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23
524화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이야기하기가 좀 그러네요. 일단 앉으세요. 식사라도 하시게요.”
김대현이 북적거리는 가게를 보며 말을 하자 강진이 말했다.
“괜찮으시면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그래도 손님이신데.”
“저는 괜찮으니 불편하지 않으시면 도와드릴게요. 같은 업종 종사자끼리 바쁠 때 도와야죠.”
강진의 말에 김대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신 장사 끝나고 식사 맛있게 대접해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음식은 제가 낼 테니 손님이 간 자리만 정리해 주세요. 아! 저희 가게는 합석을 많이들 하시니 손님이 있어도 빈 그릇 있으면 치우면 됩니다.”
설명을 들은 강진이 소매를 걷어붙일 때, 김대현이 쟁반과 행주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은 강진은 홀을 돌아다니며 빈 그릇들을 쟁반에 담고는 탁자를 행주로 닦았다.
‘메뉴가 딱 하나인 모양이네.’
행주로 식탁을 닦으며 강진은 손님들이 먹는 음식을 보았다. 손님들은 육개장에 밥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식탁 가운데에 깍두기와 김치가 대접에 담겨 있었는데, 합석하면 다 같이 그 김치를 먹는 모양이었다.
‘최대한 손 안 가게 운영하시네. 혼자 일하시나?’
가게 시스템을 보니 최대한 손이 가지 않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손님이 오면 주문을 따로 받지 않고 바로 육개장에 밥을 가져다주고, 손님이 다 먹으면 알아서 돈 통에 돈을 넣어두고 가는 것 같았다.
강진의 한끼식당하고 비슷한 운영 체계였다. 종종 계산할 때도 있지만, 손님들이 알아서 아크릴 통에 돈을 넣어두고 가니 말이다.
그릇을 주방에 옮긴 강진은 싱크대에 가득 차 있는 그릇들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혼자 하나 보네.”
강진의 뒤를 따라 들어온 이혜미가 그릇들을 보고는 말했다.
“우리가 설거지라도 할까요?”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남의 가게까지 와서 설거지하실 이유는 없죠.”
“그래도 사장님이 이렇게 일을 하시는데.”
“저야 제가 하고 싶어서고요. 여러분들은 그게 아니잖아요. 여러분들이 일을 하는 건 제 가게만으로 해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우리가 일하는 곳은 한끼식당만인 걸로.”
강진이 웃으며 싱크대에 그릇을 놓고는 홀을 보았다. 때마침 손님들 몇이 일어나자 빠르게 그 자리로 가서는 그릇들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지나 식당이 한가해지자 김대현이 웃으며 강진에게 다가왔다.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빈자리에 앉자, 김대현이 육개장과 밥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강진이 먹을 한 그릇 외에 같이 온 귀신들이 먹을 네 그릇을 더 가지고 왔다.
음식들을 놓으며 김대현이 귀신들을 보았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사람 손님 상대한다고 이따 오라고 한 것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에이! 아니에요. 장사하는데 우리 같은 귀신들 몰려오면 당연히 안 좋죠. 잘 먹을게요.”
배용수가 자리에 앉으며 육개장을 보았다.
“파 엄청 많이 들어갔네요?”
“저희 육개장은 파를 많이 넣어서 끓입니다. 그럼 개운하고 몸에도 좋거든요. 특별히 고기 많이 담았으니 맛있게 드세요.”
김대현의 말대로 육개장에는 고기도 많이 들어 있었다.
“맛있겠네요.”
“국수하고 밥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김대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육개장을 젓가락으로 휘저어보았다.
육개장 바닥에는 국수도 한 덩이 들어가 있었다.
그에 입맛을 다신 강진이 국수를 들어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국수를 먹은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육개장 특유의 칼칼한 맛이 잘 살아 있고 파도 달콤한 것이 맛이 좋았다.
‘맛있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진이 육개장을 먹자, 귀신들도 육개장을 먹기 시작했다.
“이 집 육개장 잘 하네.”
“맛있어?”
“맛있다. 정석에 충실한 맛이야. 특히 파 맛이 아주 좋네.”
배용수가 파를 집어 먹고는 김대현에게 말했다.
“사장님, 저 파 좀 볼 수 있을까요?”
배용수의 말에 김대현이 주방에서 파를 하나 가지고 왔다. 갓 뽑아낸 것처럼 흙이 묻은 채였다.
김대현이 주욱! 주욱! 껍질을 벗겨 파의 속살을 보여주었다.
“파가 좋죠?”
“그러게요. 파가 아주 신선하고 좋네요.”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데 식재가 신선해야죠.”
웃으며 파를 놓은 김대현이 육개장과 김치들을 가리켰다.
“우리 가게 음식에 쓰는 식재는 모두 서문시장에서 사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재가 무척 신선하죠.”
“식당 하기 좋은 여건이네요.”
강진의 말에 김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김대현을 보던 강진이 가게를 한 번 둘러보고는 물었다.
“그런데 혼자 영업하세요?”
“네.”
“혼자 영업하기 힘드실 텐데.”
강진도 만약 배용수와 여자 귀신들이 없었다면 사람 상대로 한 영업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저승식당 시간에야 귀신들이 오기 전에 미리 음식 만들어서 내놓고 정리하면 되겠지만, 사람 손님들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
음식을 만들면서 서빙도 해야 하고 정리도 혼자 해야 하는 것이다. 그 사이 손님들이 기다리는 시간도 너무 길어질 터이니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강진의 말에 김대현이 쓰게 웃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저승식당에 사람 종업원 둘 수도 없고. 아시죠?”
김대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도 잘 알고 있었다.
초반에는 강진도 그것 때문에 고민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 종업원을 둘 수는 없었다.
저승식당에서 계속 일을 하다 보면 직원이 귀신을 보게 되니 말이다.
“저는 여기 친구들하고 같이 영업을 합니다. 사장님도 귀신 직원을 두시죠?”
김대현은 귀신들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저도 귀신 분들과 일을 해 봤습니다.”
“그러세요?”
그런데 왜 지금은 아무도 없는 것인지 묻는 강진의 시선에 김대현이 쓰게 웃었다.
“형들이 승천해서 가더라고요.”
“아…….”
김대현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좋은 곳에 가셨으니 좋기는 한데…… 형들 갈 때마다 외롭기도 하고 쓸쓸하더라고요. 그래서 작년에 저 도와주던 주방장 형이 가고 난 후로는 그냥 혼자 하고 있어요.”
강진은 김대현을 유심히 보았다. 자신보다 몇 살 어려 보이는 청년이지만…… 김대현이 저승식당 영업을 한 것은 3년이고 자신은 1년이다.
김대현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더 겪어 본 선배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보다 먼저 직원들을 떠나보낸 선배이기도 했고 말이다.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배용수와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그 시선에 귀신들이 웃었다.
“야! 너 죽을 때까지 같이 있어 줄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재차 입맛을 다셨다.
‘그래주면 좋은데…….’
전에 농담 삼아 한 이야기지만…… 배용수도 갈 때가 되면 웃으며 보내줘야 할 것이다.
강진이 고개를 젓는 것에 김대현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는 몸을 돌렸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그릇들을 치운 김대현이 가게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자신도 육개장을 한 그릇 퍼서는 의자를 하나 끌고 와 앉았다.
“제가 저승식당 한 지 삼 년밖에 안 돼서 동종업계 분을 바로 알아보지를 못했습니다.”
김대현이 화제를 돌리려는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못 알아봤는걸요.”
“다른 식당 사장님은 딱 보면 저승식당 사장님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사장님이나 저나 아직 신입이라 그런지 바로 알기는 어려운 모양이에요.”
김대현의 말에 웃던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그건 좀 이상하네요.”
김대현이 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제가 제주도하고 강원도 사장님을 본 적이 있는데 말을 하지 않아도 저승식당 사장님이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김 사장님은 국자로 육개장 푸기 전까지는 사장님인 줄 몰랐어요.”
김대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도 말했듯 사장님이나 저나 아직 저승식당 영업한 지 얼마 안 되어서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장님들은 보면 딱 그런 느낌이 있는데 말이에요.”
김대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아마도 저승식당의 귀기라는 기운이 많이 쌓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일반인도 저승식당에 많이 오다 보면 귀신을 본다고 하니까요.”
김대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말했다.
“아! 전주 저승식당 사장님도 바뀐 것 아시죠?”
“그럼요. 하아…… 이태문 사장님이 참 좋으셨는데…….”
“친하셨나 보네요?”
“많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김대현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그런데 나이가?”
“저 스물다섯요.”
“삼 년 전에 가게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그럼 스물둘에 가게 받으신 건가요?”
강진의 말에 김대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이상한 세계에 발을 들였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스물두 살에 가게 받았죠.”
김대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혹시 여기 전 사장님하고는 어떤 관계세요?”
“딱히 관계라고 할 것은 없고…… 저도 이 근처에서 살아서 가끔 여기 와서 밥 먹은 것이 다예요.”
“아…… 그럼 여기 맡기 전에 여기를 오신 적이 있군요.”
“여기 온 적은 있는데 사장님하고는 딱히 친분이 없었어요. 그냥 인사드리고 밥 먹고 돈 내고 가는 것이 전부였죠.”
그러고는 김대현이 웃었다.
“처음에 저에게 이 가게가 유산으로 남겨졌다는 이야기 듣고 많이 놀랐어요. 왜 생판 남인 나에게 이런 가게를 주나 싶어서요.”
“지금은 아시는 것 같네요?”
강진의 물음에 김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영업 시작하고 나중에 아주머니 귀신이 울면서 저에게 감사 인사를 하더라고요.”
“아주머니 귀신요?”
“제가 스무 살에 바로 군대를 갔다가 제대하고 중국집 배달 알바를 했거든요. 그때 남자애 셋이 사는 집에 짜장면 두 그릇을 배달하러 갔었습니다.”
“남자애 셋이 사는데 짜장면 두 그릇요?”
“알고 보니 부모님 없이 셋이 사는데, 큰 애가 아르바이트해서 동생들하고 살더라고요. 아! 그 아주머니 귀신이 그 애들 어머니였어요.”
“아…… 그러셨구나.”
“어쨌든 그 큰애가 그래도 형이라고 애들 기죽을까 봐 일주일에 한 번씩 짜장면을 시키는데…… 큰 애가 자기는 안 먹고 동생들 것만 시키더군요.”
“아…….”
강진이 안쓰럽다는 듯 보자, 김대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몰랐으면 모를까. 사나이 이 김대현이 또 그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죠.”
“그래서 세 그릇을?”
강진의 말에 김대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세 그릇 보내면 자존심 상할 수도 있잖아요. 돈이 없다고 자존심까지 없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주방장님한테 말해서 곱곱배기로 해 달라고 했습니다.”
“아…….”
“주방장님도 사정 듣고 두 그릇 같은 한 그릇을 만들어 주셨죠. 그러다가 애들하고 친해진 후에는 군만두도 서비스로 주기도 하고…… 매장으로 오라고 해서 짬뽕 국물도 주고 그랬죠.”
그러고는 김대현이 말을 이었다.
“나중에 생각을 해 보니 혹시 그 아주머니가 전 사장님한테 그 이야기를 해서 나를 후계자로 삼았나 싶어요. 아주머니도 여기 손님이거든요.”
김대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전 사장님이 저승식당에 어울리는 분을 후계자로 선택하셨네요.”
“제가요?”
“배고픈 이들을 위한 곳이 바로 저승식당이잖아요. 배고픈 이를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시니 저승식당 사장으로서 가장 적격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