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21
522화
일요일 10시 무렵. 강진과 차달자, 그리고 한끼식당 귀신 직원들은 푸드 트럭을 타고 충청도 서문시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서문시장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운 강진은 차달자를 보았다. 그녀는 긴장감 어린 눈으로 주차장을 보고 있었다.
“긴장되세요?”
“조금…… 그러네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주차장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주차장이 잘 되어 있네요?”
주차장은 꽤 넓었고,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그냥 흙바닥이어서 비 오고 그러면 진흙 바닥이었는데, 지금은 포장을 다 해 놨네요.”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잠시간 기다렸다. 차달자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주차장을 보던 차달자는 문득 한 곳을 보고는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타앗!
그러고는 손을 흔들었다.
“오라버니!”
차달자가 누군가를 부르며 뛰어가는 것에 강진도 차에서 내려 그녀가 향하는 곳을 보았다.
그곳엔 노인 귀신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노인 귀신은 차달자가 자신을 부르는 것을 모르는지 그저 멍하니 주위를 보고 있었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귀신인 모양이네.’
죽은 지 오래된 귀신은 귀신 세상에 적응하고는 소일거리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귀신은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이렇게 멍하니 있는 경우가 많았다.
차달자는 여전히 멍하니 서 있는 노인 귀신에게 다가갔다.
“오라버니.”
차달자의 부름에 노인 귀신이 그녀를 보았다. 그렇게 잠시간 멍하니 쳐다보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 설마 나?”
“오라버니.”
차달자가 자신을 정확히 보는 것에 노인 귀신이 깜짝 놀라며 그녀를 보았다.
“내가 보여요?!”
“네.”
“어떻게 나를 봐요?”
노인 귀신이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에 차달자가 한숨을 쉬었다.
“저 달자예요.”
“달자?”
의아한 듯 차달자를 보던 노인 귀신은 퍼뜩 놀라 하며 말했다.
“서문식당 차달자?”
노인 귀신이 자신을 기억해내자, 차달자가 옅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오라버니. 저예요.”
차달자의 말에 노인 귀신이 그녀를 보다가 손을 잡았다.
스륵!
“이게 정말 얼마 만이야. 어떻게 된 거야?”
그는 귀신인 자신을 본다는 것에 놀랐을 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차달자를 반겼다.
그 사이, 강진은 푸드 트럭 캡을 열었다. 그러자 귀신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왔다.
“오는 데 불편하셨죠?”
먼저 내린 변대두가 고개를 저었다.
“좁기는 해도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네.”
변대두는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다니 미소를 지었다.
“이 동네도 오랜만이고만.”
변대두도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는지 감회가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가 웃으며 주위를 볼 때, 차연미가 차달자가 있는 곳을 보다가 말했다.
“어머! 석신 아저씨 죽었나 봐요.”
차연미의 말에 이호남이 그녀를 보았다.
“석신 아저씨?”
차연미가 차달자의 손을 붙잡은 귀신을 가리키자, 이호남이 그를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아…… 생선 가게 하던 임 사장님이네.”
“쯔쯔쯔! 나이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죽었담? 이제 겨우 칠십 넘지 않았나?”
변대두가 중얼거리고는 차달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강진도 귀신들과 함께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서울에 있었어요.”
“너 갑자기 사라져서 시장 사람들이 걱정 많이 했어. 연락이라도 하지, 어떻게 그렇게 연락을 딱 끊었어?”
“죄송해요.”
“죄송하기는……. 자식 먼저 보내고 충격받은 거 우리가 모르는 것도 아닌데.”
차달자의 사정을 아는 듯 그녀를 안쓰러운 눈으로 보던 임석신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 거 보게 되니 좋네.”
임석신의 말에 차달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런데 언제 이렇게 되신 거예요?”
임석신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된 건 이 주 정도 된 것 같은데…… 내가 왜 죽었는지는 모르겠네.”
임석신의 말에 차달자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하는 귀신들도 있고, 기억하지 못하는 귀신들도 있었다.
전자는 자신이 죽을 날을 미리 알고 있는 경우였고, 후자는 사고나 사건으로 인해 갑자기 죽은 경우였다.
임석신 또한 후자인 모양이었다. 그런 임석신을 보던 차달자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이 주만 일찍 왔어도 오라버니와 살아서 봤을 텐데…….”
“그래도 이렇게 봐서 좋…….”
말을 하던 임석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나를 어떻게 보는 거야?”
스윽!
임석신은 차달자의 뒤를 보았다. 그녀의 뒤에 선 강진과 그 주위에 있는 귀신들을 본 임석신이 물었다.
“저 사람, 저승식당 주인 아니야?”
“저승식당에 가 보신 적이 있군요.”
“식당이 가까우니까. 그러고 보니 저승식당, 예전에 달자 네가 하던 식당이던데?”
저승식당이 서문시장 내에 있다 보니, 죽은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그곳에서 식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강진이 저승식당 주인이라는 것도 알아보는 것이다. 저승식당에 한 번이라도 가 본 귀신은 식당 주인의 기운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임석신의 말에 차달자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가리켰다.
“지금 제가 신세 지고 있는 식당의 사장님이세요.”
차달자의 말에 임석신이 조금 의아함이 깃든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그에 변대두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
“임 사장.”
변대두의 부름에 임석신이 그를 보고는 고개를 옆으로 까닥였다.
“누구신지?”
임석신의 반응에 변대두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하하하! 나는 임 사장 자주 봤는데, 임 사장은 내가 처음이겠고만. 나 차 사장 가게에서 먹고 자고 하던 변대두라고 해. 그때 자네 자주 봤지.”
“저를요?”
임석신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보자, 변대두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죽어서 만나는 거니 반갑다고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예전에 보던 사람 이렇게라도 보고 대화를 하니 나는 좋구먼.”
임석신이 얼떨떨한 얼굴로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자, 변대두가 말을 이었다.
“서문식당이 저승식당인 건 알지?”
“네.”
“살아서 자주 가던 식당이 귀신들 오는 곳이라 놀랐겠어.”
변대두의 말에 임석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좀 많이 놀랐습니다. 달자 있을 때는 거기서 늘 점심을 먹었으니 말입니다.”
저승식당에 대해 듣고 향한 곳이 서문식당이었을 때 임석신은 많이 놀랐었다.
그리고 서문식당 사장이 자신을 보며 말을 걸 때 재차 놀랐었다.
임석신이 그때를 떠올리며 말하자 변대두가 웃으며 맞장구쳤다.
“그럼 답 나오잖아. 차 사장이 전 저승식당 사장이고, 나는 귀신이니…… 나는 식당에서 자네를 본 것이지.”
변대두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임석신은 놀란 듯 차달자를 보았다.
“달자가 저승식당 주인이었어?”
차달자는 머쓱한 듯 웃으며 말했다.
“아침에는 그냥 서문식당에서 밥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저녁에만 저승식당 사장이었고요.”
차달자의 말에 임석신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밤에 한잔하자고 하면 시간이 안 된다고 했던 거구나.”
“그때는 죄송했어요.”
“아니야…….”
고개를 저은 임석신이 웃었다.
“좋은 일 했었구나.”
“저, 오라버니.”
“응?”
차달자는 살짝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다른 분들…… 많이 돌아가셨나요?”
“다른 분?”
“제가 아는 분들요.”
차달자의 걱정은 이것이었다. 올 때만 해도 그리운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만 했지, 이렇게 귀신이 된 지인을 보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겁이 났다. 시장에서 같이 지내던 지인들이 더 죽었을까 봐 말이다.
차달자의 말에 임석신이 그녀를 보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시장에서 선지 해장국 팔던 김 씨 기억해?”
“네…… 설마?”
“십 년 전에 간암으로 죽었지.”
“아…….”
“그리고 건어물 팔던…….”
시장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떠났는지 이야기하자 차달자가 한숨을 쉬며 눈가를 닦았다.
“그렇게 가셨군요.”
“그래도 달자하고 친하게 지내던 사람 중에 아직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도 많아. 미선이하고 경자도 잘 있고 말이야.”
미선과 경자라는 말에 차달자가 급히 물었다.
“두 분은 건강한가요?”
“꼬부랑 할망구가 된 것치고는 건강하게 잘 있어.”
“다행이네요.”
“허리 굽은 것 빼고는 아주 정정하니 걱정하지 마.”
임석신의 말에 차달자가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 물었다.
“가게는…… 어때요?”
“자네 식당?”
“네.”
“잘 되지.”
“그래요?”
“삼 년 전에 사장이 바뀌었는데 젊은 사람이 장사를 열심히 해.”
“삼 년 전?”
차달자가 의아한 듯 임석신을 보았다.
“혹시 사장이 또 바뀌었어요?”
“응. 삼 년 전에 사장이 바뀌었어.”
“제 가게 받은 분 그리 나이 많지 않았는데…….”
저승식당을 포기하고 도망치듯 떠날 때, 새로 온 사람은 30대 남자였다.
그 후로 약 30년이 지났으니…… 많아야 육십 조금 넘었을 텐데 왜 사장이 바뀐 것인지 의아한 것이었다.
“삼 년 전에 오 사장 등산하다가 절벽에서 떨어져서 죽었거든.”
임석신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그 오 사장이라는 분, 서문식당 사장님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지요.”
강진이 놀란 눈으로 차달자를 보며 물었다.
“저승식당 사장도 이런 사고를 당합니까?”
“저승식당 사장도 사람인데…… 사건 사고를 피할 수 있나요.”
차달자의 말을 들으니…… 맞는 말이었다. 대통령이라고 해도 사건 사고는 피할 수 없는 법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터지는 게 사건 사고니 말이다.
다만…… 저승식당 사장은 귀신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존재인 만큼, 사건 사고 같은 것은 안 당할 줄 알았던 강진이었다.
특히, 전주 저승식당 주인이었던 이태문이 자신이 죽을 날을 미리 알고 한끼식당에 왔었던 이후로 더더욱 그렇게 생각해온 것이다.
그처럼 자신이 죽을 날을 안다면 사건 사고는 피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살짝 놀랄 때, 차달자가 임석신에게 물었다.
“지금 주인은 어때요?”
“나 살아 있을 때는 아침 장사만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죽어서 보니 저녁 장사도 열심히 하더군.”
“그래요?”
“보니 저승식당 장사 끝나고 한 세 시간 자고 일어나는 모양이야.”
“무리를 많이 하네요.”
“그런 것 같은데 어쨌든 열심히 일하고 있지. 그리고 애가 착해.”
“다행이네요.”
차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임석신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떻게 온 거야?”
“보고 싶어서요.”
“보고 싶어서?”
“언니들도 보고 싶고…… 오라버니도 보고 싶고.”
차달자는 시장 쪽을 보았다. 물건을 파는 상인들과 물건을 사는 손님들을 물끄러미 보던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이 모습이 보고 싶었어요.”
그런 차달자를 보던 임석신 또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잘 왔어.”
차달자는 다시 임석진을 보며 물었다.
“언니들이…… 나 미워하지 않을까요?”
“미워하기는 왜 미워해.”
“갑자기 사라지고…… 연락 한 번 안 했잖아요.”
“그야 서운하기는 하겠지.”
“그렇겠죠?”
“하지만…… 보고 싶고, 좋아하고 그러니 서운한 거야. 싫어하면 서운해할 이유도 없지.”
임석신은 차달자의 어깨를 토닥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