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75
576화
가게 안으로 들어온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그런데 오늘 일정 없었나 보네요?”
“일요일에는 쉬어야지. 준비는?”
“다 되어 가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하얀 종이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그러고는 급히 말했다.
“이건 다른 의미가 아니라 음식 식재 값 정도야. 정말 많지 않다.”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싶어 빠르게 변명을 하는 강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봉투를 받았다.
그러고는 바로 봉투를 열어 보자, 강상식이 무안한 듯 말했다.
“뭘 그걸 여기서 열어.”
“식재 값이라면서요.”
봉투엔 말 그대로 식재 값을 넣었는지 삼십 정도 들어 있었다.
“잘 쓸게요.”
강진이 웃으며 봉투를 주머니에 넣는 것에 강상식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강진이 안 받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강상식은 이 봉투를 마련하며 액수에 대해 고심했다. 많이 넣으면 강진이 부담스러울 테고, 적게 넣으면 식재 값으로 부족할까 싶어 걱정한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삼십이었다. 십이나 이십은 좀 적어 보이고, 사십이나 오십은 많아 보여서 말이다.
그렇게 고심해서 준비한 봉투를 강진은 생각보다 순순히 받았다. 평소라면 괜찮다면서 거절했지만, 돈의 용도와 거기에 담긴 강상식의 마음을 알기에 거절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으론 이 또한 다 강상식의 선행인 만큼, JS 금융에 저금이 될 터였다.
‘제가 받아서 좋은 일에 쓰면 형 나중에 밥값에 보태는 겁니다.’
저승 가서 밥 먹으려면 돈이 필요하니 말이다. 강진이 봉투를 챙기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오늘 새로운 보육원으로 간다면서?”
“이야기 들으셨어요?”
“네가 예전에 갔던 곳이라고 하던데? 어떤 곳이야?”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공 차기 좋은 곳이죠.”
“그래?”
“폐교한 초등학교를 보육원으로 단장해서 만든 곳이에요. 그래서 운동장이 꽤 넓어요.”
“좋네.”
미소 짓는 강상식을 보던 강진은 아차 싶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자고 했는데 아직도 커피를 타지 않은 것이다.
그에 강진이 종이컵에 커피를 타서는 강상식에게 내밀었다.
“민성 형은 언제 오시나?”
“어머니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테니 조금 기다리면 오실 거예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상식이 말했다.
“다음에는 승환 씨하고도 같이 가자.”
“같이 가면 좋기는 한데…… 주말은 승환 형 바쁘실 것 같은데요?”
“하긴 원 실장은 주말에 손님이 더 많기는 하지.”
강상식은 입맛을 다셨다.
“언제 시간 내서 승환 씨하고도 말을 터야 하는데.”
강진이 보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너하고 민성 형은 승환 씨하고 형 동생 하기로 했다는데…… 그럼 나도 형 동생 해야지.”
“이러다가 저희 아는 사람하고 다 친해지려고 하겠어요?”
“그럼 좋지. 소개해 줄 사람 있으면 소개해 주라.”
“진짜요?”
“너하고 친한 사람이면 나도 친해지고 싶어.”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형도 술 좋아하죠?”
“좋아하지.”
“술 좋아하는 학교 선배 한 명 있는데…….”
“그래? 그럼 소개해 줘.”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광현이라면 강상식과 잘 어울릴 것이다.
최광현이 윗사람에게도 잘 하고…… 일단 사람이 착하고 선하다. 그러니 강상식과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강상식과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 푸드 트럭에 식재 좀 올리고 있을게요.”
“도와줄까?”
강상식이 따라 일어나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건 쓸 사람이 실어야 더 편해요. 쉬시다가 민성 형 오면 말이나 해 주세요.”
“그래. 알았다.”
강상식이 다시 자리에 앉으며 커피를 마시자, 강진은 주방으로 들어가 식재들을 몇 개 챙겨서는 푸드 트럭에 실었다.
잠시 후 황민성까지 합류한 일행은 보육원이 있는 곳으로 출발했다.
***
아침 일찍 출발했기에 아홉 시쯤 행복 보육원에 들어설 수 있었다.
푸드 트럭이 들어오는 것에 운동장에 나와 있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왔다.
“와! 푸드 트럭이다!”
강진이 전에 푸드 트럭을 끌고 왔던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뛰어오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애들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강진의 중얼거림에 옆에 타고 있던 배용수가 그 어깨를 툭 쳤다.
“네 몸이 둘이 아닌데 어떻게 여기도 오고, 거기도 가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전에 음식을 했던 곳에 주차했다.
차에서 내리는 강진에게 아이들 몇이 다가왔다.
“전에 오셨던 아저씨다.”
자신을 알아보는 아이들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이 요즘 자주 못 와서 미안해.”
“아니에요. 민성 아저씨가 형 바빠서 그렇다고 미안하다고 했어요.”
“형! 우리 핫도그 해 줄 거예요?”
“그럼. 핫도그도 해 주고 튀김도 해 주고 통닭도 튀겨 줄 거야. 형이 맛있는 것 많이 가져왔다.”
강진은 보란 듯 푸드 트럭 캡을 열었다.
“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웃을 때, 행복 보육원 원장인 박성영이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반갑게 인사를 하는 박성영에게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그간 격조했습니다.”
강진의 말에 박성영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황 사장님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동안 집에 다니셨다고요.”
집이라는 말에 잠시 멈칫했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네.”
강진에게 보육원 또한 집이니, 틀린 표현은 아닌 것이다.
“한마음 보육원 출신인 줄은 몰랐습니다.”
“아세요?”
“같은 지역에 있는 보육원이다 보니 서로 알음알음 알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셨구나.”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성영이 웃으며 푸드 트럭을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애들이 푸드 트럭 언제 오냐고 그랬는데…… 정말 좋아하겠습니다.”
“앞으로 자주 오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저희야 감사하지요.”
“그럼 저는 애들이 기다리는 음식을 좀 하겠습니다.”
강진이 음식 준비를 하러 트럭에 올라탈 때, 강상식이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강상식이 인사를 하자 박성영이 고개를 숙였다.
“행복 보육원 원장 박성영입니다.”
박성영의 인사에 강상식이 손을 내밀었다.
“오성화학 강상식입니다.”
“오성화학?”
“아…… 대표입니다.”
“아!”
오성화학 대표라는 말에 박성영의 눈이 반짝였다. 대기업 대표가 눈앞에 있으니 말이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그가 돈을 밝혀서가 아니라…… 애들을 키우려면 늘 돈이 필요하고 또 부족한 것이다.
“제 복장이 이래서 좀 그렇기는 한데…….”
강상식은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후원금입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쓰겠습니다.”
박성영이 환하게 웃으며 봉투를 받자, 강상식이 미소를 짓고는 강진을 보았다.
“내가 뭐 도와줄까?”
“아니에요. 형은…… 복장에 맞게 하시면 될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자신의 차 트렁크에서 그물망에 들어 있는 공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어제 새벽에 전화받았을 텐데 공은 언제 저렇게 준비를 하셨대?’
의아하기는 하지만…… 재벌인 강상식이니 어떻게든 구해 왔을 것이라 여겼다.
강진은 피식 웃으며 박성영을 보았다.
“공 가져오는 분들 참 많으시죠?”
강진의 말에 박성영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원하시는 분 중 남성분들이 공을 많이들 가져오시죠.”
보육원에도 공은 많다. 일단 공 하나 주면 애들이 잘 노니 말이다.
문제는 공은 진짜 좋은 걸 사는 게 아닌 이상 저렴한 편이라 보육원에도 이미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강진이 웃은 것이다. 강상식이 공을 가져온 것에 말이다.
한편 강상식을 보던 박성영은 손에 들린 봉투를 보다가 웃었다.
“사장님하고 같이 오시는 분들은…… 오자마자 이렇게 봉투를 주셔서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마음이 편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갈 때 주거나 식사 후에 주는데 황민성이나 강상식은 들어와서 얼굴 보자마자 주니 말이다.
박성영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민성 형이 그러는데 줄 돈은 빨리 주는 것이 좋다고 하더군요.”
“하하, 그런가요. 아! 저희 원생들 졸업하면 원하는 애들은 황 사장님 학교에서 직업 훈련을 받기로 했습니다.”
“잘됐네요.”
강진의 말에 박성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이 여기 나가면 뭘 하고 살지 걱정이 많았는데…….”
박성영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조순례와 황민성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가진 것 없으면…… 기술만 한 것도 없지요.”
웃으며 박성영이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성영의 말에 강진이 머리를 긁었다. 계속 고맙다고 하니 민망한 것이다.
“그럼 저는 음식 준비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재차 고개를 숙인 박성영은 황민성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진이 그런 박성영을 볼 때,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민성 형이 좋은 일 많이 하시네.”
“애들한테는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야.”
강진 자신도 가장 막막했던 때가 보육원을 나왔을 때였다.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이고, 보호받기에는 너무 커 버린…….
그리고 세상 천지에 의지할 데 없이 나와 버린 사회 초년생…….
그때를 떠올리던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 보면 힘든 시기였다.
직업 훈련도 큰 도움이 되지만, 아마도 애들에게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알려 주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자, 음식 시작해 보자.”
일단 트럭에 실었던 식재들을 쓰기 편하게 정리해 놓은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음식이라고 하지만 강진이 딱히 할 것은 없었다. 강진이 잠든 사이 배용수와 여자 귀신들이 오늘 쓸 식재들을 모두 다 다듬어 놓은 것이다.
야채 튀김에 쓸 야채들은 다 썰려 있고, 고기와 닭도 기본양념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그냥 튀기거나 볶으면 요리는 끝이었다. 강진이 재료들을 다시 살필 때, 노인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왔구먼.”
그에 고개를 든 강진은 이전에 만났던 감초 어른을 발견했다.
강진은 주위를 한 번 보고는 사람들이 이쪽을 보지 않자 노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
강진의 인사에 감초가 웃으며 식재들을 보다가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허공을 밟으며 떠올랐다.
‘와…….’
전에 보기는 했지만 감초 어른도 보통 귀신하고는 수준이 다른 존재였다.
조선 시대 때부터 있던 오래된 귀신이니 말이다.
강진이 감탄을 하는 것에 감초가 웃으며 말했다.
“애들 먹게 음식은 해야지.”
“아, 네.”
강진은 서둘러 어묵을 끓일 육수를 통에 붓고는 불을 올렸다. 그리고 그 옆에다가는 솥을 놓은 뒤 그 안에 튀김에 쓸 기름을 붓고 불을 올렸다.
그런 강진을 지그시 보고 있던 감초가 슬쩍 말했다.
“부탁 하나 해도 될까?”
“부탁요?”
“도시락 하나 해줬으면 하는데…….”
“도시락 만들어 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누구 드리게요?”
강진의 말에 감초가 보육원 근처에 있는 산을 보았다.
“내 아들이 저 산에 있거든.”
그에 강진이 다소 굳은 얼굴로 산을 보았다.
‘아드님도 귀신이 되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