 씨 데리고 와서 자연스럽게 합석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임지은이 재차 고개를 들었다.
그에 강진이 다시 임지은 보았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웃고 있었다.
“밥이 너무 맛있어요.”
“밥요?”
“네. 꼭꼭 씹어서 그런지 아주 달아요. 예전에 학교에서 도시락 까먹을 때 생각나고 좋네요.”
사탕 하나 먹기도 힘들어했던 저번과 달리, 비교적 수월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오랜만에 먹는 음식이 맛있기까지 하니 더더욱 만족스러운 것이다.
환하게 미소 짓던 임지은은 “아 참.” 하더니 강진에게 말했다.
“훈이, 가게 한 번 가려고 하는 거 같아요.”
“유훈 선생님이 저희 가게 오려고 한다고요?”
“네. 어제 집에서 사장님 가게 검색하더라고요.”
임지은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손님이 좋아하는 음식 해 준다는 거 보고 기대 많이 하더라고요.”
“다행이네요.”
“훈이는 참치김치찌개하고 유부초밥 좋아하니 그거면 될 거예요.”
“다른 음식은 좋아하는 것 없나요?”
“물론 다른 것도 다 좋아하죠.”
“그럼 고기는 뭐 좋아하세요?”
“삼겹살요.”
“평범하네요.”
“삼겹살 싫어하세요?”
“저도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훈이도 좋아해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임지은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말했다.
“아! 나물 좋아해요.”
“나물?”
“쑥 된장국도 좋아하고, 미나리도 좋아해요.”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그 메뉴들을 외우다가 쇼핑백을 보았다.
“식사 더 하세요.”
임지은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 먹었어요.”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놀라 쇼핑백 안을 보았다. 반찬 통은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말 그대로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먹은 것이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반찬 뚜껑들을 덮었다.
달칵! 달칵!
뚜껑을 다 덮은 강진이 환하게 웃었다.
“깨끗이 다 드셔서 기분이 좋네요.”
“정말 감사해요. 이렇게 맛있는 걸 만족스럽게 먹은 게 얼마 만인지…….”
임지은은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웃었다.
“말 그대로 기억도 안 나네요.”
임지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쇼핑백을 의자에 놓고는 유훈이 들어간 커튼 쪽을 보았다.
“유훈 씨는 언제 한가해져요?”
“두 타임 했으니 이제 곧 쉴 거예요.”
“그런가요? 아, 저기 나오시네요.”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진료실을 보다가 일어났다. 때마침 유훈이 태블릿을 보며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강진이 다가가 인사하자 유훈이 그와 태블릿을 번갈아 보았다.
“오늘 예약이 안 되어 있는데…….”
“오늘은 할머니 진료 때문에 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유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병원이 어르신들을 위한 케어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죠.”
웃으며 유훈이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려 하자, 강진이 말했다.
“유부초밥 좋아하신다면서요?”
강진의 말에 유훈이 우뚝 멈춰 섰다. 그러고는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제가 유부초밥 좋아하는 걸 어떻게?”
“할머니가 다른 분들에게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의 반응을 예상했던 강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을 했다.
“아…… 그러시군요.”
유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배용수가 웃었다.
“어쩜 거짓말을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이렇게 잘하냐?”
강진은 입에 침을 슬쩍 바르고는 발로 툭 하고 그를 쳤다. 그러고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께 들으니 어르신들이 유 선생님 칭찬을 많이 한다고 하시더군요.”
“아닙니다. 저야 그저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해야 할 일을 정성껏 하는 것이 대단한 거죠.”
강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 병원에서 천사족이라는 택시 기사님을 봤어요.”
천사족이라는 말에 유훈이 미소를 지었다.
“천사족 기사님들 좋은 분들이죠.”
“아세요?”
“저희 병원 노약자분들 중에 혼자 오기 힘든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께 이야기는 자주 들었습니다.”
유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직접 봤는데 기사님이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시더니 트렁크에서 휠체어까지 직접 꺼내주시더라고요.”
“지하 주차장에까지 들어와서 손님을 내려 주는 건 참 귀찮은 일일 텐데 말입니다. 참 좋으신 분들입니다.”
말을 하던 유훈이 피식 웃었다.
“왜 웃으세요?”
“전에 짐이 좀 많아서 동네 골목에 택시를 타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기사님이 짜증을 내던 것이 생각이 나서요. 그때 참 기분이 나빴었거든요.”
유훈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을 이었다.
“같은 직업인데도 누구는 타인에게 좋은 기억이 되고, 누구는 안 좋은 기억이 되고……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네요.”
강진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이 많이 되는 말이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저도 남에게 좋은 식당 주인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네요.”
“저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유 선생님은 이미 그러신 것 같은데요? 저희 할머니나 다른 분들이 다 칭찬을 하시는 것을 보면 말이에요.”
강진의 말에 기분 좋게 웃은 유훈이 몸을 돌리려다가 그를 보았다.
“며칠 있다가 가게 한 번 찾아가겠습니다.”
“아! 그래 주시겠어요?”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분이 어떤 식당을 하시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좋게 기억될 수 있도록 맛있는 음식 만들어 놓고 기다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유훈은 미소로 답하고는 몸을 돌렸다.
멀어져 가는 유훈의 뒷모습을 보던 강진이 임지은을 보았다.
“이만하면 저희 가게에 정말 오실 것 같죠?”
“훈이가 간다고 했으니 갈 거예요.”
싱긋 웃은 임지은이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음식…… 정말 감사합니다.”
“잘 드셔주셔서 제가 더 감사해요. 다음번엔 소갈비를 준비할 건데, 오셔서 아주 맛있게 뜯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자신의 입가를 손으로 만졌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훈이가 빨리 갔으면 좋겠네요.”
“오시기 전까지 훈이 씨와 행복했던 시절 떠올리면서 기다리세요.”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고개를 숙인 채 미끄러지듯이 뒤로 움직이는 임지은의 모습은 다소 기괴했지만, 강진은 전처럼 무서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