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12
613화
황민성과 함께 주차장에 도착한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음식은 어디에서 해요?”
“주방에서 필요한 것 있어?”
“아뇨. 다 준비해서 가지고 왔어요.”
“그럼 잠깐만.”
황민성이 자신의 차로 가며 손짓을 하자 강진과 강상식이 그 뒤를 따라갔다.
트렁크에서 황금색 보자기에 싸인 뭔가를 꺼낸 황민성이 트렁크를 닫고는 그 위에 그것을 올렸다.
“이것도 넣어서 만들자.”
“이건 뭔데요?”
“산삼.”
웃으며 황민성이 보자기를 풀자 고풍스러운 나무 상자가 드러났다. 그리고 상자 뚜껑을 열자 산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 이게 다 산삼이에요?”
상자 안에는 강진이 가져온 것에 비하면 작은 산삼들이 주르륵 담겨 있었다.
세어 보니 열다섯 뿌리 정도 되는 양이었다. 강진이 놀란 눈으로 산삼을 보며 묻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가진 산삼하고 비교하기는 그렇고, 사람이 산에 씨 뿌려서 재배한 건데 그래도 약발은 괜찮대.”
“비싼 것 아니에요?”
“사람 손 타서 그런지 그리 안 비싸더라.”
황민성이 챙겨 온 산삼은 사람이 산에 씨를 뿌려서 재배하는 산삼으로 십 년 근 정도 되는 것들이었다.
“산삼이라고 다 비싸고 그런 건 아니더라고.”
“이건 얼마 주셨는데요?”
“많이 안 줬어. 그냥 먹을 만하다 싶은 금액이야.”
그러고는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명색이 산삼 백숙인데, 한 뿌리씩은 그릇에 담겨야 하지 않겠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에게 선물로 받으면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같이 먹자고 가져온 산삼이니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될 일이었다.
강진이 산삼을 흐뭇한 눈으로 볼 때, 강상식이 산삼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도 산삼 좀 사 올 걸 그랬네요.”
“됐어. 우리가 챙겼잖아.”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산삼은 아니지만 제가 삼겹살하고 과일은 챙겨 왔습니다.”
“물놀이하고 먹으면 맛있겠다.”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그래서 음식은 어디에서 해요?”
“여기에서 위로 조금 더 올라가면 정자 있거든. 그리고 그 앞에 계곡물 흘러.”
말을 하며 황민성이 따라오라고 하고는 고경수를 보았다.
“운전은 내가 할게.”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야. 여기 길도 모르는데 위험해.”
머뭇거리던 고경수가 차 키로 문을 열자, 황민성이 차에 탔다. 그에 고경수가 급히 조수석에 오르자 곧 차가 출발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강진과 강상식도 푸드 트럭에 타서는 그 뒤를 따랐다.
학교에서 5분 정도 차를 타고 올라가니 정자가 보였다. 그리고 정자가 있는 계곡은 정말 멋진 모습이었다.
“계곡 멋지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사극 찍으러 드라마 팀이 오기도 한대.”
“사극요?”
“여기 계곡이 사람도 없고, 정자가 있어서 조금 멋지잖아. 그리고 밑에 학교가 있어서 전기도 끌어다 쓸 수 있고.”
“그럼 시끄럽고 번잡해서 애들한테 방해되지 않겠어요?”
드라마 촬영이면 연예인들도 있을 거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다 보니 애들이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은 것이었다.
“드라마 촬영하는 것 보면서 ‘이 직업이 멋있구나.’라든지 ‘하고 싶다.’ 같은 생각이 들면 오히려 좋은 일이지.”
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이 정자를 보며 말했다.
“사람은 멋진 사람을 보면 닮고 싶어 하고 동경들 하잖아. 연예인들하고 열심히 여기에서 일하는 스태프들 보면 우리 애들에게 꿈이 될 수도 있잖아. 꿈 없는 애들에게 그런 꿈이 생기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
황민성은 강진을 보며 말했다.
“내가 왜 사업가가 됐는지 아냐?”
“그야 어머니를 생각해서 그러신 것 아니에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결정적인 한 방은 어머니기는 했지.”
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손 씻고 돈 벌려고 했으면 투자 사업 말고도 다른 것도 많잖아.”
“그건 또 그렇죠.”
“어떤 드라마를 보고 투자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거야.”
“드라마요?”
“그 드라마 주인공이 깡패 짓 하다가 나중에 손 씻고 사람과 기업을 보고 작은 회사들에게 투자를 했는데, 그게 성공을 하는 내용이었거든. 그걸 보니까 참 멋져 보이더라고. 돈으로 투자를 하면 돈을 벌기도 하지만, 좋은 회사와 좋은 사람들을 돕는 일도 되거든.”
그러고는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애들이 나처럼 멋진 것을 많이 봤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멋진 것들이 자신의 꿈이 되거나 그렇게 살고 싶다는 롤 모델이 되었으면 해.”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감동한 듯 그를 보았다.
“형은 정말…… 좋은 분이군요.”
황민성은 피식 웃고는 그를 보았다.
“너도 좋은 일 많이 해라. 돈만 밝히면 나중에 지옥 간다.”
“그래야죠.”
“그래? 그럼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내가 기부하는 ‘키다리’라고 있거든? 가서 이야기 좀 들어볼래?”
“키다리요?”
“불우 아동들 치료비나 생활비 지원해 주는 곳이야. 가서 좋은 이야기 좀 들어보고 마음이 움직이면 기부 좀 하고.”
“기부요?”
“기부가 아주 좋은 거야. 그리고…….”
황민성은 목소리를 작게 줄이고는 말했다.
“세금도 감면해 준다.”
세금 감면 이야기에 강상식이 웃었다.
“그건 저도 알죠.”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강상식이 갑자기 칭찬을 해서 민망한 마음에 이런 말을 한 것일 뿐이었다.
“자, 그럼 음식 준비하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계곡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취사해도 되나요?”
“이 산 내 건데 안 되나?”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맛을 다셨다.
“저도 잘 모르기는 하는데…… 요즘 계곡에서 취사 안 하잖아요.”
“그건 그런데, 내 사유지에서도 안 되나?”
황민성의 말에 잠시 계곡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런 곳에서 음식 하려니 양심에 가책이 드네요. 이런 곳은 그냥 보고 발이나 담가야지, 냄새 풍기면서 음식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계곡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럼 학교에서 음식 하고 여기에 들고 와서 먹자. 취사는 아니더라도 경치 좋은 곳에서 식사하는 거야 이 산도 이해해 주겠지.”
“그렇게 하시죠.”
그러고는 강진이 다시 차에 올라타며 강상식을 보았다.
“아쉽지만 여기에서 삼겹살도 아닌 것 같네요. 삼겹살은 나중에 어디 취사가 되는 강가나 계곡에서 구워 먹죠.”
“아무려면 어때.”
강상식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계곡을 한 번 더 보았다.
‘참 좋다.’
강진은 계곡을 뒤로한 채 학교 쪽으로 차를 몰았다.
***
결국 식사는 계곡에서 할 수가 없었다. 조순례가 아이들이 먹는 곳에서 같이 먹고 싶다는 말을 해서 학교에 있는 급식실에서 백숙을 먹기로 한 것이었다.
웅성웅성!
줄을 선 채 밥을 기다리는 학생들 사이에 강진과 황민성 일행이 줄을 서고 있었다. 앞뒤에 있는 학생들이 힐끗힐끗 자신과 황민성을 보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 강진의 모습에 뒤에 휠체어를 타고 있던 조순례가 미소를 지었다.
“학생들이 참 많아. 그렇지?”
“네. 아주 많네요.”
“우리 민성이가 이렇게 학교를 다 짓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조순례를 보며 황민성이 슬며시 말했다.
“어머니, 줄 서 있는 것 힘들지 않으세요?”
“괜찮아.”
황민성은 입맛을 다시며 줄을 서 있는 선생님들을 보았다.
보통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때 선생님들은 따로 줄을 서거나, 학생들을 지나쳐서 먼저 배식을 받는다.
하지만 일선 중고등학교는 학생이나 선생이나 모두 줄을 서서 먹는다.
예외는 없었다. 급한 일이 있다고 해서 먼저 받을 수 없었고, 교장 선생님이라고 해서 따로 급식을 받지도 않았다.
모두 줄을 서서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시간은 모두에게 같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 주려고 인무혁 교장이 만든 규칙 때문이었다.
그래서 교장인 인무혁도 늦게 오면 가장 뒤에 줄을 서서 급식을 먹는다.
그것을 본 조순례가 “선생님들도 줄을 서 있네?”라고 했고 황민성이 별다른 생각 없이 설명을 해 주었다가 같이 줄을 서게 된 것이었다.
자신도 가끔 오면 이렇게 줄을 서서 밥을 먹었으니 상관없지만, 조순례가 불편하게 줄을 서게 되니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그리고 강진이 만든 산삼 백숙은…… 지금 배식을 하는 닭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조순례가 애들이 먹는 것을 같이 먹겠다고 한 터라 자신들만 따로 산삼 백숙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산삼 백숙은 학생들이 먹는 닭들 사이로 들어갔고, 산삼 국물도 여기 있는 국물에 섞인 것이다.
조순례가 황민성의 손을 토닥이고는 미소를 지었다.
“교장 선생님이 참 좋은 분이더구나.”
“학생들 생각하시는 좋은 분입니다.”
“그래…….”
조순례가 자신보다 조금 뒤에 서 있는 인무혁을 보고는 말했다.
“이렇게 학생들과 같이 밥을 먹으려고 줄을 서 계신 것만 봐도 참 좋은 분이야.”
조순례의 말을 들었는지 인무혁이 웃었다.
“학생이나 선생이나 시간은 모두 같으니 저희도 당연히 줄을 서야지요.”
인무혁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끄덕일 때,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학생들을 보았다. 학생들 사이에도 귀신들이 있었다.
‘사람들 있는 곳에 귀신 없는 곳은 없는 모양이네.’
자신이 귀신을 봐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장소를 가더라도 귀신은 늘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학생들 사이에서 보이는 귀신들은 대부분 수호령으로 보였고, 학생들 수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강진은 슬쩍 배식을 하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백발인데 수염은 흑색인 할아버지 귀신 한 분이 웃으며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보통 귀신은 저 한 분인가?’
다른 귀신들이 수호령이라면 할아버지 귀신만 일반 귀신이었다. 강진의 시선을 느꼈는지 할아버지 귀신이 그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황민성을 보고는 웃으며 다가왔다.
“황 사장 왔구먼. 오는 줄 알았으면 내가 나가봤을 것인데.”
황민성을 아는 듯 반갑게 다가오는 할아버지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황민성이 아는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됐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황민성에게 다가오던 할아버지 귀신은 문득 고개를 갸웃거리며 코를 벌렁거렸다.
“어디서 좋은 냄새가?”
의아한 듯 코를 벌렁거리던 할아버지 귀신이 조순례를 보고는 그쪽으로 다가왔다.
조순례의 휠체어에 달려 있는 옥난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그에 강진이 슬쩍 그를 막으려 했다. 몸이 약한 조순례에게 일반 귀신의 기운은 좋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강진이 나서기도 전에 정주현이 급히 앞을 막아섰다.
“어허!”
정주현이 앞을 막자 할아버지 귀신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많이 보던 얼굴이신데…….”
자신을 알아보는 할아버지 귀신의 목소리에 정주현이 피식 웃었다.
죽은 지 꽤 됐는데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니 기분이 좋은 것이었다.
“신문은 보고 살다 죽었나 보군.”
“신문?”
“나 현기의 정주현일세.”
“아!”
정주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부자가 천국 가는 게 낙타가 바늘구멍 빠져나오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더니……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닐세.”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정주현이 눈을 찡그렸다.
“어쨌든 다가오지 말게.”
“내 발로 내가 간다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인가?”
“우리 조 여사 몸이 약해서 귀신의 기운이 몸에 안 좋아.”
정주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조순례를 한 번 보고는 슬쩍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저 여사님에게서 좋은 냄새가 나는데?”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정주현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조 여사야 늘 좋은 향이 나지.”
정주현은 따스한 눈빛으로 조순례를 보았다. 사람들은 치매 걸렸다 하고 노인 냄새가 난다 했지만…… 정주현은 그녀에게서 나던 향이 좋았다.
그리운 엄마 냄새 같은 것이 났으니 말이다. 그리고 정주현은 아마도 그 냄새 덕에 그녀를 사랑을 했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