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68
669화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강진은 반가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자명과 이유비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국회가 막 시작될 때라 여의도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요. 하하하!”
“이번에 국회 열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잘 됐네요.”
“일하라고 뽑아 놨는데 파업들 하는 격이죠. 뭐가 됐든 간에 국회에서 싸워야 하는데…….”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유월을 넘기지는 않았잖습니까.”
“더 빨리 열어야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고개를 젓는 오자명을 보며 강진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두 분이서만 오셨네요?”
“사무실에 일이 좀 밀려서 다른 친구들은 바쁘게 일하는 중이고, 나와 이 친구만 맛있는 것 좀 먹고 싶어서 도망 나왔습니다.”
“잘하셨어요. 가끔 쉬기도 하셔야죠.”
강진이 자리로 안내하자, 오자명이 그곳에 앉으며 실내를 둘러보았다.
손님들은 거의 다 빠지고 한 테이블만 음식을 먹고 있었다.
“확실히 이 사장 가게는 일찍 오거나 늦게 오거나 둘 중 하나로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이 좀 많은 편이기는 하죠. 그럼 식사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저야 늘 먹던 대로 김치찌개에 두부 좀 따뜻하게 해서 주십시오.”
“그럼 김치도 같이 볶아 드릴까요?”
“아닙니다. 두부에 익은 김치 싸서 먹고 싶습니다. 아! 두부는 되는대로 바로 주십시오. 점심이 늦어서 그런지 배에서 요동을 칩니다.”
“빨리 해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유비가 말했다.
“그리고 김밥 좀 주문해도 되겠습니까?”
“김밥요?”
“저희만 맛있는 것 먹으러 와서 미안하니 김밥을 좀 싸가려고 합니다.”
“몇 인분이나 하시려고요?”
“이십 인분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사십 인분요?”
“하하하! 아닙니다. 저희 두 방 합쳐서 이십 인분입니다. 십 인분씩 싸서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강진은 주방에 들어가서 두부를 따뜻한 물에 담그고는 김치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홀에서 두 국회의원은 김치찌개에 낮술을 한잔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김밥 한 줄을 가지고 홀로 나왔다.
“김밥 좀 드셔 보세요.”
“맛있겠네요.”
이유비가 김밥을 하나 집어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웃으며 강진이 오자명을 보았다. 오자명은 살짝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조금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낮술 하시면 문제 안 생기나요?”
“문제요?”
오자명이 보자, 강진이 말했다.
“그 술 마시고 국회 들어간 의원이라는 제목으로 의원님을 뉴스에서 보는 건 싫은데.”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국회가 매일 열리는 것도 아니고 괜찮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사람은 일 때문에 마시는 거 아니면 술을 먹을 시간도 없어요.”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형님은 저녁에도 일하시고 주말에도 일을 하시니…… 일하시는 시간에 술을 못 드시게 하면 364일은 술을 못 드시겠군요.”
“364일요?”
왜 365일이 아니고 364일인가 싶어 보자, 이유비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이 낭만파라 일 년 중에 형수님 생일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쉬면서 같이 식사를 하시거든요. 형수님도 한잔하는 것 좋아하셔서 두 분이서 오붓하게 지내십니다.”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정치한다고 고생만 시키는데 일 년에 하루라도 아내 하고 싶은 것 하게 해 주고 같이 있어야지. 자네도 아내 생일날은 꼭 챙겨줘. 할망구들은 나이 먹으면 자식, 손주 생일은 챙겨도 자기 생일은 못 챙기는 법이니까.”
“저도 꽤 잘 챙겨 주는 편입니다.”
두 사람의 말이 듣기 좋다는 생각을 하던 강진이 웃으며 물었다.
“그럼 할머님 생신 때 뭐 해 주세요?”
“할망구가 하고 싶다는 것 하는데…… 작년에는 놀이터에서 같이 놀고 싶다고 해서 놀이터에서 놀았습니다.”
“놀이터에서요?”
“놀이터에서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타고…… 그 빙글빙글 도는 것도 타고 싶다고 해서 내가 천천히 돌려줬습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할머니 즐거우셨겠네요.”
“다 늙은 노인네 둘이 그러고 있으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꽤 부끄럽더군요.”
“부끄럽기는요. 부럽고 좋아 보여서 쳐다봤을 겁니다.”
“후! 노망이 들었나 보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말을 하던 오자명이 민망한지 말을 돌렸다.
“국회 출입하는 기자들이 저를 대부분 좋게 생각해서 술 먹고 들어가도 기사 쓰는 분이 없습니다.”
“그래요?”
“그리고 무소속 의원 한 명 까는 것이 무슨 이슈가 되나요. 여기 이유비처럼 거대 야당 정치인을 까야 이슈가 되지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말이 많아서 조심하라고들 하더군요.”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작년에 국회에 올라온 법들 잘 좀 하지 그랬나.”
“그게 어디 제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그리고 여당도 저희 당에서 나온 법 많이 발목 잡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당에 안 들어가는 거야. 자기 당이나, 친한 쪽에서 나온 법이 아니면 아무리 법안이 좋아도 통과를 안 시키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결함이 안 보일 수가 있나.”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법이든 완벽하지 않았다. 현미경을 들이대듯 꼼꼼히 보면 어떤 법이든 결점이 보이기 마련이었다.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고개를 젓는 두 사람의 모습에 강진이 생각이 났다는 듯 물었다.
“혹시 구하민 법이라고 아세요?”
“사장님도 뉴스를 본 모양이군요.”
말을 하며 이유비가 소주를 한 잔 마시자 강진이 급히 병을 들어 한 잔 따라주었다.
이유비는 따라주는 술을 받고는 말했다.
“작년에 그 법 올라왔을 때 이리저리 미뤄지다가 이번에 다시 이런 일이 터지니…… 말이 많습니다.”
“왜 미루어진 건가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도에서 떨어진다고 봤겠지요.”
입맛을 다시는 이유비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이번에 그 법 다시 올린다는 뉴스가 있던데요.”
“화제가 되니, 그 화제에 타려는 의원들이 있지요.”
이유비의 중얼거림에 오자명이 말했다.
“그렇게 생각할 것은 아니지.”
이유비가 보자 오자명이 말을 이었다.
“화제가 되어야 국회의원 놈들이 움직이는 것이 문제라고 봐야지.”
“그 말이 맞습니다. 터지기 전에 움직여야 할 텐데요.”
두 사람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터지고 나서라도 잘 만들면 다행이죠. 작년에는 터지고도 법안이 통과가 안 됐잖아요. 그리고 뉴스 보니 그동안 이런 일이 없지 않았고요.”
“그 말 들으니…… 고개를 못 들겠습니다.”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어.”
자신의 말에 두 국회의원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사실 문지나 씨가 저희가 봉사 다니는 보육원 출신이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강진을 보았다.
“저희라고 하면?”
“오성화학 상식 형하고 전에 보셨죠? 민성 형.”
두 사람의 이름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강상식 대표는 요즘 사람이 많이 변한 것 같더군요.”
강진이 보자, 이유비가 말을 이었다.
“작년에 한 번 봤을 때는 사람이 약간 기회주의자 같았는데…… 요즘 들리는 이야기로는 사람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강진을 보았다.
“들으니 보육원에 봉사 활동을 자주 간다고 하던데?”
“소문 안 내고 다니는데 그걸 어떻게 아세요?”
“소문 안 내도 다 퍼지는 것들이 있지요. 세상에 완전한 비밀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보다 더 자주 다니세요.”
“언론에 소식 안 전해지는 것을 보면 사진 찍으러 가는 것도 아닌 듯한데…….”
“저희도 사진은 찍습니다.”
“그래요?”
오자명이 보자 강진이 웃으며 손가락을 겹쳐 네모나게 만들어서는 말했다
“이렇게 아이들을 찍어서 저희 마음속에 담아두죠.”
“좋은 사진기네요.”
오자명이 강진을 따라 손가락으로 네모를 만들어 보이고는 말했다.
“그럼 이번 고 문지혁 씨 일은 이 사장님과 강 사장이 알고 일을 만든 겁니까?”
“저야 딱히 한 일은 없고, 상식 형이 알아서 일을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고 문지혁 씨 유산을 보육원에 기부하려고도 했고요.”
“그럼 그 인터넷에 ‘강상식의 의도’라는 내용이 사실인 셈이군요?”
“그런 셈입니다.”
“흠…… 그렇군요.”
“이번에 구하민 법 다시 올린다고 하던데 두 분이서 도와주세요. 여러 사람이 혜택을 보는 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피해를 보는 한두 사람도 국민 아니겠어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하민 법은 많은 국민에게 적용되는 법은 아니었다.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다시피 자란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어야 적용되는 법이었다.
또 거기에 그 부모라는 자가 얼굴에 철면피를 깔아야 한다.
이런 조건들을 생각했을 때, 구하민 법은 극히 일부에게만 적용되는 법이었다. 그래서 작년에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될 수도 있다. 워낙 일부에게만 적용이 되는 법안이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저었다.
“이런 법안은 두 명이 됐든 한 명이 됐든 적용 인원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강진이 보자, 오자명이 말을 이었다.
“이런 법은 국민의 사기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국민들이 분노하니까요. 국민들 열 안 받게 만드는 것도 저희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지요.”
“그 말이 맞습니다.”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자명을 보았다.
“소방관들 혜택을 위한 법안도 그와 비슷하지요. 혜택을 보는 것은 소방관들이지만,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사기가 오르니까요.”
“맞아. 이 뉴스를 본 국민들이 얼마나 분노하는지 보게.”
이유비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한 번 당론을 모아 보겠습니다.”
“모을 수 있겠어? 이번에 법안 대표 발의한 것이 여당이던데?”
“그래도 해 봐야죠.”
“그래. 잘 알아봐. 여당이 발의한 법안에 야당이 도우면 그것만큼 쉽게 통과하는 것도 없지.”
이야기가 잘 되는 것 같자 안도의 한숨을 쉬던 강진이 문득 오자명을 보았다.
“제가 어르신께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사람?”
“인권 변호사 하는 친구인데 사람이 참 좋습니다.”
“인권 변호사라…….”
“지금은 친구들하고 모여서 작은 변호사 사무실 만들어서 도움 필요한 사람들 변호해 주고 있습니다.”
“좋은 일 하는군요.”
“전에 그 친구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의원님이 생각이 났습니다.”
“하!”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저 같은 꼴통인가 봅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꼴통은요. 그냥 사람들 돕고 싶은데 법의 사각에 대해 좀 아는 친구입니다.”
“혹시 취업 청탁하는 것은 아니겠죠?”
“취업 청탁요?”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친구가 인권 변호사기는 해도 그래도 변호사인데…… 의원님 보좌관보다는 돈을 더 벌지 않을까요? 그리고 의원님한테 인사 청탁이라…… 제가 그 친구한테 욕먹습니다.”
“욕이요? 그래도 국회의원 보좌진이면 나름 괜찮습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재차 고개를 저었다.
“의원님 보좌진들 쉬는 날이 있나요?”
“그야 일요일에…….”
말을 하던 오자명이 입맛을 다셨다. 생각을 해 보니 주말에도 같이 사무실에서 일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시는 의원이 주말에 일을 하는데 자기들만 쉬기 애매할 것이었다. 그러니 제대로 쉬지 못하고 같이 나와서 일을 하거나 야근은 밥 먹듯이 하는 것이다.
“그런 직장에 취업 청탁이라…… 연봉이 억대라고 해도 그 친구가 저에게 욕을 할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그것도 그렇군요.”
맞는 말이었다. 내 자식이 만약 자신과 같은 상사 밑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칠 것 같으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자신만큼 악덕 상사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