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57
558화
저녁 장사를 마무리할 때쯤, 택시 기사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으! 덥다!”
들어오자마자 거친 숨을 토하는 기사의 등장에 강진이 환하게 웃었다.
“오셨네요.”
“손님이 마침 이 근처에서 내려서. 오라고 한 것도 생각이 나서 한 번 와 봤지. 아! 내가 원래 말이 좀 짧은데 싫으면 다시 올려 주고.”
거침없는 택시 기사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아닙니다. 편하게 하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다.
“날씨가 많이 덥죠?”
“그러게 말이야. 아! 전에 마셨던 그 냉차부터 한 잔 주지. 그거 맛있던데.”
“알겠습니다.”
강진은 웃으며 주방에서 오미자차가 담긴 물통을 들고 나왔다.
“여기요.”
“고마워.”
웃으며 택시 기사가 컵에 오미자차를 가득 따라서는 마셨다.
“아우! 시원하다.”
기분 좋은 얼굴로 웃는 기사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날 두 번째 사고 차량 환자, 살았대요.”
강진의 말에 기사가 반색을 하며 말했다.
“그래? 잘 됐네.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오늘 그 환자 아내분이 왔다 가셨어요. 지금 중환자실에 있는데 목숨은 건졌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가셨어요. 아!”
강진은 카운터에서 음료수 상자를 들고 왔다.
“이것도 주고 가셨어요.”
“기분 좋았겠네.”
“물론 기분 좋았죠.”
기사가 상자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사실…… 내가 좀 험하게 살았거든.”
기사는 슬쩍 탁자를 짚고 있는 자신의 오른손을 보았다. 새끼손가락이 없는 오른손을 보던 기사가 쓰게 웃었다.
“그래서 나이 먹고 착하게 살자 생각해서 착하게 사는데…… 가끔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 간질간질하면서도 기분이 좋더라고.”
“그건 그렇죠.”
웃으며 강진이 음료수 상자를 탁 하고 쳤다.
“이따가 저하고 반씩 나눠요.”
“네가 받았는데 내가 왜 받아?”
“저만 마시라고 주신 것 아니에요.”
“그럼?”
“기사님도 같이 마셨으면 하고 주신 거예요.”
“나?”
“잠시만요.”
강진은 핸드폰과 명함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어디다 하는 거야?”
기사의 말에 강진은 그저 웃으며 핸드폰을 스피커 모드로 하고는 탁자에 놓았다.
[여보세요.]“안녕하세요. 저 아까 인사드린 한끼식당 이강진입니다.”
[네. 그런데 왜 무슨 일로 전화…… 혹시?]“네! 오늘 무슨 날인지 사모님 다녀가시고 이렇게 기사님이 바로 오셨네요.”
전화하는 걸 듣고 있던 기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혹시…….”
[지금 옆에 계세요?]“네. 지금 바로 앞에 계세요. 스피커 모드로 같이 듣고 있으니 말씀하시면 됩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울음 섞인 여자의 목소리에 기사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이제야 전화 상대가 그 두 번째 차량 가족인 것을 안 것이다.
“아니, 그게…… 저는 그냥 차를 뒤에 대 놓은 것밖에는…….”
[아니에요. 구조대원 분들 말이, 사고 난 것 모르고 뒤에서 오는 차가 박아서 나는 사고들도 많은데 사장님께서 뒤에 차 세우고 비상등까지 해 놓으셔서 2차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정말 고마운 분이라고 하셨어요.]“고맙기로 따지면 구조대원분들하고 의사 선생님이 더…….”
[저는…… 그냥 다 고맙고 감사해요. 식당 사장님도, 기사님도, 구조대원 분들도, 의사 선생님도…… 우리 애 아빠 살리려고 나서 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는 게 예상되는 여자의 목소리에 기사의 당황에 차 있던 얼굴이 편하게 풀렸다.
그는 이제야 미소를 되찾고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인사 제가 어깨 쫘악 펴고 잘 받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남편분 살았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사셨다고 하니 보상받은 것 같고 저도 좋습니다. 그리고 병원이신 것 같은데 몸조리 잘 하세요. 옆에 있는 사람이 잘 먹고 잘 자야 환자도 힘 받아서 빨리 낫습니다.”
[네. 저도 잘 먹고 잘 자고 할게요.]“그럼 들어가세요.”
[저기, 연락처 좀 알려 주세요. 남편 일어나면 제대로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그러실 필요는…….”
[아니요. 꼭 하고 싶어요. 두 분이 아니었으면…… 우리 남편은 죽었을 거예요.]여자의 말에 기사가 미소를 지었다. 조금 당황스럽고 불편하면서도…… 남이 자신에게 이렇게 고맙다 감사하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정말 좋은 일을 했구나 하는 뿌듯함도 있고 말이다.
기사가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자 여자가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기분 좋은 얼굴로 핸드폰을 보던 기사가 강진을 보았다.
“착한 일이…… 이래서 끊을 수가 없어. 이것도 중독이라니까.”
기사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좋은 중독이네요.”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나 애들 후원하려고 담배도 끊었잖아.”
“담배를요?”
“어느 날 결식아동 돕는 캠페인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런 것을 하더라고. 그거 보다가 담배를 피우는데…… 괜히 신경질이 나더라고.”
“왜요?”
“중학생 여자애가 먹을 것이 없어서 라면 하나를 동생들하고 나눠 먹는데…… 나는 배도 안 차는 담배를 내 돈 내고 태우고 있잖아.”
“아…….”
“그래서 에잉! 하고는 담배 그 자리에서 남은 세 대 불 붙여서 다 피워 버렸어.”
“그냥 버리시지?”
“돈 주고 산 건데 버리기는 아깝고 그냥 피워 버렸어. 근데 토할 것 같더라고.”
“그야 그렇겠죠.”
“그래서 담배 끊어 버렸어. 대신 담배 살 돈 결식아동 돕는 단체에 기부하고 있지.”
“정말 좋은 일 하시네요.”
“한 달에 십오만 원이라 금액은 얼마 안 돼.”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한다는 것이 중요하죠.”
강진의 말에 기사가 웃으며 그 어깨를 툭 쳤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하하!”
기분 좋게 웃는 기사를 보며 웃은 강진이 말했다.
“그럼 식사하셔야죠.”
기사는 가게를 둘러보다가 화이트보드에 적힌 문구를 보고는 말했다.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라고?”
“점심에는 손님이 많아서 음식을 정해 놓고 하는데, 손님이 적은 저녁에는 드시고 싶은 것을 해 드리고 있습니다.”
“먹고 싶은 거라…….”
기사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웃었다.
“아무거나 다 되는 거야?”
“제가 할 수 있고, 재료가 있는 한도 내에서는 다 됩니다.”
“그럼 손두부가 먹고 싶은데…… 그건 안 되지?”
기사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손두부가 있기는 한데, 어제 만들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손두부가 있어? 내가 말한 손두부는 직접 만든 두부를 말하는 건데?”
“이틀에 한 번씩 손수 두부를 만드는 곳에서 받아 옵니다. 어제 만들기는 했지만 맛있어요.”
강진의 말에 기사가 그를 보다가 웃었다.
“그럼 따뜻하게 해서 김치하고 좀 주고, 찌개도 좀 끓여 줘.”
“그럼 순두부 스타일? 아니면 된장찌개 스타일?”
“된장찌개로 해 줘. 조개 좀 넣고 진하게.”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장고에서 두부를 꺼내며 배용수에게 말했다.
“저 조폭 귀신 좀 데려와. 오신 김에 식사 좀 하시라고 하게.”
고개를 끄덕인 배용수는 홀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저기요.”
배용수의 부름에 조폭 귀신이 그를 보았다. 그에 배용수가 손짓으로 들어오라는 시늉을 하자, 조폭 귀신이 기사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주방으로 들어왔다.
“밥 좀 드시라고 불렀어요. 식사 거의 못 하셨죠?”
강진의 물음에 조폭 귀신이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개를 숙이며 답하는 조폭 귀신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계속 조폭 귀신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뭐해서 이름을 묻자, 조폭 귀신이 잠시 머뭇거렸다.
“왜요?”
강진의 물음에 조폭 귀신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이…… 수현입니다.”
“이수현?”
“네.”
이수현의 답에 강진은 그제야 왜 그가 머뭇거렸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름이 여성스러워서 그런가?’
수현이라는 이름은 남자도 많지만, 여자 이름으로 더 많이 쓰이니 말이다. 게다가 딱 봐도 조폭처럼 생긴 외모와 이름이 너무나도 따로 놀았다.
그래서 말하기 부끄러웠던 모양이었다.
강진은 작게 웃으며 두부를 반으로 잘랐다. 이 손두부는 차달자가 직접 만든 것으로, 강진이 이틀에 한 번씩 가서 받아 오고 있었다.
장사에 쓸 정도로 아주 많이는 아니고, 그저 두부 튀김을 해서 밑반찬으로 낼 정도였다.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JS 금융을 통해 가면 동네 슈퍼 가는 것보다 더 빨리 도착해서 받아 올 수 있었다.
어쨌든 따뜻한 물에 두부를 담근 강진이 된장찌개에 넣을 두부를 따로 손질했다.
그러다가 한 점을 집은 뒤 그 위에 김치를 올려서는 접시에 담아 이수현에게 내밀었다.
“드셔 보세요.”
“아…… 감사합니다.”
이수현이 두부를 보다가 손을 내밀어 집었다.
스윽!
이수현의 손에 불투명한 두부와 김치가 들렸다. 잠시 두부를 보던 이수현이 슬며시 입에 넣었다.
그러곤 두부를 천천히 씹던 이수현은 곧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본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죠?”
“아주 맛이 좋습니다.”
강진은 썰어 놓은 두부를 접시에 담고는 한쪽에 김치 그릇을 놓았다.
“더 드세요.”
“그래도…… 되나요?”
“귀신이 먹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바로 먹으니 상관없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수현이 혀로 입술을 핥고는 손으로 두부를 집어서는 그 위에 김치를 얹은 뒤 입에 넣었다.
그의 얼굴엔 다시 황홀한 미소가 어렸다.
‘현신해서 먹으면 울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냄비에 된장을 풀고 본격적으로 된장찌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이수현이 슬며시 말했다.
“저…….”
이수현의 부름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고추 넣으실 거죠?”
미리 꺼내 놓은 고추를 가리키며 묻는 이수현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고추 아주 자잘하게 썰어 주시겠습니까? 형님이 고추 큰 건 안 드십니다.”
“고추를 안 좋아하세요?”
“고추 좋아하십니다. 근데 물에 들어간 고추는 식감이 이상하다면서 안 좋아하십니다.”
“그럼 자잘하게 썬 건 드시고요?”
“자잘하게 썰어서 국물하고 같이 드시는 건 좋아하십니다.”
이수현의 말에 강진이 힐끗 홀을 보았다. 사장님 식성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하긴, 물에 들어간 고기 안 드시는 분들도 있으니까.’
고기를 구워 먹는 건 좋아하는데 국이나 찌개에 들어간 고기는 안 먹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수현 씨, 음식 좀 하세요?”
“저희 집이 손두부 집을 해서…… 어깨너머로 좀 배웠습니다. 그래서 형님하고 살 때 제가 음식 해드리고는 했습니다.”
이수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추를 자잘하게 다졌다.
“이 정도요?”
“고추는 두 개만 더 해 주시겠어요?”
강진은 고추를 더 썰며 말했다.
“혹시 더 해 줄 말 있으면 해 주세요.”
“아…… 아닙니다.”
자기가 주제넘었다 생각을 한 듯 이수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보다 이수현 씨가 사장님 식성은 더 잘 아실 테니 좀 도와주세요.”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이수현이 잠시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그럼 두부를 좀 깍두기 모양처럼 썰어 주실래요?”
“큐브처럼요?”
“형님이 두부 잘라 먹는 것 안 좋아하셔서요. 큼지막한 것보다…… 이 정도 사이즈로 한입에 들어가게요.”
이수현이 엄지를 들어 보이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알겠습니다.”
강진은 넓게 자른 두부를 겹쳐서는 큐브 모양으로 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