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58
559화
보글보글!
된장찌개가 끓어오르는 것을 보던 강진이 뜨거운 물에서 두부를 꺼냈다.
그러고 살며시 칼을 들어 자르려 할 때, 이수현이 말했다.
“그것도 큐브 모양으로 잘라 주시겠어요?”
“크기는요?”
“된장찌개에 넣은 크기대로 해 주세요.”
“김치에 싸 먹기에는 조금 작을 것 같은데.”
“김치가 크면 두부 두세 개 먹으면 된다가 형님 생각이세요.”
이수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두부를 잘랐다.
“형님이 음식을 작게 드시나 보네요?”
“원래 음식을 좀 작게 드시는 것을 좋아하세요.”
이수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삼겹살도 보통 사람이 먹는 것보다 반 정도 사이즈로 잘라서 드세요.”
“작게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네.”
이수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김치를 새로 꺼내 작게 썰어 담았다.
그러고는 된장찌개를 보았다.
‘조금만 더 끓이면 되겠다.’
강진은 따뜻하게 데운 두부와 김치를 챙겨 들고 홀로 나왔다.
“일단 이것부터 드시고 계세요.”
강진의 말에 택시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강진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아직 모르네. 나는 윤두식이야.”
“저는 한끼식당 하는 이강진입니다.”
“그래. 반갑고, 앞으로 종종 보자고.”
윤두식은 젓가락을 들며 두부를 보았다. 그는 큐브 모양으로 썰린 두부를 하나 집어 김치에 올리고는 그대로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씹다가 미소를 지었다.
“두부가 고소한 것이 아주 맛이 좋네. 김치도 아삭하니 맛하고.”
“입에 맞으셔서 다행이네요.”
강진의 말에 윤두식이 두부를 하나 집어 입에 넣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그런데 두부 자른 것이 특이하네. 원래 이렇게 잘라?”
“오늘은 이렇게 자르고 싶어서 이렇게 잘랐는데 마음에 안 드세요?”
“아니. 마음에 들어.”
윤두식은 두부를 하나 더 집어 입에 넣고는 말했다.
“나는 한입에 들어가는 크기를 좋아하거든.”
“작은 음식을 좋아하시나 보네요.”
“옛날에는 참 먹고살기 힘들었거든. 그래서 음식을 작게 잘라서 먹었어. 그래야 조금이라도 젓가락질을 더 할 수 있으니까.”
“그러시구나.”
“그렇게 먹다 보니까 음식이 크면 잘라서 먹게 되더라고.”
윤두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주방에서 배용수가 외쳤다.
“찌개 다 됐어!”
그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된장찌개를 그릇에 담았다. 그러고 남은 것을 덜어서 이수현 앞에 놓았다.
“식사 좀 챙겨 드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밥솥에서 밥을 푸고 반찬들도 덜어서는 놓았다.
“식사하세요.”
뚝딱 차려진 밥상을 멍하니 보던 이수현이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 그를 강진은 웃으며 툭 쳤다.
“인사는 맛있게 드시고 난 후에 하세요.”
이수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저로 된장찌개를 떠서 먹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진이 음식을 들고 홀로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고마워.”
윤두식은 입맛을 다시며 강진이 내려놓는 찌개를 보았다.
“냄새 좋네.”
된장찌개 냄새를 맡으며 미소를 지은 윤두식이 수저로 두부와 국물을 떠서는 입에 넣었다.
“크윽! 칼칼하고 좋네.”
“매운 것 좋아하실 것 같아서 고추를 좀 많이 넣었습니다.”
“고마워.”
웃으며 윤두식이 밥과 된장찌개를 먹기 시작했다.
두부와 국물을 한 번에 떠서 입에 넣고 미소를 짓던 윤두식이 조개를 하나 집어서는 알맹이를 먹더니 문득 강진을 보았다.
“혹시 전라도 사람인가?”
“아닙니다.”
강진의 말에 윤두식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예전에 나하고 살던 후배가 하나 있었는데 그 녀석이 전라도 순창 사람이었어.”
“순창이면 고추장?”
강진의 말에 윤두식이 피식 웃었다.
“후배가 그 말 참 듣기 싫어했는데.”
“왜요?”
“시골 냄새 난다고 싫어했어.”
웃으며 된장찌개를 떠먹던 윤두식은 찌개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고추 잘게 썰어서 넣은 건가?”
“아세요?”
강진의 말에 윤두식이 웃으며 찌개를 보다가 두부를 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있다가 특이하다는 듯 강진을 보았다.
“자네처럼 음식을 하던 후배가 있었어.”
“아까 순창 후배?”
“맞아.”
윤두식은 자신의 오른손을 보다가 말했다.
“내가 좀 험하게 살 때 나를 따르던 후배가 있었어. 그때 내 집에서 내 심부름하면서 살던 녀석인데 음식을 참 잘했어.”
“음식을 아주 잘했나 보네요?”
“집이 순창에서 손두부 집을 한다는데…… 아들이란 녀석이 공부 머리 드럽게 없고 만날 사고만 치고 다니니까 부모님이 손두부 기술 배우라고 했던 모양이야. 그걸로 부모랑 싸우고 집을 나왔더라고.”
“가출?”
“나이 먹고 한 거니 가출은 아니고 그냥 독립이라고 해야겠지. 어쨌든 그래서 그런지 집에서 두부도 직접 만들고 하더라고.”
“집에서요?”
“콩 믹서기로 갈아서 두부 한 모 정도는 뚝딱 만들더라고. 후!”
웃으며 말을 하던 윤두식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손재주를 가지고 왜 이쪽으로 와서는…….”
그러다 문득 시간을 보고는 찌개에 밥을 말았다.
후루룩! 후루룩!
시간에 쫓기는 직업 탓인지 윤두식은 빠르게 밥을 먹었다.
된장찌개를 순식간에 먹고 손두부도 모두 다 먹은 윤두식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끄윽! 잘 먹었다.”
윤두식은 물을 마시는 것으로 식사를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야?”
“팔천 원 주시면 됩니다.”
“너무 싼 것 아냐?”
된장찌개만 해도 6000, 7000원 하는데 두부 김치도 먹었으니 말이다.
“그 정도면 됩니다.”
윤두식이 만 원짜리를 꺼내 주자 강진이 이천 원을 거슬러 주었다.
“또 보자고.”
“아 참. 제가 아는 형 한 분한테 기사님 이야기하니까, 같이 술 한 잔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던데.”
“나를?”
“남자답다고, 같이 한잔하면 좋겠다고요.”
“사람 볼 줄 아네.”
웃다가 윤두식이 명함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다음에 택시 탈 일 있으면 전화해. 손님 없으면 태워 줄게.”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윤두식이 가게를 나섰다. 그를 배웅한 강진이 홀을 정리했다.
골목 한쪽에 주차를 해 놓은 택시 앞에 선 윤두식이 문득 주머니에 손을 가져갔다.
“아…….”
금연했다는 걸 뒤늦게 떠올린 윤두식은 입맛을 다시고는 허공을 향해 길게 숨을 뿜어냈다.
겨울이라면 입김이라도 담배 연기처럼 뿜어질 텐데, 하는 생각을 하던 윤두식이 힐끗 한끼식당이 있는 곳을 보았다.
“막둥이가 해 주던 맛이네.”
막둥이라는 말에 옆에 있던 이수현이 그를 보았다.
“형님, 제 맛을 기억하십니까?”
이수현의 물음에 윤두식이 입맛을 다셨다.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네.”
윤두식이 웃으며 운전석에 타자, 이수현이 슬며시 조수석에 올라탔다.
스르륵!
한 명의 사람과 한 명의 귀신이 탄 택시가 곧 출발했다.
***
일요일 점심 무렵, 강진은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지키러 운암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니 오월이 다 가기 전에 배용수를 집에 데리고 온 것이다.
부웅!
운암정 주차장에 차를 세운 강진이 배용수와 직원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먼저 내렸던 이혜미가 주차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가 운암정이에요?”
“네. 어때요?”
“되게 좋아요. 무슨 한옥 마을 공원 같아요.”
이혜미는 주차장을 감싸고 있는 담벼락을 보았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한옥 건물들을 보며 이혜미와 직원들이 웃었다.
“이렇게 좋아하시는 것을 보면 일찍 모실 것을 그랬네요.”
“그러게요. 여기 너무 좋다.”
이혜미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여기 처음 왔을 때 되게 놀랐어요. 공원처럼 넓고 좋더라고요. 나무도 많고 잔디도 많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가끔은 파티 자리로도 빌려주고는 하지.”
“그래?”
“파티하기 여기만큼 좋은 곳도 없지. 자리 넓지, 음식 잘 하지, 직원들 교육 잘 되어 있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보았다.
“그래서 오늘의 추천 메뉴는?”
“글쎄…… 육개장 정식?”
“떡갈비 정식은 안 되는 거야?”
강진이 살짝 농을 섞어서 말하자 배용수가 웃었다.
“떡갈비 정식은 전에 먹었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운암정의 많은 음식 중에 혼자 와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떡갈비 정식과 육개장 정식뿐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육개장 정식을 먹어 보라는 것이다.
“인분 신경 쓰지 않으면?”
“인분 신경 쓰지 않고 먹는 거면 잔치 코스가 괜찮지.”
“잔치 코스?”
“메뉴는 자주 바뀌는데, 그날그날 들어오는 식재 중 가장 궁합이 좋은 음식으로 상을 꾸미거든. 그리고 예약을 하지 않아도 나오는 코스이기도 하고.”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은 미리 예약을 해야지. 그리고 운암정은 원래 예약제야.”
“확실히 운암정 문턱이 높기는 하고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음식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어.”
갓 만들었을 때 먹어야 가장 맛있는 음식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손님 두고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음식을 만들 수도 없고 말이다.
“잔치 코스는 몇 인분부터인데?”
“2인분.”
“그럼 그거 시키자.”
“말이 2인분이지, 셋이 먹어도 족한 음식들이야. 너 혼자서는 다 못 먹는다.”
“누가 혼자래? 이렇게 직원들이 많은데.”
강진이 직원들을 보며 하는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오! 오늘 돈 좀 쓰려나 보네?”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잖아. 가정의 달인데 우리 식구들하고 좋은 시간 보내야지.”
“단가 좀 비싼데.”
“얼마인데…….”
강진이 묻자 배용수가 그 귀에 작게 속삭였다. 단가를 들은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왜요?”
그 모습을 보던 이혜미가 묻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오늘 점심 메뉴가 참 맛있어 보여서요. 가죠.”
강진이 별것 아니라는 듯 말을 하고는 걸음을 옮기자 귀신들이 그 뒤를 따라갔다.
자신의 옆에 와서 주위를 둘러보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툭 쳤다.
“속이 깊어.”
“뭔 소리야?”
강진은 답을 하지 않은 채 그저 웃으며 길을 걸었다.
배용수가 단가를 귓속말로 알려준 것은 귀신 직원들이 부담을 가질까 걱정되어서였을 것이다. 생각보다 단가가 무척 높은 편이니 말이다.
강진의 뒤를 따르던 여자 귀신 중 조금은 통통한 스타일의 여자, 강선영이 말했다.
“그런데 사장님.”
강진이 보자 강선영이 말을 이었다.
“지출 내역 확인 안 하세요?”
신수용과 신수귀에게서 물건을 받을 때, 이제는 돈을 제대로 내고 있었다.
그래서 강선영이 가게 출납을 관리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경영학과를 나와서 계산이 빨랐던 것이다.
“아! 맞다. 그래서 어때요?”
“저희 음식 단가가 싸서 그런지 수입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마이너스는 아닌가 보네요?”
“월세가 나가는 가게였으면 백 프로 마이너스예요.”
“그럼 마이너스는 아닌 거죠?”
강진이 다시 한 번 마이너스인지를 묻자 강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상대로 하는 장사는 수입이 괜찮아요. 근데…….”
잠시 말을 멈춘 강선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시겠지만 저승식당 영업은 이승 돈으로는 그냥 마이너스예요.”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아는 내용이다. 귀신들이 이승 돈을 내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