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최동해의 목소리에 담긴 분노를 느낀 강진이 뭔가 말을 하려 할 때 임호진이 입을 열었다.
“동해 씨.”
임호진의 부름에 최동해가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임호진이 글라스에 소주를 따랐다.
쪼르륵! 쪼르륵!
글라스에 하나 가득 소주를 따른 임호진이 그것을 앞에 놓았다.
탁!
가볍게 글라스를 내려놓은 임호진이 입을 열었다.
“마셔요.”
“네?”
“더 마실 수 있다면서요? 마셔요.”
임호진의 말에 최동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무리 취기가 올랐다고 해도 글라스 하나에 따라준 술이 권주(勸酒)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괜…… 괜찮습니다.”
최동해의 말에 임호진이 그를 보다가 글라스를 쥐고는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글라스에 가득 담긴 소주를 단숨에 마시는 임호진의 모습에 이상섭이 놀라 말했다.
“과장님!”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이 손을 들어 제지하고는 끝까지 소주를 마셨다.
“커억!”
그러고는 입가를 닦은 임호진이 삼겹살을 한 점 집어먹고는 최동해를 보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선을 지킬 줄 아는 겁니다.”
“…… 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작은 실수 하나로 사이가 멀어질 수 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임호진이 최동해의 소주잔을 보았다.
“마셔요.”
임호진의 말에 최동해가 감히 소주잔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 모습에 임호진이 말했다.
“마셔요.”
임호진의 말에 최동해가 망설이다가 잔을 들고는 입에 넣었다.
꿀꺽!
반만 마시고 내려놓는 최동해를 보며 임호진이 말했다.
“동해 씨가 어디를 가든 이건 명심하세요. 술자리에서 취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취하더라도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 멋진 사람입니다.”
“네.”
최동해의 작은 답에 임호진이 말했다.
“속으로는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는데 어떻게 술 취한 모습을 안 보일 수 있죠?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사실…… 그렇습니다. 술을 먹었는데 어떻게 안 취한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까?”
최동해의 물음에 임호진이 미소를 지었다.
“살아야 하니까요.”
“네?”
“친구들하고 술을 마실 때야 편하게 마시고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식이나 거래처와의 술자리, 또는 직장 선후배들과의 술자리는 모두 내 밥그릇과 관련이 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깽판 치고서 회사 생활을 잘할 수 있겠습니까? 거래처와의 회식 자리에서 술 먹고 실수하면 거래가 완만하게 되겠습니까?”
임호진의 말에 최동해가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것이다. 그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모든 일은 다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거기에 가족까지 달리게 되면…….”
임호진이 글라스에 소주를 다시 가득 따랐다.
쪼르륵!
그러고는 임호진이 글라스를 잡으려 할 때, 이상섭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덥썩!
글라스를 잡은 이상섭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제가…….”
꿀꺽! 꿀꺽!
단숨에 글라스에 담긴 소주를 원 샷을 한 이상섭이 숨을 크게 뱉고는 최동해를 보았다.
“정신 줄을 놓는 순간 가족들의 생계도 놓게 되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든 정신 줄을 잡고 있는 거야. 고작 술 따위에 가족들을 위태롭게 하면 안 되니까.”
이상섭의 말에 최동해가 양미간에 힘을 주었다. 정신을 차리려고 눈에 힘을 주는 것이다.
그런 최동해를 보던 임호진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세요.”
“궁금한 거요?”
“동해 씨 성격이 내성적인 것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동해 씨가 먼저 회식 자리를 건의했다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가 아니겠습니까?”
그러고는 임호진이 직원들을 보았다.
“최동해 씨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게, 물어보는 건 이 자리에서 편하게들 이야기해 줘.”
“알겠습니다.”
임호진의 말에 최동해가 숨을 크게 쉬고는 냉수를 한잔 따라 마셨다.
방금 전까지 조금 취기가 올라 있었지만, 임호진의 말에 어느새 취기는 많이 가셔 있었다.
그러고는 최동해가 입을 열었다.
“오늘 이상섭 선배님께서 제가 식탐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아…….”
최동해의 말에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따로 밥을 먹기는 하지만, 약속이 따로 있지 않은 이상은 같이 점심을 한다.
그렇다 보니 최동해의 행동이 보이는 것이다.
“제가 정직원이 되지 못하고…… 인턴 기간이 끝나면 퇴사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최동해의 직구에 직원들이 입맛을 다셨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대놓고 말을 꺼내자 그들 입장에서도 조금은 난감했다.
너는 우리 회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미 결론을 낸 것과 같으니 말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실망도 했고,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팀원분들과 과장님께서 나가면 볼일 없을지도 모르는 저를 위해 실무를 꼼꼼하게 알려주시는 걸,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최동해가 진심이라는 듯 고개를 숙이자 임호진이 소주를 마시고는 잔을 내밀었다.
최동해가 잔을 받자 임호진이 술을 따라주었다.
“너무 섭섭해하지 말아요. 우리 부서에 들어온 인턴이 정직원이 되면 우리도 좋지. 앞으로 자주 보고 말이야. 하지만…… 인턴을 다 뽑을 수는 없는 것이 팩트잖아요.”
“알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동안 많이 배우세요. 그게 동해 씨한테 도움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하던 이야기 마저 해요.”
임호진의 말에 최동해가 받은 소주를 입에 넣고는 직원들을 향해 말했다.
“그래서 한 번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사회생활할 때 고쳐야 할 점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닐 텐데 괜찮아요?”
최미나의 말에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듣겠습니다.”
최동해의 말에 최미나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동해 씨가 이렇게 말을 하니까 우리도 느낀 것들을 이야기해 줄게요. 그리고 우리가 이야기해 주는 건 동해 씨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최동해의 답에 최미나가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동해 씨…… 오후 되면 냄새 나요.”
최미나의 말에 최동해의 얼굴이 굳어졌다.
“냄새…… 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세다.’
사실 강진도 느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적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했다.
‘당신 냄새 나요’라는 말은…… 사실 정말 친한 사이라도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런데 최미나는 바로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아침에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오후 되면 냄새 나요. 악취까지는 아닌데 좀 눅눅하고 기름진 그런 냄새가 나요.”
“눅눅하고 기름진…… 냄새요?”
그게 무슨 냄새인가 싶어 최동해가 의아한 듯 볼 때, 최미나가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향수 같은 것은 뿌리지는 말아요. 향수하고 섞이면 냄새만 더 심해질 것 같아요.”
최미나의 말에 최동해가 입술을 깨물었다.
“……네.”
“……저, 제 친구 중에 겨드랑이 냄새가 좀 많이 나는 애가 있어요.”
김혜인의 말에 최동해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최미나야 자신보다 나이가 많지만, 김혜인은 자신보다 두 살 어렸다.
자신보다 어리고 예쁜 여자가 냄새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더 민망하고 부끄러운 것이다.
“그 애는 학교 다닐 때도 교복 두 벌에, 티셔츠도 세 벌씩 가지고 다녔어요.”
“왜요?”
“땀이 난다 생각이 되면 상의를 갈아입었어요. 그리고 베이비파우더를 겨드랑이에도 자주 뿌리고요. 저는 그 애가 냄새가 난다는 것도, 수능 끝나고 우리끼리 여행 갔다가 벗어 놓은 옷을 보고 알았어요.”
“모르셨어요?”
“그만큼 관리를 했으니까요.”
김혜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옷을 몇 벌씩 가지고 다니고, 파우더도 늘 가지고 다니려면 번거롭고 불편했을 텐데…… 노력이 대단하네요.”
“맞아요. 그…….”
잠시 말을 멈췄던 김혜인이 최동해를 보았다.
“동해 씨도 해 보세요. 그리고 여자들이 은근히 베이비파우더 냄새 좋아해요.”
“그래요?”
“아기 냄새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어요.”
김혜인의 말에 최동해가 그녀를 보다가 얼굴이 밝아졌다.
“그렇군요. 우리 누나도 아기는 좋아하니까요.”
“동해 씨 파이팅!”
김혜인이 웃으며 주먹을 움켜쥐자 최동해가 미소를 지었다.
“고맙습니다.”
최동해의 말에 이상섭이 입을 열었다.
“음…… 그래도 살은 좀 빼야 할 것 같아.”
“제가 뚱뚱하죠.”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는 최동해를 보며 이상섭이 웃으며 말했다.
“알면 좀 빼라. 개인 취향이고 사생활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하면, 요즘은 생긴 것도 경쟁력인 시대야.”
“그…… 렇죠.”
“나이 먹어서 살찌는 거야 그렇다 쳐도…… 아! 과장님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닙니다.”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이 자신의 배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험! 나 들으라고 하는 말 같은데?”
“그럴 리가요. 과장님 나이 정도 되시면 그건 뱃살이 아니라 인덕이지요.”
“됐고…….”
임호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상섭이가 말한 대로 요즘은 외모도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최동해 씨 생각에 최동해 씨와 이강진 씨, 둘이 면접을 보러 오면 누구를 뽑겠습니까?”
“그야 능력 있는 사람을…….”
“능력이라…….”
잠시 최동해를 보던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신입 사원을 뽑을 때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1차로 지원서를 접수합니다. 그리고 지원서에서 이력서를 보고 1차 합격자를 뽑습니다. 그리고 2차는 필기를 봅니다. 외국어와 무역, 그리고 시사 세 과목을 봅니다. 거기에서 상위권 성적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자를 뽑습니다.”
신입 사원 뽑는 절차를 이야기하는 것에 최동해가 그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당장 다음에 자신이 봐야 할 시험이니 말이다.
그런 최동해를 보며 임호진이 말했다.
“이력서를 통과했고, 필기시험을 통과한 다른 면접자들보다 최동해 씨가 월등하게 스펙이 높다거나 점수가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맞아요. 면접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신입사원으로서 가져야 할 스펙과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최동해 씨가 다른 면접자들보다 월등한 스펙을 갖추고 있지 않은 이상, 면접관들은 느낌과 인상만으로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잠시 말을 멈춘 임호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그럼 최동해 씨와 이강진 씨가 면접을 보러 왔다고 생각을 해 봅시다. 최동해 씨가 면접관이라면…… 누구를 뽑겠습니까?”
최동해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최동해를 보며 임호진이 말을 했다.
“뚱뚱해서 면접에 떨어졌다, 못생겨서 면접에 떨어졌다. 불평등한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역 회사고, 어디까지나 사람을 만나는 직업입니다.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인상을 주어야 거래도 잘 되는 것이 정답 아닐까요?”
“네.”
“그리고…… 건강을 생각해서 좀 빼는 것도 좋지요.”
웃으며 임호진이 잔에 술을 따라주자 최동해가 잔을 받아 마시고는 빈 잔을 내밀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나중에 동해 씨가 살 쫙 빠진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최동해가 직원들을 보았다.
“다른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괜찮겠어요? 지금도 꽤 돌직구였던 것 같은데.”
임호진의 말에 최동해가 고개를 저었다.
“이왕 듣는 것, 더 듣고 싶습니다.”
최동해의 말에 임호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아무래도 사수다 보니 이상섭이 최동해에 대해 더 많이 알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