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94
595화
“그의 죄는 내가 씌운 것이라네.”
“아가씨께서요?”
“내 원망이 오라버니의 죄가 된 것이지.”
아버님과 가문,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오라버니에게 품었던 미움…… 그리고 자신의 손에 죽은 오라버니에 대한 원망이 황민성의 죄가 되었다.
자신이 죽이려고 했었다. 아버지를 배신했고 자신을 배신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가 자신의 손에 죽지 않기를 바랐다. 사랑했던 오라버니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운명인지, 아니면 그의 선택이었는지…… 결국 자신의 손에 죽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원망과 한이 황민성의 죄가 되었다.
김소희의 말에서 그것을 느낀 강진이 잠시 있다가 물었다.
“그럼 그 원망…… 이제 푸신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저자는 생전 좋았던 우리 오라버니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네. 남을 아끼고 돕는 것을 즐기며 남의 아픔에 같이 슬퍼하던…… 내 오라비 말이네.”
작게 한숨을 토한 김소희가 가게를 지그시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오백 년이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든 오백 년 고생했는데 더 이상 죄를 묻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 게다가…… 말 그대로 전생의 일인데 그 일로 지금의 그가 벌을 받는 것도 가혹하지.”
우우웅! 우우웅!
김소희의 말에 옆에 떠 있던 귀검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그 말이 맞는다는 듯 말이다.
그런 귀검의 모습에 김소희가 슬며시 검을 쓰다듬었다.
“너도 참으로 딱하구나.”
귀검은 그녀의 손에 가만히 몸을 맡겼다.
마치 나는 괜찮다는 듯 주인을 위로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귀검을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그럼 아가씨께서 원망을 푸셨으니…… 혹시 승천하시는 것입니까?”
강진의 목소리에 어린 우려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내가 승천할까 걱정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아가씨처럼 좋은 분이 승천하시는 것은 좋은 일인데…… 정말 승천하시면 저도 조금은 외로울 것 같습니다. 송구합니다.”
승천하는 것이 싫다는 말이기에 강진이 사과를 하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고마우나…… 나에게는 아직 승천이 허락되지 않은 듯하군.”
“아…….”
안도감과 죄스러움이 동시에 든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송구합니다. 아가씨.”
강진이 다시 사과하자, 김소희가 그를 보다 입을 열었다.
“그것보다 더 궁금한 것이 있지 않은가?”
김소희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민성 형의 죄가 사해졌으면…… 자식을 이제 볼 수 있는 것입니까?”
강진이 김소희의 뒤를 따라온 이유는 이것이었다. 죄를 사하겠다는 말에 혹시나 한 것이었다.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가게를 보다가 말했다.
“앞으로는 술을 줄이라 하게나. 과음을 하면 정이 쇠하는 법이니.”
그러고는 김소희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스으윽!
천천히 멀어져 가는 김소희의 뒷모습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고개를 숙인 채 미소를 짓던 강진은 다시 고개를 들곤 피식 웃었다.
“정이라…… 하긴, 술이 정력에 안 좋기는 하다니까. 고개 숙인 남자여, 술을 멀리하고 운동하라.”
작게 중얼거린 강진은 웃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배용수와 함께 소주를 마시던 황민성이 강진을 보며 물었다.
“아가씨는?”
“가셨어요.”
강진은 황민성 앞에 놓인 소주잔을 집어서는 입에 털었다.
꿀꺽!
그 모습에 황민성이 웃으며 잔에 다시 소주를 따르려 하자, 강진이 소주잔을 자신의 앞으로 당겼다.
“형은 앞으로 금주예요.”
“무슨 소리야?”
마시던 소주를 치우는 것에 황민성이 살짝 눈을 찡그리며 말하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께서…… 형님의 죄를 사해 주셨습니다.”
“내 죄? 그렇지 않아도 그게 뭔 말인지 궁금했어. 대체 무슨 말이야?”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웃었다.
“무슨 말이기는요. 형이 지은 죄를 사한 거죠. 그리고…… 형 이제 금주해야 한대요.”
“금주는 왜? 너 형 계속 궁금하게 할래?”
“술은 정을 쇠하게 만든대요.”
“정?”
황민성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정! 력!”
“정력?”
“아기를 가지려면 정력이 왕성해야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놀라 말했다.
“형 이제 아기 가질 수 있는 거야?”
“응. 아가씨께서 그러셨으니…… 이제 형의 정력에 달렸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환하게 웃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형 축하해요. 아니!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벌떡 일어난 배용수는 급히 주방으로 들어갔다.
한편, 두 동생의 말에 얼떨떨한 얼굴로 있던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내가…… 애를 가질 수 있다고?”
“네.”
“내가…… 애를?”
작게 중얼거리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형, 정말…… 축하해요.”
멍하니 강진을 보던 황민성은 천천히 소주잔을 잡았다. 그에 말리려던 강진은 그냥 웃으며 손을 거뒀다. 오늘 같은 날 소주 한 잔 정도야…….
꿀꺽!
소주를 한 모금 마신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아기 태어날 때까진 이게 내 마지막 잔이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다시 강진을 보았다.
“아가씨는…… 가셨지?”
“네.”
황민성이 작게 고개를 끄덕일 때, 주방에 들어갔던 배용수가 홀로 나왔다. 그의 손에는 마늘장아찌와 토마토, 그리고 복분자주가 들려 있었다.
“자! 이거 드세요.”
“이게 다 뭐야?”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형의 부족한 정력을 채워 줄 정력의 왕들입니다.”
“야! 형 정력 엄청 좋아.”
자존심 상한다는 듯 황민성이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러고는 주먹과 팔에 힘을 주자, 팔뚝에 지렁이 같은 핏줄들이 튀어나왔다.
보라는 듯 팔뚝에 힘을 주는 황민성의 모습에도 배용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늘과 토마토를 내밀었다.
“지금은 인정 못 하죠. 나중에 제 조카 태어나면 그때 인정해 줄게요.”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며 그가 들고 온 것을 보았다.
“복분자는 이해가 되는데 마늘하고 토마토?”
복분자야 정력으로 유명한 식재이니 그렇다 쳐도, 나머지 두 식재는 의아한 것이다.
“마늘하고 토마토도 정력에 좋아요. 게다가 토마토는 전립선에도 좋으니 잘 챙겨 먹으면 좋아요.”
말을 한 배용수가 복분자를 한 잔 따라 주었다.
“그런데 정력에 술은 안 좋다는데?”
정력에 갑자기 관심이 많아진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복분자주는 약이죠. 그리고 과음하지 말고 오늘은 딱 세 잔만 드세요.”
배용수는 황민성의 잔을 다 채우고는 말을 이었다.
“장어하고 대게 있으면 정력 보강 음식이라도 해 드릴 텐데 좀 아쉽네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돼지고기도 정력에 좋잖아.”
“그건 맞지. 근데 오늘 형 먹은 안주들 생각하면 지금 돼지고기는 안 좋지. 과식도 몸에 안 좋으니까.”
두 사람의 말에 황민성이 물었다.
“돼지고기가 정력에 좋아?”
“삼겹살이나 그런 부위 말고 고단백질 부위인 등심은 장어보다 더 좋아요.”
“진짜?”
“그럼요.”
그러고는 배용수가 황민성을 보았다.
“앞으로 점심은 저희 가게에서 드시거나 직원 보내세요. 제가 정력에 좋은 식단으로 음식 만들어서 드릴게요.”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이것들이 형을 무슨 고개 숙인 남자로 생각하고 있던 거야?”
“에이, 그럴 리가요. 다만 더 좋고 넘치라는 거죠. 좋은 건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잔을 들었다.
“한잔하시죠.”
황민성은 둘을 번갈아 보다가 피식 웃고는 복분자주가 담긴 잔을 들었다.
띠링! 띠링!
저승식당 영업이 끝나갈 무렵, 귀신들이 하나둘씩 가게를 나가자 직원들이 서둘러 그릇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릇들을 분주하게 주방으로 가져가는 고무장갑들을 보던 황민성이 옆을 보았다.
그의 옆자리에는 반찬 통들이 여럿 놓여 있었다.
배용수가 집에 가서 먹으라고 이것저것 챙겨 준 것이다. 마늘 식초 절임, 마늘 고추 절임, 마늘 된장 절임, 거기에 한끼식당에서 담근 복분자주까지…….
만약 가게 안에 장어나 대게와 같은 정력에 좋은 식재들이 있었다면 배용수는 그것들로 여럿 만들어서 더 싸 주었을 것이다.
반찬 통들을 보며 황민성이 웃었다.
“이걸 언제 다 먹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식사할 때 몇 개씩 드세요. 아! 토마토 하루에 한 개는 꼭 드시고요.”
“그렇게 해야지.”
“그리고 바로…… 험!”
강진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했다.
“그 거사 그냥 치르지 마시고요. 몸 깨끗하게 하시고 난 후에 하세요.”
뭘 하라는 것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기에 황민성이 웃었다.
“알았다.”
이야기를 나누던 황민성은 시간을 보았다.
“올 때가 된 것 같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조금만 더 하면 정리가 될 것 같으니 나가서 기다리죠.”
정리하던 것을 마저 해야 직원들도 이따가 쉴 수 있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황민성은 허공을 떠다니는 고무장갑들을 보며 말했다.
“혹시 프랑스 디저트들 좋아하세요?”
황민성의 말에 이혜미와 여자 귀신들이 그를 보았다.
“좋아하죠.”
“프랑스 디저트? 안 먹어봤는데 좋아할 것 같아요.”
강진은 여자 귀신들의 말을 황민성에게 전해 주었다. 그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 점심에 프랑스 식당에서 미팅이 있는데 끝나고 올 때 디저트를 좀 가져올게요.”
“그럼 우리야 너무 좋죠!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여기에서 신세 많이 지는데 여러분들한테 뭐 해 드린 것이 없어서요. 제가 맛있고 예쁜 거로 많이 가져오겠습니다.”
웃으며 고무장갑들이 있는 곳에 고개를 숙인 황민성이 가게 밖으로 나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랐다.
가게 밖으로 나온 강진과 황민성은 멀뚱히 주위를 보았다.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아직도 주변에는 술에 취해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았고 불이 켜진 가게들도 많았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사람들을 보던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너를 만나서 좋은 일만 생긴다.”
“저도 그런데 형도 그래요?”
강진이 가볍게 웃으며 하는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그러면 다행이네. 너도 나를 만나서 좋은 일이 많았으면.”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형은…… 제 형이에요.”
황민성이 보자 강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가족…….”
강진은 잠시 말을 멈췄다. 가족 같다거나 가족처럼 느껴진다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가족이에요.”
그래서 강진이 가족이다 말을 하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그러고는 황민성이 뭔가 말을 하려 할 때, 그의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 섰다.
“어…… 그 택시, 그때 그…….”
강진이 택시를 보고는 하는 말에 황민성 또한 택시를 보았다.
덜컥!
그와 동시에 열린 택시 문 안에서 윤두식이 나왔다. 차에서 내린 윤두식은 가만히 황민성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황민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서로를 말없이 보고 있을 때, 조수석에서 내린 이수현이 놀란 눈으로 황민성을 보았다.
“남성…… 황민성.”
이수현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작게 웃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정말 남성북두라고 불린 거야?’
약간은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조폭 세상에서는 이 유치한 별명이 유명했던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