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21
622화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신 강진이 말했다.
“맛이 아주 좋네요.”
강진의 말에 윤복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혀로 만든 밭이라고 해도 거기에서 나온 음식까지 더러운 것은 아니지. 연꽃만 봐도 진흙탕에서 자라지 않나.”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복환이 아가씨를 보았다.
“그나저나 밭이 아주 좋은 모양입니다. 전에 마셨던 유자차보다 향이 더 좋네요.”
“밭 주인이 이승에서 정치하다가 왔다더라고요.”
“아!”
아가씨의 말에 윤복환이 웃었다.
“확실히 정치인이면 밭이 기름질만 하겠네요.”
“정치하다가 왔다고 해서 경매할 때 입찰이 굉장했어요.”
“정치인 밭만큼 입증이 잘 된 농지도 없지.”
윤복환의 말에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
“이따 갈 때 토마토 좀 드릴게요. 맛이 아주 좋아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야기 나누세요.”
아가씨는 카운터로 가서 책을 꺼내 펼쳤다. 그것을 보던 윤복환이 말했다.
“나도 저승에 가면 농사나 지어야겠어.”
“농사요?”
“내가 뿌린 씨가 잘 여무는 것을 보면 즐거울 것 같아.”
미소를 짓던 윤복환이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정말 농사짓고 싶은 밭도 있고.”
“농사짓고 싶은 밭요?”
“있어. 정치하던 양반인데…… 그 양반도 나이가 있으니 조만간 죽겠지. 그럼 그 양반 밭은…… 정말 백 년은 풍년이 들 것이야.”
“아주 나쁜 정치인인가 보네요.”
“그 양반 죽으면 여러 지옥에서 빨리 받고 싶어서 뇌물들도 오고 갈 게야.”
“나쁜 사람 죽으면 뇌물도 오고 가나요?”
“그 정도 사람이 죽으면 저승 뉴스에도 나오니까. 그럼 그 양반이 첫 번째로 어느 지옥에서 재판을 받고 벌을 받는지도 이슈가 되거든. 그래서 재판장들끼리 선물 오고 가고 그러는 모양이야.”
“저승이 이승의 나쁜 것도 참 많이 닮아가네요.”
“강두치나 JS 직원들이 그런 말 많이 하잖나. 저승은 이승을 따라간다고.”
윤복환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승식당 하면서 가장 즐거운 건, 이승에서 잘 먹고 잘 살다 가는 나쁜 놈들이 죽으면 어떤 꼴이 될지 안다는 것이야. 그래서 뉴스에 나오는 놈들 볼 때 ‘그래, 지금은 실컷 웃어라. 저승 가면…… 후!’ 하고 웃고 말지.”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이승에서 아무리 떵떵거리며 살더라도 저승에 가면 그 죗값을 다 받게 되니 말이다.
강진이 웃을 때, 윤복환이 그를 보았다.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식당을 이어받게 됐나?”
윤복환의 물음에 이수정도 궁금한 듯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은 자신이 식당을 받게 된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수정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그럼 전 사장님을 본 적이 없으세요?”
“저는 없습니다.”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그녀를 보았다.
“그럼 이수정 씨는 본 적이 있으세요?”
“그럼요. 저는 이가식당 단골이었어요.”
말을 한 이수정이 입맛을 다셨다.
“물론 저승식당인 줄은 생각을 못 했지만요.”
“그럼 이태문 사장님하고 알고 있으셨군요.”
강진의 말에 이수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어느 날 점심 먹으면서 방송하는데 사장님이 그러더라고요. 방송 재밌냐고요.”
“방송? 연예인이세요?”
강진이 놀라 묻자 이수정이 고개를 저었다.
“연예인은 아니고 먹방 개인 방송을 했어요.”
“먹방 개인 방송?”
강진의 물음에 이수정이 민망한 듯 말했다.
“그 방송 켜 놓고 음식 먹는 거요.”
“아…… 전에 제 가게에도 먹방 하러 비제이분 오셨었는데.”
“그래요? 누구요?”
“그건…… 한 번 오고 가신 거라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강진의 말에 이수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식당이고, 사장님이 제가 해 달라는 음식들 잘 만들어 주셨거든요. 그리고 방송을 해도 된다고 허락도 해 주셨고요. 그래서 거기에서 자주 먹방을 했어요. 그렇게 사장님하고 친해졌고요. 그러다가 사장님이 저한테 먹는 방송 말고…… 음식을 만드는 방송을 해 보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자기가 알려 줄 테니 배우면서 방송 해 보라고요.”
“그래서요?”
“그렇지 않아도 그때 먹방 콘텐츠로 시청자들이 잘 안 들어오기도 했고, 사장님이 음식 배우는 시간을 시급으로 쳐서 주신다고 해서…… 하겠다고 했죠.”
“그렇게 주방에서 음식을 배우시게 된 거군요.”
강진의 말에 이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을 배우는데 신기하게 음식이 너무 잘 되더라고요. 그전까지만 해도 라면이나 겨우 끓이던 수준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내가 재능이 있나?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사장님이 그러더라고요. 저보고 이 가게 해 볼 생각 있냐고요.”
이수정은 그때를 떠올리는 듯 잠시 허공을 보았다.
“음식 만드는 게 재밌어서 하고 싶기는 하지만, 돈이 없어서 못 할 것 같다 했더니 사장님이 그럼 돈 벌어서 갚는 걸로 하고 이 가게 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방송 중이었는데 시청자들이 좋은 기회라면서 하라고 해서 하겠다고 했죠.”
“그렇군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수정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그 제안 받고 며칠 뒤에 어르신이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강진 씨치럼 신수호 씨가 와서 저에게 계약서를 내밀더라고요.”
“혹시 저와 계약 내용이?”
“저는 조금 달라요. 저는 일해서 가게 값에 맞는 돈을 기부하면 명의 이전이에요.”
“기부요?”
“어르신이 생전에 기부를 하던 곳이 몇 곳 있어요. 그곳에 내가 내고 싶은 만큼 기부를 하면 되는 거예요.”
이수정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 가격이 달라서 조건도 다른 건가?’
논현에 있는 한끼식당의 경우 건물 값을 갚으려면 언제 끝이 날지 알 수가 없었다. 워낙 땅값이 비싼 곳이니 말이다.
그에 비해 전주라고 하면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리 비싸도 한끼식당만큼 비싸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계약 조건이 다른 모양이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이수정이 말했다.
“강진 씨도 그렇겠지만…… 저 저승식당에 대해 알고 깜짝 놀랐어요.”
강진이 보자 이수정이 웃었다.
“귀신들이 막 들어오는데…… 와!”
그때를 생각하며 피식 웃은 이수정이 말을 덧붙였다.
“그때는 놀랍고 당황스러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내가 참 결정을 잘한 것 같아요.”
이수정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도 그 당시엔 놀랐지만 지금은 자신에게 이런 제안이 온 것에 감사하니 말이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윤복환이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 다 적응을 잘 한 것 같으니 다행이네.”
윤복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저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물어보게.”
“저승식당을 늘릴 수는 없는 것입니까?”
“왜 늘리고 싶나?”
“저승식당에 가까운 분들은 편히 오시지만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동거리가 짧거나 먼 곳에 계신 분들은 오지 못하시잖아요.”
“오지 못하는 귀신들이 안타까운 모양이군.”
“제가 푸드 트럭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 외곽 쪽으로 출장 영업을 나가기는 하는데…… 그래도 못 오시는 귀신들이 많아서요.”
강진의 말에 기특하다는 듯 그를 보던 윤복환이 중얼거렸다.
“출장 영업이라…… 저승식당으로 출장 영업을 할 줄은 몰랐군.”
“제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그럴 것이야. 나도 처음 들어보는 영업이니까.”
윤복환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지금 전국에는 19개의 저승식당이 있네.”
“19개요?”
“왜, 생각보다 많나? 아니면 적은가?”
놀라는 자신을 보며 묻는 윤복환에게 강진이 말했다.
“전국 팔도에 하나씩 있다고 들었는데요?”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광역시가 있지 않나?”
“광역시에도 따로 있는 거군요.”
“그렇지. 그리고 광역시가 아니더라도 인구가 많거나 한국에서 중요한 곳이다 생각되는 지역에도 저승식당이 들어가지. 그래서 지금 19개네. 아! 그리고 최근에 생긴 저승식당은 세종에 위치해 있네.”
“특별 자치시가 생겨서 생긴 모양이군요.”
“그렇지.”
“그럼 그곳은 어떻게 생긴 건가요? 저희처럼 전 주인이 계셨던 것도 아닐 텐데?”
“그 주인이 무당이었다고 하더군.”
“무당요?”
“그래서 JS에서 제안을 받은 모양이야. 그래서 우리 저승식당 주인들한테 돌아가면서 음식을 배우고 건물 올려서 지금은 영업하고 있지.”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서울은 구만 해도 인구 몇 십만씩 되는데…….”
강진이 사는 강남구만 해도 오십만이 넘으니 말이다.
“인구가 많으니 죽는 사람도 많아 귀신도 많겠지. 하지만 어쩌겠나? 저승식당은 위에서 정하는 것을…….”
고개를 저은 윤복환이 차를 마시자 강진과 이수정도 커피를 마셨다.
찻집에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세 사람은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만나서 반가웠네.”
“저도 반갑고 좋았습니다.”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두 사람의 말에 윤복환이 둘을 잠시 보다가 말했다.
“앞으로 잘 지내보세.”
윤복환이 손을 내밀자 강진과 이수정이 그와 악수를 했다. 그러고는 윤복환이 JS 문을 열고 나가자 이수정이 강진을 보았다.
“오늘 만나서 좋았어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아! 그리고 방송은 지금도 하세요?”
“지금도 하죠. 방송 보고 식사하러 오는 손님들도 꽤 있으세요.”
“손님도 늘고 좋네요. 그런데 비제이 명이 어떻게 되세요?”
“그건 민망해서 못 알려드리겠어요. 방송하는 곳에서 잘 찾아보면 저 음식 하는 것 있을 거예요.”
“제가 잘 찾아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사를 나눈 이수정이 문을 잡다가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안 가세요?”
“저는 직원들이 아이스크림을 사다 달라고 해서요. 그것 좀 사러 편의점 들렀다가 가겠습니다.”
“직원? 아! 서울 저승식당에는 귀신 직원들이 있다고 하던데.”
“맞습니다. 수정 씨도 혼자 일하기 힘드시면 가족 같은 직원들을 고용하세요.”
강진의 말에 이수정이 입맛을 다셨다.
“저는…… 친구가 승천하는 것 보고 더는 정을 두기가 힘들 것 같아요.”
“친구분이 승천을 하셨어요?”
“제 첫 손님이었는데…… 저하고 나이도 같고 해서 친해졌어요. 그래서 제 옆에서 많이 도와줬는데 얼마 전에 승천을 했어요.”
“…….”
이수정의 말에 강진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기도 했고…… 자신에게도 언젠가는 닥칠 일이니 말이다.
그런 강진을 보며 이수정이 말했다.
“더 많은 걸 같이 할 걸, 하고 후회가 되더라고요. 그 애하고 놀러도 많이 못 갔는데…….”
그러고는 이수정이 강진을 보았다.
“직원 분들한테 잘 하세요. 그분들 승천할 때…… 아쉬운 것이 너무 많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이수정이 문을 잡고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덜컥!
작은 소리를 내며 닫히는 문을 보던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근데…… 아무리 잘 해주고, 많은 것을 같이 해도…… 그 녀석이 갈 때는 아쉽고 못 해 준 것만 생각날 것 같네요.”
입맛을 다신 강진은 가게 밖으로 나섰다.
걸음을 옮겨 JS 편의점에 도착한 강진은 아이스크림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강진은 한 아이스크림을 보고는 눈을 찡그렸다.
“대박…….”
강진은 작은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보았다. 정말 자그마한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이 커다란 튜게더 아이스크림보다 가격이 비쌌던 것이다.
잠시 주저하던 강진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작고 비싼 아이스크림 네 개와 크지만 가격은 싼 아이스크림들을 몇 개 골라서는 계산을 했다.
“나중에 이거 안 사줬다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계산을 마친 강진이 그것을 들고는 가벼운 걸음으로 JS 문으로 걸어갔다.
가성비가 하나도 없어 보이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가슴이 무겁기는 했지만 그래도 걸음은 가벼운 강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