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27
628화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사이 소월향이 커피를 가지고 왔다.
달그락! 달그락!
커피 잔이 살짝 소리를 내며 놓이자 소월향이 자리에 앉으며 손을 내밀었다.
“드셔 보세요.”
소월향의 말에 사람들이 커피를 한 모금씩 마셨다. 그러고는 김영지가 미소를 지었다.
“향이 아주 좋네요.”
“감사합니다.”
소월향이 미소를 지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실 때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여기 사장님은 무당이세요.”
강진의 말에 김영지와 유미라가 놀란 눈으로 소월향을 보았다.
“무당요?”
“무당?”
두 사람이 놀란 눈을 하자 소월향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소월향입니다.”
소월향의 말에 할머니가 ‘아…….’ 하는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신이 아름다운 것을 좋아해서 신을 모시는 무당들은 나이를 잘 먹지 않는다고 하더니…… 그게 사실이었구먼.”
할머니의 말에 소월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그런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와 같은 일을 하시는 분들은 젊은 모습을 오래 유지하더군요.”
“그래요?”
신기한 듯 할머니가 소월향을 볼 때, 김영지가 물었다.
“그런데…… 무당이면 이런 곳 말고 다른 데 계시지 않아요?”
김영지가 가게를 둘러보며 하는 말에 소월향이 미소를 지었다.
“무당 집을 가 본 적이 있으십니까?”
“예전에 어머니가 유명한 무당이 있다고 하셔서 같이 가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는 이렇게 안 생겼는데?”
김영지의 말에 소월향이 작게 웃으며 답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런저런 모습으로 바뀌니까요. 저는 여기에서 핸드폰도 팔고 무당으로서의 소임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시구나.”
김영지가 고개를 끄덕일 때, 유미라가 강진을 보았다.
“저희 점 보게 해 주시려고 데려오신 거예요?”
그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월향을 보았다.
“소 사장님은 정말 진짜 엄청난 무당이세요.”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소월향을 보았다. 그리고 소월향은 강진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니 말이다.
일단 할머니는 소월향에게 믿음이 가는 모양이었다. 일단 오십 대가 넘는 나이에 이런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진짜 무당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할머니가 만나봤던 무당 중에도 이렇게 동안인 사람은 없었으니 말이다.
소월향을 보던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 사장이 이렇게 데려왔으니 재미로 보는 것도 좋겠구나. 그럼 어디 나부터 할까.”
할머니는 소월향을 지그시 보며 물었다.
“내 올해 운세가 어떻습니까?”
할머니의 물음에 소월향이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의 올해 운세는 이미 좋으신데 뭐가 더 궁금해서 물으세요.”
“내가 올해 운이 좋다고요?”
운이 좋았던 일이 있나 싶어 생각을 하는 할머니를 보며 소월향이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한평생 같이 할 좋은 친구를 얻었으니 올해 운수가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소월향의 말에 할머니는 임대강을 보았다. 임대강은 최종수와 함께 VR 기기를 쓰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아이가 조종하는 캐릭터들이 함께 괴물을 쏘는 것이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임대강을 보던 할머니는 힐끗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소 사장님께 여러분들에 대한 것은 한 마디도 말해 드린 적이 없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도 무당에게 점을 본 지 꽤 오래되었다.
그래서 가짜 무당들은 주변인에게 물어 정보를 알아내거나, 점을 보는 대기실에서 바람잡이들이 말을 걸어 알아낸 정보들로 점을 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보기에 강진은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복채 얼마 받아내자고 이런 일을 할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고 말이다.
“사장님 말대로라면…… 내 올해 운수가 아주 좋네요.”
“그럼요. 그리고 내년 운수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월향의 말에 미소를 지은 할머니가 커피를 마시고는 김영지를 보았다.
“영지 너도 물어봐.”
“저는 딱히 궁금한 것이 없는데…….”
그런 김영지를 잠시 바라보던 소월향이 말했다.
“남편분께서 남기신 유산 중 아직 받지 못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저희 남편이 남긴 유산요?”
뜬금없는 말에 김영지가 의아한 듯 소월향을 보았다.
“네. 유산요.”
정확하게 유산이라 말하는 것에 김영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편은 유언장을 미리 잘 준비를 해 놓았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생각을 했는지 자신의 재산을 잘 정리해서 유언장을 남겨 놓았던 것이다.
그래서 남편의 유산은 잘 받았는데 남은 유산이 있다고 하니 의아한 것이다.
소월향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입을 열었다.
“생전에 남편분이 좋아하던 것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가끔 싸움도 하셨군요.”
소월향의 말에 할머니가 웃었다.
“싸우기는요. 우리 아들 내외가 얼마나 사이가 좋았는데요. 그리고 우리 아들은 며느리라고 하면 죽는 시늉도 하는 애라 싸울 일이 있어도 바로 납작 엎드렸을 거예요.”
할머니의 말에 소월향이 미소를 지으며 김영지를 보았다.
“부부 사이는 부부가 아니면 모르는 일도 있는 법이지요. 그렇지 않나요?”
김영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머니의 말대로 남편은 자신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도 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너무 미안하지만…… 그만큼 자신을 사랑하기에 늘 져주고는 했었다.
“그렇기는 한데…… 저희 싸우는 일 거의 없었는데.”
“거의 없었다는 건 있기는 했다는 것이지요. 잘 생각해 보세요. 남편이 좋아하는 것 때문에 싸우셨을 것입니다.”
곰곰 생각을 하던 김영지는 돌연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고 보니…… 남편이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가끔 싸우기는 했어요. 게임하느라 너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요.”
김영지의 말에 할머니가 눈을 찡그렸다.
“그놈이 나이 먹고도 그놈의 게임을 했다는 말이야?”
할머니가 화를 내자 김영지가 급히 말했다.
“어머니, 그게…… 조금만 했어요.”
“조금은 무슨. 내가 내 새끼를 몰라? 그놈이 너 만나기 전에도 무슨 게임을 한다고 지 방에 컴퓨터를 여럿 설치하더라고. 그래놓고 무슨 같은 게임만 돌리고 말이야.”
옛 생각을 떠올리니 다시 화가 나는지 할머니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이 다 처먹은 놈이 집에서 그러고 있으니 내가 속이 얼마나 터지던지.”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같은 게임을 여러 대로 해요?”
“나도 잘 모르는데 무슨 이건 싸우는 놈, 이건 밥 주는 놈이라면서 화면을 여러 개 띠워 놓고…… 다시 생각하니 속 터지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할머니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말을 하다 보니 자기 속을 터지게 만들던 아들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 할머니의 손을 김영지가 잡아 주었다. 그에 할머니가 김영지의 손을 토닥였다.
‘싸우는 캐릭터와 힐 주는 캐릭터를 같이 돌리셨나 보구나.’
피시방 아르바이트 할 때 그런 아저씨들이 몇 있었다. 혼자서 컴퓨터 두 대 돌리면서 하나는 싸우고, 하나는 힐 주면서 말이다.
물약 값을 아끼려고 한다는데…… 피시방 요금이 더블로 나오는 걸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행동이었다.
‘하긴, 피시방 요금보다 물약 값이 더 비싸면 그럴 수도 있겠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할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우리 며느리 고생했겠네.”
“아니에요.”
웃으며 고개를 저은 김영지가 소월향을 보았다.
“그런데 게임이 유산이라고요?”
“저는 모릅니다. 그저 그런 느낌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은 소월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접을 하니 그분께서는 그 유산을…….”
소월향은 눈을 뜨며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저 세 아이의 학비로 쓰고 싶어 하시는군요.”
“저희 남편이요?”
“그렇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 임호영이 와서 그리 말을 하고 갔으니 말이다. 그에 놀란 눈을 한 김영지가 급히 물었다.
“저희 남편이…… 여기에 있나요?”
“아닙니다. 저는 그분의 뜻만 살짝 들었을 뿐입니다.”
“그럼 저희 남편은…… 잘 지내고 있나요?”
“아주 편안하십니다. 아들이 저렇게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소월향의 답에 잠시 말이 없던 김영지가 입을 열려 할 때,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우리 말을 전해 줄 수 있겠나?”
소월향이 자신을 보자 잠시 머뭇거리던 할머니는 말을 이었다.
“내 꿈에…… 한 번 들러 주라고 해줘.”
“…….”
소월향이 말없이 그녀를 보자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릴 때 모습도 좋고…… 사고 치던 사춘기 때도 좋아. 아니면…… 군대 갔다가 새까맣게 탄 얼굴로 엄마, 하며 오던 때도 좋아. 그냥…… 아무 때, 아무 모습으로 내 꿈에 한 번만 와 줬으면 좋겠어. 그럼…… 나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자 김영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
“미안하다, 애기야…… 너도 대강 아빠 보고 싶을 텐데…… 나는 정말 아들이 보고 싶구나.”
할머니의 말에 김영지가 그녀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그 모습을 잠시 보던 소월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씀 전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할머니가 미소를 짓는 것을 보던 소월향이 김영지를 보았다.
“아내분의 꿈에도 나와 달라고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할머니와 달리 아직 소월향이 미심쩍은 김영지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김영지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게임이 유산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무슨 말일까요?”
자신도 임호영에게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해를 하지 못했으니 이들도 이해를 못 했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나서서 설명을 화제를 돌려야 했다.
“글쎄요. 그리고 게임으로 애들 학비를 하라니?”
김영지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에 유미라는 그냥 웃었다.
유미라도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니 말이다.
“혹시 아버님이 생전 하시던 게임이 뭔지 아세요?”
“저도 잘…… 무슨 성주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혹시 열혈성주 아닐까요?”
강진이 슬며시 말을 하자 김영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열혈성주? 아! 그런 것 같아요.”
그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혹시 아이디와 비번 아세요?”
“아이디는 ***, 비번은 ***요.”
김영지의 말에 강진은 핸드폰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게임에 접속했다. 그러고는 놀란 얼굴을 하며 화면을 보았다.
“아이템이 아주 좋네요.”
“아이템요?”
“게임 속에서 사용하는 장비예요. 아! 돈도 많으시네. 투자 많이 하셨나 봐요.”
강진의 말에 김영지가 한숨을 쉬었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 그것 때문에 많이 싸웠어요. 카드값 중 반이 게임 결제라…… 아, 생각해 보니.”
김영지가 소월향을 보았다.
“남편이 좋아하는 걸로 싸웠다는 말이 딱 이거네요.”
김영지의 말에 소월향이 미소를 지었다.
“나이를 먹은 남자와 안 먹은 남자의 차이는…… 가지고 노는 장난감 가격의 차이일 뿐이죠.”
소월향의 말에 김영지와 유미라가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었다. 저기 놀고 있는 아이들도 나이를 먹어도 저렇게 놀 것이다.
다만 그때 쓰는 게임기가 몇 십만 원이냐, 몇 백만 원이냐의 차이가 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