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28
529화
강진은 주방에서 유훈이 먹을 유부초밥을 만들며 힐끗 홀을 보았다.
황민성이 자연스럽게 유훈과 통성명을 하고는 술을 나누며 합석을 하는 것이 보였다.
“확실히 민성 형이 사람 다루는 데 능숙해.”
“민성 형뿐만 아니라 원승환 씨도 사람 상대하는 것에는 도가 트신 분이잖아.”
그러고는 배용수가 한쪽을 보았다. 그곳엔 임지은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JS 대초열지옥에서 커피콩을 볶아 만든 커피는…… 아주 쓴 맛이 특징이었다.
“커피 맛있어요?”
“커피 정말 오랜만에 마셔요.”
환하게 웃는 임지은의 모습에 강진이 마주 웃었다.
“전 그거 써서 싫던데. 달달한 서천꿀물이 더 좋더라고요.”
“커피는 쓴맛과 향으로 마시는 거죠.”
임지은은 향을 맡고는 다시 커피를 마셨다. 그러고는 최고라는 듯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런데 커피 말고 제대로 된 음식 많은데.”
강진은 냉장고 문을 슬쩍 열어 JS에서 가져온 식재들을 보다가 임지은을 보았다.
“소시지라도 하나 드릴까요? 귀신분들 소시지 좋아하던데.”
임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좀 이따가 현신해서 저승식당 음식 먹는 것 아니에요?”
“계획대로 된다면 그러실 거예요.”
“그럼 음식은 저녁에 먹겠어요.”
말을 하며 임지은은 이빨을 딱딱 부딪쳤다.
“제가 오늘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데요.”
“그랬군요. 아, 전에 말씀드렸던 거도 하셨나요? 행복했던 시절 많이 떠올리는 거요.”
임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말씀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훈이를 보면 옛날 데이트하던 날들을 떠올려요. 훈이하고 처음 1박 2일로 간 남해 바다도 생각나고…… 그때 훈이 긴장했던 것도 떠오르고.”
처음으로 함께 갔던 여행, 그 첫날을 떠올리던 임지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훈이가 군대에서 나 준다고 접어 왔던 종이 장미꽃…… 그런 것들 늘 생각해요.”
옛 기억을 떠올리던 임지은이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남자들은 왜 그래요?”
“네?”
“제 친구들 남자친구도 군대에서 종이학이나 종이 장미를 많이 접어 오더라고요. 그런데 그거 사실 처음에는 좋은데 보고 있으면 왜 이걸 이리 많이 접었나 싶거든요.”
임지은은 손으로 큰 사각형을 그렸다.
“빨간색, 노란색, 하얀색 장미꽃을 접어 하트 모양으로 배치한 걸 이만한 사이즈 액자에 넣어 왔더라고요. 그 큰 걸 시내까지 어떻게 가지고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임지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군대를 안 가서 모르겠어요.”
“어? 군대 안 가셨어요?”
임지은이 의아한 듯 위아래로 바라보자, 강진이 급히 손을 저었다.
“제 몸에는 문제가 없어요. 다만…… 제가 가족이 없어요.”
“가족이 없으세요?”
“네. 가족이 없으면 군대가 면제거든요.”
“아…….”
임지은이 안타깝다는 듯 보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제는 이렇게 좋은 동생도 생기고 누이들도 생겨서 괜찮습니다.”
강진이 옆에 있던 자신과 여자 귀신들을 가리키며 말하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동생? 형이겠지.”
“그래. 앞으로도 형한테 잘 해야 한다.”
자신의 말을 웃으며 받는 강진을 보며 배용수가 한숨을 쉬고는 임지은을 보았다.
“생각이 나서 그래요.”
“네?”
“종이학을 접든 장미꽃을 접든, 그걸 접을 때는 받는 사람이 좋아할 모습을 떠올리며 접거든요.”
“훈이는 시간이 남아서 접었다고 했는데?”
임지은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도 있죠. 말년에는 시간이 정말 안 가거든요. 그래서 잡다한 것 하면서 시간 보내는 사람들 많아요. 하지만 장미꽃은 훈이 씨가 지은 씨 생각을 하면서 접었을 거예요.”
그러고는 배용수가 미소를 지었다.
“장미꽃이 그리 많았다면 훈이 씨가 지은 씨 생각을 정말 많이 했나 보네요.”
이야길 들으며 미소 짓던 임지은이 배용수에게 물었다.
“용수 씨도 접었어요?”
“저는 주방 일이 바빠서 그런 것 할 시간은 없었어요.”
배용수의 말에 임지은은 유훈이 준 종이 장미꽃 액자를 떠올렸다.
“하긴 예쁘기는 하던데…….”
임지은은 중얼거리다가 입맛을 다셨다. 유훈이 고생해서 만든 장미꽃 액자…… 그게 어디에 있는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참치찌개 다 된 것 같은데?”
배용수가 냄비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의 말대로 참치김치찌개는 부글부글 잘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기름 너무 많이 넣은 거 아냐?”
참치김치찌개에 떠 있는 기름을 보며 배용수가 눈을 찡그리자 강진이 웃었다.
“원래 참치김치찌개는 이렇게 참치 기름이 두둥실 떠다녀야 제맛인 거야.”
“이거 참치 기름 아닌데.”
“아니야?”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참치 캔을 하나 따서는 기름을 가리켰다.
“카놀라유하고 조개하고 야채즙 섞어서 쓰는 거야. 참치에서 뽑아 쓰는 것이 아니야.”
“진짜?”
“그럼. 진짜지. 그래도 통조림 안에서 참치하고 오랜 시간 같이 섞여 있었으니 참치 맛이 배기는 했겠지.”
중얼거린 배용수가 참치 캔을 옆에 두고는 냄비를 쟁반에 올렸다.
그에 강진이 유부초밥을 접시에 담고는 반찬들도 담았다.
집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는 오징어채, 계란말이, 김, 김치와 조개젓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그것을 보던 임지은이 말했다.
“마요네즈 섞으면 맛있는데.”
“마요네즈요?”
“오징어채에 마요네즈 넣어서 섞으면 부드럽고 고소해요.”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전에는 김치전에 마요네즈를 찍어 먹던 사람도 있었는데…… 줘.”
일전에 개인 방송을 하는 비제이들이 와서 김치전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었던 것이다.
그것은 꽤 맛이 있었다. 매콤한 김치전에 고소한 맛이 깨나 잘 어울린 것이다.
강진이 오징어채를 내밀자, 배용수가 마요네즈를 꺼내며 임지은을 보았다.
“어느 정도나 넣어요?”
“그 정도 양이면 수저로 반 정도?”
배용수가 마요네즈를 살짝 짜서는 섞었다. 붉은 오징어채에 하얀 마요네즈가 섞이며 살짝 핑크색이 감돌았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젓가락을 들자, 배용수가 그릇을 내밀었다.
강진이 오징어채를 하나 집어 맛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맛있네.”
마요네즈의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매콤하면서 쫄깃한 오징어채에 잘 섞이면서 맛이 배가되었다.
“다음에는 우리도 마요네즈를 섞자.”
“그렇게 맛있어?”
“맛있네.”
“저녁에 한 번 만들어 먹어 보고.”
아무래도 한식 요리사로서 오징어채에 마요네즈를 섞는 것이 조금은 불편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먹어 보고 결정하려는 것이다.
음식을 챙긴 강진이 홀로 나왔다.
“합석하셨네요.”
자리에 있던 원승환은 강진을 도와 그릇들을 탁자에 놓으며 말했다.
“혼자 오셨다고 해서 저희와 합석했습니다. 저도 혼자 왔고 민성 형도 혼자 오셨으니까요.”
원승환이 황민성을 형이라고 하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원승환이 황민성을 보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형인 건 맞잖아.”
“후! 그럼 저도 승환 씨…… 아니, 승환 형이라고 불러야겠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원승환을 보았다.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원승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라면 거절하거나 웃고 말았을 텐데…… 술을 마시다 보니 취기가 올라온 것이다.
“그럼 편하게 강진이라고 해도 되겠죠?”
“저야 좋죠.”
웃으며 식탁에 음식들을 다 깐 강진이 유훈을 보았다.
“주문하신 유부초밥과 참치김치찌개입니다.”
유훈은 입맛을 다시며 유부초밥을 보았다. 합석을 하면서 황민성이 먹던 유부초밥을 이미 먹어 본 탓이었다.
“방금 먹어 봤는데 맛이 좋더군요.”
새로 나온 유부초밥을 하나 집어 입에 넣은 유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맛이 좋습니다.”
“다행이네요.”
강진은 웃으며 참치김치찌개를 가리켰다.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유훈이 찌개에 수저를 넣고는 커다란 참치와 함께 국물을 떠서는 입에 넣었다.
“정말 맛이 좋습니다.”
“마음에 드세요?”
“참치 기름이 부드럽고 국물은 칼칼하고…… 참치 건더기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맛있네요.”
유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은 작게 고개를 젓고는 원승환을 가리켰다.
“감사 인사는 이쪽에 하세요. 오늘 술값은 이 분이 낼 거니까요.”
유훈이 자신을 보자, 원승환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장인어른 설득할 때, 민성 형하고 강진이가 많이 도와줬습니다. 그래서 제가 술 한 번 사겠다고 해서 오늘 온 거거든요.”
“그럼 제가 먹는 건 제가…….”
“에이! 한국 사람의 정이 있는데 그럴 수 있나요? 이 정도는 제가 낼 테니 그냥 맛있고 편하게 많이 드세요.”
원승환이 소주를 따라 주고는 잔을 들자, 유훈과 황민성도 잔을 들었다.
그렇게 다시 마시기 시작하는 세 사람을 보던 강진은 슬며시 고개를 숙이고는 뒤로 물러났다. 마음 같아서는 함께 한잔하고 싶지만, 아직은 다른 손님들이 있었다.
손님들이 있는데 소주를 마시는 것은 아니 될 말이었다. 몇 안 되는 저녁 손님이지만, 강진은 그들을 일일이 살피며 반찬이 떨어지면 리필을 해 주었다.
손님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자 강진은 그릇들을 주방으로 옮겼다.
스윽!
그러다 주방 한쪽에서 행주를 빨고 있는 임지은을 볼 수 있었다.
“뭐 하세요?”
임지은은 한숨을 쉬고는 웃으며 말했다.
“물건이 만져져요.”
어느새 고무장갑을 끼고 있는 임지은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안 힘드세요?”
“힘들어요. 그런데…… 재밌어요.”
임지은은 원래 활달하고 주도적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불치병에 걸리면서 손가락 하나조차 자기 마음대로 못 움직이는 생활을 하다 죽었다.
지금도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귀신이 되고 처음으로 무언가를 스스로 해낸 것이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힘들고 오래 걸리지만 행주를 빨 수 있는 것이 말이다.
행복한 얼굴로 행주를 빨고 있는 임지은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 오른팔이 부러져서 깁스를 하고 있는 동안 강진도 손의 소중함을 알았다.
손을 다치니 밥을 먹는 것부터가 불편했다. 밥그릇에 붙은 밥알을 수저로 긁어먹고 싶어도, 밥그릇이 밀려서 마음대로 밥알을 뗄 수 없었다.
임지은은 그것보다 더 심한 상태였으니 무언가를 해낸다는 것 자체에 행복해하는 것이다.
행주를 빠는 임지은을 보던 강진이 싱크대에 그릇들을 넣었다. 그러자 여자 귀신들이 그릇들을 빠르게 설거지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배용수에게 다가갔다. 배용수는 참치김치찌개를 다시 끓이고 있었다.
“리필해 드리게?”
“많이 식었을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홀을 보았다. 황민성과 두 사람은 웃으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강진의 부탁대로 황민성과 원승환이 번갈아가며 유훈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배용수가 끓인 참치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가지고 홀로 나왔다.
“오늘 기분들 좋아 보이시네요.”
강진이 찌개를 새로 퍼 주고 계란말이를 덜어놓자, 유훈이 그를 보았다.
얼큰하게 취해 붉어진 얼굴을 한 그는 약간 혀 꼬인 소리로 물었다.
“이 오징어채, 뭐가 들어간 겁니까?”
“오징어채가 입에 맞으세요?”
유훈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핑크색이 도는 오징어채를 집었다.
“옛날에 제 여자친구가 해 주던 맛하고 조금 비슷해서요.”
유훈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야 여자친구분이 넣으라는 마요네즈를 넣었으니까요.’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힐끗 주방을 보았다.
‘십 년이 지나도 유 선생님은 지은 씨의 맛을 기억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