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70
571화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카스를 물끄러미 보던 상주가 황민성을 보았다.
“죄송하지만 카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자신이 키우지 못하는 것이 미안한지 정중히 사과하며 부탁하는 상주의 모습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족처럼 잘 키우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상주가 한숨을 쉬고는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의 손길에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카스를 보던 상주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마음 같아선 아버지가 키우던 카스를 키우고 싶지만, 사는 곳이 아파트인 데다 집안에 사람이 없는 시간이 많아서 데려다 키우기에는 카스에게나 자신에게나 힘든 일이었다.
데려가도 낮 동안에는 늘 혼자 있어야 하니 말이다. 잠시 카스를 보던 상주가 손에 들린 작은 가방을 내밀었다.
“이건 아버님 조의금입니다. 카스를 키우다 보면 돈이 필요한 일이 있을 겁니다. 사료가 됐든 병원비가 됐든 이걸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 주셔도 되는데요.”
황민성의 말에 상주가 고개를 저었다.
“저희 아버지도 이걸 바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형제들하고 상의해서…… 사장님한테 조의금을 맡기기로 한 것입니다. 부디 카스를 위해 써 주십시오.”
상주가 머리를 숙이는 것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가방을 받았다.
“이 돈 카스를 위해서만 쓰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상주가 카스를 보았다. 그러고는 머리를 쓰다듬다가 말했다.
“너한테 정말 미안하구나. 그리고 앞으로 잘 살아.”
상주의 말에 카스가 그를 보고는 크게 짖었다.
멍! 멍!
마치 미안해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이다. 그런 카스를 보던 상주는 황민성과 강진에게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몸을 돌려 납골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상주를 물끄러미 보던 카스가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강진이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르신 이제 가셨어.”
강진의 말에 카스가 물끄러미 주위를 한 번 더 보다가 바닥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런 카스를 보던 강진은 한 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다. 어느새 카스의 눈썹이 살짝 은색 빛을 띠는 것이다.
‘카스도 JS 영향을 받나 보네.’
영수가 돼 가는 듯한 카스를 보던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저희 가게 가서 식사라도 하시겠어요?”
“일단 병원 가서 카스 약 바르고 우리 집으로 가자. 카스 집에서 좀 쉬게 해야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카스를 보았다. 카스는 아직도 목에 고깔 모양의 보호대를 차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카스를 볼 때, 오 실장이 차를 끌고는 다가왔다.
그에 강진이 뒷좌석 문을 열자 카스가 납골당을 한 번 보고는 뒷좌석에 올라탔다.
강진이 뒤따라 뒷좌석에 타려 하자, 황민성이 그를 잡았다.
“형이 카스 옆에 있을게.”
“그러세요.”
강진이 앞에 타자 황민성이 뒤에 올라탔다.
병원에서 카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강진은 황민성의 집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강진은 마당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이원익과 장춘심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오 실장이 없으면 그냥 아는 척을 하겠지만, 있으니 이렇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왔네.”
이원익이 웃으며 말을 걸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오 실장을 보았다.
그가 있어서 말을 하기 불편하다는 의미였다.
그런 강진의 행동에 이원익이 고개를 끄덕이며 카스를 보았다. 어느새 차에서 내린 카스가 몸을 부르르 떨고는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제 카스도 여기가 자기의 집이라는 것을 아는 모양이었다.
‘영수가 돼서 그런가?’
전에도 똑똑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오 실장이 고개를 숙였다.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오 실장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오늘하고 내일은 일정 없으니 집에 가서 쉬세요.”
“알겠습니다.”
오 실장은 고개를 숙이고는 마당 한쪽에 세워진 자전거에 올라탔다.
“자전거를 타고 가세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오 실장의 모습에 강진이 의아한 듯 묻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 가까운데 차 끌고 왔다 갔다 하기 그렇다고 자전거를 사시더라고. 운동도 할 겸 타고 다니시더라.”
“하긴, 이 동네 경치 좋아서 자전거 탈 만하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집 안으로 들어갈 때, 이원익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오늘은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모양이야.”
강진이 보자 이원익이 마당을 가리켰다. 평소 이원익과 장춘심이 밥을 먹는 마당 탁자에는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이원익의 말대로 고기를 구워 먹으려는지 삼겹살과 목살, 그리고 껍데기가 놓여 있었다.
“오셨어요?”
김이슬이 웃으며 나오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김이슬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카스를 보고는 한숨을 쉬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버지 가서 슬프겠지만…… 앞으로 우리 집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보자.”
“멍!”
김이슬의 말에 카스가 대답하듯 크게 짖었다. 자기는 괜찮다는 듯이 말이다.
그 사이 황민성은 한쪽에 있는 수돗가에서 손을 씻었다.
“강진이도 와서 손 씻어라.”
“알겠습니다.”
강진이 와서 손을 씻자 황민성이 수건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강진이 물기를 닦는 사이 장 여사가 조순례를 휠체어에 태우고 나왔다.
“강진이 왔구나.”
조순례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 몸은 괜찮으세요?”
“요즘이야 늘 몸이 좋지.”
조순례는 휠체어 옆에 걸려 있는 옥난을 보았다.
“이게 정신을 맑게 해 준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정신을 잃는 날이 그리 없어.”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옥난을 보았다. 휠체어 옆에는 옥난을 걸 수 있는 걸이가 붙어 있었다.
“이거 따로 제작을 하신 건가요?”
강진이 묻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 괜찮지?”
“옥난을 걸 수가 있어서 들고 다닐 필요가 없네요.”
“맞아. 난을 최대한 어머니 옆에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내가 아무리 어머니 옆에서 옥난을 들고 다녀도 거리가 떨어지잖아. 그래서 휠체어에 설치를 해 봤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웃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하셨네요.”
강진의 말에 재차 웃은 황민성이 불판에 연결되어 있는 장치의 전원을 켰다.
치이익! 치이익!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에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숯불이 아니네요?”
분위기는 숯불 바비큐를 할 것 같은데 전기 불판을 쓰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숯불도 괜찮기는 한데…… 숯으로 굽다가 타고 검은 연기 나면 그게 다 발암물질이라고 하잖아.”
“그런 이야기가 있죠.”
“그리고 숯불에다 하면 맛은 있는데 고기가 잘 안 익고 타는 부분도 있어서 어머니하고 먹을 때는 전기 불판에 구워.”
“그렇군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불판에 고기를 올리고는 집게를 내밀었다.
“네가 구워라.”
강진은 집게를 받아들곤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조순례가 웃었다.
“동생 불러 놓고 부려 먹는 거니?”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이 녀석은 좀 부려 먹어도 돼요. 내가 요즘 이 녀석 덕에 일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요.”
황민성의 농 섞인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럼요. 요즘 형이 저 때문에 고생 많이 하시죠. 그러니 편히 앉아서 드세요.”
황민성은 거 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는 고기를 옆에 놓으며 강진에게 작게 속삭였다.
“네가 구워야 귀신들이 더 맛있는 것 맞지?”
‘아! 귀신들 맛있게 먹으라고 한 거구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은 힐끗 주위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조순례의 옆에는 정주현이 있었고, 테이블에는 이원익과 장춘심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미 밥과 젓가락이 놓여 있었고, 자리도 비워져 있었다.
마치 그 둘이 앉을 자리라는 듯 말이다.
강진이 두 귀신이 앉아 빈자리를 보자 황민성이 작게 속삭였다.
“요즘 날씨 좋아서 가끔 밖에서 밥을 먹어. 그럴 때는 저 두 자리는 비워 두지만 음식은 놓지. 이왕 같은 울타리에 사니 같이 먹자고 말이야.”
“형수님이나 다른 분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냥 집안 귀신한테 공양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미신이 있다고 둘러댔어.”
“아…… 그걸 믿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어머니야 내가 거짓말을 해도 믿어 주실 거고, 이슬 씨야 나를 이해해 줄 테고…… 장 여사님이야 어머니 일에 관한 것 아니면 그리 신경 쓰지 않으시니까.”
“아! 그렇군요.”
“이쪽은 대충 익은 것 같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익은 고기들을 접시에 덜어 식탁에 올렸다.
“자! 식사들 하시죠.”
그에 조순례가 먼저 젓가락을 들고는 말했다.
“식사들 하세요.”
조순례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식사를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김이슬이 사료 그릇을 슬며시 식탁 밑에 놓았다.
“카스야, 밥 먹자.”
카스가 사료에 다가와 냄새를 맡고는 먹기 시작했다.
그런 카스를 보며 강진은 조금 안도가 되었다. 혹시라도 오동민이 없다고 밥을 안 먹거나 힘들어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던 것이다.
‘그래. 앞으로도 밥 잘 먹고…… 잘 지내.’
카스를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을 때, 조순례가 그에게 쌈을 내밀었다.
“강진아.”
“감사합니다.”
강진이 손을 내밀자, 조순례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입 벌려. 엄마가 하나 넣어 주려고 그래.”
그에 강진이 웃으며 입을 벌리자, 조순례가 그의 입에 쌈을 넣어주었다.
“맛있네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쌈을 싸서는 황민성의 입에도 넣어주었다.
황민성이 웃으며 쌈을 받아먹고는 자신도 하나 싸서는 어머니의 입에 넣어주었다.
“많이 드세요.”
“그래. 너도 많이 먹고.”
조순례는 이번엔 김이슬에게 쌈을 싸서 주었다.
“우리 며느리도 많이 먹어.”
“어머니도 많이 드세요.”
그들의 다정한 모습을 보며 웃던 강진은 불판에서 익어가는 고기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다.’
강진은 기분이 좋았다. 고기가 맛있어서인 것도 있지만 지금 이 분위기가 좋았다.
어머니 같은 조순례가 있고 형 같은…… 아니, 형인 황민성이 있다. 그리고 형수도 있고…….
‘개도 있네.’
정말 평화로운 가족이 가볍게 점심을 먹는 그런 분위기였다. 이 가족 같은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진 강진은 미소를 짓다가 아차 싶었다.
‘아차!’
뭔가 빠졌다는 것을 느낀 강진이 작게 입을 열었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화아악!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다른 직원들도 불렀다.
화아악! 화아악! 화아악!
귀신들이 나타나자 배용수가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민성 형 집이구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가족이 모여서 식사하는데 우리 가족이 없으면 안 되죠. 식사들 하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웃었다. 가족이라는 말이 무척 듣기 좋은 것이다.
“가족이라…… 좋네.”
배용수는 강진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그렇지. 가족 식사 자리인데 당연히 우리를 불러야지.”
“당연하지. 넌 내 마누라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그런 소리 좀 안 하면 안 되냐?”
“왜, 마누라 포지션 마음에 안 들어?”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야…… 너 아파.”
“나? 나 안 아픈데?”
“아니야. 너 아파.”
배용수가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는 시늉을 하고는 말했다.
“너 정말…… 많이 아프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웃었다.
“마누라, 이게 병이면 치료 안 하련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는 한숨을 쉬다가 고개를 젓고는 젓가락을 집어 든 뒤 탁자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