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26
627화
임호영이 떠나가는 것을 보던 강진은 임호영이 남긴 편지를 읽었다.
임호영이 남긴 편지와 함께 떨어진 수표에는 십만 원이 적혀 있었다.
“흠…….”
수표를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저승에서는 십만 원도 무척 큰돈인데…….”
고개를 저은 강진이 홀을 보았다.
“그래도 아들 친구 생일인데 아버지가 한 턱 쓰는 것 정도는…… 나쁘지 않겠죠.”
십만 원이 없어서 저승에서 좀 춥고 아프고 할 수 있겠지만, 아버지로서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저승의 추위에 꽁꽁 얼어 동태가 된다고 해도 죽지 않고, 팔 다리 잘린다고 해도…… 어쨌든 ‘또’ 죽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가기 전에 생일 턱 쏘고 가셨으니 마음은 편할 것이다. 그것이 비록 친자식인 임대강의 생일상은 아니라도 말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김영지와 유미라가 정답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밥값을 어떻게 대신 내 주나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임호영이 최종수의 친아빠는 아니지만, 아빠로서 밥값을 내고 갔다. 그렇다면…….
‘나는 친형은 아니지만 친한 형은 맞잖아.’
작게 웃은 강진이 홀로 나왔다.
“어떻게, 식사들 맛있게 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김영지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럼 다행입니다. 그리고 차 드셔야죠.”
“저희가 너무 오래 자리 차지하는 건 아닌가요?”
유미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차지하기는 하셨죠.”
“네?”
유미라가 당황해하자 강진이 웃었다.
“농담이에요. 농담을 이렇게 진지하게 받으실 정도라니 제가 잘못했네요.”
“아…… 아니에요.”
유미라가 고개를 젓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차 마시기에는 음식 냄새도 나고 하니 자리를 옮기시죠.”
“자리를요?”
“제가 커피 맛있는 집 알고 있습니다. 바로 옆집이에요.”
강진이 한쪽을 가리키자, 최종훈이 의아한 듯 말했다.
“옆집은 핸드폰 가게인데요?”
“알아?”
“여기 한두 번 오나요.”
최종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옆집 사장님하고 나하고 친한데 거기 커피가 그렇게 맛이 좋아. 괜찮으면 거기에서 커피 마시면서 간단하게 이야기 좀 하시죠. 그리고 제가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이벤트?”
유미라가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일단 가서 보시면 재밌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유미라가 일어나다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기 밥값이 얼마죠?”
유미라의 말에 강진은 무슨 소리냐는 듯 그녀를 보았다.
“밥값은 이미 받았는데요.”
“받아요? 누구한테요?”
말을 하며 유미라가 최종훈을 보았다. 그에 최종훈이 고개를 저었다. 밥값을 낼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아직 안 낸 것이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한테요.”
“저?”
강진의 말에 유미라가 의아한 듯 그를 보다 놀라 물었다.
“사장님요?”
“종수 친한 형한테 이미 받았습니다. 잘생기고 훤칠한 이강진 씨라고 하던데요.”
강진의 말에 유미라가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러다 곧 고개를 숙였다.
“마음 정말 감사합니다.”
유미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최종수를 보았다.
“형이 생일 선물 대신 밥 해 줬으니 너무 서운해하지 마라.”
강진의 말에 최종수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에요. 정말 잘 먹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밥 한 번 해 준 건데, 뭘.”
최종수의 말에 강진이 웃을 때, 최종훈도 고개를 숙였다.
“형 정말…….”
뭐라 말을 하지 못하는 최종훈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우면 다음에 붕어빵 한 번 사 와라. 전에 네가 사 온 붕어빵 생각나더라.”
최종훈과 안 지 얼마 안 됐을 때 붕어빵을 쭈뼛거리며 내밀었던 것을 떠올리며 강진이 말하자, 최종수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제가 사다 드릴게요.”
“한 여섯 개는 사 와야 해.”
“네!”
최종수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머니들을 보았다.
“자, 그럼 커피 한 잔들 하러 가시죠.”
강진이 앞장서서 가게를 나서려 하자, 유미라가 급히 말했다.
“여기 이대로 두고 가시게요?”
자신들이 먹던 식탁을 가리키자 강진이 말했다.
“이따가 와서 제가 치우면 됩니다.”
물론 강진이 나가면 직원들이 치울 것이다.
“아니에요. 이건 제가 치울게요.”
“아닙니다. 그냥 두세요.”
유미라가 그릇들을 정리하려 하자, 김영지도 급히 소매를 걷어 올렸다.
“언니 그럼 우리 같이 해요.”
“그럼 그럴까?”
두 여자가 그릇들을 정리하는 것을 보던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이 밥을 해 준 것처럼 두 사람도 뭔가를 해 주고 싶은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하나를 주면 하나를 얻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고받는 것이 꼭 물질적인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마음을 주어도 좋고, 정을 주어도 좋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건 밥을 주고 정을 받는 것이었다.
그에 강진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정을 준다면 그 정을 감사히 받으면 될 일이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최종훈도 급히 일어나서는 유미라의 옆에서 같이 일을 도왔다.
“종훈이는 앉아 있어. 이건 엄마들이 할게.”
김영지의 말에 최종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도 같이 해요.”
최종훈의 말에 김영지가 그를 보다가 유미라를 보았다.
“종훈이가 철이 들어서 언니 좋으시겠어요.”
유미라는 최종훈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철이 들고 싶어서 들었겠어? 집 사정이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철이 들은 거지. 그래서 마음이 안 좋아.”
“엄마, 그런 소리 하지 마. 나는 지금도 아주 좋아.”
최종훈은 웃으며 유미라를 보았다.
“엄마는 건강만 신경 쓰세요.”
최종훈이 쟁반에 그릇들을 담아서는 주방으로 옮기는 사이 김영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언니 부러워요.”
“대강이도 잘 클 거야.”
홀에서 두 사람이 식탁을 정리할 때, 최종훈이 강진에게 물었다.
“형 음식 쓰레기는 어떻게 해요?”
“잠시만.”
강진은 주방으로 들어가 음식 쓰레기를 모아서는 음식 쓰레기통에 담았다.
그 사이 유미라와 김영지가 남은 그릇들을 더 가지고 와서는 최종훈과 강진을 홀로 내보냈다.
가족들은 강진의 안내를 받으며 핸드폰 가게로 들어섰다. 물론 안내라고 해 봐야 가게 문 열고 옆으로 조금 가서 핸드폰 가게 문을 연 것이 다이지만 말이다.
핸드폰 가게 문을 열자 향긋한 커피향이 은은하게 맡아졌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평소와 같은 자세로 앉아 있던 소월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는데, 입고 있는 옷이 좀 변했다는 것이었다.
전에는 오피스룩 같은 옷을 매일 입었는데, 지금은 옷이 좀 젊은 스타일이었다.
조금 달라붙는 청바지에 오버 핏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와이셔츠 앞은 바지 안에 넣고 뒤는 뺀 스타일이었다.
남자 옷 같은 오버 핏 와이셔츠가 조금 이상해 보였지만 소월향이 입으니 뭔가 묘한 매력이 있었다.
어쨌든 나이를 모른다면 이십 대 중반까지 볼 정도의 패션이었고 미모였다.
‘와…… 점심에도 보기는 했지만 진짜 얼굴에 수억 바른 것 같은 동안이시네.’
강진의 시선에 소월향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여기 앉으세요.”
소월향의 말에 강진이 유리 테이블을 보았다. 테이블에는 못 보던 의자들이 꽤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임호영이 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의자들을 더 꺼내 놓은 모양이었다.
의자에 앉으며 강진이 물었다.
“점심에 여쭤볼까 하다가 말았는데…… 스타일이 바뀌셨네요?”
강진의 말에 소월향이 한숨을 쉬며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았다.
“옷이 좀 안 어울리죠?”
“아니요. 정말 잘 어울리세요. 다만 평소 입던 스타일이 아니라서 조금 달라 보이시네요.”
강진의 말에 소월향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며느리가 저하고 어울릴 것 같다고 가져다줬어요.”
“며느리가요?”
“새 옷은 아니고 자기 처녀 때 입던 옷이라는데, 나한테 어울릴 것 같다고 하면서…… 며느리가 준 거라 안 입기도 그렇고 해서 오늘 입어 봤어요.”
소월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김영지와 유미라가 경악에 가까운 얼굴로 소월향을 보았다.
“며…… 며느리가 있으세요?”
김영지가 놀란 눈으로 보자, 소월향이 미소를 지었다.
“네. 아, 저 손주도 있는데 보여 드릴까요?”
소월향은 테이블에 놓여 있던 태블릿을 들어서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엔 해맑게 웃고 있는 남녀가 아이를 안고 있었다.
“백일 사진이에요.”
소월향의 말에 김영지와 유미라가 놀란 눈으로 사진을 보고는 다시 그녀를 보았다. 그렇게 번갈아 보던 두 사람이 놀란 듯 말했다.
“그럼 여기 남자분이 남편이 아니라…… 아들이에요?”
“네. 제 아들이랍니다.”
소월향의 말에 두 여자의 얼굴에 경악과 함께 놀람, 그리고 질투가 떠올랐다.
김영지도 어디 가서 동안이라는 소리를 안 들은 적이 없지만…… 소월향의 동안은 정말 사기적이니 말이다.
‘어떻게 저 얼굴이 할머니야?’
‘대체 나이가 어떻게 되시기에? 혹시 새엄마인가?’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여자가 이렇게 큰 아들과 손주가 있다니…….
두 여자가 놀란 눈을 하는 것을 보며 소월향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에 강진도 미소를 지었다.
‘많이 밝아지셨네.’
전에 소월향은 김소희와 비슷하게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 것이다.
‘역시 부모를 웃게 하는 건 자식이구나.’
표정이 아예 없다시피 했던 사람이 이렇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건…… 아들과 화해를 한 덕이었다.
강진이 웃으며 자신을 보고 있자, 소월향이 민망한지 말했다.
“손님이 오셨는데 잠시만요.”
자리에서 일어난 소월향이 한쪽으로 가서는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드르륵! 드르륵!
원두를 가는 소리와 함께 커피향이 나기 시작했다.
그 사이, 김영지가 강진을 보며 조용히 물었다.
“저분 대체 나이가 몇이신데 아들이 이렇게 커요? 게다가 손주라니?”
“한 오십 좀 넘으셨을 거예요.”
강진의 말에 김영지와 유미라가 깜짝 놀라 물었다.
“오십?”
“오십요?”
그리고 그건 할머니도 마찬가지인 듯 작게 중얼거렸다.
“오십이라고? 나하고 스무 살밖에 차이가 안나?”
할머니도 여자인 것이다. 놀라는 세 여자를 보며 작게 웃은 강진이 가게를 둘러볼 때, 소월향이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 게임할래?”
“게임요?”
“저기 VR 게임기 있으니 그거 하고 놀렴.”
소월향이 가리킨 곳에는 TV가 있었고, 그 앞에 VR 기기가 놓여 있었다.
핸드폰 가게에 웬 게임기인가 하겠지만, 요즘은 핸드폰으로도 VR 게임을 하기 때문에 같이 판매를 하는 것이다.
소월향의 말에 아이들이 그쪽으로 가서는 VR 기기를 머리에 쓰고는 곧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누가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이런 것은 아이들이 전문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