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99
600화
추나를 받고 나오는 유인호의 눈가는 살짝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유훈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눈가가 촉촉한 것을 본 강진이 모르는 척 말했다.
“혹시 두 분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으세요?”
“오늘 저녁?”
“괜찮으시면 저희 가게에서 한잔하시죠.”
강진의 말에 유훈과 유인호가 서로를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추나를 하면서, 그리고 받으면서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깊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해 아쉬워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강진이 자리를 만들어주니 솔깃한 것이었다.
“나는 괜찮은데 인호 씨는 어때요?”
“저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덟 시 이후에나 될 것 같은데…….”
두 사람의 대화에 이아름이 웃으며 말했다.
“저와 약속 때문이면 다음에 해도 돼요.”
“아닙니다. 아름 씨와 약속이기도 하지만 현희 씨와의 약속이기도 한데 깰 수 없죠.”
그러고는 유인호가 유훈을 보았다.
“여덟 시 이후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소주 한잔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네요. 그럼 여덟 시 넘어서 강진이 가게에서 뵙기로 하죠.”
말을 하던 유훈은 힐끗 시간을 확인하고는 강진을 보았다.
“나 다음 예약 때문에 가야겠다.”
“수고하셨어요.”
“그래. 이따가 보자.”
유훈은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일행들과 함께 탈의실로 향했다.
***
저녁 장사를 마무리한 강진은 시간을 보고는 음식 준비를 시작했다.
“인호 씨는 콩나물국밥에 오징어 채 썬 걸로 하고, 훈이 형은 참치김치찌개에 유부초밥, 그리고 오징어채에 마요네즈 섞어서.”
두 사람의 식성을 생각하며 음식을 준비하던 강진에게 배용수가 말했다.
“그런데 두 사람만 불러도 되겠어?”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저승식당 시간에 여자 두 분 여기 밑에서 밥 먹게 하려면, 유인호 씨하고 유훈 씨는 2층에서 술을 마셔야 할 텐데…… 너는 밑에 있고 두 사람만 위에 있으면 이상하지 않겠어?”
주인 없이 손님들만 2층에서 시간을 보내면 조금 그렇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술 먹으면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니까 둘만 둬도 상관없을 거야. 그리고 두 사람이 이야기할 때 내가 없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도 있고.”
“그러다가 밑으로 내려오면?”
2층에 있다가 내려오면 저승식당에 들어오게 되니 말이다.
배용수의 우려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승식당 시간에 가게 안에 들어올 사람은 민성 형밖에 없잖아.”
“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가게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황민성뿐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가게를 보지도 못하고 인식도 못 하니 말이다.
“너는 계획이 있구나.”
“당연하지. 사람은 계획성이 있어야 하거든.”
강진이 다시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하자, 배용수가 옆에서 그것을 도왔다.
8시가 넘자, 유인호가 먼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강진의 인사에 유인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쇼핑백을 하나 놓았다.
“현희 씨가 강진 씨 가져다드리라고 주었습니다.”
“그래요?”
강진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쇼핑백을 열었다. 쇼핑백 안에는 음식들이 들어 있었다.
“이건 중국식 튀김인데 맛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탕수육인데 기름에 한 번 살짝 튀겨서 먹으면 매장에서 먹는 것과 맛이 같아진답니다.”
장현희 가게에서 만든 중화요리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잘 먹겠다고 연락드려야겠네요.”
강진의 말에 유인호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유훈 선생님은 아직 안 오셨나 보네요?”
“곧 오시겠죠. 일단 앉아 계세요.”
유인호가 자리에 앉자 강진이 임미령에게 눈짓하고는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에 임미령이 뒤따라 들어오자 강진이 물었다.
“현희 씨는 잘 있어요?”
“잘 지내고 있어요.”
임미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JS 커피를 주며 말했다.
“아까 제가 한 말 명심하고 계시죠?”
자신이 가장 예쁘던 때를 기억하라는 강진의 말을 떠올리며 임미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호하고 놀러 갔던 때를 계속 떠올리고 있어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세요. 그리고 웃으세요. 그럼 현신했을 때 그 모습이실 거예요.”
“고마워요.”
다시 한 번 당부한 강진은 시원한 오미자차를 들고 홀로 나왔다.
“날씨 덥죠?”
“정말 덥더군요.”
“이것 좀 드세요. 기름진 것 드셨으니 상큼한 것이 좋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웃으며 시원한 오미자차를 마시던 유인호가 살짝 눈을 찡그렸다.
생각했던 맛보다 조금 더 새콤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유인호를 보며 웃은 강진이 물었다.
“훈이 형하고 이야기는 좀 하셨어요?”
“이야기는 좀 했는데 아무래도 마사지를 받으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많은 이야기는 못 나눴습니다.”
그러고는 유인호가 강진을 보았다.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면 오늘 오래 있다 가세요.”
“오래요?”
“새벽 한 시 반까지요.”
강진이 시간까지 정하는 것에 유인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곧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술 거하게 먹겠네요.”
남자들끼리 술 마시다 보면 새벽 한두 시 넘는 것이야 큰일이 아니니 말이다.
유인호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시계를 볼 때 문이 열렸다.
띠링!
뒤이어 유훈이 임지은과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어요?”
강진의 인사에 가볍게 손을 든 유훈이 유인호를 보고는 다가왔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저도 지금 왔습니다.”
웃으며 유인호가 앞자리를 가리키자, 유훈이 자리에 앉았다.
“그럼 이제 식사, 아니 술 하시죠.”
“뭐가 그리 급해. 숨 좀 돌리고 하자.”
유훈은 앞에 놓인 오미자차를 잔에 따라 마셨다.
“오미자차네.”
“시원하고 좋죠?”
“여름에는 이런 것이 좋지.”
그리고는 유훈이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내가 너한테 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던가?”
‘아차.’
강진은 뜨끔했다. 유훈의 사정은 허연욱과 임지은을 통해 들었지, 정작 유훈에게는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훈과 조금 친해졌다고 하지만 그런 아픔까지 이야기할 정도로 친해진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에 강진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에서 들었어요.”
틀린 말은 아니다. 병원에 갔을 때 임지은에게 자세히 들었으니 말이다.
“병원에서? 어떻게?”
“제가 병원에 아는 분이 있어서요.”
“누군데?”
“그게 제가 말을 하기가 좀 그러네요.”
죽은 허연욱과 임지은에게 들었다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한편, 유훈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병원에서 자신의 사연을 아는 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과 동기인 의사 중 몇은 알고 있고, 친한 간호사 중에서도 사연을 아는 사람이 있다.
물론 그 외에도 아는 사람들은 더 있을 수도 있었다. 사람 입이라는 것이 열리라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런 사연은…… 당사자에게는 아픔이고 상처지만, 남이 보기에는 아름답고 애잔한 러브 스토리였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유훈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뭐 그냥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서 물은 거야. 너에게 화나거나 한 것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라.”
“제가 형 이야기 허락도 받지 않고 말을 한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강진의 말에 유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이야기 남에게 할 거면 허락은 받아야지. 그게 아무리 형 위로해 주고 싶고, 형이 안쓰럽고, 형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기특한 생각이었다 해도.”
처음에는 혼내는가 싶더니 뒤로 갈수록 고마움이 느껴지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유훈이 미소를 지었다.
“결론은 고마워.”
“그래요?”
강진의 말에 유훈이 유인호를 보았다.
“아까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인호 씨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어.”
유훈의 말에 유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좋아졌습니다.”
그러고는 유인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마치 울고 싶은데 누가 따귀를 때려줘서 실컷 울은 느낌입니다.”
“실제로 울기도 하셨죠.”
“선생님도 우셨던 것 같은데요?”
“하하하! 저희 둘 다…….”
말을 하던 유훈은 잠시 멈췄다가 미소를 지었다.
“울었네요.”
유훈은 핸드폰을 슬며시 꺼냈다.
“제가 우리 지은이 사진을 좀 찍어왔습니다.”
“사진을요?”
“저희 때는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것보다 사진기로 찍은 게 더 많아서요.”
화면을 터치해 사진들을 보던 유훈이 말했다.
“사진을 가져올까 했는데…… 구겨질 것 같기도 하고 잃어버리면 큰일이라 폰으로 찍어 왔습니다.”
임지은의 사진을 다시 찍을 수 없으니 지금 가진 사진이 원본이자 유일한 것이었다. 그래서 원본은 집에 두고, 핸드폰으로 찍어 온 것이다.
유훈이 슬며시 핸드폰을 밀자, 유인호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사진 파일을 열고는 내밀었다.
“이건 우리 미령입니다.”
서로 핸드폰을 바꿔 든 두 사람은 웃으며 핸드폰을 보았다.
그에 임미령과 임지은이 둘 옆에서 서서는 서로의 사진을 보았다.
“어머…… 지은 언니 몸매 정말 좋네요.”
“내가 운동을 좋아하거든. 그런데 미령이는 완전 여리여리하네. 와! 이 치마 봐. 완전 나풀나풀하다.”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슬쩍 임미령의 사진을 보았다. 임미령은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밑에 치마 쪽이 바람에 살짝 날린 듯 부드럽게 펼쳐져 있었다.
거기에 밀짚모자 같은 것을 썼는데 무척 시원해 보이고 예쁜 모습이었다.
“제가 이런 옷을 좋아해서요.”
“나는 절대 이런 옷 못 입어.”
“왜요? 입으시면 예쁠 것 같은데요?”
“으! 생각만 해도 닭살 올라온다.”
두 여자 귀신의 모습을 지켜보던 강진은 자신의 자리를 임지은에게 양보하고는 슬쩍 유인호 옆으로 가서 그 옆 의자를 빼냈다.
그러고는 강진이 눈짓을 하자 두 귀신이 각자의 애인 옆에 앉아서는 핸드폰 사진을 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힐끗 사진 속 두 여인을 보았다.
방금 말한 대로 두 여자는 서로가 많이 달랐다.
임지은은 건강미가 많이 느껴지는 미인이었고, 임미령은 하얀 피부에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미인이었다.
‘두 분의 스타일이 극과 극이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슬며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음식은 만들자마자 바로 먹어야 가장 맛있다 보니 재료 준비만 해 놓고 음식은 아직 안 한 것이다.
그러니 이제 조리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음식을 다 만든 강진은 그것을 쟁반에 담아서는 홀로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두 사람이 웃으며 쟁반에 놓인 음식들을 탁자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음식이 많네.”
“두 분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다르니 좀 많이 준비하긴 했는데 양은 많지 않아요.”
웃으며 강진이 음식을 가리켰다.
“이건 인호 씨의 콩나물국밥에 오징어 얇게 채 썬 것.”
오징어 채 썬 것을 가리키며 강진이 말을 덧붙였다.
“인호 씨 취향이 오징어 머리를 통으로 먹는 건데 이렇게 먹으니 식감이 좋더라고요.”
“그래? 하긴, 오징어 머리가 식감이 좋기는 하지.”
유훈이 웃으며 오징어채를 보자, 강진이 다른 음식을 가리켰다.
“이건 훈이 형이 좋아하는, 참치 캔 통으로 넣고 끓인 김치찌개에 유부초밥, 그리고 오징어채에 마요네즈 섞어서 만든 겁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유인호를 보았다.
“보통 밥반찬으로 만드는 오징어채볶음에 마요네즈만 섞은 건데 이게 또 고소하고 좋더라고요.”
“이야, 오징어채에 마요네즈라…… 처음 먹어 보지만 맛있겠네요.”
어떤 맛인지 설명만으로도 이해가 된다는 듯 웃는 유인호를 보던 강진이 두 사람을 보았다.
“그리고 이 음식들은 모두 전 여자친구분들이 해 주던 것이에요.”
강진의 말에 멈칫한 유인호와 유훈이 서로를 보았다.
“이 음식이 여자친구가 해 주던 거였습니까?”
“선생님도?”
잠시 서로를 보던 두 사람은 피식 웃으며 음식을 보았다.
“생각보다…… 저희 두 사람 닮은 것이 더 많네요.”
죽은 여자친구를 잊지 못한 데다 해 주던 음식조차…… 잊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