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71
672화
강두치와 함께 온 직원들은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안면이 있는 사장들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그리고 강진과 이수정 옆에는 강두천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양옆에 강두치와 처음 보는 직원이 자리를 하고 있는 것을 본 강진이 물었다.
“저기, 제가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물어보십시오.”
“JS 금융 직원들 이름이 다 강 씨에 두 자로 시작을 하던데 그게 무슨 이유가 있는 겁니까?”
“아…….”
강진의 말에 강두천이 웃으며 강두치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두치가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강은 일단 저희 성입니다. 쌀겨를 뜻하는 강(糠) 자를 쓰지요.”
“쌀겨 강요?”
“아주 작은 것을 뜻하는 의미인데…… JS에 일하는 직원들이 셀 수 없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두는요?”
“말 두(斗) 자를 사용하는데…… 두 자는 저희 JS 금융 직원들이 사용합니다.”
“그럼 다른 부서 사람들은 다른 이름을 쓰겠군요.”
“담당하는 부서마다 다른 이름을 가집니다. 검수지옥에 일하는 직원들은 강검으로 이름이 시작하는 식입니다.”
“이름에 부서 특징이 담긴 글자가 들어가는 거군요.”
“맞습니다. 저희 이름에 들어가는 말 두 자는 곡식이나 물의 단위를 잴 때 쓰는 말입니다. 죄와 선을 한 말, 두 말로 잰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군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두천이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궁금하신 것이 좀 풀리셨습니까?”
“조금 신기했습니다. 모두 이름이 강두로 시작을 해서요.”
강진의 말에 강두천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술을 들어 그 잔에 따라주며 말했다.
“요즘 이 사장님 업장이 아주 반응이 좋습니다.”
“제 업장요?”
“VIP까지는 아니지만, 이 사장님 식당에 오가는 사람들의 잔고가 조금 늘었더군요.”
“아…… 그래요?”
“저희 일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두렵기는 하지만…… 하하하! 그래도 저희 하는 일이 VIP분들 관리하는 일이니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서로 잘 부탁하는 걸로 하죠.”
웃으며 말을 한 강두천이 잔을 들자 강진이 가볍게 잔을 부딪치고는 입에 술을 털어 넣었다.
“일하시는 건 마음에 드십니까?”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저희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언제든지 돕도록 하겠습니다.”
강두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그럼 혹시 승천하신 분들 잘 지내는지 그런 것을 좀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좀 도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개인 정보 보호법요?”
“아시는군요. 저희 JS도 그쪽에 좀 민감한 편이라서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쪽으로는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저희 부서는 VIP에게 늘 열려 있습니다. 하하하!”
웃으며 강두천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이수정에게 다가갔다.
그런 강두천을 보던 강진이 윤복환을 보며 말했다.
“사람 좋아 보이네요.”
강진의 말에 윤복환이 웃으며 말했다.
“자신이 관리하는 VIP들에게는 아주 공손하고 잘하지.”
뭔가 단서가 달린 듯한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자신이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로 들리네요?”
“우연히 들었는데…… 원래는 지옥 어딘가에서 귀장으로 있었다더군.”
“귀장요?”
“지옥에서 사람들 형벌 주는 직원들 말이야. 그것도 꽤 높은 쪽이었나 봐.”
“아…… 그런 분이 어떻게 여기에 계신 건가요?”
“나쁜 놈들만 보다가 질려서 JS 금융으로 보직을 바꿨다고 하더라고. 그걸 보면 속은 무서운 사람인 거지.”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옥의 형벌을 관리하던 사람이니 독하기는 하겠구나.’
그 무시무시한 지옥의 형벌을 주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윤복환이 말했다.
“자네도 부지런히 다니면서 인사들 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강진은 따로 인사를 하지 못한 저승식당 사장들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녕하세요.”
“이리 앉으세요.”
사장들이 반겨주자 강진은 웃으며 그들과 자연스럽게 합석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강진은 아침 해가 뜨고 일곱 시쯤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강진이 들어오는 것을 본 배용수가 시간을 보고는 눈을 찡그렸다.
“지금까지 마신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지금까지 먹은 거야.”
“마신 것이 아니고?”
“다른 분들은 장사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나는 점심 장사 있는데 죽어라 술을 마실 수 있나? 술은 조금만 마셨고 안주발만 세우다 왔어.”
강진은 쥐고 있던 비닐봉지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내가 여러분들 먹으라고 맛있는 JS 통닭을 좀 사 왔습니다.”
강진은 가게 문을 잠그고는 식탁에 봉지를 열었다.
통닭이 담긴 상자 표면엔 기름이 끓고 있는 커다란 솥과 그 위에 놓인 닭이 그려져 있었다.
“말 그대로 화탕에서 튀긴 통닭이래.”
“화탕?”
“도둑질을 하거나 뭔가를 빌리고 갚지 않는 사람들이 죄를 받는 지옥이래.”
“으…… 무섭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화탕통닭 사장님에게 들은 화탕지옥 이야기는 좀 많이 무서웠다.
죄의 중함에 따라 물, 기름, 똥물, 용암 등등 여러 액체에 담겨서 사람이 튀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강진은 그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 배용수나 직원들이 무서워할 테니 말이다.
“그럼 사람도 튀기고 통닭도 튀기고 하는 거네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화탕통닭 사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저희 회장님이 화탕지옥 직원이었는데, 사람만 튀기면 아까울 것 같아서 닭을 사다가 튀겨 봤는데 맛이 그렇게 좋았답니다. 거기에서 우리 화탕통닭이 탄생을 했지요.
강진은 통닭을 내려다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람이 튀겨지는 곳에서 같이 튀겨진 통닭이니 말이다.
“일단은 맛있더라.”
“일단이라는 말은 왜 넣냐? 맛있으면 맛있는 거지.”
말을 하며 배용수가 치킨을 하나 집어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 맛있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육즙 잘 가뒀는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럼 사람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튀겨지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잠시 할 때, 여자 직원들도 통닭을 하나씩 집어 입에 넣었다.
“와! 진짜 맛있어요.”
“확실히 JS 쪽 음식이 맛은 있어.”
사람이 튀겨지던 기름에서 같이 튀겨진 통닭이지만 직원들은 그저 맛있게 먹었다.
처음에야 조금 꺼려지지만, 이제는 JS 음식을 먹다 보니 다들 그런가 보다, 하고 먹는 것이다.
JS 음식 치고 지옥과 관련 없는 음식은 없으니 말이다. 하다못해…… 주방에서 사용하는 식칼조차도 사람의 피를 빨아 자라는 검수림 식칼이니 말이다.
귀신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강진이 몸을 비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그럼 통닭 맛있게들 드시고 계세요.”
“어디 가게?”
“애들 일찍 사료 주고 와서 좀 자고 점심 준비해야지. 그래도 하루에 두세 시간은 자야 편하니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걱정스럽게 보았다.
“너 요즘 잠을 너무 안 자.”
“원래도 잠 많이 자는 편 아니야.”
웃으며 답을 해 준 강진이 손을 들었다.
“어쨌든 다녀올게.”
“그럼 같이 가자.”
“너는 통닭이나 먹어라.”
강진은 카운터 밑에서 사료와 물을 챙기고는 가게를 나섰다.
천천히 공원을 향해 걸음을 옮기던 강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직 사람들이 출근하기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햇살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벌써 이리 뜨거우면 한낮에는 얼마나 더울까.”
교실에서 공부할 아이들이 고생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공원에 들어섰다.
그릇에 사료와 물을 채워서 내려놓자, 어디선가 나타난 아이들이 정자 밑으로 들어가서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공원길을 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이왕 나온 김에 공원이나 한 바퀴 돌아서 땀 흘린 뒤 집에 가서 씻고 개운하게 자려는 것이다.
그렇게 공원을 반 정도를 걷던 강진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잔디밭을 보던 강진은 한쪽에 있는 벤치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러고는 잠시 멍하니 잔디밭을 보았다.
잔디밭을 보던 강진은 소복하게 내린 눈밭 위를 뛰어다니는 하얀 강아지를 떠올렸다.
눈밭을 뛰어다니며 어린아이와 놀아주던 하얀 강아지, 흰둥이.
흰둥이가 승천을 했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흰둥이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아니면 지금쯤 어딘가에 다시 태어났으려나?”
아이와 뛰어놀다가 바닥에 누워 배를 드러내던 흰둥이를 떠올리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흰둥이를 생각하면 참 안쓰러우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보고 싶었다.
슬쩍 손을 내밀어 허공을 긁는 시늉을 하는 강진의 눈에 흰둥이가 자신의 손길에 배를 드러내며 좋아하는 것이 보였다.
“다시 개로 태어났으면 이번에는 좋은 주인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내 가게 한 번 들러. 내가 너를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면 내가 맛있는 음식을 줄게.”
흰둥이를 떠올리며 중얼거리던 강진의 귀에 드르륵! 드르륵!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고개를 돌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바퀴 굴러가는 소리를 내며 다가온 것은 이강혜였다.
“혹시나 했는데 정말 강진 씨네요.”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저야 늘 이 시간대에 나오는걸요.”
“이 시간대에요?”
“강진 씨와 만나는 건 제 마지막 코스잖아요.”
“아…… 그렇군요.”
이강혜를 만나는 건 늘 정자가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공원을 한 바퀴 돌아 정자에 오면서 강진을 만났던 것이다.
“강진 씨야말로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요?”
“어제 모임이 있어서 지금 들어왔습니다.”
“날을 새우셨어요?”
걱정스러운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일찍 나왔습니다. 애들 밥 챙겨주고 들어가서 자려고요.”
“젊다고 막 너무 놀고 그러면 몸 상해요.”
“알고 있습니다.”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문득 이강혜를 보았다.
“그런데 정말 안 오시네요.”
“네? 뭐가요?”
의아한 듯 보는 이강혜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저희 식당에 가족들하고 한 번 오시라고 몇 번 이야기했는데 한 번도 가족하고 안 오셔서요. 혹시 저희 가게 음식이 마음에 안 드시는 건?”
강진의 농담에 이강혜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사장님 식당 음식이야 최고로 맛있죠.”
“그럼 한 번 들러 주세요.”
“알겠어요.”
이강혜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무슨 사정이 있으신가?’
가족과 함께 오라는 말에 쓰게 웃던 이강혜의 모습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그에 더는 가게에 가족과 함께 오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강진이 가볍게 일상 이야기를 시작했다.