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36
537화
“강상식.”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던 강상식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로비에는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강진이 그쪽을 보자 황민성이 작게 속삭였다.
“오성그룹 일가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오성그룹 사람들의 면면을 보았다. 총수가 죽어서인지 모든 가족들이 모인 듯했다.
그들은 강상식을 한 번 보고는 말없이 걸음을 옮겨 로비를 나섰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들의 시선과 행동을 보니…….
‘강상식 씨를 사람 취급도 안 하는구먼.’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다. 강진이 그들의 행동에 눈을 찡그릴 때, 마흔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가 다가왔다.
“황 대표, 오랜만이네.”
자신을 알아보는 오성그룹 사람을 황민성이 보았다.
“강 대표님.”
황민성이 고개를 숙이자, 강 대표가 다가오다가 강상식을 보고는 말했다.
“안 보이나 싶더니 여기 있었구나.”
강 대표는 강상식을 힐끗 보고는 황민성에게 말했다.
“다음에 한 번 보자고.”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황민성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 대표가 다시 강상식을 보았다.
“형이 한 제안, 잘 생각해 봐.”
강상식이 눈을 찡그리자 강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오성화학이 우리 계열사 중에서는 작지만 그래도 너한테는 크다. 괜히 말아먹고 후회하지 말고 잘 쳐 줄 테니 주식 넘겨. 형이 지방에 자리 하나 내 줄 테니 넌 거기서 월급이나 받으면서 살아. 그게 어울려.”
강 대표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직원 월급이 대표 월급만 하겠습니까?”
강상식이 이렇게 말을 할 줄 몰랐던지, 강 대표는 눈을 둥그렇게 뜨더니 이내 콧방귀를 뀌었다.
“흥!”
강 대표가 몸을 돌리려 하자, 강상식이 말했다.
“그런데 다들 어디 가시는 겁니까?”
“유언장도 개봉했는데 더 있을 이유 없잖아.”
“하지만 할아버지가…….”
“우리가 너처럼 할 일 없는 사람도 아닌데, 그룹 일 처리해야 할 거 아니냐.”
강 대표의 말에 강상식이 입을 다물었다. 그런 강상식을 보던 강 대표가 강진을 보았다.
“식당 주인?”
“저를 아십니까?”
강진이 묻자 강 대표가 피식 웃으며 강상식을 보았다.
“너하고 어울리는 친구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가는 강 대표의 모습에 강진이 인상을 썼다.
“뭐래는 거야?”
강진의 중얼거림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다.
“미안합니다.”
강진이 보자 강상식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큰형이…… 저에 대해 조사를 한 모양입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잘 됐네.”
“네?”
“너를 조사했다는 건 위협이 될 거라 생각하는 것 아냐. 무시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살짝 웃으며 말을 하는 황민성이 강 대표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웃으며 말했던 것과 달리, 황민성의 속은 부글거렸다. 동생들에게 함부로 했으니 말이다.
강 대표를 노려보던 황민성이 말했다.
“오성화학 주식 넘기래?”
말을 편하게 놓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상식의 표정이 약간 밝아졌다.
“네.”
황민성은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말했다.
“상속받은 주식이 31퍼센트?”
“그걸 어떻게?”
“대주주들하고 너하고 친한 것도 아니니, 너 혼자 경영권 방어하려면 네가 가진 주식에 그 정도 주식은 더해져야 할 테니까.”
“맞습니다.”
“이사가 아니라 대표라 불러야겠네.”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마주 끄덕이며 말했다.
“어떻게 할 거야? 넘길 거야?”
“할아버지가 물려준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잘할 자신도 있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다른 식구들은 다 간 모양인데 어떻게 할 거야?”
“……한 번도 불러 보지는 못했지만 아버지입니다. 아버지 옆에 있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상식이 손을 내밀었다.
“가족들이 모두 가서 저라도 올라가 봐야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악수를 했다.
“밥은 먹었어?”
“생각 없습니다.”
“그래. 그럼 이따 보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는 강상식에게 강진이 물었다.
“도시락 좀 싸 다 드릴까요?”
“지금은 아무것도 못 먹을 것 같습니다.”
“힘드시겠지만, 달달한 음료라도 챙겨 드세요.”
“고맙습니다.”
강상식이 웃으며 몸을 돌릴 때 강진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강상식이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음부터는 말 놓으세요. 형이잖아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은 그를 보다가 손으로 눈가를 지그시 눌렀다. ‘형’이라는 말…… 피를 동생들에게조차 한 번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울어?’
강진이 놀라 볼 때, 강상식이 눈가를 손으로 닦았다.
“이거 참…….”
그러고는 머쓱한 듯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그래. 고맙다.”
“장례식 끝나고 한잔해요.”
“그래. 형이 정말 좋은 곳에서 한 잔 살게.”
“그 좋은 곳이 제 가게였으면 하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강상식이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것에 장은옥이 그 뒤를 따르며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녀의 소원이 강상식에게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기는 것인데…… 그럴 만한 좋은 형과 동생이 생긴 걸 두 눈으로 본 것이다.
연신 고개 숙여 인사하던 장은옥이 강상식의 뒤를 따르자, 강건희가 그 뒤를 따라갔다.
그는 처음과는 달리 조금은 시무룩하고 힘이 빠진 얼굴이었다. 아마도 자신이 돈이 없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강상식이 가는 것을 보던 황민성이 강진에게 물었다.
“회장님 옆에 계시던?”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재차 물었다.
“회장님 귀신 있었냐고.”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아까 네가 귀신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혹시나 했지.”
입맛을 다신 황민성이 말했다.
“귀신이 되신 건가?”
“그건 아직 몰라요. 장례식 끝나고 나야 귀신이 될지 승천을 하실지 알아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가자.”
“근데 형 몇 시간 못 잘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잠 많이 잔다고 안 피곤한 건 아니더라. 어서 가자.”
황민성은 강진을 데리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
황민성이 잡아 준 택시로 가게에 돌아온 강진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다 먹고 마시던 자리가 깨끗하게 치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곤 뒤를 따라 올라온 배용수를 보았다.
“치웠네?”
“할 일도 없고.”
작게 답을 한 배용수가 물었다.
“상식 씨는 어때?”
“아버지 상 당한 아들이 다 같지, 뭐.”
입맛을 다시는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장례식장은 그래서 싫어.”
강진은 중얼거리는 배용수를 가만히 보았다. 강상식에게 갈 때 자신은 거기 가기 싫다며 남았던 걸 보니…… 장례식장을 정말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밥 먹으러는 잘 가더니만, 장례식장 싫어해?”
“밥 먹으러 가는 장례식장하고 조문하러 가는 장례식장하고 같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용수가 강상식과 직접적으로 인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몇 번 봤고 그 사정을 알기에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 할 수가 없었다.
옷을 갈아입는 강진을 보며 배용수가 말했다.
“그럼 쉬어라.”
“손님 한 분 받아야 해.”
“손님?”
“강두치 씨가 식사 좀 챙겨 줬으면 한다는 VIP가 있어. 곧 오실 거야.”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 강진을 보던 배용수가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자도 세 시간 정도밖에는 못 잘 텐데?”
“일곱 시에 일어나면 세 시간은 잘 수 있으니 괜찮아.”
강진은 1층으로 내려와서는 강두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통화를 하고 난 후, 강두치가 VIP 노인 귀신과 가게에 들어오자 강진이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
저녁 장사를 마무리한 강진은 식당에서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넥타이를 이리저리 만지는 강진의 모습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으며 다가왔다.
“제가 해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강진이 넥타이를 목에 걸고 서자 이혜미가 넥타이를 잡고는 묶기 시작했다.
‘민성 형이 매어 준 넥타이, 푸는 게 아니었는데.’
어제는 황민성이 대신 묶어주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고 자기도 모르게 잡아당겨서 풀어 버린 것이다.
이혜미 덕에 넥타이를 제대로 맨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는 주방에서 음식들을 통에 담고 있었다.
“다 됐어?”
“반찬들은 다 담았어.”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한쪽에 놓인 반찬통들을 들어서는 뒷문으로 옮겼다.
그렇게 뒷문으로 나온 강진이 푸드 트럭 문을 열어서는 반찬들을 안에 실었다.
오늘은 오성병원 인근에서 출장 영업을 할 생각이었다. 가서 강상식 음식도 좀 해 주고, 장례식장에 있는 귀신들도 좀 먹이고 말이다.
“가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와 여자 귀신들이 푸드 트럭에 올라탔다. 귀신들이 모두 타자 트럭 뒷문을 닫은 강진이 오성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부웅!
오성병원으로 향하며 강진은 라디오를 틀었다.
[금일 오후 4시에 오성그룹 강건희 회장이 타개했습니다. 강건희 회장은…….]라디오에서는 강건희의 장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원래는 어제저녁에 사망을 했지만, 오성그룹은 오늘 오후 네 시에 죽은 것으로 알린 것이다.
사망 시간을 조작하는 것은 분명 불법이지만, 오성그룹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오성병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 강진에게 황민성이 다가왔다.
“왔어?”
“기다리셨어요?”
“한 오 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승환 씨는요?”
“씨가 뭐냐? 형 동생 하기로 했으면서.”
“바로 고치기가 쉽지 않네요. 차차 고쳐야죠.”
강진이 웃자 황민성이 말했다.
“승환이는 자기가 오는 건 민폐인 것 같다고 따로 인사드리겠대.”
“민폐요?”
“자기 같은 사람이 여기 조문 오면 급이 안 맞을 것 같다는 거지.”
“무슨 그런 생각을…….”
“여기 조문객 중에 손님이 있을 테니…… 신경 쓰일 수 있지.”
호텔 사우나 세신사가 오성그룹 회장 장례식에 오기에는 격이 안 맞다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었다.
재계에서 유명한 회장, 사장들이 직접 조문하는 자리에 원승환이 서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좀 그러네요.”
“사람마다 사정이 있는 거니까.”
그러고는 황민성이 푸드 트럭을 보았다.
“그럼 여기서 출장 영업 하는 거야?”
“병원에서 귀신 장사 영업할 수는 없고, 인근 골목 쪽으로 해야죠.”
“장소는 아직 안 구했어?”
“장례식장 가면 이 근처 귀신들 있을 거예요. 이따가 용수한테 부탁해서 여기 장사할 만한 곳 어딘지 물어보려고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주위를 보았다.
“용수는?”
강진은 푸드 트럭 캡을 손바닥으로 쳤다.
“나오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푸드 트럭 캡을 뚫고 내려왔다.
“형.”
배용수가 인사를 하자 강진이 그것을 말해주었다. 그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강진을 보았다.
“가져왔어?”
강진은 입맛을 다시고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 건네며 황민성을 걱정스럽게 보았다.
“근데…… 정말 드시게요?”
황민성은 사탕을 받으며 사탕 봉지에 쓰여 있는 글자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