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90
591화
신인성은 멍하니 ATM 옆에 숨어 핸드폰 가게에 있는 소월향을 보고 있었다.
소월향은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하아!”
신인성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동안 어머니를 많이 원망했었다.
어머니의 직업만 아니었으면 친구들과 평범하게 지냈을 수 있었을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그는 고등학교를 나오자마자 바로 집을 나왔다. 자신과 어머니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은…… 친구들과 게임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을 때였다.
잘 될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니 회사를 만들었고 말이다.
사람들이 재밌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게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으쌰 으쌰 해서 만든 게임도 별 흥행을 하지 못하고 망했다. 친구 다섯이서 만든 게임이니 많이 부족하기도 했고, 시험 삼아 만든 것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다운로드 수가 1000명도 되지 않으니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결혼을 하고 가장으로서의 무게까지 생기니 더 어머니 생각이 들었다.
그전까지는 어머니가 무당이라는 사실이 자신을 옭아매는 것 같아 싫었는데…… 가장의 무게를 알게 되니 어머니가 힘들게 자신을 키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들인 자신도 싫어하는 직업을 해야 했던 이유…… 그건 자신 때문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아이까지 태어나니 어머니 생각이 더 자주 들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10년 동안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고, 연락도 받지 않았던…… 자신이니 말이다.
멍하니 유리문 너머의 소월향을 보고 있던 신인성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여전하시죠.”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신인성이 흠칫해서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자신의 옆에 강진이 있는 것을 보고는 놀라 말했다.
“어떻게?”
“저희 가게가 바로 옆이잖아요.”
강진이 자신의 가게를 가리키자, 신인성이 그쪽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도둑질하다 걸린 아이처럼 급히 몸을 돌렸다.
“그럼.”
신인성이 가려 하자, 강진이 말했다.
“문 열기 쉽지 않죠?”
신인성은 걸음을 멈췄다. 그런 신인성을 보던 강진이 소월향을 보았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는 소월향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사장님 얼마나 지켜보고 계셨어요?”
“…….”
신인성이 답을 하지 않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사장님은 창밖을 자주 보세요.”
강진의 말에 신인성이 그를 보았다.
“아는 분께서는 사장님이 외로워서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삼는 거라고 하셨는데…… 저는 기다리는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기다려요?”
“사장님께서는 문을 열고 들어올 반가운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요?”
강진의 말에 신인성이 입술을 깨물었다.
“저를 기다린다는 건가요?”
“인성 씨는 누구일 거라고 생각하세요?”
신인성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저는…… 십 년 동안 어머니와 연을 끊고 살았습니다.”
말을 하던 신인성은 손으로 눈가를 닦았다.
“요즘 일이 힘들어서 그런지 어머니 생각이 자주 났습니다.”
강진은 신인성을 보았다. 그는 울고 있었다. 다 큰 어른이 눈물을 줄줄 흘리는 것에 강진이 그를 말없이 보았다.
“엄마도…… 나를 이렇게 힘들게 키웠는데…… 나는 십 년 동안 엄마를…….”
짙은 죄책감이 느껴지는 신인성의 목소리에 강진이 입을 열었다.
“십 년 동안 인연을 끊은 것이 미안해서 문을 못 여시는 건가요?”
“그게…….”
쉽지 않았다. 엄마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엄마를 어떻게 봐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신인성이 재차 입술을 깨물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럼 이십 년 후에는 문을 여실 건가요?”
“…….”
“집에 가면 언제나 나를 기다리는 어머니가…….”
강진도 입술을 깨물었다. 일그러진 입 옆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난 것이다. 언제나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을 했던 어머니는…… 이제 자신을 기다리지 않는다.
갑자기 강진이 울자, 신인성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아니, 이 사람이 왜 울어?’
슬픈 건 자신이고 후회하는 것도 자신인데 말이다. 의아해하는 신인성을 보던 강진이 눈을 손으로 닦았다.
“후우!”
그러곤 작게 한숨을 쉰 강진이 신인성을 보았다.
“말보다 눈물이 먼저 나온다는 말…… 사실이네요.”
“네?”
“어머니라는 이름요.”
입맛을 다신 강진이 신인성을 보았다.
“신인성 씨,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강진은 눈을 한번 감았다 뜨고는 말했다.
“나는…… 당신이 부럽습니다.”
“어째서…….”
“어머니를 부를 수 있잖아요.”
강진의 말에 신인성이 입술을 깨물었다.
“더 이상 어머니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언제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어머니지만…… 기다려 줄 수 없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니 더 이상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강진의 말에 신인성이 소월향을 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가도 될까요?”
“자식이 오면…….”
강진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
‘민성 형…….’
황민성이 했던 말이 너무나도 가슴 아팠기 때문이었다.
-누구는 어머니라는 이름을 부르고 싶어도…… 말보다 눈물이 먼저 나옵니다.
그가 했던 말을 되새긴 강진이 숨을 뱉으며 말했다.
“자식이 오면 어머니는…… ‘어서 와.’라고 하십니다.”
“어서…… 와.”
강진의 말을 작게 중얼거린 신인성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
“혹시…….”
신인성은 강진을 보다가 고개를 젓고는 다시 핸드폰 가게를 보았다. 그러더니 몸을 숨기고 있던 ATM 옆에서 나왔다.
“후우! 후우!”
길게 숨을 토한 신인성은 핸드폰 가게로 걸음을 옮겼다.
그 시각, 소월향은 멍하니 핸드폰 가게 밖을 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그녀의 일상이었다.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보며 그냥 앉아 있는 것이 말이다.
창밖을 보고 있던 소월향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
익숙한 모습의 남자가 가게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눈이 마주친 남자는 다름 아닌 아들이었다.
소월향이 멍하니 서 있는 사이, 신인성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엄마…….”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말을 이었다.
“나 왔어.”
신인성의 목소리에 멍하니 아들을 보던 소월향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 상태 그대로 신인성에게 다가간 소월향은 손을 내밀어 그를 품에 안았다.
“어서 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따뜻하게 맞이하는 소월향의 목소리에 신인성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 내가…… 정말…… 정말…….”
“알아. 괜찮아. 엄마는 다 괜찮아.”
“내가 정말 미안해, 엄마. 흑흑흑!”
“아들 울지 마. 엄마는 정말 괜찮아. 엄마는 정말 괜찮으니까. 엄마는 정말 괜찮으니까.”
가슴에 안긴, 이제는 자신보다 더 크고 듬직해진 아들의 등을 손으로 쓰다듬는 소월향의 얼굴에는 눈물과 미소가 같이 번졌다.
“하아! 내 아들…… 너무…… 보고 싶었어.”
“엄마…… 나도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
“그래…….”
미소를 지으며 아들의 몸을 쓰다듬던 소월향의 눈에 가게 밖에서 이곳을 보는 강진의 모습이 보였다.
강진이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짓는 것에 소월향이 작게 고개를 숙였다. 아니, 숙이려 했다.
자신을 꽈악 안고 있는 아들의 몸만 아니라면 말이다.
한편, 가게 안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소월향과 신인성을 보며 미소를 짓던 강진이 눈가를 손으로 닦아냈다.
“나도…… 엄마 안고 싶다.”
신인성과 껴안고 있는 소월향을 보니 엄마가 그리웠다. 아침에 자신의 엉덩이를 때리며 깨우던 어머니의 손길, 계란 프라이 먹고 가라는 엄마의 잔소리.
-아침에 오 분만 일찍 일어나면 이렇게 바쁘지 않잖아!
-입었던 옷 빨래 통에 넣어야지, 왜 다시 걸어 놔!
-샤워하고 물기 닦고 나오라니까!
엄마가 해 주던 그 잔소리들이 듣고 싶었다. 그리고…….
엄마를 안았을 때 맡아지던 그리운 냄새.
강진이 손으로 자신의 코를 문지를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하였네.”
갑자기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강진이 옆을 보았다. 그의 옆에는 김소희가 어느새 와서는 가게를 보고 있었다.
그런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소희 아가씨는…… 어머니 보고 싶지 않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소월향을 보다가 문득 하늘을 보았다.
“세상 천지에 어머니가 보고 싶지 않은 자식이 어디에 있겠는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피식 웃었다. 그 모습에 김소희가 그를 힐끗 보았다.
“왜 웃는 것인가?”
김소희의 물음에 강진이 재차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아빠가 서운해할 것 같아서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하늘을 보았다.
“물론 아버님도 보고 싶네. 무척이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아버님에게 미안해하는 기색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김소희를 보던 강진은 문득 물었다.
“그런데 소희 아가씨의 부모님은 환생을 하셨겠죠?”
“하셨지.”
“그럼 가서 보고 그러지 않으세요?”
김소희는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가끔…….”
“잘 지내시나요?”
“내 부모님일 때처럼 아버님은 정의롭고 자상하시며, 어머니는 단아하고 현명하시네.”
미소를 짓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웃는 것을 보니 두 분의 삶은 나쁘지 않은 듯했다. 황민성과는 다르게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오늘 주방을 좀 빌려야겠네.”
“주방? 설마?”
강진이 놀란 눈으로 김소희를 보았다.
“요리도 하실 줄 아세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언제 내가 한다고 했던가?”
“그럼?”
김소희는 고개를 돌려 소월향을 보았다.
“저 아이가 할 것이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소월향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십 년 만의 어머니 밥이기는 하겠네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를 보았다.
“자네 음식이 맛이 없어 그런 것이 아니네.”
김소희가 슬며시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제 음식은 맛이 없죠.”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네.”
자신이 오해할까 싶어 급히 말하는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말도 맞습니다.”
김소희가 보자, 강진이 소월향을 보았다.
“어떤 요리사의 손맛이 어머니의 손맛과 같겠어요. 자식한테는 어머니 손맛이 최고의 맛이죠.”
소월향과 신인성이 안고 있는 것을 잠시 보던 강진이 작게 읊조렸다.
“어머니가 해 준 음식이…… 제일 맛있죠.”
씁쓸한 강진의 목소리에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자네 말이 맞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는 소 사장님이 쓰도록 주방 정리 좀 해 놓겠습니다.”
“그리하게.”
“근데 아가씨께서 소 사장님 데리고 오실 건가요?”
“그리해야지. 하지만 지금은 저 둘에게 시간이 필요한 듯하니…… 좀 있다가 갈 것이네.”
김소희가 흐뭇한 얼굴로 소월향과 신인성을 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