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77
578화
“저 아이 죽을 때 아빠도 같이 죽었어.”
“아…….”
강진이 놀란 눈을 하자, 감초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장례식장에 가서 애 아빠 봤는데…… 펑펑 울더라고. 눈 안 보이는 마누라에 어린 새끼만 두고 가려니 가슴이 찢어진다고. 휴! 게다가 어디 그뿐인가? 자기 어린 딸까지 같이 가게 생겼으니.”
그때가 떠올랐는지 감초 노인이 한숨을 쉬었다.
“그 이 정말 다리가 안 떨어졌을 텐데…….”
“그런데 어떻게 가셨어요?”
그런 상황이라면 귀신으로라도 남아서 가족들을 지켜주고 싶을 것이었다.
강진의 물음에 감초 노인이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은실이가 납골당에 남편 유골 넣을 때 울면서 그랬거든. 당신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고…… 정말 나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 줘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그러니 이제는 편히 쉬고…… 편히 가라고. 그 말 듣고 애 아빠가 한참을 울다가 떠났지.”
감초 노인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남는 것보다…… 더 힘든 길을 걸어 가셨구나.’
애들 아빠는 남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의 말에 울면서 간 것이다.
강진이 입맛을 다시는 사이, 옆에 앉아 있던 배용수도 한숨을 쉬었다.
“아이고야…….”
그가 내뱉은 짧은 탄식엔 깊은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그런 배용수를 힐끗 본 강진은 다시 감초 노인을 보며 물었다.
“그럼 생활은 어떻게 하시는 거죠?”
“그러게. 눈이 안 보이시면…… 일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감초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마을 사람들이 부업거리 같은 것 가져다주면 그거 하지.”
“부업거리요?”
“마늘도 까고, 봉투도 붙이고. 볼펜도 조립하고.”
“손 감각이 좋으신가 보네요.”
“손 감각이 좋아서 하겠나. 그저 이가 없으면 잇몸인 게지.”
입맛을 다시며 송은실을 보던 감초 노인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것도 있어서…… 어떻게 살림은 꾸려 나가는 모양이야.”
“다행이네요.”
“거기에 부부 둘 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거든. 그래서 마을 어른들이 삼촌이고 고모고 이모라…… 이것저것 챙겨주고 도와주지.”
“마을 분들이 따뜻하네요.”
감초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마을 터가 좋아. 사람들이 정이 있거든.”
“그런 것 같네요.”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은 아이들을 보다가 튀김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보육원 아이들이 즐겁게 튀김과 음식을 먹는 것을 보던 강진은 마지막으로 튀김을 한 번 더 튀겨내고는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가스 불을 끄고는 감초 노인을 보았다.
“애들 여기에 못 다가오게 해 주실 수 있나요?”
“음식 못 먹게 하라고?”
“아니요. 여기 푸드 트럭 안에요. 칼도 있고 기름도 있어서 위험하거든요.”
“그 정도야 할 수 있지.”
감초 노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귀신들은 사람을 막거나 하지 못하지만, 확실히 감초 노인은 오래된 귀신이라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푸드 트럭을 노인에게 맡긴 강진은 반찬 통들을 챙겨서는 보육원 주방으로 걸어갔다.
옛날 학교를 개조해서 만든 거라 건물 안에는 취사할 만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1층 교실을 개조해서 주방으로 쓰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직원들이 아이들 먹을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여학생들도 몇 있었다.
“실례합니다.”
주방에 들어가기 전에 강진이 말을 하자, 아주머니 한 명이 그를 보고는 웃으며 말을 걸었다.
“뭐 필요하세요?”
“통 좀 씻었으면 해서요.”
“이리 주세요. 제가 씻어 드릴게요.”
아주머니가 다가와 손을 내밀자 강진이 통을 건네주었다.
“주방에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들어오셔도 돼요.”
“그럼 제가 할게요.”
“들어오기만 하시고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웃으며 아주머니가 통을 싱크대에 놓고는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푸드 트럭 사장님 거예요?”
“네.”
“푸드 트럭은 소득이 괜찮아요?”
아주머니의 질문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푸드 트럭은 음식 봉사 할 때 쓰려고 만든 거라 소득은 거의 없습니다.”
“어머…… 음식 봉사 하려고 푸드 트럭을 만든 거예요?”
아주머니가 감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좀 어렵게 살았거든요. 그래서 배고픈 것이 싫은데…… 음식 장사를 하다 보니 이런 쪽으로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럼 어디 어디 가봤어요?”
“제가 보육원 출신이라 보육원에 자주 가고, 전에는 소방서에 음식 봉사 한 번 했습니다. 그리고…… 밤에 배고픈 분들 있는 곳에 식사 봉사하고요.”
“노숙자들요?”
아주머니의 말에 고개를 저으려던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죠.”
집에서 자지 못하니 귀신도 노숙자이기는 한 셈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이후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여학생들이 다가왔다.
“저…… 안녕하세요.”
학생이 말을 거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존대에 여학생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가 슬며시 말을 했다.
“저 서울 음식점에 취직하는 거 어렵나요?”
“음식점요?”
“여기 나가면 서울에서 취직하고 싶어서요.”
여학생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음식점 서빙으로 일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건 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
여학생이 한숨을 쉬자 강진이 말했다.
“제가 보육원 출신이에요.”
“정말요?”
아주머니와 하는 이야기를 못 들어서인지 강진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을 여학생은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다 같은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에 동질감을 느꼈는지 그녀의 얼굴에 어린 긴장감이 조금은 사라졌다. 그런 여학생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왜 서울이에요?”
“서울에서 살고 싶어서요.”
여학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서울은 기본적으로 방값이 비싸요. 그건 알고 있죠?”
“네.”
“보육원 나오고 제가 가장 힘들었던 건…… 서울 방값이었어요.”
“아…….”
강진은 서울에서 살면 안 좋은 점들을 하나씩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 강진의 말을 여학생은 주의 깊게 들었다.
그녀는 서울에서 살고 싶어서 서울에 있는 직장을 다니려 하고 있었다. 일을 하면 생활비는 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강진이 하는 현실적인 조언을 들으니 여러 생각이 드는 모양이었다.
진지해진 여학생들의 표정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셋이 동갑이에요?”
“네.”
“그럼 셋 다 서울에서 살고 싶고요?”
여학생 셋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나마 혼자보다는 셋이 같이 다니면 외롭지는 않겠네.’
셋이라고 해서 서울 생활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돈을 벌 기회가 많은 서울이지만,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는 쉽게 기회를 주지 않는 곳도 서울이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셋에게 내밀었다.
“혹시 서울에서…… 심심하거나 하면 찾아오세요.”
말은 심심하면 찾아오라고 했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제가 알바를 많이 했던지라 일은 힘들어도 사람이 좋은 일자리는 좀 알거든요.”
“사람요?”
“일은 힘들어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힘들면…….”
강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진짜 할 맛 안 나거든요.”
강진의 말에 여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여학생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서울 노원에 칼국수 맛집이 있어요. 거긴 주방 일이 힘들어서 늘 사람 구하니까, 정말 일이 힘들어도 열심히 할 수 있다 싶으면 말해요. 소개해 드릴게요.”
“정말요?”
“정말이죠. 근데 각오해야 할 거예요. 거기 주방 전쟁터처럼 힘들거든요.”
“대신 사람이 좋은 곳이죠?”
여학생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노원에 있는 칼국수 가게를 떠올렸다.
“정말 좋은 분들이 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월급도 잘 주니…… 주방에서 일하면서 기반 잡고 음식 공부를 좀 더 하세요. 아니면 거기에서 칼국수 비법 전수받는 것도 괜찮고요.”
“감사합니다.”
용무가 끝난 여학생들이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한쪽으로 가자, 아주머니가 웃으며 반찬통을 내밀었다.
“애들한테 좋은 이야기 해 줘서 고마워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여학생들을 보다가 말했다.
“친한 친구끼리 사회 같이 나가면 외롭지는 않겠네요.”
“그래도 시작은…… 많이 힘들죠.”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봉사인지 아니면 직원인지 모르겠지만 아주머니도 원생들이 이곳을 나가면 힘든 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잘 아는 듯했다.
“사회 초년생은 다 힘든 법이죠.”
강진은 어느새 설거지가 다 된 통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설거지 감사합니다.”
“뭘요.”
아주머니에게 고개를 숙인 강진이 주방을 보다가 말했다.
“오늘 점심은 김치 콩나물국인가 보네요?”
“아침에 애들 튀김을 먹어서 점심은 좀 칼칼하고 개운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재차 감사 인사를 한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저기 그런데 밥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밥요?”
“여기에 좀 채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따가 같이 여기서 드시지 않고요.”
“날씨가 좋아서 밖에서 좀 먹고 싶어서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아주머니는 밥통에서 밥을 퍼서는 반찬통에 담아주었다.
“음식 할 때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었다.
“아니요. 애들 푸드 트럭에서 많이 먹어서 점심은 조금만 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강진은 반찬 통을 들고 주방을 나왔다.
그대로 푸드 트럭으로 향한 강진은 깨끗해진 반찬통에 김치와 튀김들을 싸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밥 얻어 온 건가?”
감초 노인의 말에 강진이 튀김들을 담으며 말했다.
“제가 밥은 따로 안 가져와서요.”
“그 어묵꼬치도 좀 싸 줘.”
강진이 꼬치에서 어묵을 뽑아서는 반찬통에 담고는 국물을 떠서 넣었다.
그렇게 모든 반찬을 챙긴 강진은 반찬통 뚜껑을 닫은 뒤 감초 노인을 보았다.
“그런데 정말 이거 어떻게 가져가시려고요?”
강진의 물음에 감초 노인이 손을 스윽 내밀었다.
스윽! 스윽!
감초 노인의 손이 움직이자, 반찬통들이 불투명하게 변하며 그의 손에 들렸다.
“아.”
그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들이 밥을 먹을 때 그릇을 드는 것처럼 감초 노인이 도시락을 챙긴 것이다.
‘하긴, 저렇게 하면 가져갈 수 있겠네.’
그동안 귀신들은 앉은 자리에서 음식을 먹었지, 음식을 가지고 가지를 않아서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도시락 고맙네.”
감초 노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감초 노인이 도시락을 들고는 사라졌다.
스르륵!
안개처럼 흩어지듯이 사라지는 감초 노인의 모습에 강진이 옆에 있는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저런 거 못 한다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고는 통에 담은 튀김을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귀신이 손을 댔다고 해서 상하지는 않으니 그냥 먹으면 되는 것이다.
감초 노인이 가져간 음식들을 가장 앞에 둬서 애들이 빨리 먹을 수 있게 한 강진이 새로 음식들을 통에 담았다.
그렇게 튀김을 담은 통을 봉지에 넣어 챙긴 강진은 푸드 트럭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송은실을 보았다. 송은실은 차지혜가 음식을 먹는 것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을 텐데도 딸이 맛있게 먹는 것은 아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