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72
573화
한끼식당에 들어온 강진은 김소희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소 사장님 아들하고는 연락을 안 하는 것입니까?”
강진의 물음에 과자를 씹던 김소희가 한숨을 쉬었다.
“전화 연락 정도는 하는 모양이지만…… 따로 만나지는 않는다네.”
“어머니가 무당이라서요?”
김소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남편분은 없으세요?”
“남편은 일찍 사별하고 월향이 혼자 아들을 키웠네.”
말을 하던 김소희가 재차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월향이를 이리 대할 줄을 몰랐네.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 하여 어미를 모른 척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또한 제 어미가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번 돈으로 입고 먹지 않았는가.”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식은 그러면 안 되는 것이야. 식구가 아닌가.”
분통이 나는 듯 인상을 쓰는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 사장님이 참 슬펐겠네요.”
“아이가 학교를 간 후 비가 온 날이 있었네.”
강진이 보자 김소희가 말을 이었다.
“우산을 가져가지 않은 아이가 비를 맞을까 싶어 월향이가 우산을 가지고 학교 앞에서 기다린 적이 있었지. 그런데…… 그 아이가 비를 맞으며 서 있는 월향을 보더니 모르는 사람인 척하며 그냥 지나가더군.”
“아…….”
자신을 보고 피해 가는 아들을 보며 소월향이 느꼈을 슬픔에 강진이 작게 탄식을 토했다.
“그때 참 비가 많이 왔는데…… 월향이가 그날 내린 비보다 눈물을 더 많이 흘렸을 것이야.”
비가 오는 날 아들을 위해 우산을 가져갔는데, 그 아들이 자신을 모른 척하고 비를 맞으며 가는 것을 보았다면…….
‘음…….’
강진은 입맛을 다셨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월향이 아들은 지옥을 갈게야.”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보통 이런 말은 그냥 하는 말이고 흘려들으면 된다.
하지만 김소희가 하니…… 예언 같았다. 다른 귀신도 아니고 김소희가 하는 말이니 말이다.
‘하긴, 말만 들어도 불효 지옥 같은 곳에 빠지겠네.’
부모보다 일찍 죽어도 불효를 다루는 지옥에서 재판을 받는다는데 엄마를 모른 척하고 지금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지옥 확정이기는 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슬쩍 핸드폰 가게가 있는 곳을 보다가 말했다.
“오늘은 소 사장님 아들 때문에 오신 건가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연히 월향이 아들 가족을 보았네. 아들이 안고 있는 아기를 보니 월향이가 생각이 나더군. 월향이도 손주가 참 보고 싶을 텐데.”
“그야 그렇겠죠. 내리사랑이라고 자식만큼 예쁘고 귀여운 것이 손주이니…….”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김소희를 보았다.
“그런데 소 사장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나이?”
“손주가 있을 나이로는 안 보이셔서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당을 하는 이들은 귀신을 가까이해서인지 노화가 느리게 진행이 되지. 월향이가 젊어 보여도 아마 오십은 넘을 것이야.”
“오십?”
말도 안 되는 동안이었다. 강진은 신기하다는 듯 소월향을 떠올리다가 문득 그녀를 보았다.
“그럼 혹시 저도?”
무당이 귀신을 가까이해서 젊어 보인다면 자신도 그 혜택을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글쎄…… 무당이나 박수들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기는 하는데 내가 이때까지 본 저승식당 주인들은 대부분 그 나이대로 보이더군.”
“왜요?”
귀신을 가까이하는 건 같은데 왜 저승식당 주인들은 그대로 나이를 먹나 싶었다.
“글쎄…….”
김소희도 그에 대해서는 모르는 듯 말끝을 흐리다가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월향이가 안쓰럽군.”
그런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소 사장님과 가까운 모양이군요.”
김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아들 가족과 소 사장님 같이 모셔서 저희 가게에서 식사하면 좋을 텐데.”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그거 좋군.”
“네?”
“자네가 한 번 자리를 마련해 보게.”
강진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제가요?”
“왜, 못 하겠는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못 하기는요. 제가 자리를 꼭 마련해 보겠습니다.”
그제야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김소희가 과자를 집어 입에 넣었다.
아드득! 아드득!
과자를 맛있게 먹는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문득 물었다.
“혹시…… 처음부터 저한테 이러려고?”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자네는 월향이의 처지가 딱하지 않은가?”
“물론 딱하죠.”
“맹자께서 이르기를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착한 마음이 인의 단서라고 하셨네. 자네는 측은지심이 없는가?”
“저야 측은지심 덩어리지요.”
특히 요즘 저승식당 하다 보니 말 그대로 측은지심 덩어리가 된 것 같았다.
워낙 딱하고 안쓰러운 사정을 가진 귀신들이 많다 보니 측은지심이 무럭무럭 생기는 것이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한 번 잘 해 보게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가씨께서 작정을 하고 오신 거구나.’
아무래도 김소희는 소월향 일을 자신에게 맡기려고 작정하고 온 모양이었다.
물론 사연을 들으니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 다만 어떻게 도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뿐이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물었다.
“소 사장님 혹시 무당을 그만둘 수는 없습니까?”
무당 일을 하는 어머니가 싫다면, 무당을 그만두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자네는 저승식당을 그만둘 수 있나?”
“그건…….”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처음에야 돈을 보고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안쓰러운 귀신들을 돕는 것이 좋아서 식당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좋아서 하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런 강진을 보며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월향이도 마찬가지네.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가 없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생각에 잠겼다.
‘그럼 무당을 그만둘 수는 없고…….’
강진은 그 아들이라는 사람의 마음도 조금 이해가 되었다.
아마도 어렸을 때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을 것이다. 무당집 아들이라고 놀렸을 것이고, 친구 부모들은 무당집 아들이랑 같이 놀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소월향이 우산을 가지고 왔을 때 모른 척하며 지나갔을 것이다.
무당 엄마가 있다고 놀림을 당하는데, 무당 엄마가 우산을 가지고 왔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아내와 처가에 자신의 엄마가 무당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을 테고…….
‘무당이라…….’
강진은 무당이라는 인식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생각을 하다가 입맛을 다셨다.
그러고 보면 원승환도 직업 때문에 결혼 허락을 못 받다가 겨우 허락을 받았으니 말이다.
‘직업이라…….’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혼자 하기 힘들면…… 황민성에게 도와달라고 하게.”
“민성 형요?”
김소희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소희 아가씨가 도우라 했다면 민성 형도 두 팔 걷고 나서기는 하시겠다.’
황민성은 김소희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김소희가 해 준 말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어머니가 요양원에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소희가 말을 덧붙였다.
“카스가 황민성 집에 있더군.”
“가 보셨어요?”
“지나다니다가 보았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 웃음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왜 웃는 건가?”
“지나가다가 보시는 것이 참 많으신 것 같아서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린 채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말없이 과자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김소희를 놀리는 것이 아주 많이 재밌기는 하지만…… 이것도 목숨 걸고 해야 하는 일이다.
여기서 조금 더 건들면 검을 소환해서 손에 쥘 것 같았다.
***
우웅!
진동음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냈다.
황민성의 문자에 강진이 웃으며 김소희를 보았다.
“민성 형 왔네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황민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쇠뿔도 단김에 뽑으라고, 황민성에게 바로 전화를 해서 김소희가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고 말을 했다.
그 말에 황민성은 사정도 듣지 않고 바로 온 것이다.
“아가씨는?”
안으로 들어온 황민성이 묻자 강진이 음료수가 있는 자리를 가리켰다.
그에 황민성이 탁자에 다가와서는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
황민성의 인사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앉게.”
“앉으시래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아가씨 목소리 들려.”
“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전에 김소희는 황민성에게 직접 말을 했었다.
다른 귀신들은 못 하지만, 김소희 정도 되면 인간에게 자신의 목소리 정도는 들리게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황민성은 음료수가 놓인 곳의 반대쪽에 자리를 했다. 그런 황민성에게 커피를 한 잔 타다 준 강진이 물었다.
“어머니는요?”
안부를 묻는 강진을 보며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카스하고 계속 붙어 있어.”
“잘 지내시나 보네요.”
“엄마는 아빠 잃은 카스가 안쓰러워서 계속 쓰다듬고 예뻐하고, 카스는 어머니가 아파 보이니 옆에서 같이 놀아드리는 것 같고. 둘이 서로 의지하며 잘 지내는 것 같더라.”
“다행이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문득 말했다.
“그런데 카스 눈썹이 은색으로 반짝인다.”
그 말에 강진은 슬쩍 웃었지만, 황민성은 다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어디 아픈가 싶어서 병원 데려갔는데 멀쩡하다고 하고…….”
“그건 영물이 되고 있어서 그래요.”
“영물?”
황민성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승에서 파는 사료를 먹어서 그래요.”
“거기 사료를 먹으면 영물이 돼?”
“영물이라는 건 제 생각인데…… 저승 사료 먹으면 애들이 똑똑해지더라고요. 귀신도 보고 만지고.”
“그래?”
황민성이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리다가 웃었다.
“너하고 있다 보니 신기한 일이 많다.”
“제가 사는 세상이 평범하지는 않죠.”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은 김소희가 있는 곳을 보았다.
“제가 도와야 할 일이 무엇인지요?”
사정을 듣지 않고 왔기에 황민성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황민성의 물음에 김소희가 강진을 보자, 강진이 소월향의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던 황민성의 얼굴이 점차 굳어졌다.
‘남의 일 같지가 않네.’
소월향의 아들과는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자신도 어머니 속을 썩게 한 불효자이니 말이다.
잠시 말을 하지 않던 황민성이 김소희가 있는 곳을 보며 말했다.
“소월향 씨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아들을 위해서도 돕겠습니다.”
김소희가 보자,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저도 불효를 했지만, 정말 많이 후회했습니다. 어머니가 아프시고 난 후에 한 후회라 정말……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조금만 더 어머니가 괜찮을 때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어머니 건강할 때 사랑한다고 말을 할 것을…….”
황민성은 결의에 찬 눈으로 김소희를 보았다. 물론 텅 빈 허공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그 아들이 저처럼 가슴을 치고 후회하지 않도록…… 만들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네.”
김소희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